소설리스트

〈 84화 〉십삼장[十三章], 불이불조[不餌不釣] 6 (84/130)



〈 84화 〉십삼장[十三章], 불이불조[不餌不釣] 6

탁, 탁.

탁자를 두드리는 정갈한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긴장시킨다. 안면근육이 마비된 장보가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 전…. 아무 것도….”


“당웅.”

“예.”



당진천은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해독제를 먹여라.”

“컥, 커억!”




당웅은 당진천의 말이 떨어지자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댄 뒤, 장보의 입을 거칠게 쥐었다. 버둥거리는 장보. 당진천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독무후가 던져놓고  적당히 하라는 말. 괜히 그녀가 그 말과 함께 마비독을 하독하고 간 것이 아니었다.

‘선을 지켜라…. 꽤 어려운 숙제를 내셨군.’


그는 분명 바위같이 굳건한 의지를 가진 고수였다. 하지만, 바위는 여러 풍랑에 의해 마모되기 마련. 그가 가문을 돌보지 않았기에 터져 나온, 가문의 상잔과 계속해서 맞이하는 당소소의 위기. 그리고 스무 해를 넘게 함께해온 식구의 모반. 그렇기에 황실에 있던 독무후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당가로 복귀한 것이었다.

아무리 독천이라도, 당진천의 현 상태는 위태로워 보였다. 그렇기에 당진천의 스승이 던져놓고 간 것이 일선을 넘지 마라는 간접적 경고였다.

당진천은 초점이 돌아오는 장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독전주에게 감사하거라. 한 시진 정도는 독이 듣지 않을 테니, 고통을 주는 독은 없을게다.”


“헉, 허억…! 아닙니다.  아니란 말입니다…!”


“난 변명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진천의 말이 떨어지자, 당웅은 곧장 장보의 손목을 잡아챘다. 내공이 지나는 통로이자, 혈맥이 지나는 통로인 혈도[穴道]를 짚는다. 그리고 내기를 풀어 넣으며, 혈도를 쥐고 비튼다.




“윽, 으윽…!”

독무후가 풀어놓고 간 마비독때문에 가속화되지 않는 고통. 하지만 해독제의 약효가 돌기 시작하며, 근육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번져간다. 그릇에 담긴 물에 염료를 떨어뜨린 것처럼, 고통은 손목을 타고 흐르며 척추, 뇌리를 쑤셔댔다.



“이게 분근착골[分筋錯骨]이라는 걸세.”


“악, 으아아악!”

“입.”

당웅은 나머지 손을 들어 장보의 입을 틀어막았다. 내뱉지 못하는 고통의 신음이, 머리를 쥐어짰다. 달그락거리는 의자의 소음만이 가주전을 메운다. 당진천이 책상을 두 차례 두드린다. 당웅은 손목을 쥔 손가락을 거두며 분근착골을 잠시 거둔다.




“지금부터 자네가 어떤 행동을 해 왔는지에 대해 묻겠네.”

“읍, 으읍!”


“자네의 행적은 이미 암풍대에서 조사를 마쳤네. 사실과 다르다면, 당웅이 움직일 게야.”


당웅이 장보의 입에서 손을 뗀다. 너무 거칠게 움켜쥐었는지, 볼 안쪽이 찢겨나가 그의 이빨엔 피가 묻어있었다.


“저는, 저는…!”


“우선 가문의 분란을 언제부터 관망하게 되었는지 말하게.”

“분란, 분란은 없었습니다. 아시잖습…. 악, 아악!”

당웅은 다시금 그의 손목을 휘어잡았다. 장보가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자, 당진천은 관자놀이를 긁으며 말했다.

“독고수아가 가문을 휘어잡을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알고 있거늘.”



당웅은 소리를 지르려는 장보의 입에 천을 쑤셔넣었다. 당진천은 서랍을 열어 깨끗한 종이 한 장을 책상에 깐다. 그리고 붓을 들어 벼루에 적신다.




“장보. 이십 년이네, 이십 년.”

“읍, 읍!”


“서로 알 만큼 아는 사이지 않나?”

장보의 숨이 막혀온다. 눈이 점점 위로 올라가며 초점이 희미해진다. 당웅은 손을 거두고 장보의 뺨을 후려 강제로 정신을 끄집어온다. 당진천은  광경을 보며 먹에 적신 붓을 종이 위로 가져갔다.

“방조는 이십 오년 전. 동조는 이십  전. 가담은…?”


“컥, 커억…! 전, 전 그저 가주님의 명령에, 명령에 따라 도련님들을 모셨을 뿐입니다!”


“과연,   전이군.”




붓이 움직인다. 고통과 공포에 젖은 장보의 눈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정확히 그의  대로, 당가의 어둠을 놓기 위해서 움직였던 십년 전부터 계획은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외부로 도는 당진천과,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던 장로회의 은근한 지지. 첫 째 부인이 배반하는 사건 때문에 가문에서 은근히 소외를 받게 됐던 당청과 당혁. 시녀들과 하인들을 완벽하게 휘어잡고 싶다는 알랑한 정복욕.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그 교차점에서 당청이 몸을 일으켰다.

‘총관.’


‘예, 소가주님.’


‘당가는 다시 위대해져야하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장로회는 당진천이 버려둔 암풍대를 수습해 정보를 통제했으며, 당청과 당혁의 행보에 눈을 감아줬다. 당청과 당혁은 당가의 힘을 포기하는 당진천의 행보를 경멸했다. 외각은 당청의 세력 아래에 있던 자신이 휘어잡았으며, 내각은 제독전주인 당혁과 소가주인 당청이 단단히 휘어잡았다.

남은 것은, 때를 기다리며 당진천을 추락시키고 다시 당가의 어둠을 움켜쥐는 것뿐. 하지만 단 한 가지 변수가 그 수년에 걸친 모든 계획을 수포로 만들었다.



“쭉 입을 다물고 있게. 나도 그 편이 좋으니.”


구주십이천, 독천 당진천. 그의 주된 활동 영역은 무림맹이 위치한 개봉이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사천성에서는, 가문에서는 그의 무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독무후의 제자라서, 단지 무림맹에서 공을 세워서 대단한 칭호를 받았으려니 하는 생각 이었을 뿐. 당진천은 턱짓을 하며 말했다.

“당웅, 다시 입을 막아라.”


“잠시만, 잠시만!”


장보가 붓을 놀리며 고문을 재개하려던 당진천의 말을 막아선다. 그는 눈을 미친 듯이 깜빡이며 수를 읽는다.



‘마교라면. 홀몸으로 중원을 떨게 한  문파라면, 사천당가를 능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늘…!’

당진천은 의협을 고집할 것이고, 독무후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채로 있었을 것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은폐했던 암풍대는 여전히 장로회의 손아래에 있었을 것이다. 숙청으로 인해 감축되는 세력은 운신의 폭을 제한할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 마교가 사천성에 성공적으로 암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마저 모두 실패했다. 한 명의 하찮은 움직임이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원인은 그 년이군.’



장보는 당소소의 얼굴을 떠올린다. 당소소가 사천교류회에서 벌인 일 때문에, 당진천은 당가의 어둠에 손을 내밀었다. 당소소를 제자로 들이기 위해, 행방이 묘연하던 독무후가 가문에 등장했다. 그로인해 무력과 인력의 공백이 사라졌다.

당소소의 행동 하나 때문에, 당혁의 잔당들은 이젠 우위로 서는 곳이 없어졌다. 당진천은 흑풍대주였던 당웅에게 당소소 호위실패에 대한 죄를 물어 암풍대주로 좌천시켰다. 그리고 은폐, 조작해왔던 정보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되니,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세력들을 던져 몸을 숨기던 자들이 암풍대의 추적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장보는 그  하나였다.

당진천은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종이에 온점을 찍고 붓을 놓는다. 그리고 장보의 말을 기다린다. 장보가 말을 하기 위해 호흡을 시작하자, 당진천은 그 호흡을 자르며 먼저 말을 꺼냈다.

“자네는 바닥에 누워있는 저 자와는 다르게 죽지 않을 게야.”

“저는, 옛?”

“제대로 사실을 말하기만 한다면.”


당진천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호흡을 잘라 기세를 훔치고, 상상도 하지 않던 희망을 심는다.


“내통한 사실은 이곳에 묻어두도록 하지.”



조용히 고양된 공기와 당진천의 위세에 맞물려 장보의 심중을 흔들었다. 마교는 이미 당가가 일으키는 파도에 휩쓸려 모진 꼴을 당해 떠나는 배였다.


‘이게 마지막 기회. 가주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쳐내는 것이 마음에 켕기는 것이겠지. 거기에 오랫동안 가문의 중추를 지켜온 총관이 죽는다면, 성도로 모이기 시작하는 분가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고. 장로들도 꼬투리를 잡아 가주를 압박해올 수도 있다.’

여러 사실이 장보를 향해 웃고 있었다. 장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하겠습니다.”

“마교와 접촉한 횟수는 몇  정도지?”

당진천은 종이를 접으며 장보에게 물었다. 장보는 자신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당웅의 시선을 외면한 뒤, 입을 열었다.


“마교와 내통을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당청이 모반을 꾀하기 한 달 전이었습니다. 당청의 지시가 있었고, 저는 소교주의 심복이라는 요재와 접촉했습니다.”

“빈도를 묻고 있지 않았었나?”


당진천의 핀잔에 당웅이 움직이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장보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독강시를 만들기 위한 마공을 제공받을 때 한번, 정보를 교환할  한번이었습니다.”

“이후는?”

“마교 측에서 당혁을 보호하고 있다는 서신을 받은 뒤,  종놈을 통해서 하루에 한 번씩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내용을 말해라.”

당진천은 접은 종이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당진천의 움직임에 철사로 묶인 손이 움찔거린다. 철사가 살을 파고들며 붉은 상흔을 그렸다. 하지만 잔뜩 긴장한 그는 고통을 느낄  없었다. 장보는 침을 삼키곤 말했다.



“우, 운남성에서 움직이던 마교의 독각혈가에서 당혁을 보호 중이라고 합니다. 연유는 말하지 않았으나, 당소소를 독살하기 위한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




장보의 말에도 아무 말이 없는 당진천. 그는 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정보를 쥐어짜냈다.

“제 생각입니다만….”


“네 생각을 물어본 적은 없다.”


당진천은 그렇게 말하며 장보에게 다가간다. 당진천의 모습이 불빛을 받아 일렁일 때 마다 장보의 숨결은 점점 가빠졌다. 당진천은 장보의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상체를 숙이며 장보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얼굴을 귓가에 가져다댔다.



“네 놈이 말하지 않았던 장로회의 묵과, 당혁이 숨겨왔던 제독전에서의 끔찍한 실험. 당청이 외세를 끌어들여 나를 죽이고 당가를 그들에게 팔아치우려고 했던 것들. 네 놈이 당청의 명을 받아 행해왔던 회와 소소를 핍박했던 행동들. 모를 거라 생각하나?”


“아닙, 아닙니다….”

“이건 마지막 기회네.”



당진천은 얼굴을 거두고 그의 품속에 접어두었던 종이를 넣는다.

“자네가 직접 가서 그들과 접촉하고, 실상을 염탐해오게.”


“예, 옛?”


“왜, 하기 싫은가?”

당진천은 그렇게 말하며 발을 움켜쥐고 공포에 질려있는 하인을 바라봤다. 장보는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우선은 살아야 했다. 감각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비독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후의 위기를 떠나서, 당장 그가 독공을 수련한다는 당혁의 손길 아래 절규하던 하인들이  수도 있었다.

“죄, 죄인이 무슨 벌을 마다하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지요. 물, 물론입니다.”

“당웅, 고약을 내놓게. 멀쩡한 상태로 그들과 접촉하려면 상흔을 없애야 하지 않겠나.”

당진천의 말에 당웅은 조개껍질 하나를 내밀었다. 당진천은 장보를 묶고 있던 철사를 풀어준 뒤, 상처부위에 고약을 발라주며 말했다.

“나를 실망시키지 마시게.”

“예, 물론입니다. 가주님.”

“죽이는 것보단, 살리는 것이 가치가 있었기에 살려두는 것이니까. 부디,  가치를 잃어버리지 말도록 하고.”

당진천은 당웅에게 고약을 던진 뒤 말했다.


“총관, 그럼 다음 임무. 조심히 수행하시게.”

“예, 가주님. 예…!”



총관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당진천에게 예를 표한 뒤, 서둘러 가주전을 빠져나갔다. 당진천은 고약을 발라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당웅은 허리춤의 통 안에 고약이 담긴 조개껍질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따라붙어야 합니까?”

“뭐 하러?”


당진천은 그렇게 답하며 손을 털었다. 손가락에 묻었던 약간의 고약이 바닥에 뿌려지며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새 총관이나 물색해두게.”



당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주전을 나섰다.

홀로 남은 가주전. 당진천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열린 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등불을 꺼뜨렸다. 착잡한 어둠 속. 그는 이마에 손을 얹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게냐?”


“앗, 죄송…. 응?”

외각의 바깥에서 서성거리던 백서희의 곁으로 독무후가 다가와 말을 건다. 백서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늘을 바라본다. 달이 하늘 정중앙에 걸려있는 한밤중이었다. 그리고 독무후는 영락없이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외모였다. 소소를 닮은 얼굴이, 그녀의 정체를 어렵지않게 예측할 수 있게 했다.


“보아하니 네가 소소의 사촌동생인가 보네. 밤이 늦었으니, 부모님 걱정시키지 말고 자러 가렴.”

“…흐흣.”



독무후는 단호한 백서희의 말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런  사람의 곁으로 시녀들이 다가왔다.



“백서희 소저, 소소 아가씨는 아직 수련 중에…. 앗, 독무후님.”

“…….”


백서희에게 당소소의 상황을 보고하러 왔었던 시녀가 독무후를 발견하곤 깊게 허리를 조아렸다. 독무후는 아무  없이 자신의 땋은 머리를 쥐고 빙글빙글 돌리며 백서희를 바라봤다.



‘반로환동? 정말 실재하는 경지였어?’


백서희는 잠시 멍청하게 서있더니, 황급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아, 아미파의 말예가 독무후님을 뵙니다.”

“거칠어서 누구하나 잡지 못했던 아미파의 검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결국 잡을 사람이 하나 정돈 나왔구나.”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런 대단한 인물은 아닌지라….”

독무후는 손짓을 하며 백서희의 포권을 받았다. 백서희는 손을 내리며 독무후의 칭찬을 부정했다. 독무후는 머리를 쥐었던 손을 놓으며 뒷짐을 지었다.

“본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을, 어찌 부정을 하느냐?”

“…예,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곳엔 무슨  때문에 있었는고?”




독무후의 물음에 백서희는 염려 섞인 말투로 말했다.




“독무후님의 제자가 밤이 깊었는데도 독봉당으로 돌아오지 않기에, 걱정이 되어서 나왔습니다.”


“제자가 좀 고집이 강하긴 하지.”

독무후는 백서희를 바라보다 말했다.



“보러 가볼 테냐?”


“예?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전 외인이기에 수련을 훔쳐보는 짓은 할 수 없습니다.”


“무슨 대단한 것을 배우는 것도 아니니, 따라오너라.”



독무후는 그렇게 말하며 외각의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망설이던 백서희. 시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습을 감췄다. 타인,  가문의 수련을 엿봐선 안된다는 마음과 무림의 대선배인 독무후의 명 사이에서 갈등하던 백서희.



“오거라.”

“예.”



독무후의 재촉에 백서희는 그 마음을 구석진 곳으로 밀어놓고 그녀를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하게 된 무후당. 독무후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담벼락을 훌쩍 뛰어올라 그 위에 앉았다. 그녀는 옆자리에 손바닥을 툭툭 두드리며 백서희에게 앉으라 재촉했다.

백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독무후의 옆자리에 다리를 모으고 공손히 앉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보이는 당소소.


짤그랑!


독무후의 말대로, 대단한 무술은 아니었다. 그저 비수를 던져 목표에 맞추기만 하는 간단한 무술. 하지만 백서희에게 간단한  무술은 당소소에겐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으읏….”




당소소는 고통에 절여진 오른손을 움켜쥐며 바닥을 나뒹구는 비수를 바라봤다. 백서희의 눈이 가늘어진다. 당소소가 쉬지도 않고 수련을 한다며, 제발 말려달라는 말을 건넸던 일이 떠올랐다.


“삼 일 내내 저걸…?”

“무엇이 저 어린 것을 저리 독하게 만들었을꼬.”




독무후의 말이라도 들은 것일까, 당소소는 비수를 줍기 위해 비척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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