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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화 〉십오장[十五章], 독심괴취[毒深怪聚] 1 (94/130)



〈 94화 〉십오장[十五章], 독심괴취[毒深怪聚] 1

수심어취[水深魚聚].


물이 깊고 맑으니 물고기가 절로 모여든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독연과 유혈이 낭자한 이곳.

독이 깊으니 괴이[怪異]에 몸을 담은 자들이 한데 모여든다.

*


금색의 비단이 길게 드리워진 침소. 백진오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책장엔 다양한 고서가,반대편의 전시대는 다양한 골동품들이 올려져 있었다. 느릿한 움직임으로 탁자 앞에 앉은 그가 말했다.


“동정[洞庭] 벽라춘[碧螺春]. 꽤 알맞은 찻잎이야.”

백진오는 찻잎이 들어있는 항아리를 열었다. 가볍게 덖어낸 찻잎에선 그윽한 향이 흘러나왔다.




“여봐라.”

“예, 도방[都房]님.”

그의 부름에 시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침바람이 꽤 찼다. 시녀는 물주전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기의 옆에 있는 자그마한 화로를 집는다. 동봉해온 화섭자를 열어 화로의 불을 댕겼다. 백진오는 시녀가 가져온 물주전자를 작은 화로에 올렸다.




“손님이 오셨으니, 그만  봐도 좋다.”

“예.”




시녀는 홀로 앉아있는 백진오를 보며 의아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곧장 고개를 숙이며 침소를 떠났다. 백능상단의 단주대행인 그가 해왔던 수상한 행동은 모두 뜻이 있던 행동이기에. 시녀가 떠나자, 백진오는 팔을 걷으며 자그마한 나무상자를 열었다.


“팽자천수[烹煮泉水]라, 좋은 차는 곧 맑은 물을 끓이는 것에서 시작되니.”

열린 나무상자엔 종이로 싼 향이 있었다. 백진오는  하나를 집어 상자를 닫고, 청동으로 빚은 조그마한 향로를 조심스레 배치했다.


“분향정기[焚香靜氣]. 향을 피우는 것은 이곳에 머물고 있는 탁기의 정화[淨化]라, 차가 베푸는 자연을 더욱 고요한 상태에서 받아들이기 위함이다.”

백진오는 그 말과 함께 화로에 향을 지펴 향로에 꽂아두었다. 은근한 향이 묵은 공기와 섞이며 방안을 메워갔다.


“오룡포진[烏龍布陣]. 다기를 배열해 삼라와 만상을 구분한다….”


그는 손을 움직여 다기를 놓았다. 흑색의 찻잔이 그의 앞에 놓이고, 또 다른 흑색의 찻잔이 그의 맞은편에 놓인다.

“지켜보기 불편해 보이시는데, 앉아도 괜찮습니다.”


“꽤 복잡해 보이는군.”


고서가 꽂혀있는 책장의 뒤편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진오는 싱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물주전자를 들었다.



“교역을 위해 멀리 떠난 대방[大房]을 대신해 거대문파의 장문인, 대상단의 대방,  백 년 동안 그 지방을 다스린 호족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다례[茶禮]는 필히 숙달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쉽게도 난 차향보단 혈향과 더 가까운 사람인지라.”


백진오는 더운 물을 찻주전자에 부으며 말했다. 책장 뒤에 있던 사내가 모습을 보인다. 백진오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단혼사님.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태평하군.”

“촉한의 상국[相國]께서 직접 보수하신 사천의 곡창입니다. 태평하지 않을 리가요.”




단혼사는 못마땅한 얼굴로 백진오를 바라봤다. 백진오는 손등으로 찻주전자의 열기를 재고, 안에 들어있는 물을 다해[茶海]라 불리는 받힘그릇에 쏟아냈다. 그리고 앞에 엎어두었던 찻잔을 들어 수건으로 닦았다.



“앉으시지요. 잔을 데워야 하니.”


“마교에 대해선 알고 있나?”



수건을 닦는 손길이 잠시 멎었다.

“저희는 비단길을 걷는 상단입니다. 당연히 알고 있지요.”

“십마에 관해선?”


“제가 아무리 무공을 익히지 않은 상인이라지만, 강호의 위협을 무시하겠습니까.”



백진오는 말끔히 닦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칼날이 앞으로 향한다면 상단의 무사요, 칼날이 뒤로 향한다면 상품을 탐하는 도적이었으니. 상단에게 무림인은 여러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알고 있지요.”

“지금 십마의 일원인 독마 류시형이 수하를 이끌고 이곳 도강언에 잠복해있다.”

단혼사의 말에 백진오는 크게 웃으며 찻잎을 찻주전자에 넣었다.



“핫핫. 도강언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자로서 그걸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직접 찾아오신 연유가 그것이었군요.”


“그래. 당가에서도 독마를 토벌하기 위해 녹풍대를 파견했다. 자네는 피난을 준비해두도록.”


“독천의 친위대인 녹풍대를 파견했다라. 상당히 위급한 사안으로 판단하셨습니다. 헌데….”




단혼사의 조언에, 백진오는 더운물을 찻주전자에 붓는다.



“왜 그래야 하지요?”


“…뭐?”


“독마와의 격전에 지레 겁먹어 대피한다면 하루. 싱거운 결투에 하루, 수습에 이틀 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하는데 또 하루.”


백진오는 부글거리는 찻잎을 바라본다.



“총  일간의 손실. 귀 가문에서 부담하실 겁니까?”


“꽤 무례하군.”

단혼사는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백진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맞습니다. 무례하지요. 그렇기에 저희가 당문의 심기를 거슬리는 짓을 하겠습니까?”

“무슨 뜻이지?”

“대피는 없습니다.”

백진오는 찻잔에 차를 따랐다. 연녹색의 물결이 잔을 매워갔다.



“백능상단의 호법, 시인[矢人]과 묵객[默客]이 그들을 막아설 테니. 그들이라면 독마와도 겨룰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찻잔에 담긴 차를 큰 그릇에 비웠다. 단혼사의 표정이 굳었다. 백진오는 그 표정을 보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들과는 구면이시겠군요.”

“…이곳에 있었나?”


“달리 있을 곳이 있겠습니까?”




단혼사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사천성을 벗어나지 못했고, 황천에라도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래, 이곳에 있겠지.”

“백능상단을 걱정해주신 그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차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백진오가 단혼사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단혼사 쪽에 놓았던 찻잔은 여전히 뒤집혀있는 상태였다. 단혼사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음흉한 놈.”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절 칭찬해주시는 분은 단혼사님 밖에 없을 겁니다.”

“상대를 꽤나 위협하고 다니나 보군.”

단혼사는 백진오의 축객령에 굳이 대응하지 않고 콧방귀를 뀌며 그를 지나쳤다.

“시인과 묵객은 네가 다룰 놈들이 아니다.”


“금전으로 모든 것을 살 순 없지요.”

백진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찻잔에 차를 따랐다.



“하지만 대부분은 금전으로  수 있지 않습니까?”



찻잔을 들어 색을 탐닉하고, 향을 음미한다.

향기로 사람을 놀라게 해 죽인다는 뜻에서 붙여진 벽라춘의 또 다른 이름인 하살인향[嚇煞人香]. 아찔한 향취에 백진오는 눈을 감는다. 한 모금을 머금고, 찻물을  위로 굴린다.

과일나무를 이웃해서 자란 찻잎이었기에, 연한 녹차의 맛 사이로 풋풋하게 묻어나는 과일 향이 느껴진다. 화려한 복색의 여인이 살짝 드러낸 살결과도 같았다. 고작 찻물 한 모금에 느껴지는 감흥에 백진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만고의 충신도, 천하의 안위도. 몇 가지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대단해 보이는 것들도  것 아닌 철전 쪼가리를 따라간다는 게지요.”



그 감흥에 취했는지, 평소라면 하지 않을 감정을 비친다. 단혼사는 백진오의 말에 문을 열며 말했다.

“명심해라. 사천이 흔들리면 마교의 본산이 움직인다.”

“전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단혼사님.”



백진오는 찻잔을 홀짝였다.

“언제든지.”




*



계단을 거슬러 오르는 인파의 물결을 걷는 독무후의 발걸음은 다소 나른해 보였다.



“컥!”


비수가 날아 숨통에 박혔으며,



“팔이, 씨발!”

철침이 혈도를 찢자 팔이  늘어졌다.



“쉬익, 쉬익!”

쇠구슬은 목을 꿰뚫어 안식에 들게할 숨결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의미 없는 짓들을.”


역류하는 사람의 물결은 쏟아지는 피가 되어 아래로 쏟아졌다. 독무후는 장포에 한쪽 팔을 걸치고 그들을 내려다 봤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며 안광을 뿜고 달려드는 이들의 걸음은 계단 아래로 흘러내리는 끈적한 핏물에 멈춰섰다.


독무후는 장포에 넣어둔 손목을 비틀어 주머니 하나를 움켜쥐었다. 다섯 개의 쇠구슬이 자그마한 손에 쥐어졌다.

“…우스운 꼴이군.”




독무후는 자그마한 자신의 손을 비웃으며 쇠구슬을 뿌렸다.


천 개의 구슬을 뿌린다는 독무후의 암기술, 천잔산구[千殘散球].

건성으로 내민 손길이었다. 느릿하게 날아드는 쇠구슬엔 전혀 건성처럼 보이지 않는 신묘한 무리[武理]가 담긴다. 그리고, 맹독마저 찢는 벼락마저도.

콰드득!


다섯 개의 쇠구슬은 뇌기를 담고 계단의 위쪽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살이 찢겨나가고 뼈가 으깨지며, 종국엔 벽에 긴 상흔을 내며 박혔다. 계단을 틀어막고 있던 십 수명의 인파가 한 수에 으스러져 아래로 나뒹굴었다. 독무후는 쇠구슬을 뿌린 손가락을 천천히 꺾었다.


“천잔산구는 본래  개의 구슬을 뿌리는 것인데 말이지.”

독무후는 그 말과 함께 아래를 내려다 봤다. 그녀가 보이는 무위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들이었다. 독무후는 얼굴에 어린아이의 순수가 담긴 웃음을 그렸다.

“강호에선 어린아이와 노인을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당소소는 침을 꼴깍 삼키며 겁에 질려있는 그들을 바라봤다.

마공은 본디 사람의 마음을 마성[魔性]에 적셔 사람의 마음으론 연성할 수 없는 무공을 다루는 것이었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마공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간의 감정은 마비되고 욕망만이 남는다.

그러나 그들은 독무후의 무위를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마성을 밀어내는 이성은 발걸음을 뒤로 움직이고 있었고, 인간의 본능은 부정하고 싶은 경악에 사로잡혀 있었다.
당소소는 이런 경향을 보이는 이들의 경지를 잘 알고 있었다.

“정예가 아니네요.”


“호오, 어찌 그렇게 생각하느냐?”



독무후는 그렇게 물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발걸음에 묻어나는 피가 찰박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그 누구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피에 젖은 계단을 바라보던 당소소는 잠시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독무후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이성이 남아있어요. 아직 마인[魔人]의 경지를 밟진 못했다는 거죠.”


“마인?”


백서희는 공포를 이기고 달려든 무인의 복부를 가르며 물었다.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와 백서희의 얼굴을 적신다. 당소소는 몸을 움찔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는 무공경지를 다른 식으로 불러. 마공에 갓 입문한 자는 마졸[魔卒]. 이류무인정도의 경지야. 마공의 마성이 심중에 자리잡은 이는 마인[魔人]. 일류무인이지. 그리고….”

쐐액!

당소소의 설명은 더 이어지진 못했다. 날아든 화살이 그녀의 눈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화살은 당소소의 눈에 박히긴커녕, 마주 날아온 쇠구슬과 부딪혀 애꿎은 벽을 쑤셨다.


“내 제자가 말하고 있잖느냐. 하찮은 마구니들아.”


독무후는 웃음을 지우고 장포에 손을 넣었다. 구슬들이 손길에 쓸리며 들리는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그들에겐 삼도천이 흐르며 들리는 귀곡성같았다.


팟, 파앗!

다시 펼쳐지는 천잔산구.


“컥, 커억!”


 더미의 무인들이 쓰러진다. 아래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독무후는 그 길을 천천히 걷는다. 감히 막아서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독무후는 그들을 곁눈질하며 생각했다.


‘탐색이라기엔 쪽수가 너무 많고, 토벌이라기엔 오합지졸들이다. 그렇다면 목적은….’

계단의 밑부분을 걷는 독무후. 길을 틀어막는 무인들이 썰물이 빠지듯 물러섰다. 백서희도 이변을 느꼈는지, 독무후에게 말했다.

“독무후님, 저들의 움직임이….”

“그래, 시간을 끌고 있구나.”

독무후는 계단을 내려와 진각을 밟았다. 혼비백산한 무인들이 다급한 뒷걸음질로 멀어졌다. 장포에 넣지 않은 손에선 방전이 일어난다.



“꺼져라.”


머뭇대는 상대들. 복색이 다른 사내가 칼을 휘두르며 외쳤다.



“무엇을 겁먹느냐? 마웅대[魔雄隊]의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


“꺼지라고 이르지 않았느냐?”


“칵, 커억!”

마웅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의 목에 감긴 철사가 숨통을 조르고 있었기에. 목줄기의 연약한 피부는 예리한 철사에 긁혀 핏방울을 토해내고 있었다.




“무엇이 오고 있으며, 도강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말, 말해줄 성싶으냐…. 그르륵!”

철사를 타고 전류가 흐른다. 경련하는 마웅대 대장의 몸. 그러나 물러선 무인들은 움찔거리기만  뿐,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마교의 소모품으로 키워진 마웅대의 무인들조차 느낄  있는 독무후의 무력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으니.

독무후는 뇌기를 거두고 철사를 당긴다. 숨통을 조여오는 예기에 이성이 마비되어간다. 사내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독무후는 부들거리는 그의 머리를 발로 짓눌러 고정했다.

“네 속셈이 무어냐.”


“그륵, 그르륵….”

이성을 잃을 정도의 고통에도 거품만을 뿜어내며 대답을 거부하는 사내. 독무후는 철사를 당겼다.

그리고.


“이젠  수하가 된 이인데, 너무 가혹하게 하진 마시지요. 이모할머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소소의 숨결이 일순간 멎었다. 독무후는 철사를 놓고 손을 아래로 뻗었다. 방전이 일어나며 피를 씻어냈다. 보랏빛의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공기를 더럽혔다.


목소리를 따라 인파가 갈린다. 청년 한 명이 걸어온다. 뿔이 달린 뱀이 수 놓인 흑색의 장포가 펄럭인다. 독무후는 자신의 제자를  빼닮은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거만한 입을 닫거라.”


독무후는 손을 뿌렸다. 한 줌의 뇌전이 일었다. 열풍은 가속했고, 한 마리의 나비가 강철로 짜낸 날개를 파닥였다. 청년은 다급히 손뼉을 치며 사이한 기운이 묻어나는 주문을 외웠다.

“아, 우, 움. 야마칙령암.”


 음성에 반응해 청년의 뒤에서 튀어나오는 두 명의 인영[人影]. 시체와도 같이 창백한 혈색의 그들은, 양팔을 펼치며 나비의 비행을 막아섰다.

스륵.

파육음은 없었다. 나비의 오른 날개는 그들의 목을 날렸고, 왼 날개는 사지를 도려내 바닥을 나뒹굴게 했다. 사방에 흩뿌려지는 검은 피. 하지만 그 피보라 속에서도 나비의 비행은 멈추질 않았다.




“이게 독무후의 촌철[寸鐵]과 살인[殺人]중, 살인인 쌍살호접인[雙殺胡蝶刃]이로군요.”



채 막지 못하고 어깨에 박힌 쌍살호접인. 그는 어깨를 깊게 베어내고 가슴을 찌르고 있는 독무후의 비수를 뽑았다. 피는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당혹과, 공포가 혈액 대신 상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마교의 비술에 의해 경직이 일어난 얼굴엔 감정이 없었다.

“그들의 비열함은, 우리의 정의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그는 쌍살호접인을 흔든다. 그리고 입꼬리를 들어 올려 웃음을 꾸며냈다. 당소소가 가슴을 움켜쥐고 피에 젖은 바닥에 주저앉는다. 독무후는 슬쩍 당소소를 돌아본다.



“못난 스승이라,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철컥!

독무후는 장포를 묶고 있던 혁대를 풀었다. 장포가 아래로 늘어지며  안의 무수한 암기가 드러났다.

“그렇다면…. 나머지 약속도 지킬 필욘 없겠지.”




장포가 부풀어 오른다. 뇌기가 꿈틀거린다. 먹구름이  듯 그녀의 주변엔 회색의 독연이 일어났다.




“제 피를 배반하고 마교의 골수를 빠는 당가의 배신자야. 네 죽음은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끝내주도록 하마.”

독무후의 발언에 그는  이상 연기를 하지 않았다. 연기의 허위를 걷어낸 입엔 쾌락에 젖은 웃음이 있었다. 피가 뿜어지지 않는 상처에선 별안간 녹색의 독액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그 상처를 움켜쥐며 말했다.

“당가의 태상호법이자 오독문의 문주, 독무후.”



녹색의 독액이 안개처럼 퍼진다. 길게 찢긴 어깨의 상처가 녹색의 안개 속에서 점차 아물어간다. 독무후는 그 광경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독각혈사연.”

쌍검무쌍의 작중, 독각혈가주인 독마 류시형이 사용하던 독문무공이었다. 당소소는 힘겹게 숨을 되찾으며 당혁을 바라봤다. 당혁은 공포에 젖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당소소를 마주하며 웃었다.

“독각혈가의 소가주, 당혁이 새롭게 인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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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르님께서 10초만에 그린 당소소입니다.


10초인데도 당소소의 디테일을 모두 캐치한 팬아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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