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야사[野史], 미월지사[美月之事]
우선, 좋지 않은 공지로 찾아뵙게 된 점 죄송합니다.
차기작을 계약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편독심은, 당분간 쉬어가게 되었습니다.
복귀가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이도나이인지라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이 글로는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기가 힘들지 않나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절대 연중하지 않겠다는 약속, 2부를 플러스에서 쓴다는 약속….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조아라 공모전 탈락, 노벨피아 입성, 그리고수많은 후원들과 이벤트들로 근근하게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생활들. 그리고 집안의 독촉. 그와중에고맙게도 계약해주신 편집자님….
외면해왔지만, 그리고 아쉽지만…. 제 필력도 이제 한계에 달한 듯합니다. 준 비없이 쓴 대가가 결국 찾아온 것 같네요.
떨어지는 조회수, 불안한 2부의 미래와 늘어진다는 제 느낌적인 느낌이 너무 힘드네요.
당소소의 만천화우…. 보여드리겠다고 했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차기작은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찾아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뭐야, 씨발.”
하루아침에 잘 보고 있던 소설이 끝났다. 연중의 빈도가 다른 장르에 비해 빈번한 장르의 글이라지만, 이 작가는 괜찮을 줄 알았다. 일일연재를 한다며 호언장담을 하더니, 실제로 꽤 오랜 기간 동안 지켜왔으니까.
화면을 끄고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켰다.
아니, 사실 불안하긴 했었다. 종종 비치는 생활고의 토로도 있었고, 난데없이 글이 안 써진다며 푸념을 하던 작가의 말들이 있었으니까. 100화에 가까워 오면서 갑작스레 들쭉날쭉하는 연재주기도 그렇고.
‘아니 지가 돈 없어서 2부를 노벨피아 플러스에서 연재한다며?’
코웃음이 나왔다.
다른 척 하더니 너도 똑같은 새끼였구나.
난 시선을 들어 켜진 모니터를 바라봤다. 마우스를 쥐어 바탕화면에 표시된 인터넷 로고를 클릭해 노벨피아에 들어갔다. 그리고 작가의, 아니. 이젠 일반인 새끼의 닉네임을 클릭해 쪽지보내기 메뉴를 클릭했다.
- To. 천사같은
공란을 바라보는 내 눈은 분명 분노가 역력했을 것이다.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예로부터 여러 개의 아이디는 훌륭한 대화수단이었다.
- 정말 실망이네요. 하긴, 그 글 실력으로 유료는 무슨 유료입니까?
“흠.”
물음표를 찍고 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아이디로 로그인을 한뒤,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어떤 말을 해야작가를 좀 더 골려먹을 수 있지?’
- 첫 챕터에서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것부터 알아봤지 ㄹㅇㅋㅋ 로맨스판타지 냄새 씹오지더라
좋다.
보내기를 눌렀다.
- 대체 왜 이딴 소설을 쓰면서 무협에 대한 모독을 하는 것이지? TS, 무협, 악역영애? ㄹㅇ 걍 누렁이도 거르겠네 ㅋㅋ 이건 무틀딱이 아니라 무응애도 서명안하지 ㅋㅋ
이것도 괜찮네.보내기.
- 딴에는 공모전 1등 하다가 떨어졌다고 멘탈 나갔던데, 작가님이 더 잘 썼으면 붙었겠죠? 왜 억울해하셨지 ㅋㅋ
요놈도 맘에 든다. 보내기.
- 차기작? 연중하는 사람의 작품을 누가 사 봄?
보내기.
“얼추 된 것 같긴 한데. 하나만 더 보낼까?”
- To. 천사같은
쪽지창을 띄워놓고, 마우스를 두드리며 전형적인 유형의 레퍼토리를 생각했다.
- 초반에 대화 보니까 사회생활을 전혀 안 해보신 것 같던데, 작품에서 하차하신 김에 상하차하러 가셔서 사회생활을 겪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음, 좀 약한데.
백스페이스를 눌러서 지웠다.
- 당소소 불쌍해ㅠㅠㅠ 어뜩해ㅠㅠㅠㅠ 작가?님? 양심?이 터진?듯?
더 약하고.
- ㄹㅇ 억지 사건 전개해서 주인공 불행프레임 씌워서 팔아먹다가 사건 감당 안 되니까 튀는 것 좀 봐ㅋㅋ 작가님, 아니, 일반인님. 다시는 소설 쓴다고 기어오지 마쇼.
“뭐 이정도면 되겠지.”
보내기를 누른 뒤 만족스런 표정으로 인터넷을 종료했다.
새끼, 남의 눈에서 눈물내면네 눈에선 피눈물 나는 거야.
“어디 월클인 척 해. 지 말고 TS물 볼 거 없는 줄 아나.”
가볍게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음, 자고 일어나서 소고기나 한사바리 할까?’
만족스러운 노동이었다. 그리고, 꽤 만족스런 환경이기다리고 있었다.
자취방-자취방이라기엔 너무 컸지만.-은 꽤 안락했고, 부모님의 지원 덕에 생활도 썩 윤택했다. 직업은, 일인가구 사설경호업체라고해둘까. 물론 경호업에 필요한 도구 또한 철저하게 갖춰 놨다. 에어프라이어, 하이엔드 컴퓨터. 짱짱한 인터넷과 큰 냉장고에 쌓여있는 주전부리들.
난 프로아들이니까.
지이잉-
핸드폰이 울렸다.
“뭐야?”
스마트폰을 들어 대기화면을 확인했다. 최신폰에는, 최신에 쪽지가 왔다는 안내가 보였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화면을 훑어 내용을 확인했다.
- From. 천사같은
코웃음이 나왔다.
새끼, 좀 마음 아픈가봐? 어딜 감정을 지배하려고 들어.
-감당 안돼서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인생 끝나나? 말투 봐라. 몇 개 더 보내줘야겠는걸.’
즉흥적으로 보낸 이의 아이디를 찍은 뒤, 쪽지를 보냈다.
“죄송, 하면…. 인생, 끝남? 독자들의, 마음은….”
지이잉-
난데없이하나 더 날아온 답장 덕에 쪽지보내기가 취소됐다. 눈을 찌푸리며 답장을 확인했다.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
“단답으로 뭐라는 거야?”
답장을 삭제하고 다시 쪽지보내기에 들어갔다.
지이잉-
“에이 씨팔,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안 드네.”
작가의 답장을 눌러 확인했다.
-감당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남한테 알려달라는 거야? 진짜 찌질한거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떤 인간군상인지단어선택, 대화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답장을 보니 별 것 아닌 사람에게 이런 열을 쏟았나싶어 허탈해졌다.
“그냥 한 숨 자고 히로히로나 봐야겠다. 요새 성실하게 연재하던데.”
눈을 감았다.
잠이 몰려왔다.
알려달라고.
‘뭐야.’
알려달라고 물어봤잖아?
“눈을 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데 이거? 씨발, 뭐야?’
“난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 그러자 낯선 서술이 들려왔다.”
그럼 그렇게 똑똑한 네가 억지 사건 감당해보라고.
‘어?’
*
“어?”
몽롱하던 정신이 퍼뜩 명료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다소 허름해 보이는 정원이 보였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중국복식의 사람들이 보였다.
‘저거 한푸인가?’
눈초리가 가늘게떠졌다. 옆에는 예쁘장한 여자가 자신을 보며 사색이 되어 있었다. 곱게 빗어 묶고, 강아지상의 눈망울이 퍽 귀여웠다.
“야, 야!”
그 여자가 내 등짝을 때리며 잔뜩 목소리를 죽여 귓속말했다. 꽤 매운 손길이었다. 난 그 손길을 피하며 말했다.
“아야, 뭐하는 거야? 저 아세요?”
어? 뭐야. 목소리가 좀 앙칼지다?
“……?”
“…….”
내 앞에 있던 여성도 내 목소리가 이상했던 모양인지, 픽 웃었다.
“이게 혼나기 싫으니 미친 척을 하는구나. 어제 새로 들어왔다고 했던가? 신입이 꽤 명랑해.”
다소 앳된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주홍빛의 낡은 비단옷이 있었다. 흑단 같은 머리는 반 정도 묶어 올린 머리를 금박이 벗겨지기 시작한 비녀로 고정시켰다. 심술스레 꺾인 작은 입술, 그 위를 따라 보이는 흐린 보라색 눈동자.그 소녀는 손가락을 들어 내 옆에 있던 여자를 가리켰다.
“야, 너.”
“…예, 아가씨.”
“이름이 뭐야?”
“하연입니다, 아가씨. 이제 저도 독봉당에 온지 꽤 되었습….”
눈이 찌푸려졌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기억에 있었다. 아니, 잊을 수가 없는 이름이지. 난 고개를 내려 내 몰골을 확인했다. 그녀들은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대화를 이어갔다.
“너 따위의 이름을 내가 굳이 기억해야하는 건가?”
매몰찬 소녀의 말에, 하연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 사랑스러운 신입시비를 어떻게 괴롭혀줄까….”
소녀는 아래로 꺾었던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날 노려봤다. 난 싸늘한 그녀의 시선을 느꼈지만, 급격한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씨발, 뭐야 이 우유통.”
달려선 안 될 것이 달려있었다.
“…하연.”
“예, 소소아씨.”
“독봉당 하인들 전부 집합시켜.”
“…….”
“대답?”
“예….”
그리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다.
내 기억과는 분명히 다른 소소아씨가 내게 다가왔다.
“어….”
“우리 신입은 이름이 뭘까?”
상냥한 그 목소리에 난 내 이름을 곱게 말해주었다.
“뱍독자….”
“후후….”
하연은 소소아씨와 내가 서로 통성명하는 꼴을 가만두지 않았다. 그녀는 황급히 내 옆구리를 찌르며 소소아씨에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얘는! 아름다울 미[美]에 달 월[月]자를 써서 미월이라며. 얘가 더위를 먹었나봅니다, 아가씨. 제가 따로 데려가서 주의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아. 중요한건그게 아니잖아?”
소소아씨는 입가를 가리며 쿡 웃었다.
“감히 날 거슬렀다는 것이 중요하지.”
“헉.”
헛바람을 삼키는 하연. 천천히 내리는 소소아씨의 손길에는 상쾌한 웃음이 묻어나왔다.
“한 다경 안에 모두 집합시켜.”
“네….”
하연의 대답을 들은 소소아씨는 몸을 돌려 침소로 향했다. 아니,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다소 염려를 담아 말했다.
“참.”
“네, 아씨. 말씀하시지요.”
“제 시간에 오지 못하면 애월루에 팔아버릴거니까 서둘러 오는 게 좋을 거야. 요새 꽤 험한 손님들이 찾아 왔다던데….”
“…….”
하연이 사색이 되었다. 소소아씨는 그 표정을 구경하며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니까, 천천히 와도 괜찮아요. 우리 독봉당의 시녀님. 내가 설마 시녀님들을 헐값에 기루에 매매하겠어요?”
“…반드시 시간 안에 집합하겠습니다.”
“어머,난 강요한 적 없었는데. 너희가 자발적으로 오는 거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씨.”
하연의 대답에 소소아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난 그 익숙한 모습을 바라보고, 낯선 행동에 눈을 비볐다. 그리고 매콤한 주먹이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야!”
“이, 이 너 뭐하는 거야!”
하연이 소리를 빽 지르며 날 다그쳤다.
뭐라는 거야?
“내가 어제부터 말했잖아? 당소소 아가씨 지금 백능상단의 아가씨때문에 화 잔뜩 났다고.”
뭐라는 거야?
“어휴. 내가 못 살아. 요즘 좀 잠잠하나 싶었더니. 가뜩이나 다른 하인들이 독봉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어리버리한 신입이 들어왔으니….”
“저….”
카랑카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영 어색했다. 활자만으로 보던 세계가 너무나도 낯설었다. 그래. 낯설 수밖에 없지.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전 그, 꿈을 꾸고 있는 거 같거든요….”
“뭔 소리야, 얘는. 독봉당이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정신병으로 빠져나가려고 해?”
하연은 내 말을 듣더니 곧장 내 볼을 꼬집고 당겼다.
“아, 아파…!”
“그럼 아프라고 당기지, 일 터뜨린 애를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는 거겠니?”
“아니 그게 아닌데….”
이거 뭐야. 이거 꿈 아니야?
씨발 뭐야 이거.
빙의물에 빙의한 거야?
“정신 차려.”
“아니, 음….”
“첫 근무가 독봉당이라 나도 안타깝지만, 여긴 정신을 차려야해. 그 누구도 널 봐주지 않을거니까.”
“그게아니라 당소소가 좀 이상한데….”
볼이 더 길게 늘려졌다.
“아아아!”
“이게 아가씨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들으면 어쩌려고.”
하연은 날 꾸짖으며 볼을 놓았다. 빨개진 볼이 쓰렸다. 심통이 난 하연의 표정을 보며 생각했다.
‘이상하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구나. 다른 의미겠지만….’
난 볼을 감싸 쥐며 주변을 돌아봤다. 허름했다. 너무 허름했다. 그럼, 답은 하나였다.
“저, 가주님께선 지금 무림맹에 계시죠?”
“맞아. 집안에 계시는 일이 드물지.”
“사천교류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요.”
“당장 며칠 전 당가에서 치렀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 그…. 아가씨가 독에 중독돼서 쓰러지진 않으셨죠?”
“…….”
하연은 나를 병신 보듯 봤다.
결론이 나왔다.
“좆됐네….”
좆됐다.
난 김수환이 깃들기 전, 절호조의 히스테리를 뿌리고 다니던 독봉당의 하녀가 되었다.
하연은 내 말을 듣더니 다시금 볼을 잡아당겼다.
“아야, 아야! 그만 잡아당겨요! 폭력 멈춰!”
“멈추긴 뭘 멈춰? 애월루에 팔려가서 네 인생이 멈추게 생겼는데. 좆된 거 알았으면 빨리 네 선배들이나 부르고 와! 내가 바깥에서 일하는 이들을 불러올 테니….”
하연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독봉당을 나섰다. 그 광경을 멍하니 보며 난 없어야할것을 만졌다. 그리고, 볼을 긁었다.
“이걸 어떻게 감당 하냐?”
박독자. 아니, 시비 미월. 전입 이 일차에 또라이 중 상또라이 보스, 악역영애 당소소의 심기를 건드렸다.
꽤 심하게 좆됐다.
야사[野史], 미월지사[美月之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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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외전에 놀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바짝 긴장한 분위기를 좀 풀어보고싶었서요.....
우려하시는 마음, 기대해주시는 마음.... 모두 다 감사합니다.
철렁하셨을 독자분들을 위해, 사죄의 뜻에서 믿음을 좀 드리겠습니다....
일편독심 2부 표지 러프입니다.
헤세님께서 고생해주시는 중입니다.
이자리를 빌어 헤세님에게, 헤세님에게 의뢰할 수 있는 힘을 주신 독자님들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당소소의 만천화우까지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