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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화 〉십칠장[十七章], 성하유랑[星下流浪] 15 (119/130)



〈 119화 〉십칠장[十七章], 성하유랑[星下流浪] 15

묶은 머리가 흔들렸다. 창가를 통해 불어오는 바람은 후덥지근했다. 그 덕에 바람결에 순천단을 섞어 넣을 수 있었다. 숨을 들이쉬었다. 뻐근한 고통이 전신을 짓눌렀다. 무너진 단전에선 독기가 주룩주룩 흘러나왔다. 뇌기는 통제를 잃고 몸의 곳곳으로 튀었다.


‘만류[萬流],’


숨을 내쉬었다. 단전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온몸으로 스미는 기분이었다. 흘러나온 독기가 배를 짓누르는 고통을 녹이고, 통제를 잃은 뇌기는 당소소가 이끄는 만류귀원신공의 기운을 따랐다.

‘귀원[歸元]하나니.’


만류귀원신공의 핵심구결을 떠올리자, 움켜쥔 주먹에선 연약한 근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력이 느껴졌다.

“어찌. 어찌…?”


당혁은 피를 토하며 의문을 가졌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라면 당소소는 내공을 가질 수 없었다. 만성적인 학대의 흔적은 당소소의  안에 지울  없는 상흔을 남겼고, 혈도는 독기에 녹아내렸고 단전은 바스라 졌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나 내공을 쌓았다. 열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만류귀원신공을 연성해냈고, 지금 바로 눈앞에서 몸에 내공을 담는 경지를 이뤄냈다.

믿을 수 없었고, 또한 그래서는 안됐다.

그녀는 언제나 패배자로 남아있어야 하니까. 자신의 아래에서, 불우를 저주하며 무기력하게 실험체로 쓰여야 했으니까.

“넌 그래선 안 돼. 넌 내 아래야.  평생 패배해야만 해.”


당혁은 코피를 줄줄 흘리며 당소소에게 달려들기 위해 한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허나 거목의 뿌리처럼 굳건하던 하체는 순간 뒤틀리며 당혁의 중심을 흔들었다.

“어…?”


당혁이 휘청거렸다. 그 대신 당소소가 한발을 앞으로 내딛어주었다. 당혁은 두 동공을 떨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독인가? 아니다. 독이 들을 리가없다.  독각천시를 익혔다. 내가 독공의 종주다. 내가 사천당가를 살릴 위인이야! 난 사천당가의 독과 독각혈가의  모두를익혔다. 내가 재능도 없는 하찮은 네게 무너질 리가 없단 말이다!”


당소소는 그 울부짖음에 부딪혀주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당혁은 서둘러 허리춤을 뒤져 단검을 뽑았다. 황급한 그 손짓에 손가락이 베였다. 뭉글 솟아오르는 피. 당혁은 황망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내, 내 독각천시. 내 무공. 내, 내 미래.”

“…….”

“오지 마.”

단호한 걸음은 절망을 기다리지 않았다. 당혁은 처음으로 뒤로 물러섰다. 바들거리는 다리는 서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그는 서둘러 소매를 흩뿌리며 당소소에게 독연을 뿌렸다. 녹색의 분말이 흩어지며 당소소의 앞을 막아선다.

“내 명령이 들리지 않아? 오지 말란 말이다!”

그래도, 걷는다.

이미 뇌린은루의 독성이 온  곳곳으로 퍼져 웬만한 독으로는 그녀를 저지할 수 없었다. 주황색, 적색, 보라색, 투명한 아지랑이. 형형색색의 독이 발치에 깔리며 당소소를 위협했다. 당소소가 회룡피갑을 낀 손을 휘둘렀다.

만독통치[萬毒統治].

소설에서 붙여진  이명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찐득한 독무를 가볍게 흩어내고 길을열었다. 그 곳으로 한걸음. 질척거리는 독기는 당소소의 옷깃을 잡기 위해 엉겨 붙었지만, 혈맥을 휘돌고 있는 뇌린은루의 기운은 그 침노를 허락하지 않았다. 당혁은 발작하며 품을 뒤져 비수를 내던졌다.

불인독수[不刃毒手].

천개의 칼날에 베여도흠집조차 나지 않는다는  명성. 날아든 비수를 쳐낸 당소소의 손길로 증명되었다. 독무후의 뇌기가 감도는 육체는 비수를 순식간에 인지했고, 내공이 실린 손길을 뻗어 비수를 잡아챘다.

“…하.”


당소소는 그 비수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삼양귀원의 묘리? 없었다. 내공? 그 또한 없었다. 비수에는 독각천시가 사라진 당혁의 민낯이 비쳤다.

독공으로 쌓아 올린 힘. 독공으로 쌓아 올린 내공. 독공으로 쌓아 올린 명예. 독공으로 쌓아올린 자존감.

그리고  독공마저도, 당가의 것으로 이루지 못해 남의 것을 빌린  모습. 정도를 걷지 못하고 비인외도를 걷고 나서야 겨우 얻어낸 성취.

우스웠다.

이런 자의 손에 쓰러질 이들이 아니었다. 당가의 제독전, 녹풍대원, 단혼사. 그리고그의 손에서 명을 달리한 수많은 실험체들.  어긋난 자의 탐욕 따위에 희생될 자들이 아니었다.

“있잖아.”


당소소는 손가락으로 비수를 휘돌리며 입을 뗐다. 당혁은 그 목소리에 발작하며 속에 있는 독기를 뱉어댔다.

푸확!

당소소는 인상을 찌푸리며 회룡피갑으로 얼굴을 가렸다. 앞선 독들이 그렇듯, 뇌린은루의 기운은 차마 침노하지 못했고 회룡피갑의 너머는 감히 넘보지도 못했다. 회룡피갑의 비늘을 따라, 독액이 흘렀다. 당혁의 입가에도 독에 젖은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쿨럭, 크륵! 이건, 중독…. 말도  돼. 내가, 어찌.”

그의 꼴은 우스웠다. 독공의 천재가 독에 중독됐다는 것만큼 우스운 꼴이  있을까.

하지만, 그가 별이라는 것은 부정할수 없었다. 독공에 뛰어났기에 그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마교에 투신한 원작의 독각음녀와는 달랐다. 그는 주도적으로 마교와 접촉했고, 그들이 내민 마공을 훌륭하게 받아들여 인격을 유지해 당소소의 예측을 벗어났다.

둔재로서 그의 천재성을 선망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일 것이다. 그저 별을 바라보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인 자신은, 평생 별에 미치지 못할 것쯤은 깨닫고 있었다. 손을뻗어도, 아무리 걸어도, 미치도록 갈망해도 닿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당소소가 웃었다.


“내가 당소소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백서희였다면 그 별이 될  있었을까? 운령이었다면, 주인공이었다면. 그 별이 될 수 있었을까? 그저 올바른 자세로 암기를 던지는 삼양귀원의 자세를 수  연습하던 자신에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아니었다.

그렇기에 당소소라 다행이었다.

그렇기에 사천당가라 다행이었다.

‘하늘에 뜬 별이 너무 밝아.’

별을 찾아 떠돌던 그녀의 걸음은 어느새 멈춰있었다. 자괴의 늪은 그만큼 깊었다. 발을 붙잡은 공포는 단단했고, 몸에 묻어있는 나태라는 진흙은 지독한 악취를 풍겼다. 별에 닿을 수 없다는 납득은 별을 바라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깨달음은 자괴의 늪에 처박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왜 너희만 빛나는 거지. 왜 난 그 곳에 미칠  없는 건데.

화가 났다.

그녀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다시 손을 뻗었다.

“내가 너희가 될  없다면….”


소름끼치는 웃음이 그녀의 입술에, 얼굴에, 전신에, 그녀가 쥔 비수에 어려 있었다.

“너희가 내가 되면 되는 거잖아.”

그들을 끌어내릴 각오가 부족했었다. 재능없는 자신을 몰아세우는 모든 것에 분노하지 못했으니, 부족한 자가 어찌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모를 수밖에.

-무란 무엇일까, 소소야.

‘상대할 수 없는 적에게 저항하기 위한 수단.’

-강호엔 수많은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지. 마치 신화 속의 괴물마냥, 삼십년의 세월을 단 하루만에 단축시키는 놈들도 있는가 하면 백일의 시간동안 수천 년의 세월을 부정하고  뛰어난 무술을 창조해내는 자들도 있어.

‘그렇다면 우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따라잡는다.그것이 당문의 가풍인 실용.’

당진천이 일러준 당가의 가풍이 그녀의 팔을 들어올렸다. 이것은 방법이었다.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를 잣대삼아 선을 긋거라. 그 선을 따라 감정을 통제하거라.

-감정은 곧 사람의 힘. 너희의 감정은 고통이 아닌 너희의 힘이다.

-그렇게 역경 앞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마음을.


‘의지, 혹은 심혼이라 말한다.’

독무후가 가르친 심혼이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 이것은 동기였다.

차가운 금속이 매만져졌다. 겨눠진 곳에는 별이 있었다. 그녀가 평생을 찾아헤매던 별들 중 하나가 보였다. 그것의 이름은 천재였고, 혹은 재능이라 부르기도 했다.


“무슨, 개, 소리야…!”


당혁은 토해낸 피를 흩뿌렸다.독액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그다지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뺨으로 튀는 산. 치직거리는 소리에 당소소는 엄지손가락으로 뺨을 훑었다. 그리고 비수는 당혁의 어깨를 꿰뚫었다.

“큿, 으윽! 고통…. 고통이. 이 내가 고통이라니!”

“넌 독공의 재능을 이용해 다른 것에도 천재가 되고자 했지.”

당혁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시 뒤로 물러섰다. 당소소는 독무를 헤치며 조용히 걸어오고 있었다.

“난 네 재능이 너무 싫다. 거기에 모든 이의 재능이 너무 탐나. 그리고 재능이 없는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워.”

“패배자같은 소리를…. 재능이 없다면, 그들을 쫓아갈 생각을 하면 되는 것….”

“아니. 이젠바라보지 않을 거야.”

당소소는 당혁의 목을 움켜쥐었다. 독액과 약효가 부딪히는 근육은 경련할 뿐, 그녀의 팔을 쳐낼 순 없었다.


“전부 내려와.”


당소소는 웃음을 지우고 당혁을 내동댕이쳤다.

“이 밑으로.”


별을 바라보던 소녀는 더 이상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다.

-때로는 귀찮아하는 성미도, 조금은 어리광을 피워보거라.

저 불쾌한 빛이 자신을 비웃지 않게. 가슴을 살라먹는 듯한 이 분노에 기대 어리광을 피울 것이다. 알고 있는 모든 지식으로  신비를 벗길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것을 추락시킬 것이다.

“컥, 크륵! 빌어먹, 을…!”


그리고, 첫 별은 훌륭하게 추락했다. 당혁의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되며 팔이 비틀렸다. 꺾인 뼈로 허우적대보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다. 한줄기로 묶은 당소소의 머리칼이 그녀의 뺨을 간질였다. 당소소는 묶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당혁을 내려다봤다.


“일어나.”

“…….”

퍽!

내공이 실린 발길질이 당혁의 턱을 갈겼다. 당혁이 바닥을 나뒹굴며 괴성을 질렀다.


“아, 아으악!”

“일어나기 싫다면, 이리로 기어와.”

“씨, 씨발. 씨발! 독이 아니야. 비겁한 년, 이건 독이 아니라고! 내가 이런 것에 죽어선 안 된단 말이다!”

“맞아.”

당소소는 회룡피갑을 고쳐 끼며 동의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중요해? 난 쓰레기고,  천재야.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기는 것이 당연하잖아. 당가의 미래라면서, 그것도 이해하지못해?”

“비, 비겁….”

“설령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긴 말이 필요할까?”

당소소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이리와, 씨발놈아.”


일그러진 소녀에게선 수컷의 냄새가 났다. 당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자신을 구원해줄 이를 찾았다.

“시, 시인! 돌아와서 이 년을 죽여라! 아, 그래. 묵객이 있었군.  빌어먹을 년을 베어라. 내, 내가 독각혈가의 소가주다. 모든 것을 주겠다. 어서!”

“모든 것이라….”

묵객은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바닥에 떨어진 삿갓을 쥐었다. 독액에범벅이 되어 군데군데가 녹아내려 후줄근한 꼴이었다. 그는 혀를 찼다.


“에이, 이거 비싼 건데.”

“뭐, 뭐라는 거지?”

“아가씨. 날 아는눈치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진 잘 알고 있어.”

묵객은 코를 훌쩍이며 코끝을 매만졌다. 원망을 가득 담아 째려보는 당소소. 그러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참전하면 당혁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갈 테니, 감정을 통제하고 선을 그었다. 그는 흥미로운 눈길로 당소소를 바라봤다. 그리고 삿갓을 내동댕이치며창가로 걸어갔다.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좋은 인연으로 말이야.”

“뭐, 뭐야.  지켜라. 마도육가의 소가주가 우스워? 지키라고!”

“위약금.”

묵객은 헤진 삿갓에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당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으나, 흉터투성이 얼굴이 짓는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그는 난간을 밟고 훌쩍 뛰어내렸다.

“아 참. 아가씨, 턱을 때려야해. 그래야 직빵이야.”

“…….”

그 한 마디를 남기며. 당소소는 당혁에게 다가갔다. 뒤로 기어가던 당혁의 등으로 벽이 맞닿는다. 이빨이 딱딱 소리를 내며 떨려왔다. 날파리보다 못한 존재로 여겼었던 동생에게 죽을 순 없기에, 그는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오냐, 내 너의 주제를 다시 가르쳐주마.”


당혁은 비틀린 손을 들고 당소소의 동작을 예측했다. 그녀는 비수를 던지는 삼양귀원의 자세말고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할 뿐인 무늬만 무림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없다. 몸이 무너지고 있지만, 아직은 독각천시의 기운이 남아있어. 독으로 쌓아올린 경지가 남아있단 말이다. 비겁한 년에게  수는 없다.’

당혁은 그나마 멀쩡한 손의 주먹을 쥐고 당소소를 마주나갔다. 둘의 발걸음이 멈추고, 둘의 숨도 멎는다. 둘의 눈동자도 멈추고, 많은 상념도 멈춘다.

당소소가 당혁의뺨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광대에 틀어박히는 주먹. 당혁은 당소소의 배를 후려갈겼다.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두 동공이 커졌다. 당소소는 힘겹게 다른 쪽 팔로 당혁의 팔을 고정했다. 독각천시의 힘이 남아있어, 무척이나 거친 손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겨드랑이에 팔을 딱 붙이고 놓아주질 않았다.

퍽!


“커흑!”

주먹은 이마를 짓뭉갰다.

으득!

“읍!”

주둥이를 깨부수고, 코뼈를 주저앉혔다. 얼굴이 피떡이 된 당혁도 당소소의 횡포를 두고보고만 있진 않았다. 고정시킨 팔을 비틀자, 당소소의 옆구리에 비수가 틀어박혔다.

“크흣!”

“후우, 후우!”

당소소는 옆구리를 감싸고 조금 물러섰다. 당혁도 얼굴의 피를 닦으며, 코를 매만져 숨길을 텄다. 희미해지는 당소소의 시선. 실혈의 영향이었다. 가뜩이나 달거리로 인해 부족했던 피가 비수가 새긴 자상으로 인해 빈혈증세를 일으켰다.

“으읏, 흑.”

당소소는 비수를 뽑아내 내동댕이치고, 당혁에게 다가갔다. 흐릿한시야 너머로 비틀거리며 서있는 당혁의 모습이 보였다.


“제, 기랄….”

“하아.”

빈혈기에 뇌기가 점점 걷혔다. 다가가는 걸음걸음은 고통이었다. 뇌기의 영향을 받아 몸을 휘돌던 독액은이제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걷어차인 단전은 너무나도 아렸다. 부러진 갈비뼈는 폐를 짓눌러 숨을 버겁게 했다. 상처는 당소소의 뇌를 무자비하게 긁어댔다.


“흐으, 흐으….”


당소소는 점차 주저앉는 몸을 끌고 당혁의멱살을 쥐었다. 대응하고자 했지만, 그럴  없었다. 순천단의 약효와 반발하는 독기가 내장을 짓누르고 있었다.

퍽.

주먹이 휘둘러졌다. 가볍지 않은 주먹이었다. 모든 기운이 당소소를 떠나고 배신해도, 그녀가 쌓아올렸던 만류귀원신공은 그녀의 주먹을 떠나지 않았었다. 당혁의 턱을 후려치고, 당소소는 조용히 가라앉았다.


“…….”

무릎을 꿇은 당소소. 그리고 그런 당소소를 내려다보는 당혁.

잠시 서로간의 침묵이 오갔다. 그리고, 당혁은 눈을 까뒤집으며 바닥에 쓰러졌다.당소소는 당혁의 몸을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많은 것을 잃었고, 약간의 것을 얻었다.

슬프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흐흣, 흐흑.”

그녀는 그래서 울면서 웃기로 했다.

꺼져가는 시야 너머로 끝나가는 전투가 보였다.


“끝이네.”

긴 숨을 뱉었다. 당소소의 고개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더 이상 소녀는, 별을 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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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독심[一片毒心]- 십칠장[十七章], 성하유랑[星下流浪]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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