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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화 〉이막[二幕] 이장[二章], 검희조우[劍姬遭遇] 1 (129/130)



〈 129화 〉이막[二幕] 이장[二章], 검희조우[劍姬遭遇] 1

남궁란[南宮蘭].

부[父] 구주십이천[九州十二天] 검천[劍天] 남궁휘[南宮輝].

천외십강[天外十强]무림맹주[武林盟主] 검공[劍公] 여동래[呂冬來] 사사[師事].

무공[武功]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제왕검형[帝王劍形] 외 다수 습득.

용봉지회[龍鳳之會] 가화단[家和團] 단주[團主].

개봉무투회[開封武鬪會] 우승[優勝], 용봉지쟁[龍鳳之爭] 우승[優勝].

호[號] 검희[劍姬].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그는 책에서 붓을 뗐다. 채 먹이 마르지도 않은 책을 바라보는 사내.

“글쎄요….”


붓의 뒷부분으로 턱을 두드리던 그는, 한 줄의 글씨를 더 적어넣었다.

-차기[次期]검천[劍天] 유력[有力].

“적을 깎아내리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덧붙였다.

“아니, 굳이말하자면 다음 세대의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을 힐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 맞겠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책을 덮었다.


*

사천당가의 가주실 옆에 위치한 객실. 화초 두 그루, 병풍 하나가 놓여있는 단출한 공간이었다. 고급스런 원목 탁자에선, 당진천이 서신 한 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마주하고 있는 정천무관의 무사, 지후는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황보세가가 오대세가의 위치에서 떨어지고, 사천당가가 오대세가의 말석을 차지하게  것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요.”

“내 무림맹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지도 오 년이 되었으니.”

“정천무관의 관장께서도오대세가의 자리에 오른 가문의 영준한 자녀들을 가르칠 기회를 원하고 계십니다.”


당진천은 그의 말을 들으며 서신을 훑었다. 당혁을 유력문파전형으로 입학시키길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끝까지 내용을 읽은 그는 서신을 접으며 탁자에 내려놨다. 접은 서신 위로 검지를 툭툭 두드리던 그는, 지후를 바라봤다.

“사천이 꽤 오지[奧地]긴 하지.”

“예?”

“아직 하남성까지는 소식이 닿지 않은 모양이군.”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췄다.

“당혁은 죽었네.”

“…….”


무표정을 견지하던 지후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당혹이라는 감정이 묻어났다.


“조의를….”

“됐네. 좋은 이별도 아니니.”

단호한 당진천의 대꾸. 지후는 약간 흐트러져있던 자세를 바짝 세운 뒤, 조심스런 말투로 당진천에게 질문을 내밀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인을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첫째 당청과 결탁해 가주의자리를 탐내더군.  후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이건 내가 직접 맹주님께 보고할 부분이라.”

“아….”

“그런 연유로 관장께는 피치 못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을 부탁함세.”


당진천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상체를 숙였다. 지후는 서둘러 당황을 지우고 그의 행동을 가로막았다.


‘이런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며 완곡히 거절한 것은 명백한 축객령이다. 하지만,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 맡은  임무는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따님께서 남궁란 소저의 초대를 받으셨습니다.”

“…….”


당진천의 시선이 지후에게로 향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당진천은 숙였던 상체를 다시 원위치에  뒤, 말했다.

“검희 남궁란…. 들은 바는 있네. 이번 후기지수 중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자라고 하더군. 검천…. 그 친구의 딸이었나.”

“예. 검천 남궁휘의 여식입니다. 정천무관 내에선 용봉지회의 세가출신 모임인 가화단의 단주 역할을 도맡고 있지요. 입학하자마자 개봉무투회를 우승해 꽤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중입니다.”

“그래서, 왜 그 대단한 아이가 내 딸을 찾는 게지?”


당진천은 다리를 꼬며지후를 내려다봤다. 지후는 시선을 아래로 둔 채로 서둘러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사천성의 당가는 거리 탓에 거의 교우가 없다시피 하지 않습니까? 오대세가의 수장임을 자각하고, 세가의 자제끼리 결속을다지기 위함인 듯싶습니다.”

“소소는 현재 열아홉이니,  년만 지나면 싫어도 조우할  있을 터. 스스로도 정천무관에 뜻을 두고 있고. 정천무관의 내부는 외부인을 들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구태여 이런 편법을 써서 부를 연유가 없을 터인데?”

“용문[龍門]때문입니다.”


지후는 용문을 입에 담으며 당진천을 바라봤다. 당진천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용문이라.개방에서 부정적인 인식을떼어내고자 따로 설립한 문파 아니었나?”

“예. 십만 개방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하나의 문파로 거듭나게  개방은 현재 단일 문파로 따지면 최대 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말 그런가?”

당진천은 픽 웃었다.

“우리가 왜 이런 유난을 떨며 정천무관을 운영하고 있는지 망각하고 있는  같군.”

“마교는…. 논외로 하지요. 어찌 되었건 현 개방은 소림사과 무당파를 밀어내고 구파일방의 수장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두 세력의 장문인 모두 입신양명에 큰 뜻이 없으니, 개방 위에 세운 용문은 그야말로  만난 물고기처럼 행동중입니다.”

“개방이 지니고 있던 힘과 개방이라는 이름에서 부정적인 면을 덜어낸 용문이라는 문파가 지닌 명분. 그리고 그 뒤를 받혀주는 현 개방의 용두방주가 지닌 무력이라면,  골치 아픈 상대가 아닐  없겠어.”


지후는 고개를끄덕였다.


“용문은 구파일방의 수장을 자처하며 세력을 규합하고, 오대세가를 견제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천무관에서조차 예외는 아닙니다. 용문의 제자인 백봉 능소약은 구파일방의 모임 십천단[十天團]을 조직해 관내의 오대세가 자녀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네가 원하는 바가 이것인가? 내 딸이  소꿉장난에 어울려줬으면 좋겠다는 것.”

덤덤하게 내뱉는 말이지만, 고저없는 음성은 지후의 심장을 꽉 움켜쥐는 했다. 그는 위태로운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은 않겠습니다. 다만, 당가가 혹여 용문의 태도에 피해를 입진 않을까 걱정되어 언급 드리는 점 또한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소소 소저께서도 정천무관을 목표로 두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번 초청은서로에게 나쁘지 않을 겁니다.”

“딸아이는 어떤반응을 보였지?”

“기꺼이, 라고 하셨습니다.”


지후의 말에 당진천은 잠시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데리고 가게. 딸이가고 싶다는데, 막아서야 쓰겠나.”

“아, 감사합니다.”

당진천의 기상에 넋을 놓고있던 지후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당진천은  손을 들어  포권을 맞받았다.

“관장께 안부를 전해주도록 하게.”

“물론입니다. 말씀해주셨던 당가의 민감한 부분 또한…, 최대한 왜곡되는 일 없이 설명 드리겠습니다.”

“휘,  친구에게도 안부를 전해주도록 하고.”

당진천은 포권을 풀며 지후를 바라봤다. 겉으로 중립을 표방하는 정천무관의 무사가, 남궁세가의 안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 지후가 남궁세가의 지원을받고 있는 자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있었다. 지후는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천의 친우께서 찾는다고 전하겠습니다.”

“객실을 나가면 시녀가 별채에식객들이 머물 숙소로 안내 할 걸세. 출발하기 전 까지는 그곳에서 지내고.”

“호의에 감사합니다.”

지후가 포권을 풀며 객실을 떠났다. 탁자에 접혀있는 서신을 보던 당진천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단혼사, 거기 있나?”

“무슨 일이신지.”

단혼사가 객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진천은 그 행동에 실소를 지었다.

“호법이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잖나.”

“그 시절엔 병풍 뒤에서 튀어나왔고, 지금은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처지이니 무척이나 다르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지?”


당진천의 물음에 단혼사가 답했다.


“당청과 당혁의사건은 감추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고생각됩니다.”

“그건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어. 오히려 이쪽에서 먼저 치고 나가야, 마교와 연루되어 괜한 의심을 사는 위협을 덜어낼  있겠지.”

“그 점을 제외하고선 뭐…. 상대가 남궁란이라는 점만 빼면 그리 문제 삼을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 처자의 명성은 강호의일에 무지한 저도 들은 바가 있으니.”

당진천은 단혼사의 평을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일에 대해선 고민할 필요가 없겠어. 그럼, 그 다음 보고를 듣도록 할까.”

“장로회는 이번 당가대회의에서 소소를 소가주로 추대하고자 합니다.”

“…….”

당진천의 미간이 말없이 좁혀졌다. 단혼사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들도 자신들이 핍박했던 혈육에 기댈 만큼 궁지에 몰려있다는 것이겠죠. 마땅히 후계로 밀 명분 있는 인물이 없으니, 당청과당혁이 해왔던 행동을 기억상실로 잊어버렸다 생각해 소소를 찾는 행태란….”

“…뭐,예상은 했다.”


당진천은 뒷짐을 지며 객실의 문으로 향했다. 단혼사가 옆으로 비켜섰다.

“그렇다면 만약 소소가 당가대회의에 불참한다고 하면. 그리고 그것이 오대세가의 수장인 남궁세가의 부름에 의해서라고 한다면.”

“새 후보를 찾느라 당가대회의를  다시 미루게 될 겁니다.”

“미뤄진 기간 동안 스승님께서 하고 계시는 업무가 끝나 다시 제독전을 지휘한다면, 그들로선 어찌할 방도가 없겠지.”

당진천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단혼사를 돌아봤다.


“업무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이제 그만자네가 호법자리를 포기하게 한 광귀라는 자와의 약조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

“…그자는 소소를 납치할 당시, 저를 막아서던 자였습니다.”

머뭇거리며 말을 꺼낸 단혼사는 당진천을 마주봤다.

“강한 권사[拳士]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손으로 으깨버리는 것이 취미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네의 목숨을붙여놨던 거군.”

“예. 살려둘 테니 최상의 상태가 되었을  찾아오라는….”


단혼사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돌렸다. 당진천은 고개를돌려 걸음을 옮겼다.

“뭐, 그리 대단하진 않은 내용이었군.”

당진천은 한마디를 남기며 객실을 떠났다.


“죽이고 오도록.”

“예.”

단혼사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그 뒤를 따랐다.

*

당소소는독봉당의 침실에 앉아 받았던 초청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희 남궁란. 그녀의 초청은 오후 수련을 거를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원작의작중에서 주인공과 비견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재능을 가진 등장인물 중 하나였지.’


당소소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어느덧 익숙해진 무게감이 팔뚝에 걸쳐졌다.

‘용봉지회의 세가 쪽 세력인가화단을 구성해 구파일방의 세력과 단신으로 대치하는 능력.’

구파일방은  뿌리가 깊은 대문파였다. 그렇기에 후세대를 책임질 후기지수들이 매 학년마다입학해 용봉지회를 채워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대세가는 아니었다. 혈족중심의 세력인지라 폐쇄적이었고, 그 역사도 짧은 탓에 인재를 가꾸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용봉지회 안에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간의 의견 충돌이 발생할 때면, 항상한수 접는 쪽은 오대세가 쪽이었다.

그렇지만  구도는 검천 남궁휘의 여식, 남궁란이입관하며 크게 바뀌게 되었다. 입관 직후 바로 시작된 개봉무투회 우승. 그 이후에 남궁란을 인정하지 못하고 개최한 용봉지회 안의 용봉지쟁에서 또 우승.  스무 살이 되었다고는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의 경지였다.

‘그 위업을 이루고  이후, 주도권은 남궁세가가 쥐었다. 작가공인세계관 최강자인 검공[劍公] 여동래의 가르침을 받게 된 것도 그 이후였고.’

천외십강[天外十强] 무림맹주[武林盟主] 검공[劍公] 여동래[呂冬來].

쌍검무쌍 작중 자타가 공인한 천하제일인에가까운 이.  황제에게 초청을 받아, 그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검공[劍公]. 타고난 인자함에 비롯된 그 성정에, 무림의 모든 이가 그를 믿을 수 있었기에 무림맹주.

그런 그가 인정하고 가르침을 내린 남궁란은, 곧 검희라는 별호로 불리게 되고 실질적인 용봉지회의 수장이 되었다. 용문의 백봉 능소약이견제를 하려곤 하나, 잘 쳐줘봐야수재정도인 그녀가 감당할 상대가 아니었다. 주인공과 그 주인공에게 맞춰서 입학하는 천재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런 대단한 그녀가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이해가 가.’

그녀는 무력에만 두각을 드러내는 존재가 아니었다. 가진바 지략과 학식도 뛰어난 존재였다. 항상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고그녀 자체도 완벽한 존재였지만, 주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남궁란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세가 측에는 구파일방의 신예들과 생도회에 들어가게 되는 파랑검객, 그 이후로 들어오는 주인공을 상대할 만한 천재들이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결속을 중시했지.’

작중에서 당소소의 패악질이 곧장 제재당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당가의 여식은, 그녀가 오대세가의 일원인 이상 남궁세가 측에서 안고 가야하는 애물단지였다. 결속을 천명한 이상, 그녀를 쉽게 포기할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만나야해. 그리고 기필코  저의를 들어야 하겠지.’


당소소는 남궁란에 대한 생각을 끝맺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뭇거리던 손길은 남궁란에게서 온 초청장을 쥐었다.

‘그녀는….’

초청장의 끝부분이 구깃, 일그러졌다.

‘날 공식적으로 죽인 인물 중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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