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6화 (6/241)

6화. 대구국제 퓨쳐스 대회

전국종별 테니스대회가 끝나자 이틀간의 휴식일이 주어졌다.

지혁은 7일 동안 고생했던 피로를 풀기위해 평소보다 훈련을 간소화했다.

모두 8일 뒤에 있는 퓨처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최상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때까지 컨디션을 완벽하게 회복해야 한다.

“42포인트라···”

결승전에서 얻은 포인트는 총 42포인트였다.

관람석에 있던 사람들의 숫자가 50명쯤이었으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기에 큰 영감을 받은 것 같았다.

“리버스 포핸드가 결정적이었겠지.”

경기가 끝나고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테니스를 누구한테 배웠냐.

어느 아카데미에 다니냐.

테니스 스쿨은 어디에 다닌 거냐.

부모님은 누구시냐.

사람들은 이찬영을 이긴 역대급 유망주를 붙잡고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테니스 협회 관계자들도 박 감독에게 와서 신상 정보를 받아갔다.

“전국에 소문이 쫙 퍼지겠네.”

대회를 관람하던 사람들은 일반 관중이 아닌 테니스 관련 종사자들이다.

주말이 지나면 지혁의 이름이 전국에 알려질 것이다.

리버스 포핸드로 주니어 랭킹 1, 2위를 꺾은 17살의 천재 유망주.

정말 사람들이 딱 좋아할만한 재료들이다.

“퓨처스까지 우승하면 난리가 나겠네.”

여기서 쐐기로 퓨처스에서 우승하면 여파가 장난 아닐 것이다.

전국종별 테니스대회가 아무리 전국급 대회지만 프로 대회인 퓨처스와 비교하면 소꿉장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주니어 랭킹 1위의 이찬영조차도 아직 퓨처스 우승 경력이 없는 걸 보면 수준차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번에 우승하면 최연소였지?”

2009년 4월이면 지혁의 만 나이로 15살이다.

한국 퓨처스 우승 최연소 기록인 것이다.

“잘하면 스폰서가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국내에 테니스를 지원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숫자는 제법 많다.

선수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실업팀에 소속되는 건 피해야 하겠지만 지원 형식의 스폰서라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

해외 대회에 한 번 출전할 때마다 500만 원이 넘는 경비가 들었기 때문이다.

퓨처스의 우승 상금이 보통 300만 원인 걸 생각하면 상위 랭킹에 들기 전까진 적자를 감수하면서 ATP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스폰서는 많을수록 좋다.

“······그것도 우승을 해야 기회가 있겠지.”

지금 고민해봤자 퓨처스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선 대회에서 성과를 얻는 게 우선이다.

“포인트나 사용하자.”

생각을 정리한 지혁은 남아 있는 포인트를 전부 외모에 투자했다.

이번에는 미리 거울을 보고 있어서 실시간으로 얼굴이 변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미세하지만 확실히 점점 더 잘생겨지는 것 같다.

“역시 효과가 좋단 말이야.”

이 정도 속도라면 언론에 노출되기 전에 충분히 외모를 C등급으로 올릴 있을 것 같다.

아마 그때가 되면 엄청난 파급력이 생길 것이다.

***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 전국종별 테니스 대회 고등부 우승 이지혁(1학년 3반) ]

지혁은 등교를 하던 도중 교문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발견하고 제자리에 섰다.

“3일 전에 우승했는데 진짜 빠르기도 하네.”

주말 사이에 걸어둔 모양이다.

학교 홍보에 도움이 된다지만 정말 행동이 빠르다.

아마 박 감독이 학교에 말해서 제작했겠지.

지혁은 잠시 현수막을 살펴보다가 교문을 지나쳤다.

앞으로 질리도록 현수막이 걸릴 건데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였다.

그렇게 교실로 들어가자 먼저 와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지혁에게 집중되었다.

‘뭐지? 평소랑 좀 다른데?”

금화고에 입학을 하고 반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수업 시간마다 테니스장에 가있는데 무슨 친분이 생기겠는가.

서로 소가 닭을 보는 것처럼 조용히 지냈는데 무슨 일인지 갑자기 시선이 쏠렸다.

‘대회에서 우승한걸 아는 건가? 일반인한테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대회인데.’

지혁이 시선을 받는 원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조회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교실의 앞문이 열리면서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월요일이라서 피곤하지? 그래도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담임이 학교 일정과 주의 사항을 전달했지만 지혁은 평소처럼 한 귀로 흘리며 멍하니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오전 조회시간이 끝나갈 때쯤.

갑자기 선생님의 입에서 지혁의 이야기가 나왔다.

“아, 그리고 저번 주에 지혁이가 전국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했어. 모두 열심히 한 지혁이에게 박수쳐주자.”

짝짝짝짝-

반 친구들은 지혁이 무슨 대회에서 우승했는지도 모르면서 박수를 쳤다.

그런데 쳐다보는 시선이 어딘가 묘하다.

“그럼 아침 조회는 여기서 마치자. 수업 시간에 졸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그 말을 끝으로 선생님은 교실에서 나갔다.

지혁은 아침 조회가 끝나자 평소처럼 라켓 가방을 챙겨 테니스장으로 가려고 했다.

쉬는 시간이 아직 20분 정도 남았지만 미리 가있는 게 더 편했기 때문이다.

“저··· 지혁아.”

그때 옆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여학생이 보인다.

명찰을 보니 이름이 이소영이다.

“왜?”

“어···. 대회 우승한 거 축하해주려고.”

“아, 고마워.”

지혁은 평소에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이소영이 다가오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단순히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건 아닐 것이다.

‘혹시 외모가 달라져서 그런가?’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외모가 변한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았다.

예전보다 잘생겨진 얼굴이 소영의 관심을 끈 것 같았다.

빨리 테니스장에 가고 싶었지만 한 번 말을 트자 소영은 놔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지혁은 수업종이 울릴 때까지 교실에 잡혀 있었다.

“지혁아, 내일도 같이 얘기하자. 나도 테니스 배우고 싶은데 다음에 꼭 가르쳐 줘.”

“······그래.”

‘휴···.’

이소영이 자기자리로 돌아가자 지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잠깐 동안 같이 있었는데 정신이 없다.

그렇게 교실을 나온 지혁은 테니스장으로 가서 정해진 일과대로 훈련을 했다.

전날 예상했던 것처럼 대회에 대한 내용으로 동기들과 선배들에게 시달렸지만 박 감독이 적절히 조절을 해줘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

8일후, 4월 4일 토요일.

지혁은 퓨처스의 예선을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 도착했다.

학교 차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참가하는 대회라서 이번에는 아버지가 함께 동행 했다.

3주 전만해도 아버지는 너무 일찍 프로 대회에 데뷔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셨다.

지금은 주니어 대회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고 난 후부터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셨다.

지혁의 실력이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올랐다고 판단해서다.

결승을 직접 관람한 박 감독과 지인들을 통해 지혁이 가르치지도 않은 리버스 포핸드를 수준급으로 구사했다는 걸 듣고 얼마나 놀라셨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자기 아들이 맞는지 의심하셨지.’

아카데미에서 직접 공을 받아 본 후에 아버지는 마치 외계인을 보는 것 같은 얼굴을 하셨다.

그렇게 수준 높은 포핸드를 직접 받아본 경험이 없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혁의 포핸드는 탑랭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괜히 아시아 최고의 포핸드라고 불렸던 게 아니다.

지혁이 서브와 백핸드가 약점이라서 랭킹 50위에서 머물렀지 만약 약점을 하나라도 보완했으면 충분히 20위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첫 상대는 김지환이라고 명인대 소속이다. ATP랭킹은 없는 선수야.”

“크게 경계할 필요는 없겠네요. 빨리 끝내고 올게요.”

지혁은 예선전 첫 상대를 듣고 관심을 꺼버렸다.

소속 팀도 없는 대학 선수의 실력은 뻔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예선 1회전은 지혁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상대가 리버스 포핸드를 한 번 받고 전의를 상실해버려서 오히려 싱거울 정도였다.

‘역시 쉽네.’

진짜 실력자들은 이미 본선에 진출해있어서 예선전에서 주의해야할 선수가 없는 것 같았다.

예선전에 참가한 64명의 선수들 중 ATP 랭킹이 있는 선수가 20명이 안 되는 걸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지혁은 예선전을 편하게 통과했다.

마지막 예선 3라운드에서 뉴질랜드 국적의 랭킹 796위 선수와 대진이 붙었지만 별로 어렵지 않았다.

상대 선수의 실력이 얼마 전에 경기한 이찬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 수준의 선수에게 위기감을 느끼기에는 지혁의 실력이 너무 좋았다.

***

퓨처스 본선 1회전이 열리는 날.

총 32명의 선수들이 경기를 위해 대구 유니버시아드 테니스 코트로 모였다.

8명의 예선 통과자들과 3명의 와일드카드 선수, 21명의 본선 진출자들이었다.

이들은 몇 명을 제외하고 전부 ATP 랭킹이 있는 진짜배기 선수들이다.

‘이번 퓨처스는 평소보다 수준이 너무 높은데.’

지혁은 손에 든 대진표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본선에서 시드를 받은 8명의 선수들의 랭킹이 심상치 않다.

1번 시드의 218위부터 8번 시드의 380위까지.

퓨처스에서 보기 힘든 랭킹의 선수들이다.

원래 대구 퓨처스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랭킹은 이렇게 높지 않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무슨 일인지 실력자들이 유독 많이 참가했다.

‘총 상금도 15,000달러 밖에 안 되는데 많이도 왔네.’

경비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본전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손해를 감수하고 한국에서 열리는 퓨처스에 참가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는 유럽, 호주, 미국보다 1단계 낮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랭킹을 올리기 편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완전 물로 보는구나.’

본선의 32명의 선수들 중 20명이 넘는 사람이 외국인이었다.

지리상 가까운 일본, 중국, 대만은 이해하겠는데 미국과 프랑스의 선수들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오늘은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퓨처스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랭킹이 부족해서 참가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경기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명백히 아시아 선수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맨손으로 돌아가게 해주지.’

지혁은 힘들게 한국까지 온 외국인 선수들에게 씁쓸한 교훈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이 우승 상금과 ATP 포인트를 얻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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