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6화 (16/241)

16화. 윔블던

탕!

[게임 세트! 매치 리!]

마지막 심판의 콜이 떨어지자 수천 명의 관중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지혁은 멈추지 않는 박수 소리에 손을 흔들며 네트 앞으로 걸어가 제이크 알렉산더와 짧은 포옹을 했다.

비록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지만 서로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주니어에 너 같은 선수가 있을 줄 몰랐어.”

제이크는 결승전이 인상 깊었는지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알렉산더의 실력도 대단했어요. 이번 경기는 제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겸손은, 너랑 비교하면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해.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 많이 배운 것 같아. 다음번에는 프로에서 보자. 지금 네 실력이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것 같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격려를 하며 경기를 도와준 심판과 볼키즈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을 때 경기장 입구에서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들의 손에는 은색 트로피와 은색 접시가 들려있었다. 이번 주니어 대회의 우승자를 기념하는 상징물이었다.

트로피가 도착하자 이번 경기 진행요원들이 열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지혁과 제이크도 그들을 따라 정해진 위치에 서자 곧바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만약 롤랑 가로스라면 시상대를 옮겨오는 등 시간이 더 걸렸겠지만 윔블던은 시상식이 짧은 것으로 유명했다.

[준우승 제이크 알렉산더.]

먼저 제이크에게 은색 접시가 수여되자 관중들은 크게 박수를 쳤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도 이 상황이 충분히 감격스러운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은색 접시를 높이 들어 올렸다.

[제 18회 주니어 윔블던 우승자 지혁 리]

우와아아아!!

그리고 마침내 우승자에게 트로피가 주어지자 관중들은 제이크 때 보다 훨씬 거대한 함성을 질렀다.

지혁은 은색 트로피를 하늘로 들어 올리며 짜릿한 기분을 만끽했다.

회귀 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관중들에게 환호를 받아 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프로 대회가 아닌 주니어 대회였지만 지혁은 환호 소리에 전율을 느끼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두 선수에게 트로피가 전해지자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그러자 윔블던 1번 코트에 있던 수천 명의 관중들은 하나 둘 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원래 지혁도 그들을 따라 퇴장해야했지만 오늘만은 끝까지 경기장을 남아서 아직 관중석에 남아있는 팬들과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열심히 응원해준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

시상식이 끝나고 얼마 후. 지혁은 우승자 인터뷰를 위해 지정된 장소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BBC, ESPN 등 윔블던을 중계하는 방송사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바밧-

플래쉬 세례를 한 번 받은 지혁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기자들은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통역 없이 영어로 하는 인터뷰였지만 지혁은 이미 회귀 전에 투어를 다니면서 영어를 철저하게 배워났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우승 소감은 어떤가?”

“정말 환상적이죠. 윔블던 주니어에서 우승한다는 건 테니스를 치는 모든 주니어 선수들의 꿈일 겁니다. 오늘 그 많은 선수들 중 제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니 잠이 정말 잘 올 것 같네요.”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주니어 단식에 참가했는데 우승을 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처음 승기를 잡았을 때 놓치지 않을 것이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다고 하기에는 유력한 우승후보인 알렉산더를 6-2, 6-1로 쉽게 이겼다. 이번 윔블던 주니어에서 한 세트도 잃지 않았는데 맞상대할 만한 선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말씀하시는 것처럼 우승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알렉산더는 물론 다른 주니어 선수들은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말대로 이번 윔블던 주니어에서 지혁은 한 번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의 실력으로 주니어 선수들을 이기는 건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처럼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혁은 그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괜히 상대 선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빌미를 줄 수 있어서였다.

예의를 중시하는 테니스에서 상대 선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건 별로 좋지 않았다.

만약 팬 층이 두껍다면 그 모습도 매력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랜드 슬램도 참가하지 못한 지혁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환상적인 트릭샷을 치던데 누구에게 배운 것인가?”

“따로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고 감각대로 쳤습니다.”

“좋아하는 선수는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페더러이지만 닮고 싶은 선수는 나달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주니어가 아닌 시니어 그랜드 슬램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얻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20분 쯤 지나자 인터뷰가 끝났다.

윔블던에서 주니어 대회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기자들이 윔블던 측에 신호를 보내자 마침내 지혁은 인터뷰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

윔블던의 모든 일정을 마친 지혁은 바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굳이 빠르게 한국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어서였다.

“한국 반응은 어떨까?”

침대에 누워있던 지혁은 문뜩 국내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윔블던 주니어가 4강부터 SBS 스포츠에서 중계 된 걸 이미 아버지의 연락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8시간 시차를 생각하면 지금 한국은 새벽이겠네.”

지혁은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노트북으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굳이 번거로운 방법을 쓸 필요 없이 이곳에 이름만 검색해보면 기사가 다 나온다.

“어?”

그때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려던 지혁의 눈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4. 윔블던 주니어

6. 테니스 이지혁

7. 이지혁 나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였다.

“내 이름이 여기에 왜?”

윔블던 경기를 치르면서 굳이 포털 사이트나 기사를 찾아보지 않았던 지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회 도중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 그는 전날 4강이 중계되면서 자신의 이름이 대형 커뮤니티와 공중파 뉴스에 올라갈 정도로 유명해진 걸 몰랐기 때문이다.

“······.”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아무 말 없이 검색어를 클릭하자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프로 시절에도 받아보지 못한 관심이었다.

[이지혁, 윔블던 주니어 단식 우승.]

[이지혁, 사상 최초로 그랜드 슬램 주니어 남자 단식 우승.]

[한국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이지혁, 윔블던 주니어에서 우승하다.]

[천재 테니스 유망주 이지혁, 그는 누구인가?]

[만 15세의 나이로 테니스 역사를 써가고 있는 이지혁.]

[테니스 이지혁, 역대 최고의 포텐셜을 보여주며 윔블던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하다.]

퓨처스와 부산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는 지역 언론사나 테니스 협회 소속의 기사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 메이저 언론사들의 이름으로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지혁의 위상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잠깐 국내 반응이 이 정도라면 포인트는?”

지혁은 갑자기 어플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경험상 이렇게 이름이 크게 알려질 때마다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얼마나 모였을까···.”

그는 마치 복권에 당첨된 기분으로 포인트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손이 잘게 떨리는 게 윔블던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이지혁]

근력: 60▲ 민첩: 63▲ 체력: 60▲ 신장: 173.8cm▲

서브(B-), 포핸드(A+), 백핸드(B), 풋워크(B+), 외모(C-), 트릭샷(D+)

[98,876포인트]

“구···구만?”

믿기 힘든 수치를 마주한 지혁은 말을 더듬었다.

9만이라는 양은 테니스 기술 중 하나를 A등급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인트였다.

8강과 준결승전을 치르기 전만해도 2만이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승 경기로 인해 이 많은 포인트가 쌓였다는 뜻이다.

“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난 거지···.”

이틀 뒤에 한국에 돌아갔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뉴스와 포털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면 아마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난리가 났겠네.”

앞으로 골치 아픈 일이 상당히 많이 생길 것 같았지만 지혁은 이내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그랜드 슬램 우승이 목적이라면 이런 과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성인이 되기 전에 과거에 이루었던 US오픈이나 호주 오픈에서 16강 이상을 달성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이 생길 것이다.

회귀 전 한국 최고의 테니스 선수라고 불리던 정민이 호주 오픈 4강에 올라갔을 때를 생각해보면 전혀 근거 없는 생각이 아니었다.

그 당시 정민 신드롬이 일어났을 정도로 한국 내에 테니스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

인천 국제공항. 영국에서 이틀 동안 휴식을 마친 지혁은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파바밧! 파바밧!

심사대를 거쳐 입국장을 통과하자 대기하고 있던 삼십 명이 넘는 기자들이 지혁의 사진을 찍기 위해 플래쉬를 터트렸다.

지혁은 매체를 통해서 조금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아직 정확하게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항까지 기자가 마중 나오는 상황이 생기자 이제야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것 같았다.

“뭐야? 연예인이라도 있어?”

“저 사람 찍는 것 같은데. 누군지 알아?”

“아! 테니스 선수 이지혁 아니야?”

“이지혁? 윔블던 주니어?”

“우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잘생겼네.”

공항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갑자기 포토라인이 펼쳐지자 입국장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지혁의 얼굴을 한 번보고 바로 정체를 알아차렸다.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의 위력이었다.

“이지혁 선수 윔블던 주니어에서 우승하신 거 축하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지혁은 모르는 남자가 노란색 꽃다발을 건네주자 자신도 모르게 손에 받아 들었다.

꽃다발을 손에 들자 다시 한 번 플래쉬 세례가 쏟아진다.

‘들었던 것처럼 기자들이 많이 왔네.’

이미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아버지와 S증권을 통해서 입국하면 기자들이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지혁이 입고 있는 옷도 캐주얼한 복장이 아닌 운동복이었다.

운동복의 가슴 부분에 스폰서 로고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서상 이런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는 스폰서의 홍보를 위해 로고가 박힌 옷을 입어야 했다.

이번 공항 인터뷰가 나간다면 지혁의 사진으로 S증권이 로고가 확실하게 홍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몇 분간의 포토타임이 끝나자 지혁은 미리 약속된 대로 공항에 위치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계속 입국장의 문을 가로 막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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