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7화 (17/241)

17화. 도약

지혁이 한국에 돌아오자 잡지, 광고, 인터뷰 등의 제안이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윔블던 주니어를 우승한 직후라서 지금이 가장 핫할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쓸 만한 제안이 없네.”

최근 뉴스와 기사로 지혁의 이름이 많이 노출되었지만 아직 스포츠 스타라고 하기에는 그의 인지도가 모자랐던 건지 대부분의 조건들이 어딘가 애매했다.

아마 미디어 업계에서는 지혁의 인기가 잠깐 반짝했지만 금방 사그라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애매한 제안과 단발성 계약만을 제시할 이유가 없었다.

“이게 주니어 대회의 한계인가.”

만약 시니어 윔블던이었더라면 8강만 진출했더라도 온 나라가 뒤집혔을 것이다.

그리고 금액들도 지금보다 최소 20배는 더 많았겠지.

“아직 때가 아니구나.”

결국 지혁은 제안들을 전부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지금 상태로 미디어에 출연하더라도 큰 소득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랭킹이 200위 안에 들어서 그랜드 슬램에 참가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훨씬 더 나은 조건을 제시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서둘러서 제안을 수락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 챌린저 대회는 3주 정도 남았네.”

7월 25일, 중국 주하이에서 챌린저급 대회가 오픈한다.

이 시기 한국과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유일한 대회여서 지혁은 이곳에 참가할 생각이었다.

그때까지 시간이 20일 정도 남았으니 이번에 얻은 포인트를 투자하고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준비할 시간이 충분해서 다행이었다.

“이제 포인트를 투자해볼까.”

10만에 달하는 포인트를 얻고 나서 어디에 투자해야할지 며칠을 고민했다.

단 하나의 테니스 기술에 전부 투자해서 A등급을 만드는 것과 모든 기술을 골고루 올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해서였다.

“역시 정석대로 하는 게 좋겠지.”

마침내 결심을 굳힌 지혁은 어플을 실행시켰다.

[이지혁]

근력: 60▲ 민첩: 63▲ 체력: 60▲ 신장: 173.8cm▲

서브(B-), 포핸드(A+), 백핸드(B), 풋워크(B+), 외모(C-), 트릭샷(D+)

[112,531포인트]

“11만이라.”

우승을 한 후에 며칠 동안 뉴스와 기사가 나가면서 1만이 넘는 포인트가 추가로 쌓였다.

계속 이 추세가 지속되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급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아마 처음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 게 그 이유일 것이다.

“후···”

그렇게 지혁은 심호흡을 한 번하고 어플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외모가 B-가 되었습니다.]

[서브가 B+가 되었습니다.]

[백핸드가 B+가 되었습니다.]

[트릭샷이 B-가 되었습니다.]

[근력이 5 상승하였습니다.]

[민첩이 5 상승하였습니다.]

[체력이 5 상승하였습니다.]

[키가 5.2cm 상승하였습니다.]

그러자 휴대폰 화면에서 알림음이 빠른 속도로 주르륵 올라왔다.

“······.”

지혁은 30분이 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급격한 신체의 성장과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꿈틀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돌처럼 굳어있던 지혁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네.”

지혁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주워 들었다.

[이지혁]

근력: 65▲ 민첩: 68▲ 체력: 65▲ 신장: 178cm▲

서브(B+), 포핸드(A+), 백핸드(B+), 풋워크(B+), 외모(B-), 트릭샷(B-)

[27,331포인트]

그러자 휴대폰 화면에서 이전보다 확연하게 올라간 수치들이 한 눈에 보였다.

“별 문제없이 적용 됐구나···.”

지혁은 지금 당장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엉망이었던 만큼 그 바람은 다음 날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저녁 시간이어서 지금 열려있는 테니스장을 찾기도 어려웠다.

***

금화 고등학교 교문.

지혁은 대회와 급한 일이 모두 정리되자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했다.

마음 같아서는 3주 뒤의 주하이 오픈까지 개인 훈련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윔블던에 참가하며 받았던 출석 인정 기간이 모두 끝났기에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등교를 하지 않으면 결석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금화고 이지혁(1학년) 윔블던 주니어 우승]

“이번에는 진짜 커다랗네.”

교문 앞을 지나던 지혁은 건물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현수막을 발견했다.

부산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큰 사이즈였다.

힐끔힐끔

그때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등교를 하고 있던 학생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길 한복판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게 되자 지혁은 빠르게 교실로 걸어갔다.

갑자기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르륵.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학생들은 마치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지혁을 쳐다봤다.

같은 반의 친구가 공중파 뉴스에 나오고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갈 정도의 유명세를 얻은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저기······지혁아.”

지혁은 근처에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름은 모르지만 낯익은 얼굴의 여학생이 보였다.

“···사인 좀 해주면 안 돼?”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사인지를 내밀었다.

평소 들고 다닐 만한 물건이 아닌데 아마 오늘 등교할 지혁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 같았다.

“알았어.”

지혁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거절하지 않고 사인을 해줬다.

그러자 그 행동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그것을 기점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TV에 나오는 거 봤어 진짜 멋지더라.”

“윔블던이 세상에서 제일 큰 테니스 대회라며?”

“나도 사인 좀 해줘!”

“어떻게 하면 테니스를 그렇게 잘 치는 거야?”

“테니스 부에 가입하면 너한테 배울 수 있어?”

쉴 틈 없이 질문이 계속 쏟아졌지만 지혁은 교문 앞에서처럼 짜증을 내지 않고 일일이 대답을 해줬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경하는 눈으로 보는 것이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지혁이 출석했다는 것이 학교 전체에 소문이 퍼졌는지 다른 반 학생들과 2, 3학년 선배들도 그를 구경하러 왔다.

띵동댕동-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업종이 울리자 교실과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학생들은 아쉬운 얼굴을 하며 흩어졌다.

더 있고 싶었지만 소란을 들은 선생님들이 복도에서 주의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파에 둘러 싸여있던 지혁은 주변이 한산해지자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장난이 아니구나.’

테니스 특기생이라 수업을 듣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다른 학생들처럼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더라면 학교를 마칠 때까지 이런 고초를 당했을 것이다.

‘상상 만해도 끔찍하네.’

***

금화고등학교 테니스장.

웅성웅성

점심시간이 되자 테니스장은 상당히 소란스러워졌다.

모두 지혁의 실물을 구경하러 온 학생들이 모여 들었기 때문이다.

“쟤가 이지혁이지? 기사에 올라온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잘 생겼네.”

“금화고에 저런 애가 있었나? 저렇게 생겼는데 이때까지 왜 몰랐지?”

“어! 테니스 치려나 보다!”

학생들은 코트 위로 올라가는 지혁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윔블던 주니어 우승자의 실력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한 것이다.

“흐읍!”

탕!!

우와아아아!

잠시 후 지혁의 플랫 서브가 코트 위로 떨어지자 구경을 하던 학생들에게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90km 중반 정도인가?’

어젯밤 10만에 가까운 포인트를 투자해서 현역 시절의 피지컬을 대부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직 근력과 체력이 미세하게 부족한 것 같았지만 테니스 기술의 숙련도가 이전보다 확연하게 증가해서 전성기 시절과 실력을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는 것 같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실력을 되찾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원래라면 최소 3, 4년은 지나야 지금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갖은 방법을 써도 신체 성장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플의 능력은 불가능한 일조차 가능하게 만들었다.

“방금 뭔가 번쩍 했는데 저게 테니스 서브야?”

“저걸 사람이 칠 수 있는 건가···.”

“실제로 보니까 진짜 미쳤네.”

“저 정도는 해야 윔블던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지혁은 구경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흘려 들으며 계속해서 샷을 점검했다.

“신우야, 잠깐 랠리 파트너 좀 해줄래?”

“알았어.”

원래라면 금화고 테니스부의 에이스가 되었어야 할 이신우는 지혁의 부탁을 고분고분한 태도로 승낙했다.

분명 과거였더라면 까칠한 그의 성격상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라이벌로 생각하기에는 두 사람의 위상이 너무 차이가 났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탕! 탕!

그렇게 랠리가 시작되자 지혁은 과거보다 상승된 실력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었다.

‘스트로크 위력도 강해졌지만 백핸드가 훨씬 더 편해졌어.’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족함이 보완되니 마치 족쇄를 풀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탕! 탕! 탕!

채찍처럼 뻗어나가는 스트로크에 신우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위태위태하게 공을 넘겼다.

이것도 지혁이 스트로크의 코스를 코트 중심의 센터 마크로 조절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좌우 사이드라인에 지금과 같은 샷을 날린다면 신우는 절대 지금처럼 공을 받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왕 한 김에 전력을 시험해볼까.’

백핸드의 감을 어느 정도 잡았으니 이제 컨트롤과 최대 파워를 실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혁은 코트 너머에 있는 이신우에게 신호를 준 다음에 전력을 다해 양손 백핸드를 쳤다.

쐐애액!!

그러자 라켓에 맞은 테니스공은 레이저처럼 날아가 사이드라인 위에 정확히 떨어졌다.

마치 그랜드 슬램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백핸드 앵글샷이었다.

“허억.”

이신우는 왼쪽 코트로 떨어지는 공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백핸드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때까지 경험한 테니스 선수들이라고는 고작 고등부 학생들이 전부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