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1화 (21/241)

21화. 호주 오픈

US오픈이 시작 된 지 13일.

지혁은 128강, 64강, 32강, 16강, 8강, 4강을 거치면서 만족할 만큼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모두 탑 랭커들의 경기였다.

“4강에서 나달과 조코비치가 그렇게 허무하게 패배할 줄이야.”

지혁은 두 사람이 결승까지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회귀하기 전의 기억으로는 결승전에서 대결하는 것은 델 포트로와 페더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로 알고 있던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었다.

영상으로는 알아보기 힘든 선수들의 상태를 눈으로 보자 확실하게 체감이 되었던 것이다.

“나달은 올해 마스터즈 대회에서 생긴 무릎 부상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 것 같네.”

윔블던도 불참하더니 US오픈 준결승전에서 3-0이라는 나달답지 않은 패배를 당했다.

아마 예상했던 것보다 무릎 상태가 더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조코비치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 같고.”

역사대로라면 조코비치는 2년이 더 지나야 각성하게 된다.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던 글루텐 알레르기가 그때 쯤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반에 페더러의 페이스에 말려서 결국 3-0으로 패배한 것을 보면 멘탈적인 부분도 전성기 시절과 다르게 단단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내년이 기다려지는 걸.”

지혁은 내년 1월에 열리는 호주 오픈을 기대 해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빅3가 최선의 상태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그중 2명이 오늘처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월까지 무조건 랭킹을 올려놔야겠네.”

지혁은 3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챌린저 대회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랭킹이 부족해서 호주 오픈에 참가하지 못하면 이런 절호의 기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빈집털이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

US 오픈 주니어 결승.

지혁은 다시 한 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

환호성을 들으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을 때.

금발의 미녀가 카메라맨을 대동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손에 든 마이크와 카메라에 ESPN 로고가 붙어있는 걸 보니 리포터인 것 같았다.

“우승을 축하해요. 리.”

“감사합니다.”

“주니어 그랜드 슬램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죠? 연속으로 우승한 소감이 어떤 가요?”

“정말 가지고 싶은 타이틀이었는데 오늘 얻게 되서 기쁩니다. 은색 트로피가 정말 아름답네요. 그리고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

“이번 US오픈이 끝난 후의 계획은 뭔가요?”

“올해 안에 ATP 랭킹 100위를 달성하는 겁니다. 내년 1월에 있는 호주 오픈에 참가하는 게 목표거든요.”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리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죠. 내년 호주 오픈에서도 이렇게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그 대답을 끝으로 마침내 인터뷰가 끝났다.

그렇게 지혁은 이틀 동안 뉴욕에 있는 호텔에서 휴식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윔블던에 이어 US 오픈 주니어 대회에서도 우승하자 한국에서는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이 쏟아졌다.

전에 없었던 공중파 예능 출연과 광고 제안도 수차례 받았을 정도니 그 인기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혁은 윔블던 주니어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대회에 집중했다.

11월 중순까지 랭킹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정이 매우 빡빡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와 코치들도 시즌 중에 테니스와 관련 없는 활동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말이다.

9월 25일 중국 닝보 챌린저 우승

10월 19일 S증권배 챌린저 우승

11월 16일 일본 요코하마 챌린저 우승

11월 27일 도요타 챌린저 우승

9월부터 시작한 지혁의 행보는 11월 말이 되어서야 마침내 끝이 났다.

총 4번의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한 지혁은 ATP 320점을 추가로 얻고 마침내 세계 랭킹 88위를 달성했다.

원래 한국 랭킹 1위였던 이형석을 추월한 순위였다.

그러자 국내 언론들은 지혁의 행보를 실시간으로 기사화 했다.

그에게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내용이 넘칠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연전연승! 이지혁의 무패행진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우승 사냥꾼 이지혁, 벌써 챌린저 6회 째 우승.]

[이지혁, 도요타 챌린저 우승으로 국내 최정상에 서다.]

[국내 테니스 1위를 달성한 16세 선수. 앞으로 그의 행보는?]

[이지혁은 과연 1월에 열리는 호주 오픈에 출전할까?]

***

US오픈이 끝나고 4개월 후, 2010년 1월 15일.

지혁은 호주 오픈을 위해 멜버른에서 실전 감각을 회복하고 있었다.

일행의 구성은 전 보다 두 명 더 늘어서 총 5명이었다.

코치 3명, 트레이너 1명, 가이드 1명.

좀 과하다 싶은 구성이지만 지혁은 사비를 들여서 두 명의 코치를 추가로 고용했다.

주목적은 이번 호주 오픈을 위해서였지만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수입이 상당히 많이 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벌써 스폰 제안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어.”

테니스 선수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나 다름없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1:1 경기를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하기 때문에 브랜드 노출이 굉장히 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니스 시청자들은 대부분이 고소득자라서 광고 타겟층에도 매우 적합했다.

한 테니스 채널에서 시청자의 연 소득을 계산해봤을 때 30만 달러가 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만약 호주 오픈에서 괜찮은 성적을 얻는다면 가장 기본이 되는 테니스복과 라켓은 물론.

시계, 양복, 자동차 등 고가 브랜드 기업들이 지혁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이용하기 위해 접촉해 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값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뛸 것이고 말이다.

“본선 대진표나 확인해보자. 아마 지금 쯤 올라왔을 거야. 음···6번 섹션이라···. 다행히 상위 시드 선수는 아니네.”

지혁은 대진표 하단에 적혀있는 이름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대진이 상당히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16강 상대는 작년 US오픈 우승자인 델 포트로.

8강은 앤디 로딕 또는 라파엘 나달.

4강은 앤디 머레이

결승전은 페더러 또는 조코비치.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대진표였지만 중요한 건 이 선수들이 후반에 전부 몰려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32강을 통과하지 않는 이상 이들과 경기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 1라운드의 상대는···, 67위의 베르나흐?”

지혁은 자신의 대전 상대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랭킹도 어정쩡하고 그리 유명하지 않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재수가 없으면 처음부터 네임드 선수를 만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광탈은 면했네.”

실제로 1라운드에서 페나조를 만나는 선수들은 그날 자국으로 돌아갈 확률이 100%에 가깝다.

지혁이 알기로 첫 라운드에서 탑 시드의 선수가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패배하는 일은 100번 중 한 번 볼까말까 했기 때문이다.

사실 상 반전이 일어날 확률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

호주 오픈 1라운드.

지혁은 드디어 그랜드 슬램에 첫 출전을 하게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17살, 만으로는 16살로 이번 대회의 최연소 참가자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 중 가장 어린 선수가 일본의 19살 선수, 니시코리 케이였으니 유일한 미성년자 출전자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지혁은 상대 선수, 베르나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베르나흐는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유가 넘치는 것이 지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키드, 그랜드 슬램은 처음이지? 살살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베르나흐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지혁을 도발했다.

아마 어린 선수라는 점을 노려 멘탈 공격을 하는 것 같았다.

‘재밌는 짓을 하네.’

저런 노골적인 무시를 받으면 일반적인 16살 선수라면 분명 흥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혁은 애송이 취급을 당하는 게 오히려 반가웠다.

상대가 자신을 무시할수록 허점을 노리기 좋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에서 내가 이길 확률이 70%정도였지?’

지혁은 대진표가 나오자마자 코치들의 도움으로 베르나흐의 요약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그의 경력이 짧지 않아서 경기 영상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실력을 시험해보기 딱 좋은 상대야.’

대회가 없는 12월 휴식 시즌에 3개월 동안 모아뒀던 포인트를 사용했다.

그 결과 키는 182cm가 되고 서브와 백핸드가 A- 등급이 되었다.

5개월 동안 모은 포인트를 모두 투자한 결과였다.

신체 능력과 테니스 기술이 달라진 만큼 얼마나 실력이 상승한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 베르나흐와 경기를 해본다면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퍼스트 세트. 서브 리.]

탕!!

[피프티 러브.]

[SERVE SPEED 201km/h]

지혁은 첫 서브 만에 자신의 공식 경기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5km나 증가한 기록이다.

“휘유.”

베르나흐는 첫 서브를 리턴하는데 실패하자 휘파람을 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서브의 스피드가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닌 모양인지 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이 정도 속도는 그랜드 슬램에서 그리 빠른 축에 속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각 한국.

호주 오픈의 중계권을 구입한 SBC 스포츠는 지혁의 경기를 1라운드부터 중계하고 있었다.

“아! 이지혁 선수, 200km가 넘는 서브로 에이스를 얻어냅니다!”

“허···. 속도와 코스도 좋은데 폼이 정말 아름답네요. 마치 교과서에 나올 법한 자세에요.”

첫 서브 장면을 본 SBC의 캐스터가 주먹을 쥐며 소리치자 해설자도 감탄한 어조로 지혁의 서브를 극찬했다.

- 201km!! 미쳤다!!! 이지혁 겨울 동안 대체 무슨 훈련을 한 거냐.

ㄴ엄청 좋은 거 먹었나 보네. 키도 좀 큰 것 같지 않냐?

ㄴ3~4cm는 큰 것 같다. 6개월 전만해도 170중반이었는데 진짜 빨리 크네.

ㄴ아직 고2니까 180후반까지는 크겠지?

- 작년 US 오픈 때보다 서브가 10km는 빨라진 것 같은데. 저렇게 단시간에 좋아질 수 있나?

ㄴ키도 커졌지만 서브 자세가 달라진 게 원인인 듯.

ㄴ2개월 만에 서브 자세를 바꿨다고? 그게 가능한가??

ㄴ이지혁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천재잖아.

탕!!

“아. 베르디흐 선수, 이번에는 리턴을 성공합니다.”

베르나흐는 자신 있는 표정이 허세가 아니라는 듯 두 번째 서브부터는 에이스를 당하지 않고 리턴을 성공시켰다.

그러자 경기는 랠리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게임 이지혁.]

“백핸드 다운 더 라인! 이지혁 선수가 첫 번째 서비스 게임을 얻어냅니다!”

“사이드라인 위에 떨어진 정교한 샷이었습니다. 역동작에 걸린 베르디흐가 허를 찔렸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