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30화 (30/241)

30화. 호주 오픈

호주 시간으로 오후 2시 20분에 시작된 지혁과 앤디 로딕의 8강 경기.

로딕을 박살내버려!

결승까지 가자!

리! 반드시 이겨!

지혁이 경기장 안으로 입장하자 커다란 응원 소리와 박수가 쏟아졌다.

입구 근처에 있는 VIP좌석을 지나가자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하려고 손을 뻗는다.

팬들에게 화답을 해주며 경기장 중심에 있는 코트 위에 도착했을 때.

만 명이 넘는 관중들의 시선이 한 번에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기분 좋은 고양감에 지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벌써 여기까지 오게 되다니···.’

과거 지혁의 그랜드 슬램 최고기록은 US 오픈 8강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는 경기는 호주 오픈 8강.

비록 개최지가 달랐지만 두 대회는 동급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제 과거의 지혁을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7년이 더 지나야 밟을 수 있는 무대를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도달한 것이다.

꺄아아아! 앤디!

감상에 잠겨있던 지혁은 본인이 입장할 때보다 훨씬 더 큰 비명 소리가 들리자 경기장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피트 샘프라스의 뒤를 이은 미국 최고의 테니스 스타 앤디 로딕의 모습이 보인다.

‘인기가 정말 엄청나구나.’

이 정도로 격렬한 환호는 개최국인 호주 국적의 선수나 슈퍼스타인 페더러, 나달에게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관중들이 마치 자국의 테니스 선수처럼 반응하는 것을 보니 로딕의 인지도가 호주에서도 상당히 높은 모양이다.

하긴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앤디 로딕이라···.’

지혁은 코트로 점점 다가오는 로딕의 정보를 떠올려봤다.

상대는 이미 프로에 데뷔한지 10년이 다 되어갔던 만큼 장단점은 물론 플레이 스타일이 전부 드러나 있었다.

‘강한 힘으로 테니스를 치는 전형적인 슬러거 스타일이었지.’

로딕의 현재 ATP 랭킹은 8위, 그리고 별명은 로켓 서버다.

별명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서브 속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2004년에 249km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새우고 아직까지 그 기록이 깨지지 않은 역대 최강의 서버인 것이다.

‘그래도 공략할 곳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

로딕은 최강의 서브와 정상급의 포핸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항상 경기를 빨리 끝내려는 경향이 있었다.

강력한 힘을 선천적으로 타고 났기 때문에 상대를 파워로 찍어 누르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플레이는 평범한 선수들에게는 잘 먹혔지만 테니스 기술이 거의 완성형에 도달한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엔디 머레이 같은 탑티어들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게 되면 한 가지 장점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없어서였다.

그래서 로딕은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랜드 슬램 최종 라운드만 가면 영혼까지 털려서 처참하게 패배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이번에도 서브만 받아낼 수 있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야.’

“입장할 때 응원 소리가 장난 아니던데? 역시 팬들은 너 같은 천재를 좋아하나봐.”

“······당신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로딕은 코트 위에 도착하자마자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아마 어려 보이는 지혁의 모습에 십년 전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것 같았다.

“글쎄. 네 이름을 말하는 응원들도 상당히 많이 들리는 것 같은데.”

“빨리 몸이나 풀죠. 경기 시작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까칠하기는, 알았어.”

지혁이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을 돌리는 것으로 표현하자 로딕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라켓을 챙겨 반대편 코트로 이동했다.

어차피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랠리를 하는 것은 그에게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레이어 레디. 서브 리.]

그렇게 얼마 후 호주 오픈 8강전이 시작되었다.

***

1세트 초반.

쿵!! 사이드라인을 훑듯이 지나가는 다운 더 라인.

지혁의 강력한 포핸드 리턴이 마침내 로딕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게임 리 3-1.]

[이지혁 선수의 리턴 에이스! 정말 엄청난 반사 신경입니다! 경기의 첫 번째 브레이크를 이렇게 성공시켰어요!]

[230km가 넘는 로딕의 서브를 완벽하게 리턴해냈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바브린카와 칠리치를 상대하느라 상당히 고생했는데 그걸 여기서 보상받네요. 완전히 물이 올랐어요!]

경기는 쉴 틈도 없이 다시 시작했다.

테니스 규칙상 게임의 합이 홀수일 때만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을 토스하며 왕관 자세를 취하는 지혁.

“흐읍!”

탕!!

오늘 처음으로 사용하는 트위스트 서브가 리턴을 준비하고 있던 로딕의 얼굴로 튀어 올랐다.

“헉!”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로딕은 황급히 라켓으로 얼굴을 가렸다.

퉁! 다행히 공은 라켓 면에 충돌했지만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제대로 된 리턴이 성공할 리가 없었다.

네트조차 넘기지 못하고 코트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공.

[아웃! 피프틴 러브.]

[이지혁 선수의 트위스트 서브! 로딕이 전혀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봐도 신기한 바운드 각도네요. 갑자기 저런 서브가 들어오면 탑랭커라도 받아내기 힘들죠.]

[이제 1세트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완벽한 우세를 잡을 수 있어요.]

지혁은 서비스 게임의 이점을 살려서 큰 어려움 없이 1세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게임 스코어는 6-3.

[포핸드 위너로 이지혁 선수가 1세트를 가져갑니다! 로딕의 빈틈을 노린 완벽한 크로스샷이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가 어렵지 않게 흘러갔어요. 그런데 호주 오픈 첫 경기를 했을 때 보다 이지혁 선수의 실력이 더 상승한 것 같네요. 아직 성장기라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말 대단한 재능입니다.]

[그렇죠. 바브린카를 상대할 때보다 서브와 백핸드가 확실히 더 능숙해졌어요. 완전히 다른 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ㅡ 1세트 이겼다!!!!! 미쳤어!!!!!!

ㅡ 이러다가 진짜 결승까지 올라가는 거 아님???

ㅡ 앤디 로딕 미국 테니스 넘버원인데 돌았네 ㅋㅋㅋㅋ 세계 랭킹 8위잖아 ㅋㅋㅋ

ㅡ 이지혁 포텐셜보면 몇 년 안에 그랜드 슬램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ㅡ ㅇㅈ 지금 커리어가 레전드 선수들이 밟았던 전형적인 코스잖아.

ㅡ 난 일본에서 경기보고 있는데 이지혁 별명이 왕자님이다 ㅋㅋㅋ 여기서도 인기 장난 아님 ㅋㅋ

ㅡ ㄹㅇ 잘생기기는 했지. 저 얼굴로 테니스까지 잘하면 그런 별명 붙을 만도 하다 ㅋㅋㅋ

2세트로 이어진 경기.

로딕은 1세트를 내주고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경기에 임하는 분위기가 더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지혁의 나이가 어렸던 만큼 얕보던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 모양이다.

탕!!

[듀스.]

하지만 집중력이 오른 것은 지혁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지속되면서 스트로크의 감각이 최상의 상태로 올라온 것이다.

결국 2세트의 7번 째 게임은 40-40 듀스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더블 폴트! 어드벤티지 리.]

중요한 상황에서 두 번이나 폴트를 저지른 로딕은 자신의 실책에 화가 났는지 손바닥으로 어깨를 몇 번이나 때렸다.

이제 한 포인트만 더 따내면 이번 게임은 지혁의 승리로 끝난다.

쾅!!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로딕의 서브.

[SERVE SPEED 237km/h]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른 서브가 코트 위로 떨어졌지만 공은 지혁의 라켓을 벗어나지 못했다.

탕! 탕! 탕!

서브로 에이스를 얻지 못하자 경기는 자연스럽게 스트로크 대결로 흘러가게 되었다.

“하앗!”

로딕의 백핸드 코스로 떨어지는 탑스핀 스트로크.

명백하게 약점을 노린 그 공격에 공은 위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던 지혁은 전신의 힘을 사용해 강력한 백핸드를 쳤다.

탕!!

그러자 로딕은 따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라켓에 공이 임팩트 되는 순간 쫓아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게임 리.]

우와아아아!

리! 리! 리!

[13구 끝에 이지혁 선수의 크로스 백핸드가 들어갔습니다! 2세트 첫 브레이크를 따냈어요! 이제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거의 갖춰졌습니다!]

[백핸드를 공략하는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었네요. 빌드업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게임 스코어 4-3. 이제 두 개의 게임만 얻어내면 준결승전 진출이에요!]

[아, 게임이 바로 시작하네요. 이번에는 이지혁 선수의 서비스 게임입니다.]

얼마 후 지혁의 서브로 다시 시작한 경기.

탕!!

제법 날카로운 플랫 서브가 들어갔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는지 곧바로 리턴이 돌아온다.

지혁은 경기의 우세를 점하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가득 찬 스트로크를 사용했다.

[아웃! 러브 피프틴.]

하지만 아쉽게도 공은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로딕은 아웃 콜이 떨어지자 바닥에 떨어진 공을 라켓으로 쳐서 넘겨주었다.

어차피 이번 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같은 공을 사용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베이스라인으로 돌아가던 지혁은 라켓을 부드럽게 움직여 공을 받아냈다.

라켓이 왼쪽 머리 위에서 오른쪽 허리로 내려올 때까지 공은 약간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묘기와 같은 광경에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진다.

지혁의 정교한 라켓 컨트롤에 감탄한 것이다.

[아! 방금 장면을 보셨습니까? 공을 보지도 않고 받아냈어요!]

[이지혁 선수는 라켓을 정말 자기 몸처럼 다루는 군요. 대단한 컨트롤입니다. 저런 감각이 있으니 스트로크의 정확도가 그렇게 높은 거겠죠.]

[관중석에 있는 팬들도 정말 좋아하네요. 방금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저런 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오늘 경기장에 온 팬들이 눈요기를 제대로 하네요.]

***

‘드디어 기다리던 상황이 왔구나.’

지혁은 로딕의 멘탈이 실시간으로 갈려나가는 게 느껴졌다.

서브 성공률이 점점 떨어지는 게 한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더블 폴트! 피프틴 올.]

로딕은 서브를 연속으로 실패해서 다시 한 번 점수를 내주었다.

벌써 3번째 더블 폴트다.

원래 고속 서브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비교적 폴트의 빈도가 많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 2세트라는 걸 고려하면 이건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제 꺼낼 타이밍이 된 것 같네.’

지혁은 드디어 한손 백핸드를 사용할 때가 됐음을 직감했다.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숨겨 놓은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아마 이번 공격이 통한다면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걸.’

어제 라이언 데이비스와 연습을 하면서 한손 백핸드를 사용한 소식은 분명히 로딕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공식 대회에서 전혀 쓰지 않았던 기술을 오늘 경기에서 갑자기 사용할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윙 자세를 바꿔봤자 본래 사용하던 자세보다 위력이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쿵! 코트 왼쪽으로 떨어지는 로딕의 스트로크.

기회를 노리고 있던 지혁은 드디어 한손 백핸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자 공은 이전과 전혀 다른 날카로운 각도로 날아갔다.

탕!!

[···피프틴 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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