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31화 (31/241)

31화. 호주 오픈

[이지혁 선수의 백핸드 크로스샷! 날카로운 각도에 로딕이 따라오지 못하고 포인트를 허용합니다! 피프틴 서티!]

[이제 2세트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박 해설님, 방금 이지혁 선수가 한손 백핸드를 사용하지 않았나요?]

[저도 그렇게 보긴 했습니다. 아! 마침 화면에 그 장면이 다시 나오고 있네요. 같이 확인해 보시죠.]

해설자들은 긴가민가한 얼굴로 리플레이에 집중했다.

자신들이 잘못 봤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떤 프로 선수가 경기 중에 멀쩡한 스윙 폼을 바꾸겠는가.

그렇게 다시 한 번 방송되는 지혁의 한손 백핸드.

[역시 저희가 봤던 게 맞았습니다.]

[대체 무슨 의도일까요. 하여튼 익숙하지 않은 자세일 텐데 정말 센스가 대단합니다.]

탕!!

[아, 경기가 시작했네요.]

로딕이 서브를 하자 중계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는 해설자들.

그들은 방금 전 상황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경기 중에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2세트의 승패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런 상황에서 잡음을 끼워 넣을 수는 없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더 좋은데?’

지혁은 자신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었음을 확신했다.

갑자기 변한 경기 스타일에 로딕이 당황한 게 한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피프틴 포티]

[세트 리.]

그렇게 지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개의 포인트를 연속해서 따냈다.

이번에도 위닝샷은 한손 백핸드였다.

[세트 스코어 6-3! 마침내 이지혁 선수가 2세트를 가져갑니다!]

[정말 환상적인 백핸드였습니다! 마치 페더러를 보는 것 같았어요!]

세트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120초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자 해설자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경기에 대해 평가했다.

[이지혁 선수의 경기 스타일이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마치 다른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프로 선수들은 스윙 자세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겁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저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거예요.]

[트위스트 서브처럼 공식 경기에서 보여준 적이 없는 기술을 또 보여줬는데 이건 처음부터 의도된 전략이겠죠?]

[단기간에 저런 높은 숙련도를 쌓을 수는 없으니 아마 그럴 겁니다. 이지혁 선수가 호주 오픈을 대비해서 정말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네요.]

ㅡ 대체 숨기고 있는 기술이 몇 개야 ㅋㅋㅋ

ㅡ 이제 한 세트만 따내면 준결승 진출이다 ㄷㄷ 한국 올타임 넘버원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 ;;

ㅡ 저런 기술이 있었으면 바브린카랑 칠리치 상대할 때 진작에 쓰지 이때까지 왜 그렇게 생고생 한 거냐?? 코치들이 전략 잘못 짠 거 아님??

ㅡ 다 생각이 있겠지 결국 여기까지 올라왔잖아.

ㅡ 제발 눈치 없으면 ㄹㅇ ㅋㅋ만 치라고 ㅋㅋㅋㅋ

ㅡ 호주 오픈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악성 팬덤까지 생겼네 ㅋㅋㅋ

ㅡ 원래 저 정도로 잘하면 까방권 자동 획득임 ㅋㅋㅋ

ㅡ 지금 이지혁한테 뭐라 하면 욕먹을 만하지 괜히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라

***

휴식 시간이 끝나고 시작한 3세트.

경기의 분위기가 지혁의 승리로 굳어지는 것 같자 로딕의 경기력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드디어 멘탈과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난 것이다.

아마 열심히 준비해왔던 전략과 분석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져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 코트 위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지혁의 플레이 스타일은 로딕이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쿵! 쿵! 쿵!

로딕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인지 라켓 면으로 머리를 몇 번이나 때렸다.

얼마나 강하게 부딪쳤는지 이마에 붉은 자국이 뚜렷하게 남는다.

“후···.”

한동안 자신의 몸에 화풀이를 하던 로딕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야 흥분이 조금은 가라앉은 모양이다.

탕!! 다시 시작하는 경기.

[게임 리.]

[게임 로딕.]

[게임 리.]

[게임 리.]

하지만 경기의 결과가 뒤집히는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임 세트. 매치 리 6-3, 6-3, 6-2.]

결국 체어 엠파이어의 선언으로 경기가 끝나게 되자.

지혁은 코트 위에서 커다란 포효를 질렀다.

이때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격정적인 모습이었다.

쏟아지는 관중들의 환성과 기립박수.

그 황홀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때 경기를 하느라 땀으로 흠뻑 젖은 로딕이 네트를 넘어서 다가왔다.

그런데 경기에서 패배한 그의 얼굴은 의외로 괜찮아 보였다.

이미 승패가 결정 된 이상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았다.

“좋은 경기였어. 설마 한손 백핸드를 가져올 줄이야.”

“로딕의 서브도 제가 이때까지 상대했던 선수 중에 가장 대단했어요.”

“리턴을 잘만하던데 빈말은. 그래도 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까 기분은 좋네. 그래도 6월에 열리는 윔블던은 이번과 다를 거야.”

“윔블던은 강서버들이 유리한 잔디 코트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어디 결승까지 가보라고 너라면 호주 오픈 최연소 우승을 차지할지도 모르겠네.”

로딕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보여줬던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그 모습에 관중들은 커다란 박수를 치며 위로해줬다.

비록 패배했지만 그도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저 상대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경기가 종료 되었습니다! 준결승 진출 확정! 이지혁 선수가 한국 테니스 선수 최초로 그랜드 슬램 4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순수한 실력으로 ATP랭킹 8위의 로딕을 완전히 압도했어요! 이렇게 되면 다음 경기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준결승전은 이틀 뒤 오후 5시 45분에 시작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부디 이지혁 선수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힘찬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지혁이 앤디 로딕을 꺾고 경기에서 승리하는 장면이 방송되자 SBC 스포츠의 순간 시청률은 23%까지 치솟았다.

작년 주니어 그랜드슬램에서 우승을 했을 때도 제법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주목도가 차원이 달랐다.

준결승까지 진출한 이상 아시아 최초로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닌 중국, 일본, 대만에서도 크게 뉴스가 보도 되었을 정도니 이번 일이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사람들의 관심에 한국의 취재진들은 비행기를 타고 대회 개최지인 멜버른으로 급히 날아갔다.

모두 화제의 인물인 지혁을 가장 먼저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공중파 예능국과 광고주들도 섭외 전쟁을 벌이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지혁이 한국으로 돌아올 때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

경기가 끝나고 몇 시간 후.

마침내 지혁의 준결승전 상대가 정해졌다.

라파엘 나달과 앤디 머레이의 경기가 드디어 끝난 것이다.

“설마 머레이가 승리할 줄이야.”

지혁은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TV를 끄면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실력으로 따지면 당연히 라파엘 나달이 4강에 진출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달은 작년 마스터즈 대회에서 입은 부상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중요한 8강전에서 3세트에서 기권할 이유가 없었다.

“나한테는 좋은 일인가?”

테니스 팬의 관점으로 보면 나달의 탈락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4강을 치르는 지혁에게 이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머레이도 세계 랭킹 4위를 달성한 만큼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수였지만 클레이의 왕이라 불리는 나달과 비교하면 몇 수는 아래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랜드슬램 우승을 6번이나 한 나달과 0회의 머레이를 같은 선상에 두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

만약 나달의 몸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머레이는 높은 확률로 4강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두 선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일단 승리할 가능성은 더 올라갔어.”

상대가 나달이 아닌 것만 해도 승률이 절반은 더 증가했다.

이제 머레이를 상대할 전략만 세우면 된다.

“역시 어플이 가장 큰 변수겠지.”

지혁은 어플을 켜서 오늘 얻은 결과물을 확인했다.

[이지혁]

근력: 70▲ 민첩: 70▲ 체력: 75▲ 신장: 183cm▲

서브(A), 포핸드(A+), 백핸드(A), 풋워크(A), 외모(A-), 트릭샷(A-)

[153,915포인트]

변화한 것은 A등급의 풋워크, A-의 외모, 트릭샷이었다.

뒤에 있는 두 개의 스킬은 포인트에 여유가 있어서 겸사겸사 올렸다.

비록 경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겠지만 포인트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이트한 테니스 팬들에게는 선수의 외모와 화려한 플레이가 큰 어필이 되는 만큼 전혀 근거가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스플릿 스텝이라.”

새로 얻은 풋워크 기술은 트위스트 서브, 한손 백핸드와 비교하면 굉장히 평범한 보상이었다.

“쓸모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 아쉽네.”

이번에도 특이한 기술을 배웠다면 다음 상대인 머레이의 허를 찌르는데 큰 역할을 했을 텐데.

그래도 냉정하게 전력 상승을 따져보면 이것도 나쁘지 않다.

심리적 요인을 제외하면 경기 동안 계속 사용하는 기본기가 가장 중요했으니 말이다.

“앞으로 눈에 띄는 성장은 없겠구나······.”

지혁은 어플을 바라보며 아쉬운 한숨을 쉬었다.

다음 등급인 A+를 달성하려면 200만이라는 거대한 포인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건 지혁이 그랜드슬램 준결승에 진출하고도 얻지 못한 어마어마한 양이다.

만약 메이저 대회에서 이번 같은 성과를 얻지 못하면 앞으로 등급을 하나 올리는데 짧으면 6개월 길면 일 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다음 그랜드슬램에서는 지금 실력이 얼마나 먹힐까?”

이번에 출전한 호주 오픈은 지혁의 데이터가 적어서 경기에 이득을 본 경향이 있었다.

상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대로 된 전략을 가져오지 못했던 것이다.

거의 파악했다하면 어플로 인해 실력이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양파 까듯이 새로운 기술을 꺼내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주력 테니스 기술을 다음 등급으로 올릴 수 없으니 그런 이점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모든 전력이 완전히 오픈 된 채로 실력 대 실력으로 붙어야 하는 것이다.

“5월에 열리는 롤랑 가로스의 성적은 처참할 수도 있겠네.”

호주 오픈과 롤랑 사이에는 5개의 마스터즈 대회가 있다.

그중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대회는 4개.

마스터즈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그랜드슬램의 멤버와 거의 비슷한 걸 고려하면 4개월 동안 지혁의 밑천은 탈탈 털리고도 남을 것이다.

“준결승에서 머레이를 꺾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인데···.”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향후 빅4라 불리는 세계 최정상급 플레이어가 그리 만만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머레이는 다른 빅3에 비해 멘탈이 약하다는 게 유명했으니 그걸 노리면 아주 약간의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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