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50화 (50/241)

50화. 인디언 웰스 오픈

인디언 웰스 오픈 8강.

지혁은 16,100석에 달하는 메인 코트, 테니스 가든에서 나달이 입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짝짝짝짝짝.

갑자기 관중석 한쪽에서 들리는 박수 소리.

‘도착 한 건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지혁은 마침내 기다리던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재빠른 동작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경기장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달이 아니라면 다른 유명 샐럽이라도 등장한 모양이다.

소란의 근원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자 박수를 받고 있는 사람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관중들의 시선이 모두 한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짐 쿠리어 거물이 왔구나.’

쿠리어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피트 샘프러스, 앤드리 애거시와 함께 테니스계를 주름잡던 미국의 레전드다.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면 얼굴을 잘 비치지 않는 걸로 아는데.

로얄석에 샐럽들이 많이 방문한 것도 그렇고 확실히 이번 경기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VAMOS RAFA! VAMOS RAFA!

그렇게 다시 몸을 푸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경기장에서 특유의 응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고개를 돌리자 예상했던 대로 나달이 경기장 입구에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테니스 선수와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의 몸을 보니 벌써부터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저벅저벅.

그렇게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지혁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빅3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 것이다.

“반가워. 골든 보이.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데? 설마 페르난도를 이기고 올라올 줄은 몰랐어.”

스페인 억양이 묻어나는 영어로 인사하는 나달.

생각보다 호의적인 태도에 지혁은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저도 오늘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16강 경기는 운이 많이 따랐어요. 제 실력은 당신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걸요. 그런데 부상은 다 회복된 거예요?”

“골든 보이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영광인걸. 부상은 한동안 대회를 쉬었더니 멀쩡해졌어.”

“휴······. 다행이네요.”

지혁은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는 나달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나달이 2020년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선수 생활을 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활동으로 어떤 영향이 갔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들어가자.”

“네.”

두 선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확인하고 랠리를 하기 위해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에 몸을 충분히 풀어둔 상태였지만 그래도 마지막 점검은 필요하다.

탕! 탕! 탕!

그렇게 10분 정도 스트로크를 주고받았을까.

체어에서 경기를 시작하라는 신호가 왔다.

그러자 두 선수는 심판의 목소리를 듣고 각자의 자리로 이동했다.

[플레이어 레디. 서브 리.]

“후우···. 후우···.”

지혁은 심호흡을 반복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

손에 땀이 흥건한 게 어울리지 않게 어울리지 않게 긴장을 한 모양이다.

“하앗!”

쾅!!

[피프틴 러브.]

[SERVE SPEED 132MPH]

첫 포인트를 T존에 떨어지는 에이스로 가져간 지혁.

아무리 빅3이라도 경기 시작부터 210km가 넘는 서브를 받기는 힘든 모양이다.

나달은 라켓 손잡이를 몇 번 돌리며 자세를 조금 더 낮췄다.

쾅!! 여유를 주지 않고 곧바로 이어지는 두 번 째 서브.

“흐읍!”

퉁! 같은 수법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듯 T존을 가격한 서브는 아슬아슬하게 리턴되었다.

힘이 실리지 않은 상태로 하늘하늘하게 날아가는 공.

그 허약한 리턴은 이미 네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혁의 라켓을 벗어나지 못했다.

쿵! 오른쪽 코트의 빈 공간을 공략하는 발리.

지혁은 당연히 득점할 거라 생각했는지 라켓을 늘어트리며 코트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이라면 받지 못할 정도로 공의 바운드 위치가 멀었기 때문이다.

탕!

우와아아아아!

그때 들리지 말아야할 임팩트 소리와 함께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들렸다.

퉁. 퉁. 퉁.

[피프틴 올.]

‘······이걸 따라잡았다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코트를 확인하는 지혁.

그러자 볼키즈가 떨어진 공을 회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환청을 들은 게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나달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한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코트 커버력이라니.

타구 속도가 느린 클레이 코트도 아닌데 대체 수비 범위가 얼마나 되는 걸까.

‘역시 여유를 부릴 상대가 아니구나······.’

VAMOS RAFA! VAMOS RAFA! VAMOS RAFA!

지혁은 경기장을 진동시키는 나달의 응원을 들으며 다음 서브를 준비했다.

그러자 체어 엠파이어가 방송을 통해 관중석을 진정시켰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코트 주변.

쾅!!

그렇게 두 선수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서로가 방심하지 않고 단단히 마음을 먹어서 랠리가 일찍 끝나는 일은 없었다.

탕!! 탕!! 탕!! 탕!!

어느새 10구를 넘어간 3번 째 포인트.

스핀이 잔뜩 걸린 공이 네트를 좌우로 넘어다녔지만 위닝샷은 좀처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버틸만한데?’

커리어나 실력 차이를 고려하면 속수무책으로 밀릴 줄 알았는데.

어제 베르다스코와 경기를 하면서 탑스핀 스트로크를 받아낸 경험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무려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나달과 비슷한 선수를 상대했으니 감각이 날카로워 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스트로크 횟수가 20구를 막 넘었을 때.

마침내 세 번째 포인트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지혁의 한손 백핸드가 짜릿한 위닝샷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서티 피프틴.]

경기 시작부터 변칙 플레이를 사용하자 관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혁이 이렇게 빨리 숨겨진 패를 꺼내들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두 선수의 기량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이상 완급조절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승부가 결판날 것이다.

‘무조건 첫 세트를 가져와야 해.’

지혁은 나달에게 이기기 위해 경기를 2-0으로 끝낼 전략을 가지고 왔다.

만약 3선승제의 그랜드슬램이라면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았겠지만 마스터즈는 2선승이니 초반에 몰아치면 미약하지만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게임 리 1-0.]

그렇게 첫 서비스게임은 고속 서브와 변칙 플레이의 이점을 살린 지혁이 가져가게 되었다.

***

같은 시간 ESPN.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디언 웰스 오픈 8강, 지혁리와 라파엘 나달의 경기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해설을 맡은 브래드 길버트, 이쪽은 객원 해설을 맡은 앤드리 애거시입니다.]

ESPN은 지혁과 나달의 8강 경기가 빅 이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미국의 레전드 테니스 선수를 객원 해설로 섭외했다.

앤드리 애거시는 보통 US오픈이 아니라면 데려오기 힘든 인물이지만 최근 이름을 알리고 있는 지혁과 나달의 명성 덕분인지 섭외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탕!! 지혁의 백핸드 스토로크로 끝난 첫 번째 게임.

두 선수가 각자 벤치로 걸어가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자 브래드는 대결 중에 쉬었던 멘트를 다시 이어갔다.

[오! 골든 보이가 나달에게 서비스게임을 지켜냈습니다. 시작이 괜찮네요.]

[저게 호주 오픈에서 로딕을 꺽은 한손 백핸드군요.]

[스트로크의 완성도가 상당하죠? 제가 보기에는 주력을 지금당장 전환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두 가지 백핸드를 겸용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신기합니다. 아직 선수의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걸까요?]

[고작 그런 이유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 리 없죠. 보통 주니어 선수들의 경기가 더 보수적이지 않습니까. 리는 정점을 차지할만한 재능을 타고 났어요.]

[지난 1월에 있었던 주니어 그랜드슬램의 우승자, 티아구 페르난데스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렇긴 하죠. 그나저나 앤드리에게 이런 평가를 듣다니 골든 보이도 대단하군요.]

브래드는 생각보다 후한 평가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관계가 얽혀 있는 것도 아닌데 앤드리가 극찬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반응처럼 레딧에서도 앤드리의 말은 화제가 되고 있었다.

ㅡ 너무 띄워 주는 거 아니야? 저 선수는 고작 랭킹 27위밖에 안 되잖아?

ㅡ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시안치고 서브가 빠르긴 하지만 빅3와 비교하면 스트로크가 너무 어설퍼.

ㅡ 너희들 골든 보이의 이전 경기를 보고 말하는 거야???

ㅡ 어제 베르다스코를 밟아주는 걸 봤으면 그런 개소리는 못할 건데.

ㅡ 로저와 라파도 16살에 저런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어.

ㅡ 16살??? 저 중국인의 나이가 16살이라고?? 농담하지 마.

ㅡ 골든 보이의 국적은 한국인이야. 중국이라면 나이를 속일 수도 있지 하지만 한국은 달라.

ㅡ 와우. 그게 정말이면 ESPN에서 저 선수의 경기를 자주 송출한 이유가 있었네.

ㅡ 방금 화면에 잡힌 사람 짐 쿠리어 맞지? 로얄석에 앉은 금발머리 남자말이야.

ㅡ 맞는 것 같은데? 쿠리어가 직접 경기장에 찾아 갈 정도면 꽤 실력이 있나 보네.

기존의 팬들과 쿠리어의 등장으로 인해 레딧의 반응은 점점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지혁은 그것에 보답하듯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시 한 번 사이드라인을 공략하는 지혁의 백핸드 크로스샷.

코트를 빠르게 가로지르는 완벽한 스트로크에 관중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피프틴 서티. 골든 보이가 나달의 서비스게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부를 빠르게 보려고 하는 군요.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ESPN 해설들은 흠잡을 데 없는 지혁의 실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를 평가했다.

[지금처럼 1세트가 진행되면 골든 보이가 경기를 이길 수도 있겠는데요? 아, 나달이 당황한 표정을 짓네요. 이런 기괴한 플레이는 그도 처음인가 봅니다.]

[경기가 길어지면 달라지겠지만 확실히 지금 상황은 리가 더 유리합니다.]

탕! 높이 튀어 오르는 탑스핀 스트로크를 라이징샷으로 처리한 지혁.

그 완벽한 대처에 나달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라켓의 스트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피프틴 포티.]

[나달의 리버스 포핸드가 다시 한 번 공략당했습니다. 이제 한 포인트만 더 따내면 골든 보이가 브레이크를 성공합니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베르다스코를 상대하면서 예방주사를 맞은 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네요. 전날 고생한 보람이 있겠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두 선수가 똑같은 포핸드를 사용하다 보니 명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리버스 포핸드를 사용하는 선수가 적은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보기 쉬운 모습은 아니죠. 다음 메이저 대회에서 리가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이런 장면을 보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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