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51화 (51/241)

51화. 인디언 웰스 오픈

결국 무력하게 브레이크당한 나달의 서비스게임.

1세트는 2-0으로 지혁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 예상 밖의 활약에 관중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혁이 요즘 핫하게 뜨고 있었지만 설마 빅3에게 우세를 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네요! 골든 보이가 나달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요. 루키의 반란이 정말 무섭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장점을 잘 살린 경기였습니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노련한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브레이크를 성공했으니 이제 서비스게임만 집중해서 방어하면 됩니다. 리는 강서버이니 그렇게 어려운 조건은 아닙니다.]

휴식 시간 없이 진행된 지혁의 서비스게임.

볼 키즈에게 공을 전달받는 잠깐의 시간 동안 나달은 브레이크를 당하고 뭔가 느낀 게 있는지 리턴 위치를 조정했다.

몸을 베이스라인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린 것이다.

그러자 테니스 전문가들과 일부 노련한 팬들은 곧바로 그 변화를 눈치 챘다.

나달이 자신의 불리함을 인정하고 수비적인 자세로 들어섰음을 말이다.

“흐읍!”

쾅!! 전광판에 찍히는 136마일의 속도.

거의 최고속도에 달한 지혁의 서브가 서비스 코트로 떨어졌다.

하지만 나달은 백핸드 리턴을 어렵지 않게 성공시켰다.

[리턴 위치를 뒤로 물린 걸 보니 나달은 장기전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네. 당장의 승패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나달이 수비적인 플레이를 선택했으니 한동안 골든 보이가 경기를 주도하겠습니다.]

[음······.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죠.]

해설들의 말처럼 나달은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배재한 채 지혁의 공을 받아내는 것에만 몰두했다.

네트에서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제대로 된 위닝샷을 치지 못한 것이다.

마치 체력 대결처럼 흘러가는 경기.

코트 좌우로 떨어지는 스트로크에 두 선수의 체력은 빠른 속도로 소모됐다.

이전보다 실점할 위기는 줄어들었지만 반대급부로 활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드르륵.

끝날 줄 모르는 스트로크 대결에서 먼저 백핸드 슬라이스를 사용한 지혁.

그 행동에 로얄석에 있던 쿠리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달에게 경기가 기울어지고 있네요.]

[앤드리? 여전히 스코어는 골든 보이가 유리한데요?]

[겉으로 보면 그렇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슬라이스를 섞는다는 건 싸움을 회피한다는 의미입니다. 랠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에요.]

쿵! 라인을 벗어나는 지혁의 백핸드.

[아웃! 포티 서티.]

3세트가 본격적인 기량 싸움으로 들어서자 지혁의 실책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매 포인트가 10구 이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다.

[골든 보이가 17구만에 다시 한 번 에러를 범합니다. 그답지 않은 실수에요.]

[나달의 진정한 진가가 드디어 발휘되기 시작했네요. 저렇게 모든 공을 다 받아치면 상대하는 입장에서 속이 탈 수밖에 없죠.]

[확실히 리의 위닝샷에 과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긴 했습니다.]

[결정구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상대가 다른 탑랭커였다면 충분히 위너를 만들어냈겠지만 나달의 코트 커버력은 평범한 선수들과 차원이 다르거든요.]

탕! 탕! 탕!

세 번째 게임의 마지막 포인트를 남겨두고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는 지혁과 나달.

그 놀라운 장면에 관중들은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아! 랠리가 30구를 넘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경기력입니다! 관중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군요!]

[부상 전의 나달을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활동량을 줄이기 위해 경기 스타일을 바꿨다고 들었는데 상당히 의외네요.]

[그만큼 골든 보이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전력을 다하는 것 같아 보이니 그렇겠죠. 상대가 만만했다면 애초에 저런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을 겁니다.]

쿵! 사이드라인을 가격하는 나달의 다운 더 라인.

마침내 길었던 랠리가 끝나자 사방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VAMOS RAFA! VAMOS RAFA! VAMOS RAFA!

나달은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에 두 손을 번쩍 들며 포효했다.

아무래도 어렵게 얻은 승리가 그에게도 짜릿한 모양이다.

[나달! 나달! 세 번째 게임의 승자는 나달에게로 돌아갑니다! 완벽한 다운 더 라인에 경기장이 환호로 휩싸였습니다! VAMOS RAFA!]

[어제 있었던 경기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네요. 이제 리는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같은 플레이를 계속 고집하면 나달을 이길 수 없어요.]

[골든 보이가 너무 빨리 위기에 빠졌어요. 앤드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음······. 조커를 공략당한 거나 다름없어서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네요. 일단 서비스게임을······.]

***

와아아아아!

경기장을 뒤흔드는 환호성.

나달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목소리에 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벤치로 걸어갔다.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털썩.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이건 너무한데.’

거센 숨을 몰아쉬며 벤치에 주저앉은 지혁.

경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다리에서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직 1세트도 끝나지 않은 걸 생각하면 좋지 않은 징조다.

‘대체 체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지혁은 반대편 벤치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나달의 상태를 살펴봤다.

분명히 같은 경기를 했지만 이상하게 그의 상태는 땀만 조금 났을 뿐 멀쩡해 보인다.

역시 리트리버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게 코트를 뛰어다녔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니.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쯤 변칙 플레이로 나달에게 1세트를 얻어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준비했던 전략은 대부분 무용지물이 된 것 같았다.

[플레이어 레디.]

‘벌써?’

체감 상 30초는 남은 줄 알았는데 벌써 60초가 지났다고?

아무래도 몸이 피로한 상태라 시간관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지혁은 허벅지에서 미약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달에게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 도중 상대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서브 나달.]

“흐어엇!”

쾅!!

[SERVE SPPED 126MPH.]

특유의 기합소리와 함께 라켓을 휘두르는 나달.

격투기 선수를 연상시키는 근육질 몸이 역동적으로 움직이자 관중들은 코트와 거리가 멀었음에도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받았다.

하지만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그 위협적인 모습과 비교하면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서브 속도는 단순히 몸만 좋다고 무작정 올라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연성과 복합적인 협응력이 조화롭게 작용하지 않으면 아무리 근육량이 많아도 220km가 넘는 서브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연히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188cm의 앤디 로딕이 비교적 호리호리한 몸으로 244km의 서브를 쳐내는 것을 본다면 서브의 메커니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타다다다!

쿵! 서비스라인 구석에 정확하게 떨어진 나달의 플랫 서브.

코트 뒤에서 상체를 낮춘 채로 대기하고 있던 지혁은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회전시키며 라켓을 휘둘렀다.

탕!! 채찍처럼 뻗어나가는 포핸드 리턴.

분명 완벽에 가까운 스트로크였지만 포핸드는 포인트를 따내지 못했다.

1세트 중반이 넘어가면서 나달의 경기 감각이 거의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탕! 탕! 탕! 탕!

“크윽.”

지혁은 백핸드 코스로 쏟아지는 탑스핀 스크로크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라이징샷과 잭나이프를 너무 남용한 부작용이다.

오른발에서 미약한 경련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절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아마 경기가 길어질수록 오른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랠리가 15구를 넘었을까.

지혁의 스트로크는 코트를 한참이나 벗어나 날아갔다.

통증 때문에 임팩트 각도를 미세하게 뒤틀린 탓이다.

“꺄악!”

잠시 후, 네트 주변에서 들리는 가냘픈 비명.

코트에서 들리지 말아야할 소리가 들리자 경기장의 시선은 모두 한 곳으로 집중됐다.

그러자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볼 걸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웃된 스트로크를 맞은 모양이다.

가냘프게 보이는 소녀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자 관중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지혁의 샷은 멀리서 봐도 엄청나게 살벌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220km가 넘는 서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데 스트로크의 위력이 약할 리 없다.

타다다다다.

볼 걸에게 급하게 달려가는 지혁.

갑작스러운 사고에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다.

만약 서브권을 가진 나달이 경기를 속행한다면 지혁은 포인트를 잃는 패널티를 먹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런 미친 짓을 할 선수는 없다.

“괜찮아?”

조심스레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걸자 볼 걸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 명이 넘는 관중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공을 맞은 부위를 살펴보니 다행히 큰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임팩트 각도가 뒤틀리면서 위력이 대부분 감소된 모양이다.

“정말 미안해. 경기가 끝나고 제대로 사과할게.”

지혁은 한동안 살펴봐도 문제가 없는 것 같자 볼 걸에게 착용하고 있던 하얀색 모자를 씌어주었다.

원래 그녀가 쓰고 있던 남색 모자가 멀리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걸이 의외의 선물을 받자 코트 주변에서 다른 볼 키즈들의 부러운 시선이 쏟아졌다.

저벅저벅.

어느 정도 상황이 해결되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지혁.

경기가 조금 지체되었지만 관중석에서는 불쾌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훈훈한 광경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걸 보면 방금 전 대처가 나쁘진 않았나 보다.

꾸벅.

지혁이 사과의 의미로 반대편 코트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자 나달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브 나달.]

체어 엠파이어는 그런 두 선수를 지켜보면서 경기의 재개를 알렸다.

이제 돌발 상황이 해결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쾅!!

다시 경기에 집중하라는 듯이 코트에 내려꽂히는 서브.

잠깐 동안 템포가 끊겼지만 나달의 실력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지혁은 의도하지 않았던 몇 분의 휴식 덕분에 체력이 아주 약간 회복되었다.

덕분에 스트로크 대결에서 밀리는 기색 없이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지금!’

탕!!

높이 튀어 오르는 탑스핀 스트로크를 잭나이프로 내려찍은 지혁.

샷이 얼마나 잘 들어갔는지 점프했던 발이 바닥에 닿자 동시에 반대편 코트에 공이 바운드 된다.

쿵! 레이저처럼 코트를 가로지른 잭나이프에 나달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비록 경기 상대이지만 지혁의 훌륭한 실력에 감탄한 것이다.

그리고 관중들과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해설자들의 반응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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