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62화 (62/241)

62화. 마이애미 오픈

지혁과 니시코리는 서로 원하는 바가 확실했기 때문에 곧바로 경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각자 베이스라인에 도착하자 관중석은 긴장감으로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통. 통. 통. 통.

코트 위를 울리는 경쾌한 바운드 소리.

지혁은 상체를 깊게 숙이고 있는 니시코리를 한 번 확인하고 공을 토스했다.

“흐읍!”

쾅!!

T존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서브.

이미 훈련을 하며 몸을 충분히 풀어둬서 타구의 속도는 최상에 가까웠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서브에 니시코리는 발을 때지도 못했다.

[피프틴 러브.]

와아아아아!

팬들은 마치 마스터즈 정식 경기를 보는 듯한 기분에 저절로 탄성을 내질렀다.

연습 코트에서 이렇게 제대로 된 경기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들과 거리가 가까워서 좌석도 거의 로열석에 가까웠다.

1만석이 넘는 스타디움에서 이런 자리를 얻으려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와······. 저런 코스로 들어오면 페더러라도 못 받지.”

“라인 위에 떨어진 건 우연이겠지?”

“당연하지, 저렇게 빠른 서브를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쾅!!

220km가 넘는 서브를 쉴 틈도 주지 않고 연달아 사용하는 지혁.

그 맹렬한 공세에 니시코리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리턴을 간신히 성공시키긴 했지만 그것도 샷이 불안정해 순식간에 발리를 당한 것이다.

“으으······.”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가게 되자 얼굴을 붉히는 유즈키.

하지만 그녀의 친구와 근처에 있는 다른 팬들은 지금 상황이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최근 메이저 대회를 시청했다면 누가 이길지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게임 리 1-0. 엔드 체인지.]

체어에서 들리는 콜에 니시코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코트를 교체했다.

라켓을 몇 번 휘두르는 시늉을 하는 게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은 모양이다.

“아···아직 니시코리상이 몸이 덜 풀려서 그래, 이번 게임은 다를 거야.”

그 모습을 본 유즈키는 서비스게임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 기대를 걸었다.

니시코리의 장점은 랠리 상황에서 발휘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나름 근거가 있는 생각이었다.

“하앗!”

탕!!

유즈키가 말한 것처럼 경기는 치열한 스트로크 대결로 이어졌다.

물론 에이스로 포인트를 따내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지만 190km대의 서브로 지혁을 제압할 수 있을 리 없다.

타다다다!

빠른 풋워크와 견고한 코트 커버력을 보여주는 니시코리.

랠리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 모습에 유즈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레이카, 저것 봐. 역시 내 생각이 맞았지?”

“대단해······.”

“니시코리상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제 역전할 일만 남았어.”

쿵! 코트를 관통하는 니시코리의 포핸드 앵글샷.

팬들은 절묘한 코스 공략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빠른 템포는 여전하구나. 작년에 잔부상으로 고생하면서 코치들에게 주의를 받았을 텐데.’

몸을 아끼지 않는 거친 플레이로 고생을 그렇게 하고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니.

과연 첫 프로 데뷔부터 잭나이프를 즐겨 사용하던 선수답다.

‘뭐, 앞으로 10년 이상 롱런할 선수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지혁은 경기 템포를 더 올리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여유를 부리다가는 크게 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상대가 니시코리 쯤 되면 힘을 아끼면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해진다.

탕! 탕! 탕!

잠시 후, 다시 시작된 경기.

두 선수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탓인지 매 포인트는 상당히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대등한 스트로크 실력에도 게임은 결국 니시코리에게 넘어갔다.

[게임 니시코리 1-1.]

눈을 땔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던 게임의 승자가 정해지자 팬들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경기에 대해 떠들었다.

“후우······. 미세한 차이였어.”

“······서비스게임의 힘을 많이 빌리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이 대단하긴 하네.”

“공을 주고받는 속도가 다른 경기보다 엄청 빠르지 않아? 선수들 랭킹이 높아서 그런가.”

“임팩트 타이밍이 빨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네트 앞으로 달려가는 빈도가 높았잖아.”

“아, 그러고 보니 니시코리의 플레이 스타일이 올라운더였지. 베이스라이너가 아니라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거구나. 그나저나 이러면 누가 경기를 이길지 모르는 거 아니야? 이제 스코어도 같아졌잖아.”

“응? 그건 아니지. 게임을 얻어내는 노력의 크기가 다르잖아. 니시코리가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결국 승리하는 건 골든 보이야.”

그의 말대로 이후의 경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혁에게 유리하게 변해갔다.

애초에 공격 옵션의 숫자가 차원이 달랐던 만큼 처음부터 정해진 결과였다.

퉁!

허를 찌르는 드롭샷으로 첫 브레이크를 성공하는 지혁.

[게임 리 5-3.]

승부의 방향이 정해지는 전환점에 유즈키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도 이번 게임은 절대 지면 안 된 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 4번의 서비스게임이 있었지만 니시코리는 단 한 번도 브레이크를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이제 경기는 진 거나 다름없다.

“레이카.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이대로는 힘들 것 같아······.”

“음······. 힘을 낼 수 있게 열심히 응원하는 건 어때?”

“그게 니시코리상에게 도움이 될까?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면 안 되는데.”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망설이는 유즈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레이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관중석에서 예쁘장한 일본인 여자 두 명이 니시코리를 큰 목소리로 응원하자 주변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그녀들의 얌전한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서브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던 니시코리도 그 상황을 눈치 챈 것인지 관중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귀여운 팬들의 모습을 발견한 건지 크게 미소를 지었다.

“꺄악! 방금 니시코리상이 나를 보고 웃어줬어. 레이카가 말한 대로 효과가 있나 봐!”

“응. 다행이네.”

“더 열심히 응원하면 역전도 할 수 있겠지?”

“분명히 그럴 거야.”

그렇게 재미있는 소란이 지나가고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관중석이 잠잠해지자 하늘로 손을 뻗으며 테니스공을 토스하는 지혁.

188cm의 커다란 몸이 왕관자세를 하느라 뒤로 젖혀지자 연습 코트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흐읍!”

쾅!!

굉음을 내며 반대편 서비스 코트로 날아가는 서브.

비록 전광판이 없어서 속도를 알 수 없었지만 이번 공격은 지혁이 오늘 친 가장 빠른 서브였다.

[피프틴 러브.]

역전할 기회를 철저하게 무너트리는 지혁.

그 모습에 팬들은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경기 초반보다 더 강력해진 서브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말도 안 돼. 저기서 더 빨라진다고?”

“스피드건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과연 몇 km였을까.”

사실 진상은 우연히 임팩트가 잘 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니시코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오해에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서브를 준비하는 지혁.

그러자 관중석에서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쾅!!

‘이번에도 느낌이 좋아.’

두 번 연속으로 이런 감각을 느끼는 건 드문 일인데.

아무래도 분위기를 탄 게 도움이 된 모양이다.

니시코리가 발을 때기도 전에 코트를 때리고 사라지는 서브.

팬들은 그저 눈을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어느새 사라진 공에 탄성을 내질렀다.

“······진짜 힘을 아끼고 있었어.”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고? 그게 맞다면 저건······저건 그냥 괴물이잖아.”

“나달하고 경기를 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어.”

“설마 일주일 동안 실력이 성장한 건가?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에 들렸다는 기사가 나왔었잖아.”

“그건 말이 안 돼. 이건 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이 가리키는 건 그것 밖에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연속으로 두 번의 에이스를 얻어내자 경기를 보고 있던 대부분의 팬들은 지혁이 실력을 조절하며 경기를 했다고 믿었다.

물론 일부 냉정한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워낙 소수여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소란에도 지혁은 신경 쓰지 않고 세 번째 서브를 시작했다.

잠시 후, 라켓이 휘둘러지자 연습 코트를 울리는 커다란 임팩트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세 번 연속으로 운이 좋을 수는 없는지 서브는 평소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갔다.

탕!

단단히 각오한 덕분인지 안정적으로 리턴을 해내는 니시코리.

비록 불리한 상황이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는지 그는 최선을 다해 코트를 뛰어다녔다.

그 강인한 의지 덕분일까.

랠리는 승부가 나지 않고 길어졌다.

5구, 10구, 15구.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위닝샷을 날린 건 니시코리였다.

탓!

점프를 하며 포핸드를 치는 니시코리.

일반적인 샷보다 높은 타점과 빠른 템포에 지혁은 스트로크를 따라지 못했다.

[서티 피프틴.]

와아아아아!

에어 케이! 에어 케이!

“레이카! 포핸드 잭 나이프샷이야!”

화려한 기술에 감탄을 하는 유즈키.

하지만 몇몇 관중들은 고개를 저었다.

따로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혁과 니시코리는 암묵적으로 비장의 수는 아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혁이 트위스트 서브, 한손 백핸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게 그 증거였다.

‘정말 이기고 싶나 보네.’

숨겨둔 전력을 전부 드러내면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손해가 극심할 텐데.

그래도 본인이 선택한 일이니 말릴 일은 아니다.

‘어차피 늦었어.’

이제 두 포인트밖에 남지 않은 만큼 승패를 뒤집기에는 무리다.

지혁은 빨리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곧바로 경기를 이어갔다.

쿵!

[포티 서티. 매치 포인트.]

니시코리가 나름 분전했지만 결국 경기는 한 번씩 위닝샷을 주고받으면서 매치 포인트가 되었다.

이제 한 걸음만 내딛으면 되지만 이번에 실점을 하게 되면 듀스 상황이 된다.

‘여기서 끝내야 해.’

괜히 여기서 점수를 내주면 승부의 추가 기울 수도 있다.

그러니 빌미를 조금이라도 주면 안 된다.

쾅!!

T존을 공략하는 지혁의 서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니시코리는 넘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한 자세로 라켓을 뻗었다.

꽤 위험한 동작이었지만 대가를 감수한 만큼 결과는 좋았다.

베이스라인 끝으로 날아오는 공을 리버스 포핸드로 받아치는 지혁.

그렇게 두 선수는 서로 이득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랠리로 들어갔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서 스트로크는 좀처럼 승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니시코리는 더 이상 숨길 생각도 없는지 잭나이프샷을 몇 번이나 사용했다.

하지만 처음도 아닌데 지혁에게 그게 통할 리가 없었다.

10구, 15구, 20구.

코트 위에는 방금 전 상황이 다시 재연되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스트로크가 계속 이어지자 지혁은 종지부를 찍기 위해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퉁!

날카로운 궤적을 만들어내며 사이드라인을 가격하는 공.

[게임 세트. 매치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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