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63화 (63/241)

63화. 마이애미 오픈

와아아아아!

연습 코트를 가득 매우는 함성.

매치 포인트를 마무리 지은 건 예상했듯이 지혁의 한손 백핸드였다.

팬들은 쉽게 보기 힘든 환상적인 경기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밝은 분위기와 다르게 우울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바로 니시코리의 열렬한 팬인 유즈키였다.

“듀스가 됐으면 이길 수도 있었는데······.”

분한 표정으로 눈물을 찔끔 흘리는 유즈키.

그녀는 이번 경기가 연습이라는 게 너무 아쉬웠다.

보통 단기 결전은 강서버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니시코리는 세트 초반에 에이스를 무더기로 당하며 게임을 허무하게 내주었다.

이제야 리턴을 어느 정도 받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 승부가 결정되었으니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다음 대회에서 만나면······,”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세트가 오늘 보다는 많을 테니까 말이다.

저벅저벅.

마침내 경기가 끝나자 네트 앞으로 걸어가는 지혁과 니시코리.

두 선수는 가볍게 포옹하며 서로의 등을 두드렸다.

비록 만난 지는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경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역시 닉이 칭찬할 만하네. 명성만큼 대단한 실력이었어.”

“아슬아슬한 차이였어요.”

“어울리지 않게 겸손은,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지 않던데. 네가 칠리치를 이긴 이유를 알겠더라.”

니키코리는 비록 승부에서 패배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얼굴로 지혁의 실력을 칭찬했다.

아무래도 프로 경력이 4년이나 되는 만큼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다.

하긴 빅3가 아닌 이상 테니스 선수는 패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대회에서 매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패배를 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훈련은 좀 됐어요?”

“그래. 기대했던 것 이상이야. 내일 칠리치를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저도 뛰어난 올라운더를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말대로 이번 훈련은 니시코리만 이득을 본 게 아니었다.

애초에 그랬다면 바쁜 대회 기간 중에 지혁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연습 코트는 언제까지 사용할 거야?”

“아, 예약이 끝날 때까지 있을 거예요. 아마 니시코리랑 시간이 같을 걸요?”

“잘 됐네. 그럼 남은 시간 동안 같이 훈련하자. 괜찮지?”

“저야 좋죠. 얼마든지 가능해요.”

그렇게 두 사람은 연습 경기가 끝났지만 각자의 코트로 찢어지지 않고 남은 시간 동안 같이 훈련했다.

코치들이 코칭을 해주는 것보다 탑랭커가 훈련 파트너를 해주는 게 훨씬 효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만한 파트너를 대회 중에 구하는 건 행운이나 다름없다.

선수들끼리 친분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경쟁자를 도와주는 일은 드물었으니 말이다.

***

마이애미 오픈 3라운드 당일.

골든 보이와 스페인의 탑랭커인 페레로가 대결한 다는 소식에 수 천석이 넘는 경기장은 팬들로 인해 빈자리 없이 가득 차게 되었다.

고작 ATP랭킹 21위의 선수의 경기치고 과분할 정도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포츠들이 그렇듯 선수의 스타성은 단순히 랭킹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빅3처럼 언터쳐블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외모, 나이, 인종, 출신지 등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더 중요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빅3도 이런 세상의 이치를 피해가지는 못한다.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롤랑 가로스, 윔블던, US 오픈을 전부 휩쓸며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도 그는 부족한 인기 때문에 페더러, 나달보다 광고 수입이 비교적 낮았으니 말이다.

와아아아아!

그때 경기장 입구 주변에서 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예상했던 대로 먼저 모습을 보인 건 지혁이었다.

지혁이 팬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벤치 근처에 가방을 내려놓자 곧바로 페레로도 경기장에 도착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이애미 오픈 32강 경기에서 찾아뵙습니다. 저는 ESPN의 해설자 브래드 길버트.]

[크리스 버만입니다.]

[오늘 경기를 할 선수들은 요즘 핫한 골든 보이와 페레로인데요. 루키와 베테랑의 승부가 어떻게 될지 정말 기대됩니다.]

[피지컬은 골든 보이가 월등히 뛰어나네요. 잘하면 파워와 테크닉 싸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하하하. 골든 보이의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그렇진 않을 겁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는 묘기 테니스를 즐겨 쓰는 선수잖아요. 테크닉에서 밀린다니 말도 안 되죠.]

[페레로의 정교한 테니스를 보고나면 브래드의 생각도 달라질 겁니다. 그는 하드 코트에서 정말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거든요.]

해설자들은 지혁과 페레로의 커리어와 프로필을 바탕으로 전력을 비교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대략 10분이 지나자 두 선수가 랠리를 끝내고 네트 앞으로 걸어간다.

드디어 몸을 다 풀고 경기를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팅!

하늘로 동전을 튀기는 체어 엠파이어.

[첫 번째 서비스게임은 골든 보이가 가져가네요. 출발이 좋습니다.]

[서브가 워낙 좋은 선수라서 초반에 우세를 가져가겠네요.]

[저번 경기에서 138마일을 기록했었죠. 오늘은 퍼스트 서브가 얼마나 나올지 기대되네요.]

쾅!!

T존을 노리는 지혁의 서브.

아직 경기 초반이라 코스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고속 서브에 익숙해지지 않은 건 페레로도 마찬가지였다.

끼이익-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리는 페레로.

하지만 공은 라켓을 주먹 한 개 차이로 피해갔다.

[피프틴 러브.]

짝짝짝짝짝.

전광판에 찍힌 133마일의 속도를 보고 박수를 치는 관중들.

탑랭커 중에서도 수위에 드는 위력에 오늘 처음으로 지혁의 경기를 보게 된 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16살이 어떻게 저런 서브를 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스! 역시 초반부터 저를 실망시키지 않네요. T존을 공략한 깔끔한 공격이었습니다.]

[페레로의 발이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네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리턴할 수 있을 겁니다.]

크리스의 말대로 지혁은 두 번째 서브부터 에이스를 저지당했다.

물론 완벽하게 받아낸 게 아니라서 네트 앞에서 백핸드 발리로 포인트를 따냈지만 라켓에 맞춰 네트를 넘겼다는 자체가 대단한 거다.

역시 경험이 많은 선수답게 적응이 상당히 빠른 모양이다.

“흐읍!”

쾅!!

[SERVE SPEED 135MHP]

하지만 점점 경기에 익숙해지는 건 페레로만이 아니었다.

지혁도 고속 서브를 연달아 사용하다 보니 속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컨디션이 정말 좋나 보군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회복 능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은 모양입니다. 골든 보이가 16살인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요.]

[확실히 저 나이 때는 며칠 밤을 새도 쌩쌩했었죠.]

탕!!

포티-피프틴 상황에서 사이드라인으로 떨어지는 지혁의 다운 더 라인.

페레로는 역동작에 걸려서 그 스트로크를 따라가지 못했다.

서비스게임이 끝났다는 생각에 네트 앞으로 걸어가는 지혁.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체어 엠파이어는 다른 콜을 내렸다.

[아웃! 포티 서티.]

“뭐라고? 챌린지!”

지혁은 생각지도 않은 아웃을 듣게 되자 약간 짜증이 났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분명히 라인 안에 들어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짝. 짝. 짝. 짝. 짝.

박수를 점점 빠르게 치며 호크아이 결과를 기다리는 관중들.

경기장을 가득 매우는 박수 소리에 진행요원이 움직임을 더 서두른 것인지 판정은 빠르게 내려졌다.

공이 바운드 되는 장면은 곧 슬로우모션으로 전광판에 나타났다.

“그렇지!”

지혁은 바운드 그림자를 보고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역시 스트로크가 들어갔던 것이다.

라인을 고작 2~3mm 정도로 때리긴 했지만 그래도 저건 확실히 인이다.

{인! 게임 리. 엔드 체인지.}

호크 아이의 장면을 보고 있던 체어 엠파이어는 곧바로 이전 판정을 정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페레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브레이크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으니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다.

그것도 자신의 실수가 아닌 심판의 오심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와. 저걸 정확하게 보네요. 눈이 정말 좋은 모양입니다.]

[챌린지가 성공할 확률이 대략 30%인 걸 생각하면 잘 썼네요.]

[이제 페레로에게 서비스게임이 넘어갔습니다. 골든 보이가 랠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요.]

[두 선수 모두 올라운더 스타일이라서 명장면을 많이 보여줄 겁니다. 리와 페레로는 베이스라인과 네트를 오가는 플레이를 전부 즐겨 사용하잖아요.]

[아! 지금 시작하려고 하네요. 페레로의 서브입니다.]

지혁은 리턴을 하기 위해 상체를 낮춘 채로 공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탕!!

잠시 후, 임팩트 소리가 들리자 제법 빠른 속도의 플랫 서브가 서비스 코트로 떨어졌다.

[SERVE SPEED 125MHP]

‘역시 서브는 평범하네.’

비교적 작은 183cm의 키와 30살이라는 많은 나이 때문인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물론 코스만 제대로 잡는다면 이것도 에이스를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하지만 정면으로 날아온다고 가정하면 절대 못 받을 서브는 아니다.

퉁!

오른쪽 코트로 날아가는 지혁의 리턴.

반격을 생각해서 코스를 조절했기에 페레로는 발리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탕!! 탕!! 탕!! 탕!!

경기장을 시끄럽게 울리는 임팩트 소리.

견고한 테니스를 가진 두 선수가 맞부딪치자 관중들은 기대가 가득담긴 얼굴으로 코트를 내려다 봤다.

‘······니시코리보다 한 수 위야.’

페레로의 ATP랭킹이 14위인 걸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서브가 부족해도 이런 테크닉을 있어서 지금까지 랭킹을 지킬 수 있었겠지.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빠른 풋워크와 넓은 코트 커버력 때문에 어디를 공략해야 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진다.

아주 잠깐 망설이는 동안 스트로크의 횟수는 순식간에 10구를 넘어섰다.

쿵!!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랠리를 끝낸 건 페레로의 포핸드였다.

계속 기회를 노리던 그가 지혁의 빈틈을 찾아낸 것이다.

[아! 페레로의 포핸드 크로스샷이 들어갔습니다. 골든 보이가 페이크에 걸렸어요. 걸음이 한참 모자랍니다.]

[역시 스트로크 숙련도는 페레로가 한 수 위네요. 경험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 아직 한 포인트에 불과합니다. 누가 우위인지 정하기에 너무 빨라요. 게다가 골든 보이는 아직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지도 않았잖아요.]

[음······. 그게 남아 있었죠.]

[만약 위기가 닥치면 골든 보이가 칼을 뽑아 들 겁니다. 그때가 되야 승부의 방향을 알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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