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67화 (67/241)

67화. 마이애미 오픈

“으······. 엄청 아플 것 같아.”

지은은 선명하게 들리는 타격음에 표정을 찌푸렸다.

비록 관중석과 코트의 거리가 제법 되었지만 소리만 들어도 고통이 상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래 공에 맞는 경우가 많아? 잘못하면 크게 다칠 것 같은데.”

“아니, 고의로 노리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거의 없어.”

“저러면 누가 이긴 거야? 반칙은 아니지?”

규칙을 물어보는 지은의 행동이 마음에 드는지 티나지 않게 미소를 짓는 보름.

잘하면 친구와 같은 취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성실하게 대답을 해줬다.

테니스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들면 쉽게 벗어나기 힘드니 한 번 관심을 붙이면 앞으로 테니스 여행을 같이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은 그런 시커먼 속내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지 순진한 얼굴로 보름의 답변을 기다렸다.

“당연히 이지혁 선수의 승리지. 저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플레이이야.”

“그렇구나······.  그런데 공이 정말 신기하게 움직이더라.”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트위스트 서브라는 기술일 걸. 이지혁 선수가 그랜드슬램에서 처음 사용하고 한국 테니스 팬들 사이에서 엄청 유명해진 기술이야.”

“그냥 쌔게 치는 방법만 있는 게 아니었네.”

“당연하지. 저것 말고도 슬라이스, 탑스핀 등 총 4가지 서브가 있어. 가장 속도가 빠른 건 처음 사용한 플랫 서브지만 퍼스트 서브가 실패하면 세컨 서브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플랫은 위력이 강한 만큼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거든.”

“200km가 넘으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그래도 이지혁 선수는 서브 성공률이 다른 탑랭커들 보다 엄청 높은 편이야.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그렇게 그녀들이 테니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소란스러운 상황이 드디어 진정된 것인지 다시 경기가 시작했다.

코트에서 지혁이 테니스공을 튕기는 모습을 확인하고 상체를 돌리는 보름.

“아, 조금 있다 다시 설명해 줄게. 테니스는 경기 중에 떠들면 안 되거든.”

“알았어.”

지은도 테니스의 예절을 찾아봐서 알고 있는 만큼 별다른 불만 없이 코트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지혁의 손에서 테니스공이 토스되고 커다란 임팩트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쾅!!

[133MPH]

전광판에 215km의 속도를 찍으며 T존에 떨어진 플랫 서브.

송가의 리턴 수준은 공격 옵션이 하나 늘어난 것만으로도 이전보다 확실하게 약해졌다.

느릿하게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이라니.

이건 발리를 치라고 부탁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타다다다!

네트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서 발리를 치는 지혁.

리턴을 공략한 그의 서브 앤 발리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쿵!

[포티 피프틴.]

이제 한 포인트만 더 따내면 첫 번째 서비스게임은 지혁이 승리하게 된다.

관중들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송가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흥미진진한 눈빛을 보냈다.

물론 이런 상황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탑10에 들어가는 선수를 잠깐이라도 압도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잘하면 골든 보이가 이길 수도 있겠는데?”

“글쎄. 나는 아직 경기 초반이라 잘 모르겠어. 지금 기세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음······. 상대가 송가이니 그건 힘들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길어봤자 4~5게임 정도가 한계라고 봐. 1세트 중반쯤 되면 결국 한계를 보일 거야.”

조금 박한 평가를 내리는 관중들.

지혁은 그것에 항변하듯 다시 한 번 트위스트 서브로 위력시위를 했다.

활처럼 휘어진 허리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자 라켓은 그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휘둘러졌다.

드르르륵. 공이 스트링에 긁히는 감각이 팔을 타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탕!!

“허엇!”

송가는 이번에도 얼굴로 튀어 오르는 공을 피하지 않고 라켓을 휘둘렀다.

그 도전 정신 덕분일까 이번에는 코트에서 임팩트되는 소리가 들렸다.

턱! 하지만 아직 완전하게 적응한 건 아닌지 그의 리턴은 네트 상단에 걸렸다.

[게임 리 1-0. 엔드 체인지.]

“쯧.”

뭔가 아쉬운 듯 혀를 차는 송가.

지혁과 송가는 심판의 콜에 코트를 바꾸기 위해 네트 너머로 이동했다.

‘벌써부터 라켓에 맞추다니 역시 반사 신경이 대단하네.’

비록 네트에 걸렸지만 방금 모습이라면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

같은 시간 한국의 중계 상황.

[와!! 이지혁 선수가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조코비치의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송가를 압도하다니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 사이 실력이 성장한 걸까요.]

해설자는 마이애미 오픈이 시작하기 전, 언론을 통해 떠들던 테니스 전문가들의 예상이 완벽하게 박살나자 흥분한 상태로 멘트를 했다.

[박 해설님, 어떻습니까? 이러면 충분히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겠죠?]

[그게······.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 해설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서요.]

[네? 서비스게임을 이렇게 쉽게 가져갔는데요?]

[트위스트 서브와 한 손 백핸드의 이점을 살려서 얻은 결과잖아요. 평소 이지혁 선수가 경기 중반 쯤에서나 꺼내던 공격 옵션을 초반부터 사용했으니 간접적으로 열세를 인정한 거죠. 얼마 전 나달과의 경기를 생각해 보세요. 오늘과 똑같은 전략을 사용했는데 그때 결과가 어땠습니까.]

[······2-0으로 패배했죠.]

[그렇습니다. 무작정 좋아할 상황이 아니에요.]

괜히 전문가들이 송가의 승률을 70%로 잡은 게 아니라고 말하는 박 해설.

경기를 정확하게 분석한 판단이었지만 커뮤니티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한국은 테니스 팬의 숫자가 늘어난 게 고작 몇 달 밖에 되지 않아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경기를 보는 눈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이상 테니스를 시청했던 소수의 골수 팬들만 박 해설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사이에서도 언제 판이 뒤집힐지 의견이 조금 씩 갈렸지만 말이다.

ㅡ 박 해설이라는 사람 이지혁 안티냐? 왤케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ㅡ 저 ㅅㅋ 맨날 저딴 식으로 말하더라. KBC 해설자 섭외 제대로 안 하냐 ㅡㅡ

ㅡ 지혁좌 엄청 잘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진짜 불리한 상황임?? 이대로 8강 진출 못하고 탈락한 다고??

ㅡ 개소리니까 믿지 마.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맞다. 쟤 테알못임.

ㅡ 응. 박 해설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이야. 방구석 전문가들 보다 200% 정확해.

ㅡ 전문가 평가를 믿어야지 ㅋㅋ 외국 테니스 커뮤니티도 이지혁 질 거라는 게시글 엄청 많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서 떡락하고 다음 마스터즈 준비할 듯.

ㅡ 전직 그랜드슬램 우승자다. 지혁이가 유리한 것 맞다.

ㅡ ㄷㄷㄷ 테니스 권위자 등장. 여기에 탑랭커도 있었냐 ㅋㅋ

ㅡ ??? 아시아에서 그랜드슬램 우승한 선수 한 명도 없는데 유럽 사람이세요? ㅋㅋㅋㅋ

ㅡ 윗윗윗 댓글 말이 맞음 반박시 매국노.

ㅡ 어딜 한국에서 이지혁 까를 시도하냐? 앞으로 ㄹㅇ ㅋㅋ만 쳐라.

ㅡ 오늘 이지혁 지면 전부 박 해설 탓임. KBC 게시판 도배할 거다.

ㅡ ㅇㅈ 자꾸 재수 없는 소리해서 그런 거다.

ㅡ 지면 실력이 부족해서지 그게 뭔 소리냐 ㅋㅋㅋㅋ 한국에서 해설하는 게 마이애미까지 어떻게 영향을 주냐고 ㅋㅋㅋ

ㅡ 이지혁빠들 이제 테니스에 미신까지 끌고 오네.

커뮤니티가 시청자들의 논쟁으로 소란스러울 때.

경기의 상황은 점점 박 해설이 말 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게임 송가 3-2.]

3-1 상황에서 첫 브레이크를 따낸 송가.

듀스 끝에 승리한 것이 마음에 드는지 그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짝짝짝짝짝.

관중들도 경기가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태가 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아무래도 한 선수가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것보다 치열한 게 더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미 승자가 정해져 있으면 흥미진진한 맛이 없으니 말이다.

[아······. 송가의 백핸드 발리가 이지혁 선수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하네요. 아주 미세한 차이였습니다.]

이 해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90초의 휴식 시간 후 송가의 서브로 다시 시작한다는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알려줬다.

리플레이 장면이 다시 나오자 박 해설은 올 것이 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문가다운 모습에 커뮤니티 상황은 다시 뒤집어졌다.

ㅡ ㄷㄷㄷ 역시 국가대표 출신 해설자 방구석 전문가들이랑 클래스가 다르다.

ㅡ 내가 이지혁 떡락 할 거라고 했지?

ㅡ 너희들 위에 박 해설 테알못이라고 댓글 달지 않았냐? 아이디 똑같은데 뻔뻔하게 태세 전환하는 거 봐라 ;;

ㅡ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님 이러다 8강 경기를 못 본다고 나달하고 재대결 기대했는데 ㅠ

ㅡ 안 돼!!!! 내 8만 원!!!

ㅡ 지혁아 이번에 지면 형 일주일 동안 맨 밥만 먹어야 한다. 제발 이겨라···

ㅡ 불법 토토충까지 정의구현하는 박 해설님··· 당신은 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계셨던 겁니까···.

[저······. 박 해설님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자 달라진 눈빛으로 질문하는 이 해설.

[아마 험난할 겁니다. 지금처럼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박 해설은 차마 두 선수의 기량 차이가 확연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희망을 완전히 짓밟는 멘트를 하지 않아도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3-2의 유리한 스코어에도 지혁의 열세를 눈치 채고 있었다.

[지금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없나요? 특별한 전략이라던가요.]

[제가 이지혁 선수의 전담 코치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송가를 확실하게 제압할 방법은 없을 겁니다.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탑랭커에게 그런 약점은 없어요.]

객관적인 수치와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상황을 설명하자 이 해설이 한숨을 쉰다.

[휴······. 그래도 이길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군요.]

[이지혁 선수도 만만한 실력은 아니니까요. 허무하게 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엄청나게 치열한 경기가 될 거예요.]

시청자들은 난전을 예고하는 말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기대감이 조금씩 생겨났다.

명경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스쳐지나가서다.

[플레이어 레디.]

휴식 시간이 끝나고 코트 위로 올라가는 선수들.

그 모습에 커뮤니티는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ㅡ 이러다가 호주 오픈급 경기 나오는 거 아니냐?

ㅡ 마린 칠리치, 앤디 로딕이랑 한 경기 말하는 거임?

ㅡ ㅇㅇ 그때 거의 5시간 동안 붙었잖아.

ㅡ 그러면 몇 시에 끝나는 거냐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망했다.

ㅡ 과장한테 테니스 본다고 밤 샜다고 말해라 이해해줄 걸 ㅋㅋㅋ

ㅡ 지금 새벽 1시 30분이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3세트 경기라서 길어봤자 2시간 안에 끝날 걸.

ㅡ ㅇㅈ 3~4시간이면 수면 시간으로 충분하잖아.

ㅡ 모르겠다 ㅅㅂ 어떻게든 되겠지

ㅡ ㅋㅋㅋ 걸려들었어.

ㅡ 내일의 나: 머···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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