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09화 (109/241)

109화. 재활

[만 16세 9개월 나이의 이지혁, 그랜드슬램 최연소 우승 달성. 마이클 창의 위대한 기록이 21년 만에 깨지다.]

[아시아 국적 최초로 그랜드슬램 우승에 들썩이는 스포츠 업계, 하이앤드 브랜드들이 이지혁에게 물밑에서 접근 중이라 알려져.]

[한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스타가 과연 빅3 반열에 올라갈 수 있을까?]

[어린 황제의 등장에 롤랑가로스의 시청률도 사상 최고치를 달성.]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코트 위에서 정신을 잃다. 부상의 정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니시코리 케이, ”나와 같이 한 훈련? 그것보다 지혁의 실력이 뛰어나서 가능했던 결과다. 나이가 어려도 그는 충분히 존경할 만한 선수.”]

[로저 페더러, “나달이 클레이에서 패배하다니, 정말 예상 밖의 일이다. 앞으로 그랜드슬램에서 그의 이름을 볼 일이 많을 것 같다. 작년과 달리 나달이 최고의 컨디션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라파엘 나달, ”비록 결승전을 아쉽게 졌지만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골든 보이는 우승할 자격이 충분.“]

[테니스 스타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지혁, 과연 그는 2주 뒤에 개최되는 윔블던에 참가할 수 있을까?]

지혁이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바깥세상은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그의 인지도가 빅3 바로 아래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얼마 전, 호주 오픈 4강 진출이나 인디언 웰스 오픈 우승도 분명 대단한 성적이긴 했다.

하지만 로랑 가로스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건 그것들과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랜드슬램의 우승자는 ’세계 최고의 선수‘의 반열에 등극했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으음······.”

지혁은 어딘가 아픈 듯 앓는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몸을 몇 번 뒤척이다가 이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곧 주변의 모습이 보였다.

‘······여긴 병실이잖아?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멍하니 기억을 떠올려 보자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결승전이 끝나고 쓰러졌었지. 그래서 병원에 있었던 거구나.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고개를 휙휙 돌려보니 전자시계가 눈에 띈다.

친절하게 요일과 날짜까지 표시가 되어 있어서 오늘이 며칠인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허······. 6월 7일이라고?”

분명 롤랑 가로스 결승전이 6월 6일이었다.

그렇다면 꼬박 하루 동안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불안한 생각들이 머리를 빠르게 스칠 뿐이었다.

급하게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하는 지혁.

“악!”

그렇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자 강렬한 고통이 신경을 자극했다.

무릎, 허리, 어깨, 팔꿈치, 손목 등 전신에서 위험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중 가장 심각한 건 역시 경기 중에 부상을 당했던 손목이었다.

“후우···. 후우···.”

지혁은 어마어마한 고통에 식은땀을 흘리며 심호흡을 몇 번이나 내쉬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건 괜찮았지만 이 상태로 격렬한 움직임이 필요한 경기는 도저히 못 할 것 같다.

그렇게 굳어있는 상태로 있을 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지혁아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코치님?”

익숙한 목소리의 정체는 전담 코치였다.

지혁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아무도 없던 병실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졌다.

코치, 트레이너 그리고 IMG 직원들까지 한 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리고 난 뒤.

지혁은 주위의 재촉에 정밀검사를 받으러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윔블던이 2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몸 상태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된다.

이번 롤랑 가로스부터 지혁이 새로운 우승 후보로 떠오른 만큼 아마 다른 선수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거물 선수의 참가 여부에 따라 성적에 영향을 받는 탑랭커들이 상당히 많았으니 말이다.

“으음······.”

검사 결과를 듣고 어두운 표정을 짓는 지혁과 일행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병실의 분위기를 보면 절대 좋은 상황은 아닌 모양이다.

“설마 이 정도로 심각한 줄 몰랐어. 대체 어떻게 참은 거야? 마지막까지 경기력이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멀쩡할 줄 알았는데.”

코치들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버텨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지혁의 부상은 기권하는 게 당연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의사가 재활 기간이 꽤 걸릴 거라고 하네. 안타깝지만 이번 시즌은 여기서 끝내야 될 것 같아······.”

“그래도 회복만 잘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하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 지혁이 너는 나이도 어리니까 몇 개월쯤 쉬어도 프로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거야.”

“코치님들의 말이 맞아요. 잠깐 휴식기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간 하지 못했던 학창 생활도 즐기면서요.”

코치들과 IMG 직원들은 지혁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이런저런 입바른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지혁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눈치껏 행동한 것이다.

“······.”

‘6개월이나 재활을 해야 한다고?’

이것도 최소 기간으로 가정했을 때였지 길면 1년이 넘을 수 있다고 했다.

가벼운 부상이 아니라서 당연히 후유증도 남을 것이고 말이다.

지혁은 최악의 상황이 자신에게 닥치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과거에 부상으로 크게 고생했던 트라우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바닥을 기며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니,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진다.

별것도 아닌 선수들에게 무시를 받으며 밑바닥까지 추락한 경험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지혁이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것도 그런 좌절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었어.’

눈을 질끈 감으며 무거운 한숨을 쉬는 지혁.

결승전에서 최선의 판단이라 생각했던 일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줄이야.

각오라 생각했던 게 그저 승부욕과 혈기에 취해 저지른 실수였던 모양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과거와 비교해서 부상의 정도가 비교적 낮았다.

‘재활 기간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지혁은 반사적으로 어플을 불러들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아서 평소처럼 행동한 것이다.

[이지혁]

근력: 75▲ 민첩: 75▲ 체력: 75▲ 신장: 188cm▲

서브(A), 포핸드(A+), 백핸드(A+), 풋워크(A), 외모(A-), 트릭샷(A-), 찰나(A)

[2,660,220포인트]

‘260만이라······.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모였구나.’

분명 결승전에서 10만 포인트씩 태워버리느라 경기가 끝나갈 때쯤 거의 고갈되기 직전이었는데.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것까지 합치면 거의 1년 동안 얻을 수 있는 양과 비슷하겠네. 그래 봤자 써먹지도 못하겠지만 말이야.’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니 이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혁이 침울해진 표정으로 어플의 다른 부분을 둘러보니 확실히 변한 부분이 있긴 했다.

‘드디어 한계가 뚫렸네.’

이걸 보니 그랜드슬램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 잠겨진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였나 보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극악의 난이도다.

정상의 자리에 도달하는 게 조건이라니 만약 지혁이 평범한 선수였거나 실력이 조금만 부족했다면 은퇴할 때까지 절대 다음 단계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마스터즈조차 우승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 말고 다른 건 없나?’

어플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보는 지혁.

그러자 하단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글자를 찾을 수 있었다.

‘부상을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다고? 필요한 포인트는······.’

지혁은 가장 중요한 대가를 확인하고 말문이 턱 막혔다.

무려 400만이라는 숫자가 떡하니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몇 번이나 비벼봐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공식 대회에 참가하지도 못하는데 내가 이 정도 포인트를 모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일단 해결책이 나온 것만으로 한시름 덜었다.

물론 어렵겠지만 이번에 그랜드슬램 최연소 우승을 해서 방법이 없진 않을 것이다.

‘대외 활동을 늘리는 수밖에 없겠구나.’

포인트를 얻으려면 팬들의 관심을 얻는 게 필수적인 만큼 앞으로 그런 쪽으로 스케줄을 잡아야겠다.

‘매니지먼트는 좋아하겠네.’

지혁은 그동안 모든 초점이 대회에 맞춰져 있어서 훈련에 방해될 것 같은 제의를 대부분 거절했었다.

그래서 비슷한 인지도를 가진 선수들에 비해 수입도 적은 편이었다.

아마 IMG는 이번 기회에 막대한 수수료를 걷어 들일 기회라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 일을 물어다 줄 것이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선수들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버는 거였으니.

“저는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게다가 재활을 열심히 하면 1년 안에 복귀할 수 있다잖아요. 뭐, 그 기간 동안 휴가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굳어있는 표정을 풀며 입을 여는 지혁.

그러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은 안심했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좌절에 익숙하지 않은 지혁이 큰 충격을 받고 엇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번 승승장구하던 선수에게 갑자기 불행이 닥쳤는데 솔직히 멘탈이 멀쩡할 리 있겠는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신들의 고용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인 것 같았다.

“지혁이 네 말이 맞아. 그리고 대회 스케줄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다 보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닐 거야.”

“몸만 괜찮아지면 미루고 있던 훈련도 할 수 있잖아. 다음 시즌까지 새로운 전략도 만들어보고 네가 자주 말했던 기술들도 배워보자.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도 한 번 들리고 말이야.”

“재활에 필요한 지원은 매니지먼트가 전력으로 지원할게요. 이지혁 선수는 반드시 6개월 안에 본래 실력을 회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코치들과 일행들은 우울한 분위기를 날려버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들며 어떤 식으로 계획을 짤지 의논했다.

그 덕분에 지혁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어차피 회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마침 어플의 한계치도 풀렸으니 재활과 신체 능력에 익숙해지는데 집중하면 될 것이다.

지혁은 11월에 개최되는 아시안 게임까지 원래 실력을 되찾는 걸 목표로 삼았다.

만약 사람들이 그의 생각을 듣게 된다면 하나같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어플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5개월이면 130만 포인트를 모으고도 남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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