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19화 (119/241)

119화.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에 도착하고 대략 일주일 후.

지혁은 그동안 닉의 코칭을 받으며 부지런히 시간을 보냈다.

비록 어플을 사용할 때처럼 엄청난 기량의 상승은 없었지만 그래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게 되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부상 기간 동안 정체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긍정적인 소식이다.

쿵!!

베이스라인 끝을 절묘하게 때리고 지나가는 지혁의 백핸드 스트로크.

수준급의 컨트롤과 빠른 속도가 합쳐지자 절로 박수가 나올 법한 다운 더 라인이 만들어졌다.

만약 반대편 코트에 탑랭커가 있었더라도 방금 전 샷은 십중팔구 포인트를 따냈을 것이다.

“왠지 백핸드가 더 좋아진 것 같지 않아? 나는 골든 보이가 이미 완성된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저기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니, 완전히 사기나 다름없잖아. 도대체 저 녀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거지?”

“아무리 닉이 전설적인 코치라지만 믿기지 않는 성장 속도이긴 해······. 닉 키즈와 IMG 키즈들은 3~4년이나 리와 똑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저 정도 효과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괜히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겠어. 몇몇 전문가들은 마이클 창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직접 옆에서 보고 나니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아.”

“하! 리가 플루크라니?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들이 또 마음대로 지껄였나 보네. 저런 괴물이 슬럼프를 겪을 리 없잖아.”

“어차피 다음 시즌에 복귀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루머일 뿐이야. 지금 기세라면 올해 못지않은 성적을 올릴 게 분명하거든.”

학생들은 질리지도 않는지 한순간도 코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미룰 정도로 지혁에게 배울 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데 누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겠는가.

그들이 아카데미에서 상위 5% 안에 들어가는 수재라고 해도 그랜드슬램 우승자에 비하면 한낮 아마추어에 불과했다.

솔직히 아직 학교에 다닐 나이라서 같은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는 거지 만약 그들이 성인 선수였다면 말조차 붙이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십 명의 장학생들 중에 최종적으로 탑100 안에 들어가는 건 많아 봐야 3~4명일 테니 말이다.

“밸런스가 정말 좋긴 하네. 당장 올라운더에서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겠어.”

“저렇게 다양한 기술을 언제 습득한 걸까? 저게 단순히 재능만으로 가능한가?“”아마 타고난 자질과 피나는 노력이 바탕이 되었겠지. 아카데미에 온 후로 쉬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잖아.”

“솔직히 정상을 찍었으면 게으름을 피울 만도 한데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 게 대단하네. 평소 내 행실을 반성하게 만드는 부지런함이야.······.”

그렇게 시간이 제법 흘렀을까.

훈련장에서 재잘거리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반응이 심상치 않은 걸 보니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 듯했다.

‘뭐지? 내가 모르는 사이 유명인이라도 방문한 건가? 지금 시기를 생각하면 탑랭커들은 마스터즈에 참가하느라 한창 바쁠 텐데.’

주변의 분위기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란의 근원지로 고개를 슬쩍 돌리는 지혁.

그 탓에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던 임팩트 소리도 자연스레 멈췄다.

“아!”

지혁은 입구 쪽에 시선을 주자마자 곧바로 상황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원정을 떠났던 데이비드와 월리엄스가 드디어 일정을 마치고 복귀했다.

‘참가한 경기가 각자 달랐다고 들었는데 용케 타이밍을 맞췄네.”

당당한 표정이나 아카데미 복귀 시기를 보면 나름 괜찮은 성과를 올린 모양이다.

만약 광탈을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일찍 아카데미로 돌아왔을 것이다.

저벅저벅저벅.

두 사람은 훈련장 입구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지혁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외부에 나가 있었음에도 아카데미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하긴 굳이 학생들에게 전해듣지 않아도 닉에게 코칭을 받고 있는 건 언론에서 크게 보도가 되었기에 스포츠 TV를 보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현재 빅3와 견주어지는 어린 황제의 행보는 수많은 테니스 팬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카데미에 왔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로 여기 있었구나. 솔직히 믿기 힘들었는데······.”

“잘 왔어. 지난 몇 달간 활약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계속 들리던 걸. 언젠가 네가 최고가 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그게 올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설마 그랜드슬램에서 우승을 하다니 너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오랜만에 재회하게 된 데이비드와 월리엄스는 지혁이 그간 쌓아 놓은 위대한 업적에 크게 감명을 받았는지 극찬에 가까운 얘기를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조금씩 메이저 대회 출전이 가능한 랭킹에 가까워지다 보니 비로소 지혁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어렴풋이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주던 선수들이 지혁만 만나게 되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패배하는데 솔직히 모를 수가 없었다.

실제로 지혁과 경기를 해보거나 간접적으로 겪어본 탑랭커들은 은연중에 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신의 경지에 들어섰다고 평가받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처럼 경쟁자에서 배제되어 버린 것이다.

애초에 인간이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부디 자신을 피해 가기만 바랄 수밖에.

“마미애미 오픈 이후로 따로 만난 적이 없으니······대충 5개월 만이지? 그런데 대회는 좋은 결과를 얻었어?”

“하하하. 물론이야. ATP250 이상의 투어급 대회가 아니라서 너에겐 장난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번에 참가한 챌린저에서 우승을 차지했어. 덕분에 랭킹도 무려 6위나 올랐다고.”

“나는 결승에서 아깝게 패배했어. 상대가 베테랑 선수라서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하지 않더라. 앞으로 상대 선수의 피지컬과 랭킹이 나보다 낮아도 절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어.”

분명 챌린저와 퓨처스는 랭킹 100위권 아래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라 지혁이 출전하는 대회와 비교하면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번 결과에 충분히 만족하는지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심 지혁을 따라잡는 게 불가능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회포를 풀고 있을 때.

옆에서 상황을 멀뚱히 지켜보고 있던 어느 학생이 갑자기 깜짝 놀랄만한 의견을 내뱉었다.

“리, 마침 두 사람이 학교로 돌아왔으니 한 번 붙어보는 게 어때?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데이비드라면 너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거야. 이제 ATP랭킹도 10위만 더 올리면 그랜드슬램에 참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도 충족하잖아.”

“오! 궁금했는데 잘 됐다. 우리들이 상대하기엔 너무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이라면 아마 다를 거야. 물론 이기는 건 힘들겠지만 최소한 기본은 해주겠지.”

“”······.“”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기발하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표정이 떨떠름한 게 그다지 긍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지혁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기에 승산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게 좋은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는지 딱히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랭킹 1위가 될 게 유력한 최고의 천재와 연습 경기를 할 수 있는 걸 누가 거부하겠는가.

수모를 당할 게 뻔하다고 해도 얻을 걸 생각하면 얼마든지 창피함을 감수할 만했다.

어차피 그랜드슬램 우승자에게 처참하게 패배하는 것을 흉보는 사람도 없겠지만 말이다.

“나야 환영이지. 만약 두 사람이 동의해준다면 한 번 해보고 싶네. 다음 코칭까지 시간도 남아있으니까.”

와아아아!!

흥미로운 이벤트가 성사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주위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들을 대표하는 데이비드의 실력이 과연 테니스계의 정점에 선 지혁에게 얼마나 통할지 궁금한 것 같았다.

근거 없는 기대를 하는 것도 아닌 게 지난 5개월 동안 그의 ATP랭킹은 무려 100위 이상 상승했다.

그러니 이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패배하진 않을 것이다.

“어때?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미뤄도 괜찮아. 어차피 11월까지 머무를 거라서 시간은 충분하거든.”

“아니, 바로 하자. 경기 감각이 만전일 때 하는 게 가장 나을 거야.”

지혁의 제안에 아주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비드.

두 실력자들의 대결이 성공적으로 성사되자 그 소식은 삽시간에 아카데미 전체에 퍼졌다.

우르르.

차마 연습 경기를 놓칠 수 없었는지 시간을 두고 하나, 둘씩 몰려오는 학생들.

대충 십여분 정도 지나자 곧이어 코트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

지체할 것 없이 간단한 몸풀기를 끝내고 바로 경기가 시작한 것이다.

비록 준비 시간이 적었지만 오늘 안에 월리엄스까지 상대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

지혁의 일방적인 우세로 흘러갈 거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 초반은 누구에게도 승세가 넘어가지 않은 채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두 선수가 동등한 실력을 가진 게 아니라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전력을 다한다면 빠르게 결판이 나겠지만 그렇게 하면 굳이 연습 경기를 하는 의미가 없었다.

쿵!!

[게임 데이비드 1-1.]

“와! 엄청 잘했어! 골든 보이에게 스코어를 지켜내다니 대단할 걸!”

“물론 사정을 봐준 덕분이겠지만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서비스게임을 방어해냈어. 우리들은 전부 실패했는데 역시 데이비드야.”

아카데미에 도착한 지 무려 일주일 만에 첫 게임을 내준 지혁.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그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야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지금까지 퓨처스 우승조차 힘들 수준의 주니어 선수들을 상대하느라 얼마나 지루했는지 모른다.

‘랭킹이 130위대라고 했지? 실력만 보면 그 이상일 것 같은데.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100위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어.’

부상 같은 변수가 일어나지 않고 이번 시즌이 그대로 흘러간다면 아마 내년 호주 오픈의 본선 진출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넉넉하게 110등 안에만 들어가면 예선전을 치를 필요 없을 테니 말이다.

‘탐색전은 이 정도면 되겠지.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시험해보자.”

미국 최고의 유망주가 과연 얼마나 해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랭킹 90~100위의 탑랭커들과 실력이 비슷할 확률이 상당히 높지만 재능과 센스가 월등한 만큼 예상치 못한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었다.

거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적어도 투자한 시간의 수십 배의 효율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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