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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39화 (139/241)

139화. S증권 슈퍼 매치

S증권의 슈퍼 매치가 벌어지는 잠실 실내 체육관은 관중들의 탄성이 연신 터져 나오고 있었다.

페더러에게 한 방 먹은 지혁이 완전히 불이 붙어서 마치 공식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어 방문한 프로들과 전문가들은 다음 시즌 결승전을 미리 체험하고 있는 느낌에 경악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두 선수들의 무시무시한 실력 행사에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다.

[세트 페더러.]

기대를 한참이나 뛰어넘는 페더러의 활약 덕분일까, 1세트는 결국 지혁의 패배로 결정되었다.

비록 원하던 결과를 벗어났지만 마지막까지 경기가 승부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되었기에 관중들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순수한 기량은 페더러가 더 높구나. 아무리 이지혁이라고 해도 황제와 동수를 이루는 건 어려운 모양이야.”

“세계 최고의 천재도 경험의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다라······. 지금 모습을 보면 당분간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한 명으로 고정되는 일은 없겠네.”

“그런데 분명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이지혁의 실력을 늘지 않았나? 어째 롤랑 가로스보다 경기가 더 싱겁네. 이유가 뭘까?”

“빅3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겠지. 그들만의 리그에 이지혁이 들어온 걸 이제야 인정한 거야.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수차례 낭패를 봐왔으니까.”

프로들은 페더러가 어렵지 않게 경기의 분위기를 주도하자 나름대로 추측을 쏟아냈다.

그들의 대화를 살펴보면 아직 빅3의 아성을 뛰어넘는 건 힘들다는 게 전반전인 의견이었다.

그랜드슬램에서 고작 1번 우승한 것으로 철옹성처럼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아성을 뛰어넘는 건 시기상조라 생각해서였다.

“반년 전하고 딴판인데요? 가볍게 생각하고 왔는데 경기에 임하는 제 각오가 부족했던 것 같네요.”

땀을 닦으며 옆 벤치에 앉은 페더러에게 말을 건네는 지혁.

페더러는 열세에 처한 상태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지혁의 모습에 ‘역시’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무너질 상대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롤랑에서 나달을 상대로 역사에 남을 명경기를 만들어낸 천재가 무력한 모습을 보일 리 없었다.

“엄살 부리긴. 너도 스트로크하고 풋워크 실력이 몰라볼 만큼 늘었잖아?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했나 봐? 재활 훈련에 집중하느라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음. 앞으로 제가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이 워낙 대단해서요. 오늘 경기를 보니 그 생각이 틀리지 않는 것 같네요.”

“네 나이에 그만한 성과를 올렸으면 충분히 자만할 법도 한데 여전하구나. 앞으로 시간이 많은데 이제 느긋하게 올라와도 되지 않아? 우리들이 은퇴하면 다음 세대에 너를 이길만한 선수들이 없잖아?”

“글쎄요. 역사상 최강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금 시대가 아니라면 어떤 우승도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요?”

지혁은 빅3가 없는 그랜드슬램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대부분의 테니스 팬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그 모습에 페더러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이었다.

다음 시즌이 시작하면 올해보다 더 힘들어질 거라는 본능적인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길 잠시, 드디어 휴식 시간이 끝나고 2세트를 개시할 시간이 되었다.

‘무리를 하지 않는 이상 이번 경기에서 이기긴 힘들겠어.’

최근 제대로 된 상위 랭커들하고 실전을 많이 치르지 못한 게 영향이 너무 컸다.

아시안 게임에서 실전을 치르고 20위대의 랭킹을 가진 니시코리가 경기 파트너가 되어줬지만 정작 탑10급 선수들을 메이저 대회에서 만나지 못하다 보니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아무래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위 랭커들을 상대해야 모든 실력을 회복할 수 있을 듯했다.

[게임 페더러 3-1.]

2세트가 시작하고 얼마 후, 경기의 균형은 페더러에게 상당 부분 기울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 것은 서로를 연구하는데 투자한 시간이 너무 차이가 난 게 원인이었다.

전체적인 기량조차 상대가 더 뛰어난데 철두철미한 전략까지 준비해 온 상대를 어떻게 이기겠는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승리에 집착해서 그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감수해야 할 대가를 생각하면 단순히 이벤트성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도 수지타산에 맞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설욕전을 할 수 있으니 승패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감각이 되찾는 일이나 집중하자.’

비장의 수를 굳이 꺼내지 않고 현재 상태만 일정하게 유지하는 지혁.

페더러는 기대하던 슈퍼 플레이가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자 지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그 탓인지 치열하던 경기의 상황은 눈에 띄게 침체되었다.

“이상하네. 서브하고 스트로크의 위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1세트와 비교하면 긴장감이 너무 떨어졌어”

“너도 그런 느낌을 받았구나. 2세트 중반부터 맞지?”

“맞아. 역시 내가 착각을 하고 있던 게 아니었네. 대체 왜 이런 걸까.”

관중석의 프로 선수들은 연신 환호성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의문을 품었다.

서로가 가진 의견을 나누길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그들의 복잡하던 생각이 하나로 정리되었다.

지금 상황은 처음부터 추측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적당히 끝내기로 무언의 합의를 본 모양이네. 하긴 전력을 다할 경기가 아니긴 했지.”

“그럼 오늘 경기는 페더러의 판정승인가.”

“그렇겠지. 아마 큰 의미가 없는 승부라서 이지혁과 페더러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아쉽네······.”

무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아쉬운 반응을 보이는 선수들.

그들이 생각대로 남은 경기는 후반 막바지가 될 때까지 아무런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

슈퍼 매치가 시작되고 거의 한 시간쯤이 흘렀을 무렵, 지혁은 비로소 마지막 게임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번 서비스게임을 페더러에게 빼앗기게 되면 경기도 여기서 마무리된다.

‘5-2이라······. 어떻게 할까.’

물론 여기서 끝내도 상관없긴 했다.

단순하게 전략만으로 따져보면 전력을 노출하지 않는 게 가장 현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무력하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러 관계자들과 적잖은 지인들도 있는데 이대로 끝내긴 솔직히 아쉬웠다.

‘그래. 한, 게임 정도는 전력을 다해보자. 남은 시간도 많으니까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거야.’

여기서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되더라도 다음 대회까지 시간이 넘치도록 남아있으니 걱정할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후······.”

마침내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 길게 호흡을 내쉬는 지혁.

그와 동시에 체어 엠파이어가 있는 방향에서 경기를 재개하라는 신호가 들려왔다.

지혁은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코트 위로 올라갔다.

웅성웅성.

뭔가 이질적인 모습을 알아차린 건지 가까운 관중석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곳에는 국내 프로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었다.

“이지혁이 처음으로 다른 라켓을 꺼냈어!”

“역시 이대로 끝낼 리 없지.”

“페더러가 얼마나 잘 대처할까? 싱겁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건 서브의 위력을 얼마나 뽑아내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거야.”

“이때까지 이지혁의 행보를 보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겠지.”

소란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진 덕분일까.

다른 관중들도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팬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나자 잠잠했던 경기장의 분위기도 다시 빠르게 뜨거워졌다.

휙!

정해진 루틴을 하고 나서 허공으로 공을 던지는 지혁.

한계까지 힘을 응축한 몸이 본래 상태로 돌아오자 쾅!!하고 거대한 임팩트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몇 달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최고의 서브가 마침내 코트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쿵!!

[피프틴 러브.]

와아아아아!

아주 오랜만에 에이스를 얻게 되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프로들은 어딘가 정신이 팔린 건지 다른 곳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SERVE SPEED: 238km/h]

“아······.”

“······238km? 진짜 미쳤구나. 아시안 게임에서 달성한 최고 속도가 231km였는데. 이러다가 240km까지 찍는 거 아니야?”

“서브가 몇 개월 사이에 얼마나 빨라진 거지? 거의 10km는 빨라진 거 아닌가?”

아시아가 아닌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미친 속도가 전광판에 찍히자 여기저기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렀다.

페더러도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흘리며 좀처럼 그 숫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정상급의 서브 속도를 머리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는 모양이다.

“그래. 쉽게 당해줄 녀석이 아니긴 했지.”

이대로 끝났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가볍게 젓는 페더러.

다시 본래의 자리인 베이스라인으로 돌아가자 여유 시간을 주지 않고 다시 고속 서브가 서비스 코트로 내려 꽂혔다.

퉁!

쭉 뻗은 라켓의 가장자리에 간신히 부딪친 공.

그 와중에도 각도를 조절한 건지 리턴은 네트를 넘어 라인 안으로 정확하게 떨어졌다.

탕!!

하지만 고작 그 정도 대처로 득점을 따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서브를 치자마자 앞으로 달려 나온 지혁은 발리를 사용해 두 번째 포인트를 가져왔다.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페더러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 반대편 코트에 강력한 타구를 되돌려 준 것이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서브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포티 러브.]

[포티 피프틴.]

지혁이 순조롭게 득점을 이어가던 상황은 서비스게임의 마지막 포인트를 남겨두고 제동이 걸렸다.

마침내 페더러가 240km에 가까운 고속 서브에 제대로 대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너무 빠른 적응 속도였지만 이미 경기가 후반까지 온 상황이라 감각이 최상의 상태였던 것 같았다.

‘서브만으로 서비스게임을 마무리하긴 힘들겠네. 뭐,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야.’

유리하던 게임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남아있는 방법이 있으니 굳이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묵묵히 다음 서브를 준비하는 지혁.

곧이어 쾅!!하는 굉음과 함께 T존 위로 서브가 떨어졌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타구의 속도와 코스와 완벽했음에도 페더러는 생각처럼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탕!! 탕!! 탕!!

그렇게 랠리를 주고받길 몇 차례.

지혁은 프로들을 포함한 모든 관중들이 경악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할 슈퍼 플레이를 선보인 것이다.

페더러조차 크게 놀란 표정을 보이는 걸 보면 효과는 확실했던 모양이다.

[게임 리 5-3.]

이로서 지혁이 모든 전력을 투사했을 때 밀리지 않을 거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물론 이건 임시방편의 수단이라서 모든 대회에서 이런 방식으로 대처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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