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45화 (145/241)

145화. 호주 오픈

호주 오픈 준결승전 당일.

지혁은 첫 서비스게임을 앞두고 위닝 마인드를 되새기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걸려 있는 게 많아서 큰 무대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그조차 긴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소처럼 정해진 루틴을 하고 나자 빠르게 뛰던 심장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쾅!!

잠시 후, 지혁의 고속 서브로 시작된 경기.

공이 터질 것 같은 굉음에 베이스라인 뒤쪽에 앉아있던 팬들은 서브가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줄 알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경기장은 선수들의 발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숙했기에 그 모습이 더욱더 강조되어 보였다.

[서틴 러브.]

전력을 다한 서브가 통한 것인지 지혁은 초반의 기세를 상당 부분 가져올 수 있었다.

아무리 페더러라도 이 정도 고속 서브를 간단하게 리턴하는 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오! 리의 출발이 좋습니다. 오늘 컨디션이 괜찮나 봐요. 정말 다행입니다.]

[두 번째 서브는 전광판에 226km의 속도가 찍혔습니다. 초반부터 220km를 훌쩍 넘다니 이 정도면 호주 오픈에 참가한 빅 서버 중에서도 수위에 들겠는데요?]

[네. 정작 골든 보이의 플레이 스타일은 올라운더지만 말이에요. 뭐, 페더러도 세계 최고의 서버라는 칭호를 가지고 10년 동안 올라운더를 고집하고 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경기는 두 선수가 모두 공격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데다가 워낙 다재다능에서 랠리만 들어가면 화려한 난타전이 펼쳐졌다.

보통 코트 끝에 위치한 베이스라인에서 스트로크를 주고받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예외적으로 코트 전체를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페더러의 백핸드 크로스샷! 아! 골든 보이가 가뿐하게 받아냅니다. 제법 날카로운 코스였는데 리의 풋워크를 벗어나지 못하네요.]

[음···. 베이스라이너들의 대결도 아닌데 활동량이 상당하네요.]

[아무래도 코트 커버력이 어디 가서 밀리는 선수들이 아니니까요. 아마 어지간한 베이스라이너보다 훨씬 수비력이 좋을 겁니다. 호주 오픈만 하더라도 상위 랭커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줄줄이 탈락했잖아요.]

경기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흡족한 미소를 보내는 해설자들.

지혁은 그들과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예술적인 리버스 포핸드로 첫 번째 서비스게임을 마무리했다.

채찍처럼 휘어져서 날아간 샷이 페더러의 백핸드를 완벽하게 공략한 것이다.

와아아아아!

[골든 보이가 데뷔 시절부터 주무기로 사용하던 탑스핀 스트로크가 승부를 매듭짓네요. 언제 봐도 수준 높은 포핸드예요. 마치 나달이 페더러를 공략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상당히 수준 높은 빌드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작년 윔블던과 US오픈에서 힌트를 얻은 모양이네요. 작년 시즌 후반기에 나달이 저 방법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었죠. 덕분에 그랜드슬램 우승 2회를 달성하기도 했고요.]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는 몇 년 전부터 약점이 드러났으니까요. 저 빈틈을 찌를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문제가 없었는데 역시 골든 보이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네요.]

1세트는 한 달 전의 S증권 슈퍼 매치와 다르게 누구도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접전으로 흘러갔다.

지혁이 이벤트 경기와 다르게 모든 기량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세하게 밀리는구나. 이대로 장시간 경기가 되면 결국 패배하는 건 내가 되겠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페더러를 따라잡는 건 무리였나 보다.

웬만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 찰나까지 간간이 꺼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지금 하트 코트에서 가장 강한 선수는 페더러겠지? 그러면 오늘 경기만 통과하면 거의 우승한 거나 다름없다는 뜻인데.’

물론 결승전에 올라올 조코비치나 나달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하드 코트에서 페더러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약간 떨어졌다.

빅3의 상성을 비교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지혁의 상위호환 격인 페더러였으니 말이다.

쿵!!

코트의 왼쪽을 관통하는 다운 더 라인.

지혁은 바운드 위치를 빤히 내려다보며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쯧하고 혀를 찼다.

[게임 페더러 4-4.]

[골든 보이가 결국 챌린지를 요청하지 않네요.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옳은 선택이었어요. 리플레이를 보면 사이드라인을 미세하게 걸쳤거든요.]

그때 중계 화면에서 지혁이 고개를 젓는 모습이 잡혔다.

[골든 보이가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네요. 하긴 호주 오픈에 참가하고 열세에 처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최근 경기력이 물오른 바브린카조차도 가볍게 제압했으니 말이에요.]

[이제 데뷔 2년 차가 돼서 정보의 불균등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순수하게 실력과 전략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어요.]

***

세계 최고의 선수가 한 명의 선수를 꺾기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서일까.

1세트는 결국 페더러의 승리로 돌아갔다.

ㅡ 아···. 이지혁 1세트부터 6-4로 졌다 ;;

ㅡ 왠지 망삘인데 느낌이 별로 안 좋다. 슈퍼 매치도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음?

ㅡ 그때 2-0으로 패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페더러하고 정면승부로 이기는 건 아직 무리였구나.

ㅡ 방금 이지혁 이길 확률 나왔는데 28%라네. 결승 진출은 많이 힘들겠다.

ㅡ 그래도 복귀전에서 이 정도 성적이면 엄청 괜찮은 편 아닌가?

ㅡ ㅇㅇ 당연하지 만약 다른 유망주가 저기까지 올라갔으면 그 나라 뒤집히고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일본에서 테니스 스타인 니시코리도 아직 그랜드슬램 4강은 못 찍어 봤잖아. 이지혁이 메이저 대회 참가할 때마다 타이틀 수집하고 있어서 그렇지 대부분의 탑랭커들은 평생 1개도 따기 힘든 트로피들임.

ㅡ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라서 잣대가 유독 엄격한 듯. 누가 쟤를 미성년자라고 생각하겠냐고 ㅋㅋㅋㅋ

ㅡ 테니스계에서 빅3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대가지. 괜히 골든 보이가 경기하는 코트라고 알려지면 그 세션이 제일 먼저 매진되는 게 아님.

1세트가 끝나고 주어진 휴식 시간.

지혁은 계획과 다르게 돌아가는 경기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슈퍼 매치에서 보여준 게 전부가 아니었구나. 먼저 세트를 가져간 후에 최대한 수비적으로 버티려고 했는데.’

이제 스코어가 불리해졌으니 강제적으로 공세에 나서야 했다.

최소한 동점을 만들어 놓아야 허무하게 패배하는 일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레디.]

체어 쪽에서 2세트를 재개하라는 말이 떨어지자 코트 위로 올라가는 두 선수.

이번에도 먼저 서비스게임을 가져간 건 지혁이었다.

[서브 리.]

쾅!!

[피프틴 러브.]

[SERVE SPEED 236km/h]

와아아아아!

[결국 골든 보이가 결단을 내렸네요. 아껴둔 무기를 2세트 1게임부터 꺼냈습니다.]

[8강의 쐐기를 박아넣는 서브였죠. 과연 저 고속 서브가 페더러에게 얼마나 통할까요.]

[아마 서비스게임 한, 두 개쯤은 간단하게 손에 넣을 겁니다. 관건은 페더러의 살벌한 공격을 뚫고 브레이크를 성공할 수 있느냐에요.]

해설들의 말대로 2세트 1게임은 지혁에게 순식간에 넘어갔다.

[피프틴 러브.]

페더러는 자신이 당한 걸 그대로 갚아주려고 한 건지 더 빨라진 서브로 보답했다.

비록 속도는 10km 이상 느렸지만 서버의 코스 선정과 라켓 컨트롤이 신의 경지에 올라서서 지혁은 연달아 실점을 허용했다.

[역시 페더러에게 서브로 이기는 건 힘드네요. 랠리밖에 답이 없어요.]

[오늘 경기는 장기전이 될 것 같습니다. 조코비치와 나달이 붙는 준결승전도 그렇고 모든 매치들이 살벌한 혈투가 벌어졌어요.]

[사실 결승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 대진표이긴 합니다. 네 명의 선수들 중에 누가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결승전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너무 무리해서 마지막 경기가 싱겁지 않기만을 기도해야겠습니다.]

[게임 리 1-0.]

[게임 페더러 2-2.]

[게임 리 5-4.]

[게임 페더러 6-6.]

조금의 양보도 없이 스코어의 균형을 유지하는 지혁과 페더러.

하지만 그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왔다.

마침내 2세트의 승패를 결정지을 타이브레이크가 발동한 것이다.

[결국 12게임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브레이크가 나오지 않았네요.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꽤 많았는데 엄청난 집중력입니다.]

[음···. 몇 분 후면 승자가 나올 텐데 누가 2세트를 가져갈 거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골든 보이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네? 페더러가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유가 뭐죠?]

[아시다시피 리는 단기 결전에서 절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걸로 유명합니다. 이런 장면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솔직히 결정력 하나만큼은 빅3들도 그에게 미치지 못해요.]

[그러면 타이브레이크에 들어온 것도 골든 보이의 전략일까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정면 대결을 고집하다가 1세트에서 쓴맛을 한 번 경험했으니까요. 나이를 생각하면 승부욕과 자존심에 휘둘릴 법도 한데 현명한 선택입니다.]

지혁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공을 넘겨받았다.

아직 2세트도 끝나지 않았지만 호흡이 한 경기를 뛴 것처럼 헐떡거린다.

“후우···.”

시간을 길게 끌지 않고 타이브레이크를 시작한다고 신호를 보내는 지혁.

페더러는 그 모습에 멈칫하며 반대편 코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도인지 알겠다는 반응이네. 확실히 노골적인 상황이긴 하지.’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조금도 줄 마음이 없다는 게 전해졌으니 이제 그도 거기에 맞는 대처를 할 것이다.

쾅!!

그렇게 지혁의 서브로 준결승의 승부를 결정지을 경기가 시작했다.

[리! 3-2.]

[페더러! 3-4.]

한 포인트를 내주는 것도 워낙 치명적이라 극도로 보수적인 플레이를 고집하는 두 선수.

돌다리를 몇 번이나 두들겨 가며 건너는 모습에 호쾌한 경기를 기대하던 해설자는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플레이가 너무 소극적이네요. 이래서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조금만 기다리면 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네?]

[골든 보이가 바브린카와 붙었던 경기를 생각해보세요. 분명히 6-5부터 진면목이 나올 거예요. 지금은 폭풍 전의 고요라는 거죠.]

[아! 그럼 얼마 남지 않았네요.]

[네. 아마 슈퍼 플레이의 향연이 될 테니 절대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해설자는 자신의 말대로 될 거라고 장담하는지 확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예고했던 6-5의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한 포인트를 먼저 앞서나간 건 먼저 서비스를 가져간 지혁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승리는 거의 넘어온 거나 다름없다.

지혁은 페더러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 공을 쥐고 있던 왼손을 하늘로 쭉 뻗었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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