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47화 (147/241)

147화. 호주 오픈

[호주 오픈 준결승에서 일어난 반전, 마지막에 남은 건 이지혁과 노박 조코비치.]

[조코비치, 나달을 3-1로 격파하며 무결점의 실력을 보여주다.]

[최강의 베이스라이너들이 붙은 준결승, 소요 시간은 무려 5시간 14분.]

[믿을 수 없는 실력 행사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경악하는 반응을 보여.]

[피트 샘프라스, “어제까지만 해도 골든 보이가 올해 그랜드슬램을 주도할 줄 알았는데 이번 경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테니스계에 압도적인 강자가 나타났다.”]

[존 매켄로, “최근 본 프로들 중 가장 뛰어난 경기력이었다. 그에게 약점이라 부를 만한 곳이 없었다.”]

[조코비치, ”골든 보이와의 경기? 지금 상태에서 내가 질 것 같지 않다. 얼마든지 우승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2011년부터 조코비치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었지.”

지혁은 속보로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며 이제야 과거의 기억이 제대로 떠올랐다.

빅3의 수좌이자 역사상 최강의 선수라고 평가받던 조코비치의 전설적인 행보가 올해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다.

결승에서 무결점의 조코비치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식은땀이 저절로 흐르는 느낌이다.

탕!! 탕!! 탕!!

마침 TV에서 리플레이되는 준결승전의 하이라이트 경기.

화면에서는 작년에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최강의 자리를 차지했던 나달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면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송출되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그 충격적인 모습에 지혁뿐만 아니라 팬들도 난리가 났다.

나달이 결승에 진출할 거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만큼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ㅡ 나달이 이렇게 탈락한다고? 요즘 테니스판이 진짜 미쳐 돌아가는구나···. 예상밖의 경기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

ㅡ 와···. 전매특허인 우주방어가 전혀 안 먹히네 ;; 오히려 코트 커버력은 조코비치가 더 나은 거 같은데? 랠리 들어가면 대부분 조코비치가 위너를 가져가네.

ㅡ 이제 이지혁 큰일 난 거 아닌가? 나달이 허무하게 당할 정도면 이길 확률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ㅡ 글쎄 이번이 첫 대결이라서 아직 확정을 내리긴 좀 그렇지 그래도 선수들 간의 상성이란 게 있잖아. 페더러와 붙은 경기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엄청 대단했으니까 포기하기는 아직 이름.

ㅡ 그런데 준결승이 전부 5시간 넘어서 의외로 결승전이 싱거워지는 거 아닌가? 경기 끝나고 선수들 완전 시체가 돼서 나가던데

ㅡ 아 ;; 선수들끼리 워낙 지구전을 펼여서 그럴 수도 있겠네. 시간으로 따지면 2경기를 쉬지않고 뛴 거나 다름없으니까.

습관적으로 스포츠 기사의 댓글들을 읽어보던 지혁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테니스 팬들이 보여주는 부정적인 여론처럼 결승전의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조코비치가 각성을 한 초기라는 점이다.

만약 이번 연도 중반 이후로 만났다면 전혀 답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아무래도 전략을 완전히 수정해야겠어. 이제 기존의 방법은 전혀 통하지 않을 거야.”

2010년까지만 해도 조코비치의 고질적인 약점은 의외로 체력이었다.

경기 시간이 4시간만 넘어가면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하며 어중간한 실력의 탑랭커로 전락해버렸던 것이다.

이때까지 부진의 원인을 찾지 못해서 몇 년이나 중요한 순간에 고배를 마셨는데 새로 영입한 영양사의 활약으로 글루텐 알레르기가 문제였음을 마침내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달도 나랑 똑같은 전략을 취하다가 제대로 당했지.”

아마 지구전에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이길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글루텐 알레르기를 극복한 조코비치의 체력은 같은 무대에서 뛰는 프로들에게 외계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다른 그랜드슬램에서 6시간 경기를 연속으로 하고도 경기력의 저하를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제 나달의 천적은 조코비치가 되겠네.”

기존의 역사에서도 그랬으니 이 예상이 틀릴 일은 없었다.

물론 조코비치는 나달뿐만 아니라 빅3를 포함한 모든 프로들에게 압도적인 상대 전적을 쌓을 테지만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되도록 장기전을 피하자.”

지혁은 당연히 나달이 결승에 올라올 거라 생각했던 터라 바쁘게 새로운 전략을 짜냈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언젠가 조코비치와 재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서 나름 준비한 게 있었다.

아직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는 게 다음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호주 오픈 결승전 당일.

지혁은 가장 규모가 큰 스타디움에서 조코비치를 마주했다.

이번 생에 처음으로 마주한 그의 모습은 과거의 기억과 그다지 매치되지 않았다.

과거 지혁이 첫 메이저 대회에 데뷔했을 때의 조코비치는 이미 부동의 랭킹 1위를 유지하며 빅3의 수좌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골든 보이, 드디어 너랑 경기를 해보는구나. 그동안 네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어.”

“네. 조금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시기가 많이 늦었네요. 페더러하고 나달은 이미 몇 번이나 대회에서 부딪친 경험이 있는데 말이에요.”

특별한 의도가 담기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조코비치는 지혁의 말을 듣고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잠깐 멈칫했다.

이때까지 두 사람의 대결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가 전적으로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빅3들에게 막혀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번번이 탈락했으니 이해되지 않는 반응도 아니었다.

“뭐, 이제 자주 만나게 될 거야.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이상으로 올라오는 선수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까.”

“동감이에요. 그럼 오늘이 첫 경기니 잘 부탁드려요.”

“나야 말로.”

두 사람은 따로 친분이 있는 게 아니라서 짧은 대화를 하다가 곧장 랠리를 하기 위해 코트로 들어갔다.

기존의 절대자들이 아니라 새로운 신예들의 등장에 관중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저 운으로 결승까지 올라왔다면 낮은 시청률과 최악의 티켓 판매율이 나왔겠지만 지혁과 조코치치는 자신의 실력과 가능성을 지금까지의 성적으로 충분히 증명했다.

덕분에 이번 경기는 다른 빅3가 결승에 진출한 것에 비해 그리 부족하지 않는 관심이 쏟아졌다.

탕! 탕! 탕! 탕!

그렇게 몸풀기를 하길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호주 오픈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서브 조코비치.]

조코비치는 이번 경기가 첫 대결인 걸 의식한 듯 공격적인 플레이보다 수비에 집중했다.

지혁이 나름 파상공세를 폈쳤지만 역시 최강의 베이스라이너는 뭔가 달랐다.

충분히 위닝샷이 될 법한 스트로크들이 아주 간단하게 돌아왔던 것이다.

탕!!

왼쪽으로 떨어지는 백핸드 크로스샷을 똑같은 백핸드로 맞받아치는 지혁.

분명히 제대로 임팩트가 되었는데 라켓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이상했다.

‘역시 백핸드를 공략하는 방법은 무리구나. 무시무시한 위력이야.’

탑스핀 스트로크와 플랫을 섞어서 보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니.

아직 경기 초반이지만 어째서 그가 무결점이란 칭호를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도무지 공략할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지혁은 별다른 공략법을 찾지 못하고 지루한 랠리를 이어갔다.

[포티 러브.]

“후우···.”

마치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듯 세 번 연속으로 스트로크 대결에서 가볍게 승리한 조코치비.

지혁은 답답한 마음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

같은 시간, BBC 스포츠 방송.

촬영장의 해설 부스에는 세기의 대결에 어울리는 특별 게스트가 해설을 맡고 있었다.

레전드 선수인 존 메켄로가 부스에 앉아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존, 당신의 말대로 조코비치가 초반의 기세를 가져가네요. 골든 보이의 화려한 기술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두 선수의 경기는 창과 방패의 대결인데 방패 쪽이 더 단단하니까요. 물론 리도 대단한 실력을 가진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호주 오픈에서 조코치비는 무적이나 다름없어요. 상대가 너무 나빴습니다.]

[무적이라···. 작년 시즌을 지배한 나달을 간단하게 제압해버렸으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네요. 그래도 골든 보이는 열세에 처한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들어내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벌써 승패를 짐작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요?]

[그런 점을 고려해서 승률을 7.5:2.5라고 잡은 겁니다. 순수한 기량만으로 평가하면 8:2가 적절해요.]

메켄로는 조코비치가 최근 보여준 압도적인 행보에 완전히 매료된 것 같았다.

실제로 1세트의 스코어는 그의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세트 조코비치.]

굉장히 치열한 경기가 될 거라는 테니스 팬들의 예측과 다르게 지혁이 6-3으로 1세트를 내어줘 버린 것이다.

그 의외의 상황에 경기장이 급격하게 술렁거렸다.

관중들은 작년과 매치되지 않는 조코비치의 경기력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모양이다.

“골든 보이의 스트로크가 거의 안 통하잖아. 조코비치의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었나?”

“아냐.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ATP랭킹은 계속 3위를 유지했지만 그랜드슬램에서 우승은 한 번도 하지 못했으니까. 빅3의 문턱에 간신히 걸치고 있는 느낌이었지.”

“그런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돌아왔잖아. 비시즌기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준결승전의 나달도 그렇고 골든 보이조차도 힘을 쓰지 못하다니 이건 너무 이상하잖아.”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관중들.

그 탓인지 경기장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쉽지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역시 장난이 아니구나.’

지혁은 1세트의 냉정한 자세로 복기하면서 패배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이대로 경기가 진행된다면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결승전에서 장시간 경기를 했는데도 체력은 멀쩡하네. 지구전을 펼치는 건 사실상 힘들겠어.’

이제 남아있는 선택지는 최대한 속전속결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

경기가 길어지면 불리한 쪽은 오히려 지혁이 될 테니 말이다.

‘그나마 체력을 아껴두어서 다행이네. 무리하지 않길 잘했어.’

브레이크를 당하고 나서 전략적으로 1세트를 포기했는데 결과를 놓고 보니 꽤 좋은 선택이 된 것 같았다.

‘탐색전은 이만하면 됐으니까 슬슬 공격에 전력을 다해보자.’

지혁은 페더러나 나달에게도 먹힌 기술들이니 나름 자신이 있었다.

분명 처음 경험하는 선수라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플레이어 레디. 서브 리.]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재개되는 2세트.

지혁은 비록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승부욕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얼굴로 코트 위로 올라갔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던 조코비치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층 진지해진 눈빛으로 리턴을 준비했다.

아직 방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렇게 두 선수가 전력을 다해 부딪치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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