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49화 (149/241)

149화. 호주 오픈

[게임 리 3-4.]

코트 끝 사이드라인으로 떨어지는 백핸드를 간발의 차이로 놓치는 모습을 보이는 조코비치.

지혁은 눈에 띄게 상승한 풋워크를 이용해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는데 성공했다.

다음 서브가 지혁의 차례이니 사실상 4세트를 동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와아아아아!

[아!! 정말 존이 말한 대로 됐습니다! 골든 보이의 풋워크가 빨라졌어요. 단순히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중계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경악한 표정을 짓는 중년 해설자.

그는 지혁의 활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눈을 몇 번이나 비비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랜드슬램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우승자가 정해지는 최종 라운드에서요. 역시 골든 보이는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네요.]

[이제 조코비치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입니다. 분명 그라면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코비치는 ATP랭킹 1위의 나달을 3-1로 꺾은 전례가 있잖아요. 이번 호주 오픈을 한정으로 한다면 그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해설들은 경기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잔뜩 들뜬 표정을 지었다.

지혁이 조코비치와 대등한 실력을 발휘하는 이상 자연스레 명경기가 될 게 확실해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결승전이 허무하게 끝나는 일은 없었다.

[게임 조코비치 5-4.]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긴 했지만······.’

지혁은 4세트가 될 때까지 여러 전략들이 파훼됐던 것처럼 경기에서 우세를 점하는 상황이 오래가는 건 내심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고작 2세트 만에 일어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무결점, 무결점하더니 진짜 명불허전이구나. 어디를 공략해야 될지 답이 안 나와.’

그나마 약점이라 부를 만한 건 베이스라이너라서 평소 하지 않는 네트 플레이와 슬라이스, 드롭샷 정도이다.

물론 백핸드가 워낙 강력해서 뒤에 있는 두 가지 약점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탑랭커들과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백핸드를 두고 굳이 다른 기술을 왜 사용하겠는가.

‘그냥 무식하게 부딪치는 수밖에 없겠구나. 괜히 승부를 질질 끌다가 5세트에 들어가면 그나마 있던 승산마저 사라질 거야.’

마침 세트 스코어도 2-1로 유리하니까 여기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렇게 지혁은 복잡한 계산 끝에 4세트에서 남은 체력을 전부 쏟기로 결심했다.

[플레이어 레디. 서브 리.]

탕!! 탕!! 탕!! 탕!!

게임이 시작되자 전에 없을 정도로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는 지혁과 조코비치.

좀처럼 보기 힘든 랠리가 계속 이어지는 모습에 관중들과 해설들의 눈은 점점 커졌다.

도저히 받아내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타구를 선수들이 말도 안 되는 움직임으로 걷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쿵!!

결국 랠리는 20구 가까이 가고 나서야 승자가 정해졌다.

지혁이 네트 앞으로 조코비치를 유도해내서 패싱샷을 성공시킨 것이다.

관중들은 환상적인 빌드업과 초인적인 반사신경에 놀란 얼굴이었지만 이건 찰나의 덕을 본 효과였다.

평소에도 이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결승전에서 고전할 일도 없었다.

‘이번 게임은 절대 패배하면 안 돼. 모든 포인트에서 전력을 다하자. 결승전에서 체력을 아낄 이유는 없으니까.’

[게임 리 5-5.]

[게임 조코비치 6-5.]

[게임 리 6-6.]

결국 4세트는 지혁의 뼈를 깎는 네트 플레이로 듀스를 거쳐서 6-6, 타이브레이크까지 도달했다.

[와우! 골든 보이가 끈질긴 추격 끝에 불리한 상황을 뒤집었습니다!]

[승부가 단기전이 되었으니 이제 리의 무대겠네요. 조코비치에게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리는 중요한 순간마다 매번 승리했으니까요.]

[그래도 버티기만 하면 될 겁니다. 경기가 길어지면 체력적 우위는 조코비치 쪽에게 있어요. 만약 이번 타이브레이크만 이긴다면 5세트는 해보나 마나에요.]

[여기서 두 선수의 자질을 비교해볼 수 있겠군요. 한 세대를 평정할 선수라면 이럴 때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골든 보이와 조코비치는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한 앞으로 수도 없이 부딪치게 될 텐데 과연 누가 첫 승리를 가져갈지 정말 궁금하네요.]

[네! 이제 시작하네요. 곧 존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잠시 후의 게임은 결승전의 하이라이트가 될 테니 시청자분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서브의 순서는······.]

***

[리! 3-2.]

“허억···. 허억···.”

아슬아슬하게 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백핸드 크로스샷.

지혁은 비처럼 쏟아지는 땀을 상의로 닦으며 다음 리턴을 준비했다.

탕!! 탕!! 탕!!

[리! 4-3.]

그렇게 지혁이 스트로크 대결에서 점점 밀리는 기색을 보이던 도중 갑자기 행운이 따라줬다.

포핸드가 네트 윗부분을 맞고 반대쪽 코트로 넘어간 것이다.

베이스라인에서 스트로크를 기다리던 조코비치가 그걸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점수를 얻게 되었다.

극후반이 되어서나 승부를 볼려고 했는데 말이다.

솔직히 지혁은 뛸 듯이 기뻤지만 겉으로 별다른 내색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호를 지르거나 세레머니를 하는 건 테니스에서 금기시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중들은 경기의 방향을 결정적인 중요한 득점임에도 대부분 박수를 치지 않았다.

“하앗!”

탕!!

‘갑자기 스트로크의 컨트롤이 많이 무뎌졌는데? 방금 전의 일 때문에 멘탈이 흔들린 건가?’

조코비치도 막 전성기에 들어선 만큼 아직 모든 부분이 완벽하진 않은 모양이다.

사실 신도 아닌 고작 23살의 선수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도 모든 경기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보통 메이저 대회에서는 빅3라도 10번 붙으면 1, 2번은 패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뭐, 조코비치는 승률을 95%까지 찍지만 그것도 20번 중에 1번은 진다는 얘기니까.’

평정심이 흔들린 상태로 랠리를 지속해서일까.

조코비치는 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위치로 스트로크를 잘못 보냈다.

그 정도 실력자가 운에 의지할 리 없으니 의도한 건 절대 아닐 것이다.

‘아! 실수를 했구나. 아슬아슬하게 나간 것 같은데?’

지혁은 반대편 코트에서 아차!하는 표정을 발견하고 테이크백 자세에서 라켓을 거둬들였다.

괜히 간단하게 득점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예상한 것처럼 심판은 조코비치의 스트로크에 아웃 판정을 내렸다.

[아웃! 리! 5-3.]

와아아아아!

“잠깐! 방금 건 들어갔다고!”

심판의 오심이라고 생각하는지 팬들의 환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손을 들며 챌린지를 요청하는 조코비치.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격분하는 걸 보면 꽤나 화가 난 것 같았다.

호크 아크로 찍힌 결과가 전광판에 나오기까지 잠시.

관중들은 기대하는 얼굴로 박수의 속도를 점점 높이며 판정이 나오길 기다렸다.

얼마 후, 몇 mm차이로 라인을 때리는 모습이 경기장의 화면에 송출되었다.

이번에는 행운의 여신이 조코비치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쯧.”

“이데모!!”

[인! 조코비치! 4-4.]

조코비치는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게 기쁜 건지 세르비아어로 포효했다.

워낙 자주 하는 감탄사라서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관중들은 없었다.

애초에 렛츠고나 바머스와 같은 의미라서 어려운 말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후의 경기는 연달아서 일어난 돌발 상황에 영향을 받은 건지 완전히 엉켜버렸다.

[갑자기 선수들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하락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 지칠 만한 시간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혹시 저희가 모르는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요?]

[아마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김 빠지는 상황이 연출되어서 그럴 겁니다. 흐름이 끊기는 게 선수 입장에서 제법 큰 타격이 되거든요. 게다가 경기 시간도 너무 길었고요. 솔직히 집중력이 풀리면 기량 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 장담하는 존 매켄로.

그의 예상대로 선수들은 랠리를 통해 빠른 속도로 감을 되찾아갔다.

[리! 5-4.]

[조코비치 5-6.]

[리! 7-6. 어드벤티지 리.]

지혁은 마침내 페더러와 대결했던 준결승전과 비슷한 상황에 도달했다.

목표로 하는 스코어까지 패배하지 않고 무사히 버텨낸 것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호주 오픈에서 절반 이상 우승한 거나 다름없었다.

점수 하나에 경기의 승패가 달려있는 상황은 상대 선수가 누구든 자신이 있었다.

[서브 조코비치.]

볼 키즈에게 공을 넘겨받은 조코비치는 긴장이 되는지 몸을 가늘게 떨었다.

이미 2008년에 호주 오픈에서 한 번 우승한 경력과 다른 그랜드슬램에서 준우승 2번, 4강 6번, 8강 5번을 진출한 선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 하나에 걸려있는 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탓에 머릿속이 꽤나 복잡한 모양이다.

쿵.쿵.쿵.쿵.

물론 지혁도 흥분으로 인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어서 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다.

상황이 이러니 선수들이 본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정해진 일이었다.

[조코비치! 7-7!]

[리! 8-7! 어드벤티지 리!]

결국 무난하게 이어지던 결승은 상대적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지혁이 차지했다.

단기전의 실력 자체도 미세하게 우세한데 멘탈적인 부분도 더 뛰어났기에 얻은 결과였다.

[게임 세트. 매치 리······.]

우와아아아아!

호주 오픈의 우승자가 정해지자마자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경기장.

중계화면에 잡히는 그 열정적인 광경에 해설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뜨거운 박수를 쳤다.

[브라보! 골든 보이가 마침내 첫 호주 오픈 우승을 달성했습니다.이제 리는 그랜드슬램 통산 우승 횟수가 2회가 되었어요. 빅4에 들어가고도 남는 성적입니다. 단순히 성적만 봤을 때 오히려 조코비치보다 서열이 더 높아요.]

[아무래도 조코비치가 타이브레이크에서 저지른 두 번의 실수로 인해 압박을 많이 받았나 봅니다. 거기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어요. 전체적인 실력은 흠잡을데 없이 완벽하지만 멘탈적인 부분이 아직 많이 아쉽습니다.]

[동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조금만 재정비를 하면 분명 탑랭커들 사이에서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올 겁니다.]

[다음 그랜드슬램은 롤랑이니 더욱 재미있겠네요. 4파전에서 누가 우승을 거머쥐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지난 7년 동안 클레이에서 무적의 실력을 발휘하던 나달도 작년 대회로 인해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는 게 밝혀졌으니까요.]

[아! 지금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네요. 장시간 경기로 인해 상당히 지친 것 같습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네요.]

[준결승과 결승에서 5시간, 4시간 경기를 했으니 당연한 일이죠. 지금 모습을 잘 봐 두세요. 분명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겁니다. 리와 조코비치는 역사상 최강의 선수들이 될 거예요. 나달과 페더러를 뛰어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테니까요. 그들의 잠재력은······.]

해설자들은 이번 경기에서 느낀 게 정말 많은지 끝도 없이 말을 쏟아냈다.

이번 시즌의 결과를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수의 스토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존 빅3 왕조에서 빅4로 체제가 변했으니 테니스 중계의 흥행도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지혁이라는 슈퍼 스타의 등장은 대중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혁과 조코비치에 대한 극찬은 인터뷰가 시작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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