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54화 (154/241)

154화. 리벤지 매치

[이지혁, 롤랑 가로스 1라운드 돌파.]

[그랜드슬램 2라운드 너무나 간단한 승리, 이변은 없었다.]

[ATP랭킹 47위의 선수도 골든 보이의 파죽지세를 멈출 수는 없었다.]

[역대급 천재의 활약에 좌석은 계속해서 매진 행렬.]

[전문가들 “빅4에 들어간 영향이 크다. 현재 리의 파급력은 페더러와 비슷한 수준.”]

[확연히 상승한 실력이 과연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이 주목돼.]

롤랑에 두 번째로 출전하게 된 지혁은 작년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며 128강, 64강, 32강을 아주 간단하게 통과했다.

클레이 코트라는 환경적인 요인과 지난 1년 동안 크게 성장한 기량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갑자기 돌발적인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빅4에 합류한 지혁이 평범한 탑랭커에게 패배하는 일이 생길 수 없었다.

쿵!!

베이스라인 끝에 바운드되고 급격한 각도로 튀어 오르는 스트로크.

장신의 백인 선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라켓을 휘둘렀다.

[아웃! 세트 리!]

와아아아아!

리버스 포핸드가 상대 선수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이자 관계자석에 앉은 코치진들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아직 경기가 한참 남았지만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상식 범주 안이어야 조금이라도 비벼볼 수 있을 텐데 이건 너무 심각한 차이였다.

ㅡ 랭킹 37위도 상대가 안 되는구나 ;; 완전 가지고 놀고 있잖아? 완급 조절하면서 여유 부리는 거 봐라···.

ㅡ 이제 저 정도 선수는 이지혁이랑 급이 안 맞지 ㅋㅋㅋ

ㅡ ㅇㅇ 몸풀기 수준밖에 안 되겠네. 리버스 포핸드 선에서 정리될 듯. 파워, 풋워크 속도, 컨트롤 전부 상위 호환이라 승산이 1%도 없다.

ㅡ 원래 이지혁이 자기보다 랭킹 낮은 선수들 양학하는 걸로 유명하잖아. 플레이 스타일이 딱히 약점이 없어서 승률이 기괴한 수준임.

ㅡ 아마 92%인가 그렇지? 여기에 페나조도 포함되었으니 진짜 지독하긴 하다 ㅋㅋㅋ

ㅡ 탑랭커들 사이에서 괜히 저승사자라고 불리겠냐 기피 대상 0순위 된 지 엄청 오래됐다. 저런 괴물을 10위권 밖 선수들이 무슨 수로 이기겠냐고 ㅋㅋㅋㅋㅋ 정면대결보다 그냥 라켓으로 두들겨 패는 게 더 확률이 더 높을 걸?

ㅡ 1세트 끝나니까 상대 선수도 슬슬 멘탈 깨져가는 게 보이네. 저기 코치진들 표정 봐라 무슨 악마 보는 것 같은 눈빛임 ;;

ㅡ 불만 있으면 페나조만큼 잘하던가 ㅋㅋㅋ 이제 머레이급도 아슬아슬한데 어디서 듣보잡이 이지혁이랑 비비려고 하냐고 이게 재능 차이다 ㅋㅋㅋㅋ

이미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듯 여유로운 분위기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시청자들.

롤랑 가로스 4라운드, 16강은 정말로 그들이 예측한 것처럼 지혁의 완벽한 승리로 흘러갔다.

탕!!

그림 같은 자세로 백핸드를 치는 지혁.

188cm 근육질 선수가 전력을 쏟은 스트로크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라인 위를 가격했다.

살이 떨리는 그 타구에 상대 선수는 거리가 모자랐는지 라켓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휘둘렀다.

경기장에서 휭!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크게 들리자 체어 엠파이어가 동시에 판정을 내렸다.

“······.”

상대 선수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건지 고개를 떨어트린 채 베이스라인으로 돌아갔다.

비스듬하게 보이는 얼굴이 어두운 게 절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테니스계에서 나름 알아주는 실력자가 프로를 만난 아마추어처럼 탈탈 털리고 있으니 제정신이 아니겠지.

지혁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저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길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선수를 대회에서 마주쳤을 때 얼마나 괴로웠던가.

잔인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단순히 노력만으로 실력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빅3, 아니 인간계 최강 반열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임 리 1-0.]

[게임 리 2-0.]

[게임 리 3-1.]

······.

“하앗!”

탕!!

[게임 세트. 매치 리!]

경기의 마지막 매치 포인트는 지혁의 포핸드 위너로 마무리되었다.

누구나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다.

관중들이 기대 이상으로 경기 내용이 원사이드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말이다.

와아아아아!

지혁은 이번 승리가 당연한 결과라는 듯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솔직히 30위대의 선수를 3-0으로 이긴 것 가지고 호들갑을 떨기에는 지혁의 위상이 너무 높았다.

***

16강이 끝나고 다음 날 아침.

지혁의 코치들은 의자에 앉아서 내일 경기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었다.

아무래도 8강에서 붙게 될 선수의 이름값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델 포트로라···. 리틀 페더러하고 드디어 대진을 붙게 되었구만.”

“머레이도 하지 못한 그랜드슬램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인 만큼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해. 방심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그래. 아무리 공백 기간이 길어도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니까. 만약 완벽하게 부활했다면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줄 거야.”

“진짜 거저먹을 경기는 한 번도 없구나. 쉽게 올라가는 법이 없어.”

“그래도 1, 2위를 다투는 천재들의 첫 대결이라 테니스 팬들이 엄청 좋아하겠네. 여기서 서열 정리를 해두면 더 이상 다른 말이 나오지 않겠지.”

“박 코치는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아?”

“70~80% 정도요.”

지혁이 엄청난 수입을 얻으면서 어느새 6명까지 늘어난 코치들은 선수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박 코치의 대답에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반응을 보면 5:5나 6:4의 구도를 예상했던 모양이다.

테니스계에서 델 포트로의 존재감은 제법 무거웠으니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판단이었다.

“그 정도면 다른 쿼터들이랑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잖아?”

“박 코치,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거 아니야? 상대는 남미의 황제라고 불리는 델 포트로라고.”

“만약 부상이 완벽하게 나았더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재활이 완벽하지 않은 정황이 많이 보여요. 최대한 숨기려고 했지만 제 눈은 피해 갈 수는 없죠.”

“8강까지 제대로 된 상대가 없어서 티가 나지 않은 건가? 확실히 단시간에 회복될 부상이 아니긴 했지. 복귀 시기도 너무 빨랐고.”

“잠깐만 전부 연기일 수도 있잖아? 그런 가능성은 없는 거야?”

“델 포트로가 전문 배우도 아니고 설마 그럴 리 있겠어요?”“하긴 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 그럼 장기전을 유도하는 게 가장 승률이 높은 전략이겠네. 음···. 일이 잘만 풀리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겠어.”

그렇게 6명의 코치진들은 각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며 세부적인 전략을 만들었다.

지혁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확답을 주려면 농땡이를 부릴 시간은 없었다.

이럴 때 밤을 새우면서 일하는 게 막대한 연봉을 받는 주된 이유이니 말이다.

***

롤랑 가로스 8강 당일.

1만 석에 달하는 경기장의 좌석은 다양한 국적의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의외인 건 파리에서 열리는 경기임에도 아시아인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보통 테니스가 백인 관중들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걸 생각하면 이건 상당히 특이한 광경이었다.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가 섞여서 들리는 응원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자 유럽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낯선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동양인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는데 이것도 골든 보이의 효과겠지? 그나저나 아시아도 유럽이랑 마찬가지인 상황인가 보네. 언론이 아무 말이나 하는 건 아니었나 봐.”

“영국이랑 파리에서도 이미 엄청난 스타인데 당연하지. 아시아를 한정으로 하면 오히려 리가 페더러보다 인지도가 높을 걸? 덕분에 엄청난 규모의 스폰서 계약도 맺었다고 했잖아.”

“아! 그러고 보니 데뷔 3년 차에 나달을 제치고 테니스 선수 수입 2등까지 올라갔다고 듣긴 했어. 아직 17살밖에 되지 않은 걸로 아는데 벌써 돈을 긁어모으는 구만.”

“더 무서운 건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최소한 10년은 더 남았다는 거지.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매년 1억 달러는 거뜬히 벌어들일 걸?”

“허······.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와 명예를 전부 얻었다니 정말 부러운 녀석이네.”

“공짜로 얻은 것도 아니니까. 저 정도로 테니스를 잘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들이는 게 당연해.”

와아아아아!

관중들이 지혁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 입국 쪽에서 갑자기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드디어 선수들이 경기장에 등장한 것 같았다.

소란의 근원지로 하나, 둘씩 시선을 옮기자 마치 배우처럼 잘생긴 테니스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앳된 얼굴과 야성적인 근육질 몸이 멋진 조화를 이루자 여성 팬들은 비명을 지르며 지혁에게 손을 뻗었다.

서비스 차원으로 펜스 아래로 내미는 손을 가볍게 터치해주자 자지러지는 반응이 되돌아왔다.

저벅저벅.

지혁은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코트 중앙에 도착했다.

그러자 델 포트로가 먼저 도착한 건지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델 포트로도 인기가 높기로 유명했지만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는 지혁과 같은 무대에 서게 되니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었다.

그가 2년 전 메시를 제치고 아르헨티나 최고의 스포츠 선수로 뽑혔던 걸 생각하면 대중이 관심이 얼마나 냉정한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끄덕.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눈빛과 고갯짓으로 대신 인사를 나누는 선수들.

두 사람은 시간을 지체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지 준비가 되자마자 곧바로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롤랑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하는 만큼 서로의 실력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분명 왼쪽 손목만 집중적으로 노리면 된다고 했지. 솔직히 내키지 않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니까.’

분석을 맡은 코치들의 판단이 맞다면 경기는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다.

정면승부가 아니라 약점을 공략하는 행동이 조금 걸리지만 어쭙잖은 배려보다 전력을 다하는 게 더 나았다.

만약 같은 입장에서 상대가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 지혁도 기분이 좋지 않을 테니 말이다.

탕! 탕! 탕! 탕!

그렇게 지혁은 몸풀기 겸 탐색전을 벌이며 델 포트로의 상태를 살폈다.

‘역시 가벼운 랠리로 티가 나지 않네. 뭐,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으면 되겠지.’

어차피 고속 서브, 트위스트 서브, 리버스 포핸드, 한 손 백핸드 같은 기술들로 몰아치다 보며 실력을 숨기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본경기에 들어가고 나서도 지금 같은 평정심을 유지할지 확인해보자.’

체력을 낭비하지 않고 준결승전에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능하다면 멀쩡한 상태였으면 좋겠다.

US오픈에서 페더러를 재능으로 쓰러트린 천재 유망주의 센스를 실전에서 경험할 기회는 거의 없다.

델 포트로는 앞으로 부상을 달고 살게 될 테니 전성기를 놓쳐 버리면 분명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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