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68화 (168/241)

168화. 첫 윔블던

쿵!!

[게임 리 5-3.]

베이스라인을 강타한 포핸드는 조코비치의 라켓을 유유히 피해갔다.

지혁이 게임을 3번이나 연속해서 가져가자 관중석에서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맴돌았다.

아무래도 급격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모양이다.

솔직히 경기의 주도권이 이런 식으로 반전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코비치가 이기고 있었잖아.”

“나도 잘 모르겠어. 골든 보이의 스트로크가 부쩍 강해진 것 같긴 한데.”

“확실히 포핸드 위닝샷 비율이 늘어나긴 했지. 혹시 그것 때문인가?”

“글쎄. 고작 그것 가지고 조코비치에게 유리하던 게임이 뒤집힌다고?”

경기가 이 지경까지 진행됐는데도 아직 확신이 가지 않는지 긴가민가한 반응을 보이는 관중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탑랭커나 전문가들은 이미 계산이 어느 정도 끝나 있었다.

“이러다가 정말 골든 보이가 사고를 치겠는데? 게임 하나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 번 연속으로 이기는 건 실력이야.”

“음······. 인정하기 싫지만 이대로 4세트가 넘어가면 그럴 확률이 높겠네. 경기의 균형이 급속도로 기울고 있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신음을 흘리는 랭킹 68위의 탑랭커.

그 반응에 경기장에 같이 동행한 동료 선수는 피식하고 웃으며 나무라는 말을 했다.

“넌 몇 분 전만 해도 조코비치가 이길 거라고 장담했잖아? 그새 생각이 바뀌었어?”

“······저딴 게 현실에서 가능할 거라고 누가 예상하겠어.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저 녀석이 비정상인 거야.”

“글쎄. 나한테는 그저 변명으로 들리는 걸. 탑10 안에 들어갈 생각이 있다면 앞으로 상상력을 더 키우는 게 좋겠어. 저 위에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괴물들이 널려있으니까······.”

남자는 오랜만에 놀릴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한 건지 자신의 안목을 자랑하며 자신의 친구를 놀렸다.

하지만 그것도 체어 엠파이어의 목소리가 들리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서브 리.]

“그런 소리는 나중에 하고 일단 경기에나 집중하자고.”

“쳇. 알았어.”

***

지혁의 서브로 재개된 경기는 이전 게임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코비치가 나름 최선을 다해 랠리에 임했지만 포핸드를 주축으로 하는 공세를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건 그의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대처할 시간이 짧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트 리.]

결국 우측 코트 구석을 공략하는 포핸드 다운 더 라인에 4세트의 세트 포인트를 내주고 마는 조코비치.

동점을 알리는 그 위닝샷에 경기장은 무너질 듯이 흔들렸다.

이미 승부가 난 줄 알았던 결승전이 다시 흥미진진해졌기 때문이다.

ㅡ 골든 보이가 거품이라고 하던 멍청이들 전부 어디 갔냐? 빨리 방금 했던 말 다시 지껄여 봐. 누가 추락할 일만 남았다고?ㅡ 그 많던 악질들이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왜 이렇게 조용하지?

ㅡ 와. 불리하니까 귀신같이 숨었네. 익숙하던 ID들 하나도 안 보여.

ㅡ 지금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삭제되는 중이야. 자기들도 쪽팔린 줄 아는 거지.

ㅡ 어차피 전부 박제돼서 소용없어. 똑같은 ID가 나오면 내가 알려줄게.

ㅡ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경기는 이제 동점일 뿐이라고. 아직 윔블던의 우승자는 정해지지 않았어.

ㄴ 얘 아까 골든 보이가 ATP랭킹 2위에 어울리지 않다고 하던 놈이네.

지혁의 팬들로 가득하던 커뮤니티는 드문드문 반발하는 댓글이 올라왔지만 ID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의 저격으로 인해 댓글이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평소에는 분위기가 이 정도로 극단적이지 않았지만 그동안 안티들이 워낙 기세등등하며 난리를 피웠기에 팬들의 반응도 격렬했던 것이다.

‘효과가 끝내주는데? 800만 포인트를 투자한 게 전혀 아깝지 않아.’

물론 등급이 올라가면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거라고 기대하긴 했다.

그래도 이건 기대를 한참이나 뛰어넘는 결과였다.

‘이제 포핸드만큼은 최강이라고 해도 되겠는데? 기술 하나하나가 완벽한 수준이야.’

나달의 탑스핀 스트로크와 페더러의 플랫, 슬라이스의 장점을 합쳐 놓았는데 약점이 있을 리가 없었다.

테니스 역사상 최강의 포핸드가 이번 윔블던에서 만들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지혁이 다른 빅4를 제치고 압도적인 넘버원이 된 건 아니었다.

포핸드 하나 만으로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를 제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다른 주력 기술들이 전부 S등급이 된다면 충분히 일인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레디.]

지혁은 5세트를 시작하라는 신호가 들리자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기의 승부를 떠나 포핸드를 더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지혁과 다르게 조코비치는 어기적거리며 자신의 코트로 걸어갔다.

그것만 봐도 현재 두 선수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었다.

탕!! 탕!! 탕!!

조코비치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세 번의 게임을 치르면서 나름 적응을 한 모양이다.

퉁!

지혁은 지겹게 이어지는 랠리에 변주를 주기 위해 슬라이스를 쳤다.

원래라면 지금 상황에서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수였다.

주무기인 탑스핀 스트로크를 두고 숙련도가 낮은 기술을 왜 사용하겠는가.

그럼에도 실패하는 게 당연한 슬라이스는 조코비치의 허를 완벽하게 찌르는 데 성공했다.

S등급의 포핸드는 이 순간에도 재역할을 해낸 것이다.

[피프틴 러브.]

마치 페더러의 기술을 연상시키는 그 위닝샷에 탑랭커들은 감탄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까지 지혁의 약점으로 평가받던 슬라이스가 완전히 보완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골든 보이가 첫 득점부터 심상치 않은 위닝샷을 성공시켰습니다. 환상적인 슬라이스였어요. 마치···.]

[페더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씀하시려는 거죠?]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겠다는 듯이 말을 끊는 해설자.

그 멘트에 동료 해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저 혼자 그런 느낌을 받은 게 아니었나 보군요!]

[하하하. 저 완벽한 테크닉은 페더러가 중요한 경기를 할 때마다 보여주던 플레이잖아요. 아마 페더러의 팬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골든 보이는 이런 방식의 플레이를 선호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요. 탑스핀이나 플랫 스트로크에 비해 득점 성공률도 현저히 낮았고요.]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가 무슨 마법을 부리는지 짐작도 가지 않아요. 이런 경기는 저도 처음입니다.]

해설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가설을 곧바로 말하기보다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고작 한 번의 위닝샷으로 호들갑을 떨기엔 너무 이르다고 판단해서였다.

어차피 지혁의 슬라이스가 운에 기댄 플레이가 아니라면 오래가지 않아 똑같은 장면이 나올 확률이 높았다.

드르르륵. 퉁!

[포티 러브.]

그리고 해설들이 예상한 대로 지혁은 전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저 포핸드 슬라이스는 실력이 맞았어요!]

[···정말 소름이 끼치는 재능이군요. 이미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와 대등한 수준에 올라선 선수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니요. 골든 보이는 정체기가 없는 겁니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내린 평가들은 수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리의 잠재력을 너무 얕잡아 봤어요. 최근 활약이 반영돼서 결과가 부풀려졌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저희의 오판이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혁은 결국 페더러의 벽을 넘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 주류였다.

실력과 재능 자체는 얼마든지 견줄 만 하지만 2000년대 초반과 현시대의 탑랭커들은 수준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탑10의 선수들이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고생을 하고 있지 만약 십 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그들은 테니스의 신으로 불리며 모든 메이저 대회를 휩쓸고 있었을 것이다.

그 미친 경쟁력을 뚫고 페더러처럼 그랜드슬램 16번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했다.

얼마 전까지 지혁이 보여준 실력으로는 말이다.

[게임 리 1-0.]

······.

압도적인 실력 행사로 조코비치가 게임을 내주자 경기장은 아주 잠깐 정적이 흘렀다.

관중들은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자 인지부조화에 걸린 것 같았다.

저벅저벅.

침묵을 깨는 지혁의 발자국 소리.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그 소리에 사람들은 하나, 둘씩 정신을 차렸다.

···우와아아아아!

그렇게 잔뜩 흥분한 팬들의 환호성으로 인해 경기는 한동안 진행되지 못하고 지체되었다.

체어 엠파이어가 관중석을 향해 진정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음에도 박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

지혁은 남은 5세트에서 조코비치에게 당했던 모든 것을 몇 배로 갚아주었다.

한 번 기울어버린 경기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던 것이다.

[게임 리 5-3.]

결국 마지막 서비스게임만을 남겨두게 된 결승전.

잔인하게도 서브의 순서는 지혁의 차례였다.

그런 조건에서 역전이 나올 리 없었다.

탕!!

잔디를 때리고 급격한 각도로 튀어 오르는 탑스핀 스트로크.

조코비치는 라켓을 상향 스윙하며 완벽에 가까운 라이징샷을 쳤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은 반대편 사이드라인을 다시 때렸다.

그 엄청난 거리에 다른 탑랭커는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무결점이었다.

나달조차 처리하기 힘들어 보이는 크로스샷을 억지로 걷어낸 것이다.

““!!””

그렇게 지혁에 밀리지 않는 미친 활약이 이어지자 앞열의 앉은 탑랭커들의 눈은 점점 커졌다.

눈앞의 괴물들이 도저히 자신과 같은 테니스 선수라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랠리는 순식간에 15구를 넘어갔다.

조코비치는 아주 약간만 삐끗해도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라 초인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최전성기의 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무려 2년 넘게 ATP랭킹 1위를 유지하던 그 시절 말이다.

그건 페더러와 나달, 머레이들이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에 달성한 업적이니 그 당시 조코비치의 실력은 역사상 최강이라고 생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서티 올.]

조코비치가 지혁의 서비스게임에서 처음으로 동점을 만들어내자 탑랭커들 사이에서 설마 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이러다가 다시 역전이 나오는 거 아니야?”

“이번 게임에서 버티기만 하면 가능할지도···.”

그렇게 희망적인 분위기가 잠시.

쿵!!

탑랭커들의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오는 지혁의 슈퍼 플레이가 조코비치에게 위닝샷을 빼앗은 것이다.

[포티 서티. 매치 포인트.]

우승까지 단 한 포인트.

조코비치는 자신의 불길한 미래를 어느 정도 짐작한 건지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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