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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72화 (172/241)

172화. 상하이 마스터즈, 이벤트 경기

“그러니까 투수 역할도 해달라고요?”

지혁은 김지호PD의 제안을 듣고 정말 진심이냐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설마 촬영 중에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 직원들도 그 생각은 마찬가지인지 적극적으로 반발을 하고 나섰다.

이건 계약한 내용가 다르다고 말이다.

“저···오해하신 부분이 있는데 진짜로 공을 던져달라는 게 아니라 테니스 서브나 스트로크로 시험을 부탁드린 거예요. 물론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아쉬운 마음에 말해본 거라서요.”

김지호PD는 기대 이상으로 야구에 재능을 보여서 해본 말이라고 변명했다.

동행한 매니지먼트 사람들은 훨씬 나아진 제안조차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지혁의 흥미를 자극하는 건 성공했다.

솔직히 이 정도면 부담도 거의 없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했다.

“김PD님, 이런 식으로 하시면 곤란하죠. 방금 얘기는 없던 걸로······.”

“재밌겠는데요? 저는 괜찮으니까 한 번 해봐요.”

“···정말 괜찮겠어요?”

직원들의 항의로 촬영장의 분위기가 점점 나빠질 무렵.

지혁은 지금 상황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는 표정으로 갑작스러운 제안을 수락했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당사자가 이렇게 나오자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성공할 확률이 절반 이하라고 생각하던 일이 성사되자 김지호 PD의 얼굴도 자연스럽게 환해졌다.

“그러면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촬영장은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퉁. 퉁.

코치에게 라켓을 전달받고 스트링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몇 차례 두드려보는 지혁.

평소 워낙 철저하게 장비 관리를 했기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진 않았다.

몸풀기로 서브를 몇 차례 하자 바쁜 와중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지혁에게 급속도로 모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소름이 끼치는 굉음이 들렸으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쿵!!

감각을 되살리는 목적으로 70~80%의 힘을 썼음에도 서브의 속도는 200km를 가볍게 넘어갔다.

사람들은 세계 최고를 다투는 실력에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졌다.

아무래도 똑같은 지점을 연속해서 강타하는 모습을 보고 꽤 놀란 모양이다.

“이야···. 역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천재는 뭔가 다르긴 하네.”

“뭔지 모르겠지만 엄청 어려워 보이긴 해.”

“저렇게 빠른 공을 똑같은 위치에 떨어트리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손으로 해도 어려운데 라켓으로 하는 건 얼마나 힘들겠어. 더구나 저 무시무시한 속도로 말이야.”

지혁의 몸이 어느 정도 풀리자 자리는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전직 야구 선수 두 명이 포수와 타자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이제 서브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기만 하면 된다.

‘음···. 생각보다 쉽겠는데?’

막상 마운드에 서자 거리도 테니스에 비해 30%가량 짧았다.

포수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지만 미트에 강제로 쑤셔 박을 생각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바운드가 없으니까 플랫으로 하자.’

아무리 전직 야구 선수라고 해도 갑자기 230km가 넘는 공을 받는 건 불가능했다.

타고난 반사신경과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탑랭커조차 이 정도 속도의 서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니 말이다.

휙!

지혁은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서자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토스를 했다.

천천히 떨어지는 공에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했지만 공은 굉음과 동시에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퍽!!!

“······?”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멀뚱히 서있는 포수와 타자.

입을 벌린 채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광경이 게 제법 볼만하다.

하긴 그들이 어딜 가서 이런 경험을 해봤겠는가.

‘속도는···대충 220 초반이겠네.’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한 생각이지만 수 천, 수 만 번을 반복한 동작이라 높은 확률로 맞을 것이다.

무한챌린지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건지 눈만 계속 끔뻑거리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상황에서 심판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을 차리는 사람들.

당황한 마음이 반영된 건지 웅성거림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저걸 사람이 어떻게 쳐?”“연습할 때보다 훨씬 빨라졌어. 설마 여기서 더 빨라지는 건 아니겠지?”

“220, 230km라고 해서 도저히 감이 안 잡혔는데 완전 레이저 수준인데? 눈에 보이지도 않아.”

“나도 마찬가지야. 뭔가 번쩍하더니 사라졌어.”

“그런데 포수가 잘도 이지혁 선수의 서브를 받았네. 역시 전직 프로라는 건가?”

“글쎄. 내 생각엔 이지혁 선수가 강제로 미트에 꽂아 넣은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니, 선수들의 반응을 보니까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어.”

워낙 숫자가 많으니 타고난 눈치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나타났다.

그들은 당장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당장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따로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드디어 제대로 해보겠다는 건가?’

지혁은 타자가 장갑을 고쳐 끼고 진지하게 자세를 점검하는 모습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노력이 가상하다만 고작 저런 걸로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쾅!!

그것을 증명하듯 서브는 타자를 비웃듯이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박자 늦게 휘둘러지는 배트가 아주 처량하게 보인다.

그렇게 스트라이크가 대충 5번 정도 나오자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 중 지혁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회가 총 10번이니까 이제 슬슬 다른 것도 시험해볼까.’

실력은 이미 넘치도록 증명했으니 슬슬 차선택을 꺼내도 되겠지.

딱히 보상이 걸려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진지하게 대결에 임할 필요는 없었다.

탕!!

지혁은 플랫 서브 대신에 스핀이 잔뜩 걸린 포핸드 스트로크를 선택했다.

비록 속도는 느려졌지만 궤적이 변화구처럼 휘어버리니 다시 한번 헛스윙이 나왔다.

윔블던에서 기술의 등급이 올라서인지 정확도는 오히려 서브보다 훨씬 더 정교한 느낌이었다.

‘역시 포핸드가 가장 만족스럽단 말이야.’

애초에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탑랭커의 스트로크를 쫓아다니면서도 라인 위를 공략할 수 있는데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지 못할 리가 없었다.

기계 같은 라켓 컨트롤과 정교한 기술이 더해지자 공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결국 지혁과 전직 야구 선수들의 대결은 10:0으로 결과가 나왔다.

아무리 은퇴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너무나 일방적인 스코어였다.

사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인물과 메이저 리그에도 진출하지 못한 내수용 선수가 부딪친 거니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흥미진진했던 대결이 마침내 끝을 맺자 세트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방송을 위해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 담긴 행동이었다.

그렇게 지혁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던 야구 종목을 훌륭하게 마치고 남은 촬영도 원만하게 찍을 수 있었다.

솔직히 타고난 피지컬과 운동 센스가 있어서 어떤 종목이라고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당연했다.

***

[다른 종목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이지혁, 타고난 운동 능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아.]

[야구에서 보여준 엄청난 잠재력, 야구 전문가들은 테니스가 아니었더라도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해서 화제.]

[무한챌린지에 동반 출연한 선수들, “방송 내용은 1%의 조작도 없다. 방영된 내용은 편집 때문에 오히려 축소된 측면이 더 크다.‘]

[촬영장의 출연진들과 스태프들도 입을 모아 극찬을 한 실력의 정체.]

[스포츠 스타의 예능 나들이가 이번에도 역대급의 시청률을 보여주다. 방송계의 블루칩인 이지혁을 데려오기 위해 방송국들이 또다시 섭외 전쟁을 앓고 있어.]

ㅡ 이번 주 무한챌린지 방송 본 사람? 이지혁 운동 신경 진짜 돌았다 ㄷㄷㄷ 다른 종목에서도 프로를 발라버리네.

ㅡ 야구 말하는 거지? 아무래도 똑같이 휘두르는 종목이라 익숙한 모양임 ㅋㅋ 선생님으로 출연한 선수들도 은퇴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정신을 못 차리네 ㅋㅋㅋ

ㅡ 애초에 200km 넘는 공을 밥먹듯이 치는 얘인데 130km는 장난처럼 보였겠지. 난 홈런 칠 때 공 쪼개지는 줄 알았다 ;; 무슨 메이저리거 홈런 타자 보는 줄.

ㅡ 솔직히 스테로이드 주입한 근돼가 아니라서 그건 오바고 ㅋㅋ 국내 탑티어급은 ㅇㅈ임. 자세나 타율 따져보면 어지간한 크보 타자들보다 훨씬 낫다

ㅡ ;; 얘들아 이지혁이 테니스 선수인 건 기억하고 있지?? 야구도 선출이 아니라 방송 때문에 잠깐 해본 거잖아···.

ㅡ 그래서 더 대단한 거지 ㅋㅋ 시간만 조금 들이면 크보 투수들 상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듯.

ㅡ KBC는 윔블던 특집 다큐를 방영했고 MBS는 무한챌린지 방송했는데 SBC는 뭐하냐? 빨리 좀 해라.

ㅡ 예전에 SBC 대표 예능에 출연한 적 있잖아. 그래서 안 나오는 아님?

ㅡ 이지혁 매니지먼트가 방금 공식 일정 발표했는데 예능은 이게 끝 이래. 시즌 중이라 시간 내기 힘들단다.

ㅡ 후···. US오픈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아쉽지만 참아야겠네.

***

지혁이 무한챌린지를 출연하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순식간에 US오픈의 결승까지 지나가버린 것이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의 고지를 남겨두고 지혁의 성적은 아쉽게도 4강.

올해 들어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처음으로 패배를 안겨준 건 단단히 칼을 갈고 나온 무결점의 조코비치였다.

그는 누가 현재 테니스계의 지배자인지 과시하는 것처럼 결승전의 나달마저 3-0으로 압살해버렸다.

그 결과에 팬들은 최강의 자리가 다시 탈환됐다고 말하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왕좌 쟁탈전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들에게 좋았기 때문이다.

비록 최선의 결과는 나오지 못했지만 기쁜 소식도 한 가지 있었다.

드디어 나달의 포인트가 갱신되면서 랭킹이 뒤바뀐 것이다.

지혁은 프로에 데뷔한 지 고작 2년 6개월 만에 ATP랭킹 1위를 차지하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아마 이 기록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것이다.

미성년자의 나이로 그랜드슬램을 휩쓰는 전대미문의 천재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극히 드물었으니 말이다.

“상하이 마스터즈에서 이벤트 경기 제안이 들어왔다고요?”

“응. 중국의 리나가 상대야. 너도 들어본 이름이지? 아시아 선수치고 꽤 유명하니까.”

“당연하죠. 그런데···그 선수는 여자 선수잖아요?”

지혁은 매니지먼트가 물어온 경기를 코치에게 전해 듣고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보통 성별이 다른 매치가 잡히는 일이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여자 ATP랭킹 1위의 실력은 남자 탑10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육체를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에서 성별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테크닉과 피지컬 모두 어린아이와 어른 수준으로 차이가 났으니 말이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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