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75화 (175/241)

175화. 상하이 마스터즈

우와아아아아!!!

만 명이 넘는 관중들로 가득 찬 스타디움은 지혁이 위닝샷을 성공할 때마다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상대인 인도 국적의 선수는 최선을 다했지만 현 ATP 랭킹 1위를 대적하기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빅4가 대회에서 중도 탈락하는 것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 일어나지 고작 랭킹 32위의 선수로는 계란으로 바위에 부딪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쿵!!

[게임 리 2-0.]

체어 엠파이어가 판정을 내리자 여유로운 걸음으로 벤치에 들어가는 지혁.

초반부터 브레이크를 너무나 쉽게 얻어내는 그 모습에 관중들은 역시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하며 감탄했다.

서버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테니스의 특성상 보통 이런 스코어가 나오려면 이기고 있는 선수의 실력이 정말 압도적이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티켓을 구하기 힘든 이유가 있었구나. 그냥 유명세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었어. 경기를 직접 본 사람들이 극찬하는 걸 듣긴 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저 인도 선수가 유독 못하는 거 아닐까? 똑같이 상하이 마스터즈에 출전한 탑랭커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게 말이나 돼?”

“뭐든지 상대적인 거지. 그래도 저 선수의 세계 랭킹이 32위니까 무시받을 수준은 절대 아니야. 아시아로 오면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이니까.”

“······”

남자는 친구에게 32위라는 얘기를 듣고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중국 남자 단식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의 ATP 랭킹이 고작 305위밖에 되지 않아서였다.

물론 한국도 지혁을 제외하면 비슷한 처지였지만 나라에서 투자한 금액을 생각하면 심각할 정도로 형편없는 결과였다.

리나를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중국에서 개최하는 상하이 마스터즈에 참가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으니 말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리나와 한 경기는 최선을 다한 게 아니었어. 아마 지금도 여력을 남겨둔 거겠지.”

최선을 다했다면 1세트 후반에 들어갔는데도 호흡이 멀쩡할 리 없었다.

만약 오늘 경기가 대등한 대결이었다면 인도 선수의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은 것처럼 지혁도 헐떡이는 게 정상이었다.

“저것도 전력이 아니라고? 세계 랭킹 32위를 상대로 여유를 부리다니 저 녀석은 무슨 괴물이야?”

“괴물이 맞긴 하지. 고작 18살에 테니스계를 완벽하게 정복했으니 말이야. 조코비치가 US오픈 4강에서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분명 최초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거야.”

“중국에 저런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안타까운 한숨을 흘리며 애타는 눈빛을 보내는 중국인 관중들.

최근 중국 내에서 지혁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해서 부모님이 중국인이라는 헛소문까지 퍼트리고 있었다.

물론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연관성을 만들려고 항상 하던 짓이라 그 말을 믿는 외국인들은 아무도 없었다.

[플레이어 레디.]

그렇게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재개된 경기.

선수들은 각자의 베이스라인으로 가서 강력한 타구를 주고받았다.

탕!!

지혁의 상향 스윙을 맞고 헤비 스핀이 걸린 채 날아가는 스트로크.

코트 가장자리를 강타한 공은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한 각도로 튀어 올랐다.

현재 지혁이 전문가들에게 가장 위력적인 기술이라고 평가받는 포핸드였다.

[서티 러브.]

인도 선수는 적잖은 프로 경력에도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바운드 각도가 워낙 비상식적이라 적응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자세로 탑스핀 스트로크를 처리하느라 손이 저린지 주먹을 쥐는 인도 선수의 모습에 관중들은 가망이 없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기술이 정점에 달하면 진짜 포핸드 하나만으로 탑랭커를 제압할 수 있구나···.”

“영상보다 훨씬 대단한 느낌인데? 난전 상태에서 저런 게 얼굴로 튀어 오르면 어떤 선수가 받을 수 있겠어? 내가 생각하기엔 저건 무적의 기술이야.”“음···. 아마 한 선수를 제외한다면 네 말이 맞을 거야.”“누구?”

“누구긴 US오픈에서 황태자의 우승을 좌절시킨 노박 조코비치지. 그에겐 저 포핸드가 거의 통하지 않았어.”

“저런 규격 외의 천재도 라이벌이 있나 보네. 이번 대회에서 두 사람이 경기하는 걸 보고 싶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돼.”

“명경기가 될 게 분명해서 너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 아마 이지혁과 조코비치가 결승까지 진출한다면 경기가 성사될 거야.”

관중들은 더 이상 경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건지 인도 선수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남은 경기가 별다른 변수 없이 모두의 예상대로 흘러갔으니 결과를 놓고 보면 전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게임 세트. 매치 리.]

결국 상하이 마스터즈 16강은 2-0의 스코어로 종료되었다.

64강, 32강에서도 그랬듯이 지혁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

승자 인터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지혁은 창문으로 보이는 차들과 택시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저들이 그냥 도로를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쯧. 저 지긋지긋한 사생팬들은 오늘도 지겹게 따라다니는구나. 지혁아, 어차피 호텔 내부까지 들어오진 못하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다른 나라에서 이런 적은 없었는데 유독 중국이 심하네요. 한, 두 사람도 아니고요.”

“그만큼 네 인기가 대단하다는 뜻이겠지. 너도 공항에서 이렇게 될 줄 조금은 예상했잖아?”

“후···. 이런 식의 관심이라면 솔직히 사양하고 싶네요.”

할리우드의 파파라치처럼 24시간 내내 쫓아다니는 팬들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보통 스포츠 스타에게 지금 같은 상황이 생기지 않는 걸 생각하면 중국 사람들은 지혁을 단순한 테니스 선수로 보고 있는 게 아닌듯했다.

“매니지먼트도 이 정도로 반응이 대단할 줄은 몰랐나 봐. 페이가 괜찮은 계약들이 물밀 듯이 들어온다더라.”

“이벤트 매치의 효과인가 보네요.”

“당연히 그 영향도 있겠지만 너 자체가 워낙 매력적인 선수잖아.”

그의 말처럼 중국에서 리나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국의 테니스 영웅인 리나도 아직까지 중국 언론을 도배한 경험이 없는데 조금이라도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긴 힘들었다.

“재미있는 기획들이 많더라. 너도 들어보면 괜찮을 거야.”

“우승한 것도 아니니까 일단 대회가 끝나고 생각해보죠.”

“그래. 조코비치가 남아있으니 벌써 방심하긴 이르지.”

코치는 지혁이 중국 스폰서들의 제안을 듣지 않고 뒤로 미루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상하이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하면 더 좋은 계약이 들어올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가 갑인지 뻔한 상황에서 이쪽이 급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들은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장 괜찮은 조건을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혁과 일행들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달칵.

잠시 후, 호텔로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자 엄청난 인파가 지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플랜카드를 틀고 있는 사람들과 플래시가 계속해서 터지는 모습이 무슨 팬 사인회를 온 느낌이었다.

꺄아악!

지혁을 발견하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팬들.

코치들과 보디가드들은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파를 막았다.

여기서 괜히 시간을 끌면 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 지혁은 빠르게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로 들어오고도 따가운 시선은 계속 유지되었지만 다행히 이용객들이 직접 다가오는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첫날부터 여지를 주지 않고 철저하게 접근을 차단하자 어느 정도 학습을 한 모양이다.

지혁은 호텔 로비의 아쉬운 눈빛을 뒤로하고 순식간에 객실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건물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팬들은 밤이 깊어질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정말 지독한 집념이었다.

***

그랜드슬램보다 참가인원이 적어서일까.

상하이 마스터즈의 대진은 정말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결승까지 도달한 것이다.

준결승에서 승리하고 최후의 2인으로 남은 선수는 최근 최강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지혁과 조코비치였다.

다른 빅4들이 16강과 8강에서 탈락해서 결승까지 어려운 상대는 없었다.

특히 페더러는 나이 탓인지 전성기와 비교해서 실력의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테니스 전문가들은 앞으로 메이저 대회의 구도가 지혁과 조코비치, 나달의 3파전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정말로 이지혁과 조코비치의 경기를 볼 수 있을 줄이야···.”

“분명히 이번 대회 최고의 명경기가 될 거야. 저 두 사람은 다른 선수들이랑 격이 다르다고.”

“결승까지 모든 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으니까 그렇겠지.”

“게다가 US오픈에서 당한 게 있어서 이지혁도 복수를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거야. 비로소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는 거지.”

이번 경기는 리벤지 매치이라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저지시킨 상대하고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재회했으니 기대를 하는 게 당연했다.

두 선수가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아마 높은 확률로 처절한 혈투가 될 것이다.

관중들은 마스터즈가 3세트 경기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플레이어 레디. 서브 리.]

쾅!!

초반부터 T존을 강력하게 때리는 플랫 서브.

지혁은 초반부터 탐색전 따윈 전부 집어치우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상대가 그 조코비치인데 여력을 남기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탕!! 탕!! 탕!!

현시대 최강의 선수들이 스트로크를 주고받자 관중들의 입은 경악으로 점점 벌어졌다.

이게 정말 인간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광경이 재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하이 마스터즈 본선에 출전한 탑랭커들이 무려 64명이나 되었지만 오늘 경기와 비교하면 솔직히 다른 리그의 경기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주니어 선수와 프로의 격차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리나와 했던 이벤트 매치는 장난에 불과했구나. 얼마나 봐준 건지 이제야 알겠어. 실력에 절반도 발휘하지 않았던 거야.”

“저 실력을 중국의 유망주가 따라잡을 수 있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저들은 인간이 아니라 테니스의 신이라고.”

남자의 말처럼 인간의 실력으로 신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냉정하게 지혁과 조코비치는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를 범위로 해도 절대적인 강자였다.

모든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도 이만한 강자를 찾아보긴 어렵겠지.

극공을 펼치는 지혁과 완벽한 수비를 이어가는 조코비치.

제대로 칼을 갈고 나온 그 모습에 관중들은 한순간도 눈을 돌리지 못했다.

빅4의 대결을 처음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승부가 나오지 않자 지혁의 플레이가 조금씩 변했다.

그가 자랑하는 무기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관중들은 지혁만이 가능한 고난이도 플레이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결승까지 보여준 적이 없는 기술들이 연이어서 모습을 드러내자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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