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80화 (180/241)

180화. 세레나 윌리엄스

쾅!!

굉음을 내며 T존을 강타하는 플랫 서브.

정민은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공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동체 시력과 몸이 무시무시한 속도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걸 보면 이대로 몇 번 반복되어도 결과가 그리 달라지진 않았지.

[······피프틴 러브!]

““······.””

훈련장의 사람들은 지혁의 서브를 보고 나서 한동안 반응을 하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얼어 있었다.

이렇게 빠른 서브는 프로 선수인 그녀들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 통. 통. 통.

조용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테니스공 소리.

코트 바닥에 부딪치는 그 소리에 정민을 포함한 선수들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지혁을 보는 그들의 시선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자신들의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선수인지 이제야 제대로 실감한 것이다.

“골든 보이···. 이게 ATP 랭킹 1위의 진짜 실력이구나.”

“역시 세계 무대를 정복한 이유가 있었어.”

“이건 인간이 아니잖아···.”

“솔직히 나는 흉내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아. 저런 걸 어떻게 따라 해.”

“이지혁 선수가 19살이라고 했지? 저 괴물이 불과 3년 전에 고등부 전국대회에 나갔다니. 정말 현실감이 없네.”

“그냥 우리 같은 평범한 선수들이랑 살고 있는 세상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편해.”

정민은 위협적인 서브에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지만 이를 악물고 다음 리턴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보면 결과가 어떻게 되던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물론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질 일은 없었다.

쾅!!

[서티 러브!]

워낙 서브가 대단한 위력을 보여줘서일까. 심판은 유독 큰 목소리로 판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에이스가 들어가자 사람들은 정민이 리턴에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두 포인트를 전부 에이스로 끝내버리면 나중에 아쉬워하겠지. 기왕이면 스트로크도 한 번쯤 받아보는 게 나을 거야.’

완성에 가까운 포핸드와 백핸드를 경험해보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훈련 방향을 잡아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이다.

평생을 노력한다고 해도 지혁의 실력을 따라잡긴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말이다.

쿵!!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지혁은 플랫 대신 속도가 느린 탑스핀 서브를 사용했다.

보통 세컨드 서브로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에이스보다 폴트가 되지 않도록 하는 목적의 샷이라 이 정도면 정민도 아슬아슬하게 받아낼 수 있겠지.

탕!!

오오!

주변 상황을 잊고 모든 정신을 집중하던 정민은 역시나 지혁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무래도 속도도 40~50km 가량 느리고 코스도 거의 정면이라 리턴하기 비교적 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랠리가 들어가자 지혁은 오늘 경기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기술들을 조금씩 꺼냈다.

전문가들이 지혁의 장점을 소개할 때 항상 빼놓지 않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스트로크들이었다.

정민이 땀을 흘리며 정신없이 코트를 뛰어다녔지만 랠리의 파국은 그리 오래지나지 않아 났다.

하드 코트에서 위험한 슬라이딩까지 하며 뻗은 라켓도 결국 지혁의 크로스샷을 따라가지 못했다.

간발의 차이도 아니고 너무나 먼 거리에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경꾼들은 그저 예술적인 스트로크에 넋을 놓고 감탄만 할 뿐이었다.

“으윽.”

털썩.

경기의 마지막 포인트를 장식하는 건 지혁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리버스 포핸드였다.

정민은 바운드 후에 얼굴로 튀어 오르는 타구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넘어졌다.

그 모습에는 휘두르던 라켓의 궤도를 돌릴 여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짝짝짝짝짝짝.

훌륭한 경기 내용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선수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정민과 산책이라도 다녀온 지혁의 상태는 사람들에게 아주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두 선수의 격차가 얼마나 커다란지 직감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지혁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정민의 손을 당겨 일으켜 세워줬다.

“···역시 형은 대단하네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절대 못 이길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테니스를 잘하는 사람인데 당연한 거겠죠.”

“너도 내 생각보다 훨씬 잘하더라. 최근에 본 주니어 선수들 중에 가장 재능이 있어.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의 데이비드 해리슨보다 더.”

“네? 데이비드요?”

정민은 아카데미의 수석 장학행이자 미국 최고의 유망주인 데이비드 해리슨보다 자신의 재능이 났다는 말을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어딘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혁이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이라고 거듭 강조하자 금방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그랜드슬램을 4번이나 우승한 전설적인 선수의 안목이 자신보다 낮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열심히 해. 그러면 메이저 대회에도 금방 데뷔할 수 있을 거야.”

“네! 당연히 형이 말한 대로 해야죠!”

정민은 언제 침울했냐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크게 대답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지연이 뚱한 얼굴로 벤치 옆 자리에 빠르게 앉았다.

아무래도 정민에게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오빠, 저랑은 언제 경기를 해주실 거예요? 오늘 코칭을 봐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아, 그랬었지? 지금 바로 하면 되겠네. 괜찮지?”

“네. 누구 덕분에 많이 쉬어서 괜찮아졌어요.”

지연은 지혁이 먼저 코트 쪽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뒤따라가지 않고 몰래 정민을 째려봤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게 한동안 좋은 대우를 받긴 어려울 듯했다.

분명 연습경기에서 얼음 같은 부동심을 자랑하던 정민은 앗! 뜨거하며 고개를 숙였다.

전혀 매치되지 않는 그 모습에 선수들은 재밌는지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

***

지연과 정민의 코칭을 도와주고 몇 주 후.

지혁은 세레나 윌리엄스와의 이벤트 매치를 앞두고 있었다.

남자 랭킹 1위와 여자 랭킹 1위의 격돌은 팬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이끌어냈다.

어지간한 그랜드슬램 경기 이상으로 세계 각국에 송출권이 판매된 것이다.

“결국 핸디캡이 없이 경기를 하게 되네요.”

“자존심 때문이겠지. 세레나는 여자 테니스계의 페더러니까. 마침 나이도 동갑이네.”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할지 아직도 고민되네요. 그래도 전설적인 선수인데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너무 기대하지 마. 아무리 세레나라고 해도 너한테는 절대 못 이기니까. 아마 상금을 놓고 진지하게 대회를 열면 탑30 선에서 충분히 정리될 걸.”

코치는 세레나가 우월한 신체능력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여성 리그인 WTA에서는 그게 압도적인 강점이 되었겠지만 몬스터들이 즐비한 ATP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평균 190cm, 크면 2m, 2m10cm의 선수들이 230km, 240km의 서브를 뻥뻥 쳐대는데 상식적으로 지혁이 고작 175cm의 세레나에게 부담을 느끼겠는가?

“이번 기회에 본 때를 보여주라고 하는 의견도 많더라. 정말 팬도 많지만 안티도 그만큼 많은 선수야.”

“발언들 하나하나가 워낙 과격하니까요. 저도 그동안 만들어 놓은 세레나의 업적은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아니에요.”

“항상 ATP와 WTA가 똑같은 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이번 기회에 주최 측이랑 패들이 어째서 ATP를 더 상위 대회로 생각하는지 확인시켜주고 와. 그러면 앞으로 이상한 소리는 못하겠지.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말이야.”

“하하. 일단 경기를 해보고 결정할게요.”

지혁은 뭔가 맺힌 게 많아 보이는 코치의 말에 확답을 주지 않고 문을 열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와아아아아!!

거대한 돔형 스타디움에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거대한 함성.

관중들을 무려 2만 2천 석이나 수용할 수 있는 뉴욕의 메인 코트는 역시나 그 위용이 대단했다.

“음. 그랜드슬램이랑 별 차이가 없네.”

앞으로 두 번 다시 성사되기 힘든 슈퍼 매치라 그런지 좌석이 전부 매진된 것 같았다.

리! 리! 리! 리!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손을 흔들어 주며 스타디움 중앙으로 걸어가는 지혁.

코트에는 이미 세레나 윌리엄스가 먼저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었다.

검은 피부에 남자 선수 못지않은 근육이 꽤나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한 몸풀기용 사전 랠리.

지혁은 라켓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에 미소가 지어졌다.

‘명성만큼 대단한 스트로크네. 왜 WTA에서 압도적인 강자인지 알겠어.’

이렇게 빠르고 강력한 샷이 날아오는데 여자 선수들이 고전하는 건 당연했다.

지금의 세레나는 WTA 리그에서는 무적의 선수였다.

두 선수가 한참 랠리를 주고받으며 탐색전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같은 시간 폭스 스포츠.

[드디어 전설들의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됩니다.]

[연습 랠리부터 엄청난 실력입니다. 저것만 봐도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에요.]

[당장은 딱히 누가 유리해 보이지 않습니다. 빨리 첫 서비스게임이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해설들의 바람대로 랠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두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잔뜩 흥분한 관중들의 호응 속에서 시작한 경기.

[서브 월리엄스.]

처음 서브를 가져간 행운의 주인공은 세레나 월리엄스였다.

“애밀리, 누가 이길 것 같아?”

“세레나 아닐까? 그랜드슬램 우승 횟수도 골든 보이에 비하면 훨씬 많잖아.”

“역시 그렇지? 요즘 슬럼프에 빠진 페더러와 다르게 세레나는 여전하니까.”

여자 팬들은 자신의 생각을 100% 확신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국 국적의 그녀들에게 세레나는 그야말로 무적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 아가씨들은 정말 테니스를 보는 눈이 없구만! 리의 경기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런 소리를 못할 텐데. 쯧쯧.”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는 지혁이 질 거라고 하는 말에 마치 자신이 모욕을 받은 것처럼 혀를 찼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비웃는 표정에 금방 반발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설마 세레나가 질 거라고 말하는 거예요?”

“당연하지! 리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다면 압도적으로 패배할 거야! 불만 있으면 내기라도 할까? 얼마를 걸든지 만약 골든 보이가 패배한다면 네가 건 금액의 100배를 지불할게.”

“···100배? 좋아요! 나중에 가서 딴 소리하지마세요.”

“맞아요! 얼마를 걸든지 100배예요!”

“훗. 어리석기는. 얼마든지 걸어라. 제발 돌려달라고 하지나 마. 어차피 그래 봤자 소용없을 테니까.”

중년 남자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 멈칫거리던 여성팬들은 100배라는 제안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1달러만 걸어도 100달러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바보가 아니라면 누가 거절하겠는가.

위험부담도 적으니 이 기회에 티켓값을 버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안 그래도 오늘 경기를 보는데 출혈이 만만치 않아서 내심 속이 쓰렸는데 아주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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