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91화 (191/241)

191화. 예상 밖의 행운

2세트를 6-2로 승리한 지혁은 3세트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보여줬다.

상대 선수인 델 포트로에게 클래스 차이를 제대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리고 그 격차는 어째서 탑랭커들이 빅4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지 또 한 번 증명했다.

쿵!!

오른쪽 사이드라인 위를 때리고 코트 밖으로 뻗어나가는 백핸드 위너.

델 포트로는 반대편 코트에서 먼 거리를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라켓은 부웅! 하고 허공을 헛스윙했다.

[게임 리 3-1.]

아아···.

관중석에서 작게 들려오는 탄식.

아직 3세트가 많이 남아 있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델 포트로가 경기에서 이길 가망성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프로치샷에 이은 백핸드 크로스샷이라···. 골든 보이가 델 포트로를 완전히 가지고 노는 구만. 랠리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

“진짜 실력으로 붙으면 기량 차이가 이렇게 심했구나.”

“아무리 그랜드슬램 우승자라고 해도 빅4에겐 상대가 안 돼.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반전은 없네.”

“휴···. 그래도 재활은 완벽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던 관중들은 경기가 언제부터 급격하게 기울었는지에 대해 말했다.

“분명히 2세트를 시작하고 나서 갑자기 경기 분위기가 달라졌지?”

“맞아. 첫 서비스게임부터 골든 보이가 완전히 달라진 실력을 보여줬으니까.”

“몸이 늦게 풀린 건가?”

“아마 제대로 경기를 하지 않은 거겠지. 그러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거고. 델 포트로가 적당히 해서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아니잖아.”

갑자기 선수의 실력이 급상승할 리 없으니 이게 상식적으로 맞았다.

결국 그들은 지혁이 1세트를 설렁설렁 플레이했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서브 리.]

경기는 서브권을 바꿔서 다시 시작했다.

이전 게임이 짝수로 끝나서 그 사이에 휴식은 없었다.

지혁은 나달처럼 복잡한 루틴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서비스게임의 진행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쾅!!

일단 경기가 시작하니 랠리는 결승전에 걸맞는 수준으로 이어졌다.

비록 두 선수의 실력차가 확연했지만 델 포트로도 어디 가서 무시받을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경기 상대가 지혁이라서 운이 나빴을 뿐이다.

아마 컨디션이 별로인 빅4나 탑10급 선수였다면 우승자는 아주 높은 확률로 그가 됐겠지.

[피프틴 러브.]

[피프틴 올.]

[서티 피프틴.]

‘아직도 이길 생각인가 보네. 이 정도면 포기할 때도 됐는데 말이야.’

마스터즈 대회의 무게감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선수의 자존심이 원인이 된 걸까.

델 포트로는 평범한 선수라면 진작 패배를 인정하고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했을 경기에서 1세트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서티 올.]

2세트를 시작하고 지혁의 서비스게임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동점.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특별히 전세가 뒤바뀐 건 아니었다.

지혁이 슬슬 체력 관리에 들어가서 찰나의 사용 빈도를 줄인 것이다.

그 영향으로 경기의 판도가 아주 잠깐 비슷하게 변한 것뿐이다.

지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점수를 가져올 자신이 있었기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포티 서티.]

그리고 그 생각처럼 이번 서비스게임에서 지혁이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는 일은 나오지 않았다.

괜히 듀스에 들어가 진흙탕 싸움을 학 생각이 없어서 이쯤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드르르륵- 퉁!

정면으로 날아오는 델 포트로의 강력한 포핸드를 절묘한 드롭샷으로 받아치는 지혁.

그 신기와 같은 라켓 컨트롤에 프로들과 전문가들의 입은 자신도 모르게 벌어졌다.

언제 봐도 믿기지 않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혁의 플레이를 흉내 내는 것조차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탕!

관중들은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당연히 위닝샷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델 포트로는 하드 코트 위를 슬라이딩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부상의 위험을 감수한 플레이였다.

탕!!

““······.””

상대의 훌륭한 반격을 담담한 표정으로 받아치는 지혁.

옆구리를 엄청난 속도로 지나치는 패싱샷에 델 포트로는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예측도 하지 못한 데다가 워낙 스트로크의 타이밍이 완벽해서 물리적으로 방금 전 같은 반격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게임 리 4-1.]

회심의 플레이가 간단하게 막혀버리자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한동안 허탈한 표정을 짓는 델 포트로.

관중들은 이미 오늘 경기 도중 몇 번이나 봐온 슈퍼 플레이임에도 경기장이 뒤흔들릴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다른 탑랭커들의 경기에서는 이런 경험을 거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직 지혁과 소수의 몇몇 상위 랭커들만 메이저 대회 하이트라이트 장면으로 쓰이는 샷을 보여줄 수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면 슈퍼 플레이는 애초에 시도조차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언론과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평범한 선수들이 애써 시도를 해보는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괜히 점수만 잃고 도전의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은 선수들이 벤치에 앉을 때까지 계속 지속되었다.

털썩.

델 포트로는 패배의 문턱까지 도달하자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제 지혁에게 두 게임만 빼앗기면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이라 도저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저 표정을 보니까 끝난 것 같네···. 버티기 힘든 모양이야.”

“그래. 우리가 눈치챌 정도면 골든 보이도 델 포트로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겠지.”

“아마 다음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는 걸로 확인사살을 할 거야. 멘탈이 흔들린 기회를 놓칠 리 없으니까.”

“남은 경기는 뻔하겠네. 어떻게 진행될지 훤히 예상이 돼.”

결승전의 결말이 뻔하게 예상되자 급격하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관중들.

그 이후, 경기의 양상은 그들이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미의 황제, 델 포트로는 기세에 억눌려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그와 어울리지 않는 졸전을 펼쳤다.

높은 명성에 어울리지 않은 싱거운 패배였다.

물론 이미 실력과 경기력이 정점에 도달한 지혁을 상대로 누가 그런 모습을 피할 수 있겠느냐만.

***

[게임 세트. 매치 리 5(6)-7(8), 6-2, 6-1.]

결국 경기는 세트 스코어 2-1로 종료되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던 반전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결과였다.

사실 선수들의 전력을 냉정하게 비교했을 때 너무나 당연한 결말이었다.

다른 스포츠 종목도 그렇겠지만 원래 현실에서 약체가 승리하는 기적은 자주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ATP 랭킹 1위 이지혁, 첫 마스터즈인 인디언 웰스 오픈에서 퍼펙트한 우승을 달성하다.]

[골든 보이를 제외한 빅4가 모두 탈락한 대회. 그들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미 테니스의 황제, 델 포트로를 완벽하게 제압한 이지혁.]

[FOX 스포츠 해설 ”전력 차가 너무 심한 경기였다. 골든 보이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

[인디언 웰스 오픈을 본 테니스 전문가들 ”리의 경쟁자는 같은 빅4 밖에 없다. 진정한 라이벌은 조코비치 정도.“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오랫동안 지속되는 페더러의 슬럼프. 그랜드슬램 16회 우승의 진정한 황제는 언제 부진을 끝낼 수 있을까.]

ㅡ 시즌 초부터 공짜 우승하나 얻어걸렸네 ㅋㅋㅋ 지혁이는 운도 좋지 진짜 개이득이다.

ㅡ 조코비치가 준결승에서 탈락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델 포트로가 간만에 한 건 해줬음.

ㅡ 걔가 심지어 나달도 탈락시킴 도대체 어케 했누···.

ㅡ 어떻게 하긴 실력이지. 델 포트로 세계 대회에서도 먹히는 엄청 유명한 선수다.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장난으로 보이나.

ㅡ 응 어차피 이지혁한테 6-2, 6-1로 발림

ㅡ 2-1로 이겼는데 1세트는 왜 빼고 말하냐. 누가 보면 2-0인 줄 알겠네 ㅋㅋ

ㅡ 그거 봐준 거잖아. 처음부터 제대로 했으면 2-0이었을 걸?

ㅡ ㅇㅈ 후반 경기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음. 2, 3세트에서 아예 상대가 안 됐잖아.

ㅡ 아···. 조코비치랑 언제 리벤지 매치하냐 빨리 보고 싶다 ㅠㅠ 이제 이지혁 너무 커서 빅4 아래급 선수들이랑 수준 차이가 너무 나는 것 같다.

ㅡ 아마 금방 성사될 걸? 이지혁이랑 조코비치 세계 랭킹 3위 하고 ATP 포인트 넘사벽이라 무조건 결승까지 살아남으면 만나게 돼있음.

ㅡ ㅇㅇ 길어도 두, 세 달이면 리매치 나올 듯.

***

인디언 웰스 오픈 결승전이 끝나고 두 달 후.

지혁은 마스터즈 대회인 마이애미, 몬테 카를로 오픈을 두 번 치르고 5월 후반에 열리는 롤랑 가로스를 앞두고 있었다.

3번의 마스터즈 참가 성적은 우승 2번, 준우승 1번.

델 포트로와 붙은 웰스 오픈 결승전을 제외하면 모두 조코비치와 우승 경쟁을 했다.

‘1승 1패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승률이 50%라서 괜찮아 보이지만 지혁이 단기전에 엄청난 강점을 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결과도 아니었다.

경기 시간이 2~3배는 길어지는 그랜드슬램에서 붙는다면 이것보다 훨씬 승률이 떨어질 게 분명하니 말이다.

게다가 1승을 한 것도 클레이 코트에서 나달이 조코비치의 힘을 빼놓은 상태에서 얻은 승리였다.

이건 만약 대회에서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2패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었다.

“지혁아, 이번 롤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조코비치보다 라파엘 나달이야.”

“클레이 코트라서요?”

“맞아. 이번 몬테 카를로 오픈에서 조코비치가 결과적으로 이기긴 했지만 승률을 따져보면 나달이 압도적으로 높으니까. 클레이 코트에서 흙신을 상대로 유리한 선수는 프로 선수들 중에 아직 한 명도 없어.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최근 나달은 잔디와 하드 코트에서 지혁과 조코비치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지만 클레이만큼은 철저하게 사수하고 있었다.

메이저 대회의 1/3이 클레이였으니 프로 무대에서 나달의 입지는 정말 엄청났다.

“음···. 확실히 더 까다롭게 느껴지긴 하네요. 조코비치를 상대할 때보다 더 막막한 기분이에요.”

“랭킹이 몬테 카를로 오픈이랑 같아서 만약 나달이랑 경기를 하게 된다면 그건 결승전이 될 거야.”

“나달 하고 조코비치는 대진표상 하단 쿼터에 있으니까 코치님은 나달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나 보네요.”

“당연하지. 솔직히 너를 제외하면 롤랑에서 누가 나달을 이길 수 있겠어.”

그는 자신의 말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코치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혁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클레이에서 나달의 위상은 거대했기 때문이다.

‘진짜 작년에는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네.’

하드 코트에서 조코비치, 잔디에서 페더러를 상대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클레이에서 나달이라니.

아무래도 지혁은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편안하게 대회를 나갈 수 없는 팔자인 것 같았다.

쉽게 볼만한 상대가 한 명도 없었으니 말이다.

테니스 역사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전설적인 선수들이 같은 시대에 한꺼번에 나타난 건 정말 신의 장난이었다.

물론 그래서 사람들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현대 테니스에 열광하는 거겠지만.

아마 이렇게 치열한 세대는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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