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95화 (195/241)

195화. 앤디 머레이

예상치 못한 머레이의 브레이크는 지혁을 꽤 놀라게 했지만 경기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

지혁이 다음 서비스게임이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되갚아준 것이다.

그렇게 3세트의 최종 스코어는 6-1.

결국 롤랑 가로스 8강전은 3-0으로 종료되었다.

[게임 세트. 매치 리.]

머레이는 경기가 종료되자마자 정해진 인터뷰 절차도 하지 않은 채 병원으로 직행했다.

더 이상 왼팔의 부상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즌 아웃을 당할 정도의 부상은 아닐 거야.’

정말로 심각한 상태였다면 마지막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윔블던은 개최 날까지 얼마 남지 않아 참가하기 힘들더라도 US오픈에서는 만날 수 있겠지.

지혁은 이번 롤랑에서 머레이가 보여준 투혼에 다음 경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마침 지금 시기도 머레이의 포텐셜이 폭발하는 지점이었다.

아마 부상에서 무사히 복귀한다면 과거의 활약을 다시 볼 수 있을 듯했다.

워낙 인상적인 경기를 해서일까.

지혁은 평소보다 더 집요한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만약 얼마 뒤 있을 준결승전을 핑계로 대지 않았다면 훨씬 오래 붙잡혀 있었을 것이다.

페더러가 그랬듯이 지금 스포츠계에서 지혁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단순히 테니스로 국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연수입이 천억이 넘어가는 스타를 일개 테니스 선수로 보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지혁은 종목의 인기를 이끌어가는 슈퍼 스타라 자그마한 이슈에도 해외 토픽으로 다뤄졌다.

그러니 기자들이 오늘 같은 명경기에 뜨거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 없었다.

[롤랑 가로스 8강전에서 나온 부상 투혼. 영국 테니스의 희망도 골든 보이를 넘을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간 머레이. 현지 병원에서 검사 결과 큰 부상이 아니라고 검사 결과가 나와,]

[앤디 머레이, “윔블던 일정에 변동은 없다. 예정대로 참가할 것.”]

[앤디 머레이를 3-0으로 완파한 골든보이 이지혁, 롤랑 가로스 준결승전에서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와 매치가 성사돼.]

[전문가들이 생각한 이지혁의 승률은 80%.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무난하게 승리할 거라고 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결론을 내린 것처럼 지혁은 페더러와의 경기를 그리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몇 년 전이라면 모를까 30줄에 접어든 황제는 부쩍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 시대를 지배한 레전드 선수라도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영원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기존의 역사대로라면 페더러는 2010년대 중반에 기적적인 부활을 하지만 그것도 한 시즌에 3개의 그랜드슬램 우승 트로피를 거둬가던 활약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페더러라···. 언제부터 황제의 무게감이 이렇게 떨어졌지. 지혁이가 질 거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

“그만큼 지혁이의 실력이 늘어난 덕분이지. 물론 예전보다 페더러의 기량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말이야. 그래도 방심할 정도는 절대 아니야. 비록 피지컬이 하락했어도 노련한 플레이는 그대로니까.”

“알고 있어. 상대가 그 페더러인데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어.”

코치들은 지혁이 연습 코트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탕!! 탕!! 탕!!

라켓에 맞을 때마다 채찍처럼 쭉쭉 뻗어가는 스트로크.

그림 같은 타구에 훈련하는 모습을 구경하러 온 관중들은 오오! 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지혁의 스트로크는 다른 탑랭커들이 치는 것과 느낌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솔직히 테니스에 지식이 없는 문외한이 보더라도 특별한 점을 단번에 포착해내는 게 가능 할 것이다.

백핸드가 다섯 번이나 연달아서 베이스라인의 똑같은 지점을 가격하자 코치들은 앓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의 시선에서 보면 저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너무나 잘 알아서였다.

현 테니스계에서 저 파워와 속도와 견줄 수 있는 선수는 무결점의 조코비치가 유일했다.

“후······. 우리가 맡은 선수지만 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네. 앞으로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 유망주에게 밀려나는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데.”“절대 무리지. 정민이나 니시오카 같은 주니어 선수들에게 지혁이가 진다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요즘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던데 정말 잘 어울리는 말이긴 하네.”

“난 여기서 몇 년만 더 지나면 테니스계의 구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그때쯤이면 지혁이도 전성기 나이대에 들어가잖아.

“분명 이때까지 전례가 없는 대기록들을 달성하겠지. 여자 테니스의 세레나 윌리엄스처럼 말이야.”

그렇게 코치들이 재미 삼아 평가를 이어가고 있을 때.

지혁은 스트로크를 시험하던 것을 멈추고 서브 차례로 넘어갔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드디어 몸이 완전히 풀린 것이다.

탕! 탕! 탕!

지혁은 반대편 코트에서 날아오는 테니스공 세 개를 라켓을 부드럽게 움직여 스트링 위에 전부 올렸다.

그 묘기와 같은 컨트롤에 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대로 시선을 두지도 않고 라켓을 수족처럼 움직이는 게 너무나 신기했기 때문이다.

쾅!!

여분의 공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곧바로 서브를 시작하는 지혁.

빅 서버에게도 밀리지 않는 고속 서브는 T존 부근을 정확하게 때렸다.

바닥이 클레이 재질이라 바운드 자국이 어두운 색으로 뚜렷하게 찍혀있는 광경은 코치들의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만들었다.

무시무시한 실력 행사에 그들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앞으로도 지혁이 빅4의 자리에서 밀려날 일은 없다.’

***

롤랑 가로스 준결승전 당일.

지혁은 예정대로 페더러와 경기를 하고 있었다.

드르르륵. 퉁!

[게임 리 4-2.]

네이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백핸드 슬라이스로 종료되는 게임.

조코비치의 강력한 파워와 페더러의 섬세한 컨트롤이 합쳐진 지혁의 기술은 언제나 그랬듯이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재회한 페더러에게 완벽한 승기를 가져온 것이다.

사실 지금 상황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다.

최근 하락세가 뚜렷한 선수와 한창 찬란하게 떠오르고 있는 선수 중에 누가 이길지는 뻔하지 않는가.

[서브 리.]

쾅!!

지혁은 볼 키즈에게 공을 전달받자마자 바로 서브를 내려꽂았다.

페더러가 아무리 슬럼프라고 해도 클레이 코트에서 에이스를 당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경기는 이전 게임들처럼 랠리 싸움으로 흘러갔다.

원래 롤랑은 빅 서버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대회라서 고속 서브로 재미를 보기는 힘들었다.

탕!! 탕!! 탕!!

랠리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페더러는 조금씩 풋워크가 늦춰지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경기에서 지혁의 컨디션이 최절정에 달해 스트로크 하나, 하나가 살벌했기 때문이다.

아직 찰나조차 아껴둔 상황인 걸 생각하면 전세가 역전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세트 리.]

결국 1세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혁이 가져가게 되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경기장의 분위기가 넘어간 상태였기에 이 결과에 놀란 반응을 보이는 관중들은 없었다.

“어째 어제 머레이와 했던 경기보다 더 싱거운데? 빅 매치라고 해서 꽤 기대를 하고 왔는데 말이야.”

“페더러가 테니스계를 지배하던 시대도 이제 끝난 건가. 골든 보이에게 전혀 상대가 안 되네.”

“나이를 생각하면 이게 당연한 거지. 슬슬 은퇴할 시기가 됐잖아. 평범한 탑랭커였다면 1, 2년 전에 커리어를 끝내는 게 정상이었다고. 지금 TOP 5를 유지하는 것도 엄청 대단한 거야.”

“어중간한 선수들이랑 페더러를 비교하면 안 되지. 애초에 걸려있는 기대가 차원이 다르잖아.”

남자는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불만을 토해냈다.

명경기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비싼 티켓값을 지불했는데 예상이 빗나가자 돈이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결승전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네. 결승에 올라오는 선수가 누가 되던지 페더러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그래. 조코비치나 나달 모두 클레이에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지. 게다가 최근 마스터즈에서도 명경기를 보여줬잖아.”

“휘유.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네. 두 선수 모두 골든 보이랑 스토리가 있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재밌을 거야.”

롤랑에서 2년 연속 패배를 당한 나달과 US오픈 우승으로 지혁의 캘린더 슬램을 좌절시킨 조코비치.

만약 지혁이 결승에 진출한다면 혈투가 될 게 분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승리하는 선수가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대회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결승전이 화제에 오르자 경기의 관심도는 부쩍 떨어졌다.

선수들의 대결이 치열하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혁의 승리할 게 뻔한 상황에서 분위기가 하락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레디.]

경기는 2세트에 들어가서도 딱히 달라진 점이 없었다.

지혁이 무난하게 페더러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젊은 선수 특유의 피지컬과 베테랑의 멘탈, 그리고 완성도 높은 기술이 합쳐진 결과는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탕!!

한 손 백핸드와 양손 백핸드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사용하는 지혁.

다른 탑랭커들에게서 절대 볼 수 없는 신기한 플레이로 스코어를 쌓아가자 조용하던 관중석의 반응도 뜨거워졌다.

이미 승부가 어느 정도 결정된 상황에서도 훌륭한 기술들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그래!! 이거지! 난 이런 걸 보려고 경기장에 온 거야!”

“역시 골든 보이야. 팬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어. 드디어 티켓값이 아깝지 않네. 나는 명경기가 아니더라도 저걸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저게 작년 그랜드슬램을 3번이나 우승하게 해준 기술이지?”

“확실히 덕을 많이 보긴 했지. 그래도 저거 하나만으로 됐겠어. 리의 무기는 다른 것도 많다고.”

“맞아. 그는 많은 숫자의 공격 옵션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잖아.”

팬들이 환호를 보내며 기뻐하자 지혁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수비적인 포지션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다.

어차피 이미 한참 전에 계산이 끝난 뒤라 이렇게 플레이해도 전세에 영향은 없었다.

일단 여유가 생기자 평소에 별로 사용하지 않던 비주류 기술들도 줄지어서 모습을 드러냈다.

트릭샷, 트위스트 서브, 서브 앤 발리, 드롭샷, 로브.

솔직히 승률을 높이는 목적만 생각했을 때,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혁도 관중석에 팬들이 없었다면 이런 가성비 떨어지는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플과 포인트에 얽매여 있는 처지인 지혁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다.

더 높은 실력을 가지려면 대량의 포인트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실력이 정체된 기간이 상당했기에 지혁은 더욱 다음 등급업이 기다려졌다.

2012년 7월에 런던 올림픽이 예정되어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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