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03화 (203/241)

203화. 런던 올림픽

쿵!!

[게임 리 5-0.]

지혁은 미국 대표로 나온 선수를 마치 주니어 선수를 상대하는 것처럼 압도적으로 몰아붙였다.

그 모습에 관중들은 여기저기서 감탄을 흘리며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혁의 스트로크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골든 보이가 슬럼프라고? 저게 어떻게 부진한 실력이야.”

“그래. 동감이야. 전문가들의 눈이 전부 잘못됐거나 언론들이 쓸데없이 과장을 떨었나 보네.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돼.”

“아무래도 이번 런던 올림픽은 컨디션이 엄청 좋은가 봐. 솔직히 지금의 리가 패배할 느낌은 전혀 안 드는데. 아무리 조코비치나 머레이가 경기 상대라고 해도 말이야.”

“네가 그들의 경기를 실제로 안 봐서 그렇겠지. 그 두 선수도 만만치 않아. 리처럼 1라운드를 베이글로 끝내버렸으니까.”

웅성웅성.

경기장은 휴식 시간 동안 내내 시끄러웠다.

그만큼 관중들에게 이번 일이 흥미롭게 여겨진 것이다.

내심 슈퍼 스타의 추락을 바라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기에 아쉬운 얼굴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그들이 응원하는 선수가 더 높은 무대로 진출하려면 지혁의 슬럼프 극복은 절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세트 리.]

경기는 2세트가 시작하고 나서도 별로 달라진 점은 없었다.

지혁은 여전히 상대를 압도하며 무서운 속도로 스코어를 쌓아갔다.

윔블던이 끝나고 3주 동안 굳어진 실전 감각을 되살리려는 목적이 있어서 실력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미국 선수가 버티기에는 벅찼다.

‘백핸드 하나만 달라졌는데 엄청 수월해졌네. 체감상 내 플레이의 안정성이 몇 배로 상승한 느낌이야.’

지혁은 이때까지 라이벌인 조코비치와 머레이에게 백핸드를 밀리는 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지금 시험해보니 이제 그런 약점을 공략당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진짜는 결승전을 위해 아껴둬야지···. 당장 1라운드에서 모든 패를 드러내는 건 아까우니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자랑하고 싶어도 전략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 했기에 지혁은 끓어오르는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다.

원래 메이저 대회에서는 장시간 경기를 대비해서 체력 배분을 했기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게임 세트. 매치 리.]

결국 지혁은 두 번의 베이글을 달성하며 상대를 가볍게 찍어 눌렀다.

격의 차이가 너무나 확실하게 느껴지는 경기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슬럼프를 입에 올리던 전문가들은 뻔뻔하게 태세전환을 하며 낯부끄러울 정도의 찬양을 쏟아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지혁이 심각한 슬럼프로 랭킹이 추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트 포인트를 마무리하는 환상적인 백핸드 다운 더 라인! 정말 완벽한 경기였습니다! 이게 빅4를 제압하고 정상의 자리를 탈환한 천재의 진면목이죠. 아직도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요.]

[만약 지금 추세라면 라이벌인 조코비치를 추월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겠습니다.]

[네. 얼마 전에 빼앗겼던 세계 랭킹 1위도 올해 안에 되찾을 확률이 높겠네요.]

[리의 컨디션이 괜찮다는 게 1라운드 경기로 밝혀졌으니 런던 올림픽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그가 되겠군요. 벌써 결승전이 기대가 됩니다. 노박 조코비치, 앤디 머레이 둘 중 어떤 선수가 올라와도 빅 매치가 될 테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머레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과 한 달 만의 리벤지 매치라 그것만큼 재미있는 그림도 없잖아요.]

***

런던 올림픽이 시작하고 얼마 후.

64강에서 시작한 대회는 어느새 네임드급 선수들만 남게 되었다.

특히 일본은 선수를 4명이나 진출시킨 것에 비해 전부 초반 탈락해서 체면치레조차 하지 못했다.

덕분에 국내 팬들은 탑랭커의 숫자보다 1명의 정상급 플레이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차피 8강 아래의 경기는 거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차지하는 위상은 모든 대회를 초월했기에 국내는 다시 한번 테니스로 인해 떠들썩해졌다.

지혁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다른 스포츠들 소식을 전부 뒤덮어버린 것이다.

비슷한 구기 종목인 탁구, 배구, 배드민턴에 비해 메이저 스포츠인 테니스가 가진 영향력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ㅡ 와···. 요즘 기사랑 언론들이 전부 이지혁 이야기네. 무슨 TV 틀면 얘 얼굴밖에 안 나와

ㅡ 심지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임 ㅋㅋㅋ

ㅡ 아무래도 이번에 런던 올림픽을 우승하면 국내 최초잖아. 게다가 4년 만에 열리는 대회라 1년에 4번 열리는 그랜드슬램보다 권위도 있고.

ㅡ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우승할 것 같으니까 관심을 두는 거지 ㅋㅋㅋㅋ

ㅡ ㅇㅈ 요즘 이지혁 경기력 미쳤더라. 모든 경기를 베이글로 다 찢어버리는 중. 지금 언터쳐블 상태라서 탑랭커들이 벌벌 떨더라. 저걸 어떻게 이기냐면서 ㅋㅋ

ㅡ 레전드 선수들도 믿기지 않는 경기력이라고 멘트했던데? 이번에 엄청 컨디션이 좋은 듯.

ㅡ 그나저나 이지혁 안티들 전부 어디 갔냐?? 윔블던에서 졌을 때는 그렇게 욕하더만.

ㅡ 원래 이길 때는 거의 안 나옴. 사람들이 동조를 안 해줄 거라는 걸 자기들도 아는 거지.

ㅡ 스포츠 선수도 진짜 극한직업이네. 시어머니들 왜 이렇게 많냐.

ㅡ 진짜 직접 해보라고 하고 싶다. 개인 스포츠인 테니스에서 저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악플로 가득했던 커뮤니티와 기사의 댓글창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클린해졌다.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엄격했던 사람들이 언론과 전문가들처럼 순식간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게 지혁이 대중들의 여론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이유였다.

과거, 한국 랭킹 2위에서 부상으로 은퇴하면서 선수 개인에 대한 인기가 얼마나 빨리 식는지 직접 체험해봤기 때문이다.

[앤디 머레이, 2-0으로 런던 올림픽 준결승 진출 확정. 상대는 조코비치를 꺾고 올라온 페더러.]

[이지혁의 상대는 남미의 테니스 스타,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

런던 올림픽은 큰 반전 없이 윔블던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건 대부분 잔디 코트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지혁과 머레이, 페더러, 델 포트로 같은 빅 서버 말이다.

“와. 진짜 머레이가 결승에 올라오겠네. 윔블던의 우승이 운은 아니었나 봐,”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들이 많은데 머레이는 그런 경우가 아닌 것 같네. 경기들이 엄청 안정적이야. 뭐, 베이스라이너니 당연한 거겠지만.”

“극강의 코트 커버력을 자랑하는 카운터 펀쳐 스타일이라서 특별한 약점이 없어. 게다가 이 선수는 강력한 고속 서브도 갖추고 있잖아.”

“정상급 스트로크와 수비 실력, 강력한 피지컬, 체력, 서브까지. 그러고 보니까 진짜 사기캐네. 새로운 빅5에 합류해야 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야.”

코치들은 말로는 머레이의 실력을 칭찬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대단하다고 해도 자신들이 코칭을 맡은 선수는 그 이상이었다.

게다가 지난 3주간 지혁의 실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왜 걱정을 하겠는가.

이상적인 백핸드를 질리도록 본 그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

런던 올림픽 준결승전 당일.

지혁은 예정대로 델 포트로와 고속 서브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대결을 이어가고 있었다.

두 선수 모두 각 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천재 선수였기에 경기의 내용은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질 정도였다.

경기 센스와 피지컬, 동물 같은 반사 신경을 활용한 플레이는 평범한 선수들이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대단했다.

탕!! 탕!! 탕!!

자세를 몇 번이나 스위칭하며 백핸드를 치는 지혁.

델 포트로는 예상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는 변칙샷에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게임 리 4-2.]

결국 준결승전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브레이크가 나오자 델 포트로의 표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뀌었다.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 경기가 판이하게 달랐서였다.

“이건 조코비치와 경기하는 느낌이잖아. 아니,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도 합쳐졌으니까 그것보다 더 심각한가.”

그는 절대 뚫리지 않는 벽을 앞에 두고 스트로크를 보내는 기분이었다.

클레이면 몰라도 잔디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착각이었나 보다.

“대체 저 백핸드를 어떻게 공략하라는 거야. 어렵게 준비해놓은 작전이 전혀 통하지 않잖아.”

기발한 전략도 선수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통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승부를 뒤집는 건 무리였다.

델 포트로와 그의 코치들은 본능적으로 패배를 느낀 건지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테니스 선수이자 전문가인 그들은 경기가 이 지경까지 온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를 수가 없었다.

[세트 리.]

지혁과 델 포트로와의 대결은 준결승치고 싱겁게 흘러갔다.

손에 땀을 쥘만한 상황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남미의 황제, 페더러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선수가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관중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탑10을 상대로 이 정도까지 수준 차이가 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무력하게 진다고? 골든 보이의 실력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델 포트로는 8강에서 나달을 탈락시키고 준결승에 진출했잖아.”

“이런 실력을 가지고 머레이에게 왜 패배한 건지 모르겠네···. 혹시 그랜드슬램이 장기전이라서 그런 건가? 솔직히 지금 경기 내용을 봐서는 무적인 것 같은데.”

쿵!!

채찍 같은 궤적을 그리며 베이스라인 위를 가격하는 백핸드 위너.

관중들은 그 환상적인 스트로크에 환호를 보냈다.

지금 당장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자는 ‘완벽’이었다.

델 포트로를 가지고 노는 선수에게 그보다 어울리는 단어가 어디 있겠는가.

“와!! 정말 끝내주는 테크닉이야!”

“이번 경기는 무조건 골든 보이가 승리하겠네. 지금 상황을 뒤집는 건 불가능해.”

그들의 말대로 지혁은 경기 내내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트 리.]

놀라운 건 이것조차 전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겠지만 지혁은 아직도 숨겨둔 수들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등급이 상승한 백핸드는 정말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같은 시간 중계 경기를 보고 있던 머레이와 그의 코치들도 그걸 느낀 건지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만약 결승전에서 만나면 쉽지 않겠어. 설마 저기서 실력이 더 오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나마 백핸드에서 우리가 우세를 보였는데 이제 어디를 공략해야 하는 거지?”

“저번처럼 타이브레이크를 하면서 장기전을 유도하는 건 힘들어. 올림픽은 3세트 경기니까.”

“정말 머리가 아픈 녀석이네. 좀 적당히 하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천재인 거야. 역사상 최강의 재능이라는 게 그냥 허언이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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