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04화 (204/241)

204화. 런던 올림픽

쿵!!

[게임 세트. 매치 리.]

와아아아아!!!

결국 지혁의 강력한 백핸드로 마무리되는 경기.

델 포트로는 아르헨티나의 대표로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만큼 어떤 대회보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에는 그 노력을 보답받지 못했다.

워낙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와서일까.

경기를 보고 있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설마 지혁의 실력이 짧은 시간 만에 이 정도까지 상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후······.”

마찬가지로 탑랭커들도 말문이 막힌 건지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선수를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적어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작년에 비해 성적이 부진하더니 런던 올림픽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네. 실력이 상승한 게 분명해. 탑10 중에서도 상위권인 델 포트로가 저렇게 간단하게 패배했으니 말이야.”

“머레이랑 페더러 중에 누가 올라오던지 볼만한 경기가 되겠구만. 과연 빅4급 실력자에게는 얼마나 통하려나.”

“기왕이면 현재 최강의 선수인 조코비치랑 리매치가 붙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네.”

테니스 팬들에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최근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한 조코비치가 중도탈락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잔디 코트는 베이스라이너들의 무덤인 터라 어쩔 수가 없었다.

지혁의 경기가 끝나고 얼마 후, 런던 올림픽의 결승전 상대가 정해졌다.

머레이가 한 달 전의 윔블던에서 우승을 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듯 페더러를 2-1으로 꺾은 것이다.

테니스 팬들은 빅4도 아닌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승승장구하자 기대의 시선을 보내며 아주 조심스럽게 새로운 빅5를 입에 올렸다.

물론 영국인들은 진작에 머레이를 빅4와 동급의 위치에 올려놓았지만 말이다.

[앤디 머레이 홈 그라운드인 런던 올림픽에서 결승 진출 확정.]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리벤치 매치. 이지혁은 과연 윔블던의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까?]

[테니스 전문가들의 승부 예측은 5:5로 팽팽한 결과가 나와.]

[새로운 빅5의 탄생? 앤디 머레이와 최근 경기를 한 선수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같은 의견을 냈다.]

***

지혁과 머레이의 리벤지 매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빅5에 입성하느냐가 걸려있는 만큼 런던 올림픽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경기가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시청률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숫자로 치솟았다.

[서브 머레이.]

먼저 서브권을 얻어낸 머레이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곧바로 퍼스트 서브를 쳤다.

불과 얼마 전에 경기를 했던 터라 쓸데없는 탐색전이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탕!!

지혁은 이때까지 머레이가 상대해온 선수들처럼 만만하지 않았기에 에이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는 시작부터 길게 이어졌다.

쿵!!

[게임 머레이.]

와아아아아!!

머레이가 간신히 첫 번째 서비스게임을 지켜내자 커다란 환호성을 보내는 관중들.

그들은 결승전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고 말하며 얼굴을 상기시켰다.

아마 이 정도 명경기를 직관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떤 테니스 팬이라도 비싼 경비와 티켓값을 흔쾌히 지불할 것이다.

[와우! 1세트부터 대단하네요. 역시 잔디 코트의 최강자다운 경기력입니다. 평범한 선수들이랑 차원이 달라요.]

[네. 정말 엄청난 랠리였습니다. 마치 빅4의 대결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제 머레이를 더 높은 급의 선수로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골든 보이랑 대등한 실력이라니 만약 작년에 지금 상황을 말했다면 누구도 믿지 않았을 거예요.]

[윔블던 우승과 올림픽 결승 진출 정도면 충분하죠. 최근 이 정도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머레이가 유일합니다. 적어도 탑10은 확실하게 넘어섰어요.]

해설자들은 2게임이 시작할 때까지 쉬지 않고 호평을 쏟아냈다.

원래 새로운 강자의 등장은 더욱 흥미진진한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언제나 환영받는 법이었다.

대회가 흥하려면 이런 요소는 무조건 필수적이었으니 말이다.

[서브 리.]

1세트는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 누구도 스코어의 우세를 가져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 건 유독 브레이크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백핸드 위너! 3-3. 머레이가 이번에도 서비스게임을 지켜냈습니다.]

[윔블던처럼 경기가 엄청 길어지겠네요. 그나마 3세트 경기라서 다행입니다. 5시간이 넘어가는 초장기전은 선수들한테 부담이 너무 많이 가니까요.]

[선수들이 유독 모험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플레이만 하네요. 도대체 왜 저럴까요? 분명 두 선수는 다른 경기에서 공격적인 포지션을 많이 가져가는 걸로 아는데요.]

[아, 저건 전부 이유가 있습니다. 브레이크 한 번으로 전부를 잃을 수 있거든요.]

[음······. 상대가 먼저 빈틈을 보이길 기다리는 거군요.]

[맞습니다. 나중에 스코어의 균형이 무너지면 꽤 볼만해질 겁니다. 잃을 게 없어지면 선수 입장에서는 모험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해설들의 말 대로 선수들은 위험도가 높은 샷을 전부 배제하며 경기를 했다.

그 끝도 모를 답답한 느낌에 먼저 백기를 든 건 지혁이었다.

다른 방법도 많은데 언제까지 상대의 장단에 맞춰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1세트가 중반을 넘어갔으니 내 의도대로 됐어.’

솔직히 마음만 먹었다면 1, 3, 5게임에서 브레이크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코어가 한참 남은 상태에서 그렇게 해버리면 남은 경기에서 반항이 극심했을 것이다.

그러니 1세트가 거의 끝나갈 때쯤 스코어를 가져오는 게 훨씬 효율이 좋았다.

‘슬슬 새로 얻은 백핸드를 시험해볼까. 과연 얼마나 버틸지 궁금한 걸.’

지혁은 상대의 놀란 얼굴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수비는 어느 정도 보여줬지만 본격적으로 공격을 하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니 분명 당황하겠지.

상식적으로 한 달만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지금 지혁의 성장은 천재 중의 천재인 빅4에게도 불가능한 속도였다.

[서브 머레이.]

결국 4-4, 듀스의 갈림길에서 경기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달라졌다.

탕!!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위치로 떨어지는 한 손 백핸드.

스트로크의 각도가 훨씬 과감하고 날카로워지자 머레이의 활동량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원래 랠리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면 그 여파가 경사에서 구르는 눈덩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법이었다.

반 걸음씩만 밀려도 그게 네 번이 쌓이면 두 걸음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코트 좌우를 뛰어다니던 머레이는 끝내 허공에 라켓을 스윙했다.

그의 넓은 코트 커버력으로도 지혁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러브 피프틴.]

“······.”

고작 실점 하나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건 너무 일렀기에 긴가민가한 반응을 보이는 머레이.

그는 머릿속에 의문을 가진 채로 다음 서브를 이어갔다.

[러브 서티.]

[러브 포티.]

‘역시 빅4급 선수에게도 효과가 확실하구나.’

지혁은 절묘한 백핸드로 위닝샷을 쉽게 따내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라켓 컨트롤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해졌어. 게다가 실전이라 그런지 연습보다 샷이 훨씬 잘 들어가네.’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한다고 해도 집중력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런던 올림픽과 매일 일상처럼 하는 훈련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스트로크를 원하는 위치로 보낼 수 있는데 패배할 리가 없지.’

예전에는 포핸드에 비해 백핸드의 완성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랠리 도중에 빈틈을 간간히 노출했었다.

물론 그것도 동급의 실력자인 빅4에게나 허용되는 말이었다.

[게임 리 5-4.]

결국 머레이는 살벌하게 쏟아지는 지혁의 백핸드 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1세트의 승부는 막바지에 나온 브레이크에 80% 이상 결정되었다.

해설들이 예상한 대로 스코어가 밀리자 수비적인 플레이와 잔잔하던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까지 나오지 않았던 플레이들이 갑자기 미친 듯이 쏟아지자 관중들은 눈조차 깜빡일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피프틴 올.]

[서티 올.]

머레이는 과연 전성기에 도달한 선수답게 놀라울 정도의 저력을 보여줬다.

실력이 급상승한 지혁과 잠시나마 대등한 대결을 펼친 것이다.

“하앗!”

탕!!

하지만 그가 간절히 바라던 반전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지혁의 백핸드는 지금 머레이의 기량으로 전부 막아내는 게 불가능했다.

[세트 리.]

아아···.

런던에서 열리는 대회라서 그럴까.

지혁이 승리에 많은 관중들은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었다.

아무래도 올림픽에서도 윔블던과 같은 기적을 나올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그들의 생각대로 되었을 것이다.

머레이는 정말로 런던 올림픽에서 우승을 했으니 말이다.

랠리를 통해 느낀 점이 많은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벤치로 들어가는 머레이.

그 모습에 팬들은 오늘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ㅡ ······머레이가 전혀 상대가 안 되는데? 마지막에 한 포인트도 못 냈잖아.

ㅡ 이렇게 잘하는데 윔블던은 왜 진 거냐.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진짜 슬럼프에 빠진 거였나?

ㅡ 해설들이 백핸드 때문이라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완성도가 포핸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함.

ㅡ 이지혁 포핸드 탑랭커들 중에 넘버원 아님? 데뷔 때부터 엄청 유명했잖아.

ㅡ ㅇㅇ 페더러 빼면 거의 최강임. 밸런스가 미쳤거든.

ㅡ 와··· 그러면 스트로크가 전부 완성된 거네. 그러면 이제 무적인 건가.

ㅡ 그건 세계 랭킹 1위인 조코비치랑 붙어봐야 알지 ㅋㅋ 고작 머레이 이겼다고 호들갑 떠는 건 너무 이름.

ㅡ 아니 머레이가 ㅈ밥으로 보이나 차기 빅5를 무시한다고?

ㅡ 응 그랜드슬램 1회 우승 그것도 잔디 빨이야.

ㅡ 진짜 조코비치 빠들 답도 없네 ㅋㅋㅋ 푸셔가 뭐가 좋다고. 이지혁이 베이스라이너로 뛰면 지금보다 몇 배는 잘할 걸?

ㅡ ㅇㅈ 오직 승리만 생각하면 나달이나 조코비치 같은 스타일이 최강임.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아도 돼서 약점이 없잖아.

푸셔는 공을 치는 게 아니라 그저 받아넘기기만 하는 선수들을 조롱하는 별명이었다.

팬들은 베이스라이너들에게 종종 이런 혹평을 쏟아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가 수비적인 선수에게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항상 비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탑랭커들이 베이스라이너인 영향도 컸다.

물론 원패턴의 푸셔라는 팬들의 말은 지금 지혁이 상대하는 카운터 펀쳐 스타일의 머레이라면 몰라도 나달, 조코비치에게는 전적으로 틀린 평가였다.

두 선수가 워낙 코트 커버력이 외계인 급으로 뛰어나서 그렇지 스트로크의 위력도 무지막지하게 뛰어났다.

괜히 그들이 최강의 포핸드와 백핸드를 말할 때 매번 거론되겠는가.

단지 선수들이 가진 재능의 종류와 성향의 차이였다.

지금 지혁이 올라운더로 뛰고 있는 것도 이게 본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플레이 스타일인 이유가 가장 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