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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06화 (206/241)

206화. 정민

정민은 환호를 보내는 외국인들의 반응이 익숙하지 않은지 어색한 표정을 한 채 걸어왔다.

그렇게 잠시 후, 코트에 도착하자 드디어 아는 사람을 찾았다는 듯 지혁에게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형, 런던 올림픽 잘 봤어요. 우승하신 거 축하드려요.”

“고마워. 오랜만이네. 그동안 ATP 랭킹이 많이 올랐더라. 퓨처스에서 잘하고 있던데?”

“전부 형이 코칭해준 덕분이죠. ···그런데 이 사람 데이비드 해리슨 아니에요?”

“맞아. US 오픈의 연습 파트너로 불렀거든. 너도 같이 하면 돼.”“정말요? 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힐끗 본 것 만으로 데이비드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는 정민.

데이비드는 어린 나이에 탑랭커로 올라간 천재인 만큼 유망주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다.

아무래도 20살도 되지 않아서 100위 안에 들어가는 선수는 정말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년 전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의 최강자를 같은 출신의 학생이 모를 리 없었다.

“리, 이 주니어 선수는 누구야? 네가 키우는 유망주야?”

“비슷해. 재능이 있어서 관심 있게 보고 있거든. 고등학생인데 퓨처스 대회도 이미 몇 번이나 우승했어.”

“와우! 이 꼬맹이가 퓨처스를? 역시 네가 신경 쓰는 이유가 있구나.”

아무리 가장 낮은 등급의 대회라고 해도 20대 중, 후반의 베테랑 선수들도 출전한다.

퓨처스 상위 시드의 랭킹이 200~300위 정도인데 주니어 선수가 그들을 꺾는다는 건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뜻이었다.

만약 피지컬 차이를 극복할만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절대 우승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인사와 서로의 소개를 마치고 먼저 훈련을 시작한 건 지혁과 데이비드였다.

애초에 지금 정민이 가진 실력으로는 지혁과 데이비드에게 몸풀기조차 되지 않았다.

서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상식적으로 어떻게 대등한 대결이 성사되겠는가.

정민은 어쩔 수 없이 같이 미국까지 동행한 코치와 코트 옆으로 밀려나 훈련을 관전했다.

쾅!!

오오!!

무서운 속도로 T존을 강타하는 데이비드의 플랫 서브에 감탄을 흘리는 관중들.

시작부터 전력을 다한 공격이 날아왔지만 지혁은 이 정도 수준의 서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뿐하게 리턴해냈다.

탕!! 탕!! 탕!!

두 선수는 탑랭커들 사이에서도 피지컬이 상위권인 만큼 수준 높은 랠리를 이어갔다.

스트로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코트를 날아다니자 정민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이미 프로에 데뷔한 선수인 터라 일반인들보다 느끼는 바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한국에서 만났을 때랑 완전히 다르구나. 엄청 봐준 거였어.”

“응? 이전에 따로 만난 적이 있어?”

“네. 구지연 선수하고 같이요.”

“허···. 이지혁 선수도 그렇고 인맥이 대단하네. 하긴 네가 가진 재능을 몰라보는 게 이상하긴 해.”

코치는 지난 몇 달 동안 정민의 믿기지 않는 활약을 경험한 후라 어떤 놀라운 말을 들어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천재가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겪는 건 당연했다.

쿵!!

그렇게 몸이 어느 정도 풀리자 지혁은 슬슬 위력적인 스트로크를 꺼내기 시작했다.

빅4와 동급인 정상급 포핸드, 백핸드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스트로크의 코스를 센터 마크가 있는 중앙으로만 고집하고 있어서 랠리가 도중에 끊기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데이비드는 꽤나 힘들어 보였지만 말이다.

“······이게 이지혁인가. 어째서 탑랭커들이 맥을 못 추고 당하는지 알겠네.”

“영상하고 완전히 다르죠? 저는 저런 플레이를 흉내 낼 엄두도 나지 않더라구요.”

정민은 코치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감탄을 듣고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처럼 말했다.

“그래. 보기만 해도 엄청난 재능이 필요해 보이네. 연습으로 흉내 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야.”

“저 모습에 반해서 올라운더를 하겠다는 유망주들이 많아요. 물론 시간이 지나고 대부분 원래 스타일로 돌아왔지만요.”

“하하하. 직접 보면 재밌는 모습이었겠네. 이지혁 선수를 카피한다니 어림도 없지.”

애초에 그런 게 가능했으면 이미 전 세계에 슈퍼 유망주로 이름을 알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혁의 데뷔가 3년이나 지났음에도 그런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그동안 동급의 재능을 가진 주니어 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이 되어도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정상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최소한 10년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워낙 지혁에게 집중을 하고 있어서일까. 훈련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선수들이 코트를 나오는 모습에 팬들이 아쉬운 목소리를 내었지만 괜히 본래의 계획을 변경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지혁은 이미 다음 일정도 생각해놓은 후였다.

***

“정민아, US 오픈을 대비하는 겸 데이비드랑 연습 경기 한 번 해볼래?”“···네! 꼭 하고 싶어요!”

지혁은 자신이 직접 코칭하는 대신 탑클래스 유망주인 데이비드를 정민의 훈련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게 대체할만한 탑랭커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굳이 그를 연습 파트너로 초청한 이유였다.

“그럼 이제 데이비드의 허락만 맡으면 되겠네. 연습 경기 좀 해줄 수 있어?”

“좋아. 나도 네가 선택한 선수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했거든. 어차피 힘든 경기도 아니고.”

“가능하면 봐주지 말고 제대로 해줘.”

“제대로? 이 꼬맹이가 버틸 수 있을까?”

데이비드는 테니스 선수치고 작은 키의 정민이 자신의 서브를 받을 수나 있을지 의심했다.

적절한 완급 조절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버티는 게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오히려 방심하다가 당할 수도 있어. 괜히 팬들에게 망신이나 당하지 말라고.”

“훗. 재밌겠네.”

지혁의 말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직접 겪어봐야 지금의 태도를 바꿀 듯했다.

“꼬맹이한테 준비나 하라고 해.”

“벌써 코트 안으로 들어가 있으니 너만 가면 돼.”

그 말대로 정민은 연습 경기에 기대가 컸기에 이미 준비를 모두 마친 후였다.

저벅저벅.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라켓을 챙기는 데이비드.

팬들은 생각지도 못한 조합으로 대결이 성사되려고 하자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미국 최고의 유망주와 경기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주니어 선수에 대해 궁금한 모양이었다.

“골든 보이가 데려온 꼬마에게 코칭을 해주려는 건가?”

“그런가 본데. 자격은 충분하잖아. 그나저나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한 걸. 무려 리가 선택한 선수잖아.”

“어차피 봐주지 않으면 상대가 안 될 거야. 저 두 사람의 키 차이를 봐.”

팬들은 데이비드에 비해 7~8인치나 작은 정민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경험, 피지컬, 테크닉, 판단력, 멘탈 등 모든 부분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격차를 극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서브 정.]

데이비드는 어떤 포지션을 가져가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흔쾌히 첫 서비스게임을 양보했다.

그 배려를 정민도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을 얕보는 행동에 내심 신경이 거슬렸지만 모든 건 실력으로 보복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상대한테는 그게 가장 타격이 클 테고 말이다.

정민의 코치는 지금 상황에 어딘가 데자뷰를 느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퓨처스에서 정민을 무시하다가 광탈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상대가 너무 방심하고 있어. 정말 이러다가 사고를 칠 수도 있겠는데?”

그의 경험상 정민은 지금처럼 무시받을 선수가 절대 아니었다.

랭킹 200위의 베테랑들도 몇 번이나 쓰러트렸는데 아무리 탑랭커라고 해도 이기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탕!!

제법 날카로운 코스로 퍼스트 서브를 치는 정민.

타구의 속도가 앞선 경기와 크게 차이가 나자 팬들은 역시나하는 표정이었다.

“역시 리처럼 괴물은 아니구나. 평범한 실력인데?”

“굳이 따지자면 주니어 선수들 중에서도 느린 편이지. 랭킹이 높은 유망주들은 200km를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내니까.”

“쯧. 그러면 별로 재미없겠······어?”

관중석에서 들려오던 대화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피프틴 러브.]

[서티 러브.]

[포티 러브.]

정민이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데이비드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력에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봐준 거겠지?”

“당연하지! 탑랭커가 저 꼬마한테 패배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고 해도 정말 놀라운 스트로크 실력이야. 주니어 선수의 수준은 진작에 벗어난 것 같은데.”

“골든 보이가 데려온 만큼 믿는 구석이 하나 정도는 있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민을 보는 남자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졌다.

[게임 정.]

결국 크게 기울어져버린 스코어 차이에 밀려 첫 번째 서비스게임을 내어주는 데이비드.

그 결과에 경기장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제야 정민을 엄청난 유망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굳이 US오픈을 앞두고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가 있었네. 경기를 보니까 이해가 돼.”

“이러다가 연습 경기에서 이기는 거 아니야?”

“골든 보이 못지않은 천재라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 그런데 설마 그러겠어?”

“음···. 그럴 확률은 극도로 희박하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동안 선수들은 코트를 교체했다.

다음 서비스게임을 위해 공을 전달받은 데이비드는 진지한 표정을 한 채 경기를 시작했다.

더 이상 상대를 얕볼 생각이 없나 보다.

쾅!!

주니어 선수들과 격이 다른 무시무시한 속도로 서비스 코트를 강타하는 서브.

그 실력 행사에 정민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라켓을 뻗었다.

퉁!!

““우와!!””

사람들은 리턴마저 훌륭하게 해내자 탄성을 터트렸다.

정민이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로 보였기 때문이다.

[러브 피프틴.]

“하하···.”

작정을 하고 경기에 임했음에도 다시 포인트를 빼앗기자 데이비드는 지금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민의 재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퓨처스에 우승했다더니 장난이 아니네. 아시아 지역의 대회라고 무시했는데 생각을 고쳐야겠어. 무엇보다 리의 앞에서 망신을 당할 수는 없으니까.”

지혁을 목표로 삼고 있는 자신이 주니어 선수한테 패배할 수는 없었다.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나중에 나를 원망이나 하지 말라고.”

쾅!!

이후의 서비스게임은 마치 실전이 연상될 만큼 살벌하게 진행되었다.

데이비드는 자비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플레이로 연신 압박을 넣었다.

탑랭커가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를 하자 정민의 상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힘들어졌다.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도 중간중간 위닝샷을 넣으면서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버텨냈다.

[게임 해리슨 2-1.]

[게임 해리슨 4-1.]

그렇게 패배가 거의 확실해지자 정민은 분한 지 이를 악물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비벼볼 만한데 피지컬에 밀려서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몸만 성장했다면 지금처럼 압도적으로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중들도 그걸 느낀 건지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한국에서 주목할만한 탑랭커가 탄생할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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