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21화 (221/241)

221화. 되찾은 랭킹 1위

2세트를 베이글로 마무리한 지혁은 3세트마저도 6-1로 승리하며 호주 오픈 8강전을 마무리 했다.

세트 스코어 3-0, 조금의 여지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승리였다.

하긴 찰나를 사용하지 않고도 슈퍼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지혁이 패배할 리 있겠는가.

이런 압도적인 결과가 나오는 건 처음부터 예정되어있었다.

관중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지만 말이다.

“케이의 실력이 작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골든 보이한테는 안 되는구나…….”

“3-0이라니 이건 상대가 안 되는 수준 아니야? 두 사람의 격차가 이렇게 컸다고?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뭔가 이상해.”

“분명 케이가 성장할 때 골든 보이도 가만있지 않았다는 거겠지. 아니 그 이상으로 발전한 것 같아. 이전에 했던 경기들보다 슈퍼 플레이의 빈도가 엄청나게 늘었으니까.”

“안 그래도 괴물 같은 녀석인데 여기서 더 성장한다라.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 솔직히 양심이 있으면 다른 유망주들을 기다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슈퍼 스타가 되었으면 이제 한 눈을 조금 팔 때도 됐잖아. 케이가 데뷔 초 때 모델과 아이돌이랑 연애를 했던 것처럼 이런저런 유혹이 사방에서 쏟아질 텐데 말이야.”

“그만큼 지독한 놈이라는 거지. 데뷔 기간이 무려 4년이 다 되어 가는 스포츠 스타가 구설수 한 번 없었으니까. 내가 보기엔 골든 보이는 테니스 말고 관심이 없는 선수야. 물론 그러니 저 자리에 어린 나이에 도달한 거겠지만.”

많은 테니스 팬들은 엄청난 인기와 명예, 부를 단번에 거머쥐고도 지혁이 별다른 트러블 없이 성실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자 그것을 불가사의하게 여겼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스타 유망주들이 겪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지혁에게 과거의 기억이 없었다면 그들이 말한 과정을 적어도 2~3년에 걸쳐서 경험했을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에만 전념하던 선수들은 유혹에 대한 내성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하지만 치명적인 부상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악마에게 영혼까지 판 지혁에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조금의 반박조차 나오지 않는 완벽한 넘버원에 도달하기 전에 한 눈을 팔기에는 이미 지불한 대가가 너무 컸다.

그렇기에 지혁은 상당히 어두워 보이는 표정의 니시코리와 네트 근처에서 짧게 인사를 하고 승자 인터뷰를 했다.

마이크를 들고 코트로 들어온 기자는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눈에 띄게 상승한 기량에 이야기할 게 정말로 많은지 인터뷰는 다른 때에 비해 꽤나 오래 지속 되었다.

핵심적인 질문을 요리조리 잘 피해 가는 지혁의 답변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긴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경기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자 인터뷰어는 아주 자연스럽게 조코비치를 언급했다.

“골든 보이, 앞으로 준결승과 결승이 남았는데 마지막에 상대할 선수가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역시 노박 조코비치인가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아직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 모두 탈락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 그들 중 어떤 선수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인터뷰어는 이대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지 집요하게 비슷한 질문을 했다.

지혁도 그 태도를 느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차피 민감한 내용도 아니니 이 정도는 괜찮았다.

이미 골든 보이 vs 조코비치가 라이벌이라는 건 테니스계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소식이었으니 말이다.

하드 코트를 사용하는 호주 오픈에서 페더러, 나달 대신 그를 언급한다고 해도 이상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앤디 머레이는 아직 페나조랑 같이 묶일 커리어를 쌓지도 못했고.

“네. 저랑 코치들은 조코비치에게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역시!! 제 예상이 맞았군요. 그러면 이번 대회에는 그를 어떤 전략을 준비해오셨나요?”

“그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음. 경기에서 직접 확인해봐야겠네요. 준결승에서 만날 확률이 높은 선수는…….”

그렇게 지혁은 질문에 상당히 시달리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를 제외한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이 인터뷰를 원하는 터라 짧은 시간 만에 벗어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호주 오픈 8강전의 결과는 3-0. 흠잡을 데 없는 100점짜리 승리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관중들.]

[차원이 다른 실력 차이! 세계 랭킹 7위의 니시코리 케이도 골든 보이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골든 보이의 실력이 비시즌기를 거치며 또 성장했다. 리는 재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선수.”

[이지혁 선수에게 결승 상대로 지목받은 노박 조코비치 8강전을 3-0으로 승리하고 인터뷰하던 도중, “나도 리를 결승에서 만날 가장 유력한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발언.]

[모든 8강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4강 대진표 확정. 조코비치 vs 앤디 머레이, 이지혁 vs 페더러로 라인업이 결정돼.]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여론은 골든 보이의 압승으로 나와. 그 이유는 최근 테니스 황제의 심각한 부진.]

***

지혁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니시코리를 완벽하게 격파한 소식은 테니스계에서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

분명 경기 시작 전에는 쉽지 않은 대결이 될 거라고 내심 예상했는데 그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던 것이다.

8강에서 나온 결과로 인해 기량이 상승한 걸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여서 탑랭커들과 팬들은 지혁과 빅4의 경기가 어떻게 될지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호주 오픈 준결승 당일, 메인 코트 로드 레이버 아레나.

경기가 빅4의 슈퍼 매치인 만큼 14820석의 돔형 스타디움은 관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선수들이 입장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환호성.

지혁과 페더러 모두 단순히 테니스 선수로 국한되기엔 신드롬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탑랭커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열광적인 반응이 코트 중앙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골든 보이하고 로저의 경기라니…. 분명 명경기가 나올 거야. 진짜 상상만 해도 짜릿하네. 이런 슈퍼 매치가 이번 호주 오픈에서 잡히다니 정말 운이 좋았어!”

“응. 절대 실망하는 일은 없을 거야. 두 선수 모두 퍼포먼스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니까. 게다가 베이스라이너가 아닌 정상급 올라운더의 대결은 지금 라인업이 아니면 재연이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위치가 좋은 좌석의 암표 값도 미친 듯이 비쌌던 거고.”

“아무리 비싸도 돈이 아깝지는 않을 걸. 다른 탑랭커들의 경기 4~5개를 볼 바엔 제대로 된 경기를 보는 게 훨씬 나아.”

“동감이야. 평범한 매치의 티켓은 얼마든지 널려 있어서 나중에라도 구경하면 돼.”

선수들이 경기장에 등장하고 관중석이 한창 떠들썩할 때.

지혁과 페더러는 가벼운 랠리를 조금씩 시작하고 있었다.

탕! 하는 임팩트 소리가 들리자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팬들이 스트로크에 집중을 하느라 말하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플레이어 레디. 서브 페더러.]

“후…. 드디어 시작한다. 과연 어떻게 될까.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겠지?”

“올해 페더러의 컨디션은 엄청 좋으니까 골든 보이도 승리를 쉽게 얻지는 못할 거야.”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네…….”

그들의 바람대로 페더러는 기대를 조금도 저버리지 않았다.

쾅!!

마치 전성기가 떠오르는 무시무시한 위력의 서브로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들은 소름이 돋는지 몸을 가늘게 떨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경기가 나올 거라는 본능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끼이이익- 퉁!!

페더러의 퍼스트 서브가 T존을 강타하며 처리하기 극도로 까다로운 코스로 튀어 오르자 지혁은 몸을 던지다시피 하며 라켓을 쭉 뻗었다.

단순히 맞춘다는 목적에 집중한 터라 방향을 조절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에이스를 당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가 나자 코트와 가까운 좌석에 앉은 팬들은 표정을 찌푸렸다.

그 와중에도 지혁이 거의 앞으로 누운 상태로 리턴을 성공한 모습이 신기한지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다.

탕!!!

[피프틴 러브.]

힘이 실리지 않는 지혁의 리턴을 네트 앞으로 빠르게 달려오며 발리로 응징하는 페더러.

현재 탑랭커들 중에 가장 완벽한 서브 앤 발리를 가지고 있는 선수답게 정말 무서운 수준의 연계였다.

지혁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당할 정도였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로울 것 같은데. 슬럼프치고 플레이의 위력이 너무 대단해.’

고작 실점 하나에 불과하지만 지혁은 본능적으로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쿵!!

[게임 페더러 1-0.]

“…….”

그다지 힘을 써보지 못하고 서비스게임을 그대로 내주는 지혁.

테니스 전문가들이 세계 최강이라고 하나 같이 말하는 페더러의 서브와 그 이후의 연계기는 정말로 대단했다.

예측하기 힘든 코스도 까다로웠지만 바운드의 위치가 무슨 자로 잰 것처럼 정확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 경기는 힘들어지겠어. 진짜 빅4랑 하는 경기는 한 번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

“후…….”

지혁은 치열한 혈투가 예상되자 크게 한숨을 쉬며 코트를 교체했다.

그렇게 베이스라인에 도착하고 얼마 후, 코트에서 페더러 못지않은 커다란 임팩트 소리가 들렸다.

쾅!!

지혁의 서브는 비록 페더러에 비해 정확도와 코스 선택에서 부족했지만 속도 하나만큼은 더 뛰어났다.

그 때문인지 관중들에겐 두 선수의 실력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물론 전문가들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최상위권에서는 원래 미세한 부분이 최고를 결정하는 법이다.

탕!! 탕!! 탕!!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올라운더라서 일까.

경기는 베이스라이너의 대결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저절로 감탄이 나올만한 예술적인 샷들과 공격적인 움직임이 주를 이룬 것이다.

[피프틴 서티.]

그렇게 페더러는 수비 차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작년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쯤 되니 테니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경기가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아니 골든 보이하고 대등한 경기를 한다고? 올해의 페더러는 다른 것 같은데?”

“음…. 슬럼프를 극복한 건 확실해 보이네. 이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지. 전성기의 페더러라면 얼마든지 리를 이길 수 있으니 말이야.”

“난 뭐가 됐든 좋아. 어쨌든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거잖아.”

2게임 동안 일어난 일들이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달아올랐다.

지혁과 페더러 모두 팬들의 관심이 뜨거울수록 실력이 증가하는 스타플레이어였기에 경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흥미롭게 흘러갔다.

그리고 이게 두 선수가 테니스 종목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는 이유였다.

언제나 팬들이 기대한 것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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