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24화 (224/241)

224화. 되찾은 랭킹 1위

[게임 세트! 매치 리!]

2세트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한 지혁은 나머지 경기에서도 비슷한 활약을 보여주며 호주 오픈 준결승전을 마무리했다.

세트 스코어 3-0. 완벽한 승리였다.

상대가 그 로저 페더러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운 결과.

대부분의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한 박수를 보냈지만 오랜만에 잡힌 슈퍼 매치를 구경하러 온 탑랭커들과 코치들은 꽤나 낭패스러운 표정이었다.

두 선수의 경기력이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로저와 골든 보이가 더 괴물이 되어서 돌아왔군….”

“벌써부터 다음 대회가 걱정되는데, 솔직히 저 둘을 대회에서 만나게 되면 자신이 없어.”

“가능하면 대진을 피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지. 같은 빅5가 아니라면 이길 가능성이 극도로 낮으니까.”

탑랭커는 그 말을 듣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찼다.

자신의 기량으로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지뢰가 5개나 된다는 게 신경이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다른 선수라면 그날 경기의 컨디션과 운만 어느 정도 따라주면 얼마든지 꺾을 자신이 있는데 빅5가 상대라면 그런 변수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애초에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로 나는 상황에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냥 대진이 맞붙게 되면 무조건적으로 탈락한다고 보면 되었다.

“이제 상단 쿼터의 결승 진출자는 정해졌네. 하단 쿼터에서는 조코비치랑 머레이 중에 누가 올라올 거라고 생각해?”

“아마 높은 확률로 조코비치겠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디펜시브 베이스라이너의 천적이잖아.”

조코비치는 ‘무결점’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완성된 베이스라이너였다.

그래서인지 수비적인 포지션을 선호하는 선수들은 그를 저승사자처럼 여겼다.

전략의 기본 베이스가 버티는 걸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비의 끝판왕을 상대로 승산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나달이 괜히 조코비치에게 상대 전적이 밀리는 게 아니었다.

물론 그는 라파엘뿐만 아니라 모든 탑랭커를 상대로 승률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또 골든 보이 vs 조코비치인가. 어쩐지 작년부터 이 라인업을 결승전에서 엄청 많이 본 것 같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작년의 마지막 마스터즈도 이번 호주 오픈이랑 비슷하게 진행되었잖아.”

“그 두 명이 현재 테니스계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니까 어쩔 수 없지. 아마 앞으로 2~3년 동안은 이렇게 흘러갈 거야. 최상위 랭커치고 나이도 어린 편이고 부상도 거의 당하지 않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니까.”

“후. 몇 년 동안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되겠구만. ATP500이나 250급으로 눈을 조금 낮춰봐야겠어. 지금처럼 그랜드슬램에만 집중하다가 트로피 하나 얻지 못하고 은퇴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랭킹 관리 차원에서도 좋은 선택이야.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다 보면 뭔가 돌파구가 생기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코트에 기자가 등장하고 인터뷰가 진행되자 곧바로 대화를 멈추었다.

경기력이 급상승한 지혁이 어떤 말을 할지 내심 궁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코비치랑 라이벌 관계이니 결승 이전의 신경전도 재미있을 게 분명했다.

***

페더러와의 경기를 마치고 얼마 후.

대회는 테니스 팬들의 예상대로 진행되었다.

조코비치가 머레이를 3-0로 완파하면서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것이다.

아무리 결과가 뻔하다고 생각했다지만 경기를 본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작년 윔블던부터 머레이의 포텐이 폭발한 탓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패배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최근 그가 5~20위의 상위 랭커들을 찢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조코비치가 준결승전에서 가볍게 이긴 만큼 머레이보다 낮은 랭킹의 선수들하고는 격차가 더 크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역시…. 조코비치를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게 되는구나. 운이 좋으면 머레이가 대신 올라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그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행운에 맞기지 말고 실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선수 커리어 동안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할 관문이니 오히려 잘 된 측면도 있다.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으니 이번 기회에 부딪쳐보고 변한 실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누가 뭐래도 현 테니스계의 최강자는 조코비치이니 그를 경기력으로 제압할 수만 있다면 랭킹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였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기자들도 알고 있는지 대부분의 기사는 비시즌기를 거치고 눈에 띄게 상승한 지혁의 실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탑랭커들 중에서 정상의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있는 건 지혁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성사된 최강자들의 대결.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지혁의 실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관건이다.]

[그랜드슬램 우승 트로피가 걸린 단두대 매치. 과연 골든 보이는 작년의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까?]

[로저 페더러를 3-0으로 쓰러트린 이지혁과 앤디 머레이를 3-0으로 격파한 조코비치. 전문가들은 경기의 결과를 이지혁 4, 조코비치 6으로 보고 있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부터 최정상급 선수들의 드라마틱한 슈퍼 매치가 잡히자 테니스 팬들은 열광 중.]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호주 오픈 결승전 당일.

15,000명의 관중들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보이자 커다란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저벅저벅.

중앙의 코트로 걸어오면서 지혁과 눈이 마주치자 씨익 하고 미소를 짓는 조코비치.

그는 이번 매치가 정말로 반가운 듯했다.

그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니 아무래도 본인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머레이를 3-0으로 완파하고 왔으니 컨디션이 최상이긴 하겠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실상 무적의 승률을 보여줬던 만큼 충분히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조코비치의 스트로크가 잘 긁히는 날이면 유일한 라이벌인 지혁조차도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급 선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리, 오랜만이네. 작년 파리 마스터즈 결승 이후로 처음 보는 거지?”

“네. 제가 이겼던 경기라 기억이 잘 나네요.”

“그때의 패배를 되갚아 주려고 겨울 동안 준비를 많이 했으니 기대를 해도 좋을 거야. 그런데 넌 중국 아카데미에 가거나 이벤트 경기를 하면서 일정을 보내더라?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야?”

“글쎄요. 정말로 그런지는 경기를 해보면 알겠죠.”

두 선수는 지난 1년 동안 호주 오픈, 롤랑 가로스, 윔블던, US 오픈, 심지어 마스터즈의 트로피를 두고서 치열하게 싸워왔기에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물론 어떤 선수들보다 서로의 실력에 존중을 하고 있었기에 막상 들으면 큰 악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볼 키즈들이 긴장하지 않고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구경하는 게 그 증거였다.

정말로 선수들의 분위기가 살벌하면 코트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상태가 되어버리니 말이다.

웅성웅성.

선수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자 똑같이 시끄러워지는 관중석.

팬들은 동행한 일행들과 경기의 결과를 조금스럽게 예측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타고난 스타성의 차이 때문인지 지혁과 조코비치의 팬 비율은 8:2로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이건 대회 성적에 비해 인기가 낮은 그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오늘 경기로 골든 보이가 랭킹 1위를 탈환했으면 좋겠네. 뭐, 이틀 전 같은 실력이면 우승은 당연한 거겠지만 말이야.”

“아니, 리의 풋워크 실력이 엄청 늘었더라도 조코비치한테는 안 될 거야. 그는 가장 완벽한 밸런스를 가진 선수라고.”

“아무리 그래 봤자 골든 보이 밑이지. 누가 더 큰 재능을 타고났는지 너도 알잖아?”

“그래. 퍼포먼스 자체가 비교가 안 되는데. 그 같이 지루한 베이스라이너를 왜 응원하는 거야.”

남자의 친구들은 조코비치를 응원하는 말에 약속이라도 했듯이 집중포화를 하며 공격했다.

“아니, 조코비치는 코트 커버력이 뛰어나서 너희들이 착각하고 있는 거야. 단지 네트 플레이를 즐기지 않을 뿐이지 그는 올라운더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응원하는 선수를 폄하하는 말에 발끈한 남자가 곧바로 반박을 했지만 그의 말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코트에서 선수들이 랠리를 시작하는 모습이 보여서였다.

“경기만 시작해봐. 골든 보이쯤은 순식간에 패배할 테니까. 조코비치는 하드 코트에서 최강이야.”

남자는 친구들의 반응에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조코비치가 이때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지혁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제압하길 바라면서.

[플레이어 레디. 서브 리.]

그렇게 간단한 랠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경기.

체어 엠파이어의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트에서 살벌한 임팩트 소리가 들렸다.

지혁이 첫 포인트부터 무지막지한 플랫 서브를 내려꽂은 것이다.

퉁!!

상체를 넘어질 것처럼 기울이면서 라켓을 길게 내뻗는 조코비치.

다른 선수였다면 충분히 에이스가 들어갈 법한 위치에 역시 랭킹 1위다운 리턴 실력이었다.

아마 선천적으로 타고난 동체시력과 반사 신경이 큰 역할을 하겠지.

무너진 자세를 순식간에 복구하며 센터 마크로 빠르게 돌아오는 모습이 정말 징그럽게 느껴졌다.

어지간한 샷으로 절대 위닝샷을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탕!! 탕!! 탕!!

아직 경기가 극초반이었기에 지혁과 조코비치는 랠리에서 모든 전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조금씩 몸을 예열을 하면서 감각을 되살리는데 집중한 것이다.

선수들의 스트로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까다로워졌다.

평범한 탑랭커가 저 자리에 선다면 순식간에 실점을 할 수준까지.

[서티 올.]

‘…역시 조코비치가 페더러보다 훨씬 까다로워. 코트 커버력을 뚫어내기가 쉽지가 않네.’

지혁은 이전 경기에서 변화한 풋워크를 보여준 지 오래라 쓸데없이 실력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럼에도 조코비치와의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수비 범위가 엄청 늘었는데 그래도 비슷한 수준이네. 그동안 내가 경기에서 밀리는 이유가 있었어. 이러니 그랜드슬램에서 3연패를 당하지.’

지금도 막상막하인 걸 생각하면 작년 US 오픈에서 정말 용케도 연패를 끊은 것 같았다.

[게임 조코비치 2-2.]

지혁은 4게임을 하고 나니 경기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이 나왔다.

‘대충 5:5인가?’

만약 이대로 경기를 지속하면 승률이 50%가 나올 것 같았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정작 지혁의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건 찰나를 동원하지 않을 때의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수단을 쓴다면 승률은 6:4, 높으면 7:3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다.

드디어 조코비치를 따라잡았다.

탑랭커들 중에 유일하게 지혁보다 앞서고 있는 선수를 말이다.

그렇게 경기에 대한 파악이 끝나자 승리 플랜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전략대로만 하면 60~70%의 확률로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만족스럽지 않은 승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직 조코비치를 완벽하게 압도할 실력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경기에서 무조건적으로 승리하려면 실력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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