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28화 (228/241)

228화. 되찾은 랭킹 1위

지혁이 마드리드 오픈에서 우승을 하고 얼마 후.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두 번째 그랜드슬램, 롤랑 가로스가 개최되었다.

테니스 팬들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호주 오픈부터 시작된 지혁의 전승행진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지나였다.

현재 지혁은 메이저 대회에서조차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고 있었기에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이슈를 끌고 있었다.

작년 시즌을 휩쓴 조코비치도 이런 압도적인 행보를 이어가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승률 90%대와 100%가 만들어내는 파급력의 차이는 엄청났다.

롤랑 가로스 본선 1라운드.

“골든 보이가 언제까지 지금의 연승을 이어갈 수 있을까?”

“내 생각엔 지금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은데? 솔직히 요즘 그가 보여주는 실력을 생각하면 패배할 것 같지가 않아.”

“그래도 이대로 모든 탑랭커를 계속 이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 빅4가 아니더라도 탑10급 선수를 만났을 때 약간만 컨디션이 틀어져도 패배할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지. 아마 시즌 체력 배분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관건일 거야. 정상급 탑랭커들도 보통 시즌 후반이 되면 경기력이 눈에 띄게 하락하니 말이야.”

관중들은 지혁의 경기가 막 시작하려는 상황에서도 상대 선수에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겨우 65위의 탑랭커가 지혁에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랭킹, 커리어, 실력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두 선수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애초에 1라운드는 그저 탑시드를 받은 탑랭커들을 대진표에서 멀찍이 떨어트려 상위 라운드에서 만나게 하기 위해 마련된 매치다.

처음부터 승부의 결과가 뻔하게 정해져 있으니 중요한 매치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대다수의 관중들은 티켓을 구하기 쉽지 않은 지혁의 플레이를 이번 기회에 보려고 왔다.

탕!!

[게임 리 2-0.]

[게임 리 5-0.]

[세트 리.]

경기는 관중들의 예상과 그리 다르지 않게 진행되었다.

랭킹 65위의 탑랭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포인트를 헌납하는 장면만 계속 반복된 것이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트의 숫자가 채워지자 지혁의 행보를 이야기하던 이들은 감탄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의도한 게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롤랑에서 연승이 끊기는 일은 없겠는데? 마드리드 오픈이랑 별로 차이가 없는 느낌이야. 하긴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휴식을 가졌으니 컨디션이 좋은 건 당연한 건가. 이번에도 그가 우승을 하겠어.”

“확실히 조기 탈락할 경기력은 절대 아니네. 그래도 아직 우승이 정해진 건 아니야. 마지막 리벤지 매치가 남았잖아. 골든 보이가 있는 상단 쿼터랑 하단 쿼터의 선수 명단을 보면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아.”

“와……. 정말로 지옥이긴 하네. 8강에서 페더러, 준결승에서 앤디 머레이, 결승에서 조코비치 또는 나달이라…. 이번에 라인업이 진짜 살벌하게 잡혔는 걸.”

“이번 대회가 롤랑 가로스인 게 가장 큰 변수야. 베이스라이너가 가장 실력을 발휘하는 무대에서 빅5를 3연속으로 만난다는 건 얼마든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어렵긴 하겠네. 그런데 이런 조건을 전부 뚫고 끝내 우승을 차지한다면?”

“물론 그렇게 되면 그의 우승이 더 부각되겠지. 높은 경쟁률 뚫은 만큼 트로피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테니 말이야. 그래도 나 같으면 지금 상황보다 편안하게 우승하는 것을 바랄 것 같네.”

그들은 지혁이 우승해서 연승을 이어가는 상황과 새로운 우승자가 나오는 상황을 동시에 바랬다.

어느 쪽이 되더라도 그들에게 나쁜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이번 롤랑 가로스가 유독 재밌어질 거라는 것이다.

만약 대회가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역대급 슈퍼 매치를 연달아서 볼 수도 있겠지.

최근 빅4와 앤디 머레이의 활약이 대단했기에 관중들의 표정은 점점 흥미진진하게 변했다.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다섯 명의 선수가 8강까지 살아남을 거라고 느낀 모양이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가정이었다.

***

지혁은 1라운드를 3-0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이후의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며 연승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리고 8강, 페더러와의 경기도 3-1로 이기며 승리를 가져왔다.

클레이 코트의 이점을 제대로 살린 결과였다.

두 사람 모두 올라운더였지만 지혁은 리버스 포핸드와 베이스라이너 이상의 코트 커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여러모로 훨씬 유리했다.

이미 기량 차이가 확연하게 벌어진 상황에서 환경마저 따라주고 있는데 패배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처음부터 8강의 승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음…. 벌써 포인트가 다 모여가네.”

언제나처럼 경기가 끝나고 여유시간이 주어지자 어플을 살펴보는 지혁.

호주 오픈과 4개의 마스터즈, 롤랑 가로스에서 전승을 하고 있어서인지 불과 5개월 만에 다음 등급업에 필요한 400포인트가 다 되어간다.

사실 지혁도 이 정도 속도로 포인트가 모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보통 1년에 한 번씩 모이다 보니 이번에도 기한을 넉넉하게 잡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기존의 계획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

예전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더라도 실력 상승은 무조건 호재인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서브만 올리면 기본 기술들이 전부 S등급이구나. 지금까지의 일들을 보면 분명 어떤 식으로라도 변화가 있겠지.”

잘하면 몇 년 동안 정체되어있던 한계가 풀릴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새로운 특전이 나올 수도 있고.

“어쨌든 나한테는 좋은 소식이야. 덕분에 결승전을 더 쉽게 치를 수 있다는 의미니까.”

지금 상태에서도 60% 이상의 승률을 자신하는데 여기서 실력이 더 상승한다?

마드리드 오픈 전의 지혁을 생각하고 있던 나달과 조코비치는 초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겨우 한 달 만에 최소 몇 년을 폐관 수련해야 나올법한 실력으로 성장해서 나타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이때까지 말도 안 되는 행보를 걸었던 만큼 이번에도 어떤 일을 계기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겠지.

신체 능력이 아니라 기술의 숙련도와 완성도가 올라가는 터라 아마 도핑으로 의심받지도 않을 것이다.

“이거 정말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도 있겠는데……. 지금 추세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보여. 롤랑의 트로피만 가져온다면 윔블던이랑 US 오픈만 남았다는 뜻이니까.”

잔디 코트는 마땅한 적수가 없어 필승이 확실하니 US 오픈만 주의하면 될 듯했다.

목표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에 지혁은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과거로 돌아오면서 최종점으로 생각하던 게 캘린더 그랜드슬램이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다음 마스터즈를 포기하더라도 이번 롤랑을 우승해야겠어.”

그런 선택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전승행진이 깨지겠지만 그로 인해 얻는 반사이익이 너무나 크니 충분히 감수할만했다.

그렇게 지혁은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혹시라도 준결승전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지금의 가정은 전부 의미 없는 일이 된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주의를 하며 경기 준비를 열심히 해야 했다.

***

다음 날, 롤랑 가로스 4강 당일.

지혁과 앤디 머레이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메이저 대회에서 워낙 자주 부딪친 터라 두 사람은 나름 친분이 있었다.

다른 탑랭커들은 1년에 한 번 대진이 잡히면 많이 만나는 거지만 그들은 최정상급 선수인 만큼 초반 라운드에 탈락을 하지 않다 보니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는 더 빈번하게 대진이 잡혔다.

말도 통하고 거의 한, 두 달 간격으로 얼굴을 보는데 지금처럼 친해지는 게 정상이었다.

“요즘 네 이야기로 언론들이 떠들썩하던데? 올 시즌이 시작하고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며?”

“음….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연승이 언제 깨질지 걱정하느라 힘들 텐데 내가 이번에 그 기록을 끊어줄게.”

“뭐, 할 수 있다면요. 아마 불가능하겠지만요.”

머레이는 이전 대회에서 참패를 당했던 것을 전부 잊었는지 자신감이 가득 담긴 표정이었다.

본인이 지혁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할 거라고 진심으로 믿는 것 같았다.

하긴 이때까지 두 사람의 경기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에 비해 유독 표본이 적기는 했다.

게다가 윔블던에서 이긴 적도 있으니 완전히 근거 없는 반응도 아니었다.

선수들이 한동안 대화를 나누길 잠시.

처음부터 입장 시간과 경기 시간의 간격이 타이트하게 잡혀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준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서브 리.]

먼저 서비스게임을 가져간 건 지혁이었다.

서브로 재미를 거의 볼 수 없는 클레이 코트라서 그다지 선공을 얻은 의미가 없었지만 말이다.

머레이도 그걸 알고 있는지 리턴 자세가 평소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쾅!1

굉음과 함께 서비스 코트를 강타하는 서브.

하드 코트보다 푹신하고 잔디보다 거친 바닥 환경 탓에 바운드되는 공의 속도는 다른 대회에 비해 유독 느려 보였다.

그리고 머레이는 이런 공에 에이스를 당할 선수가 아니었다.

탕!!

완벽한 리턴으로 랠리의 시작을 여는 머레이.

1세트는 베이스라이너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히 머레이는 나달, 조코비치와 다르게 공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훨씬 두는 방어형 선수였기에 이런 상황을 아주 반겼다.

아마 그는 거북이처럼 끈질기게 견디면서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다거나 카운터 기회를 노릴 것이다.

테니스 팬들이 싫어하는 퓨서 스타일의 지루한 경기가 한동안 이어지겠지만 승률이 상당히 높은 방법이니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괜히 피지컬이 딸리는 아시아 선수들이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게임 리 2-1.]

[게임 머레이 2-2.]

한동안 대등한 스코어를 유지하는 경기.

과연 머레이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일만 했다.

작년보다 실력이 상승한 지혁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버티다니 그도 비시즌기를 꽤나 알차게 보냈나 보다.

‘…클레이 코트라서 그런지 페더러보다 더 까다롭네.’

모험을 절대 하지 않아서인지 위닝샷을 넣을 만한 틈이 거의 안 보인다.

‘후……. 예상은 했지만 역시 수비를 뚫어내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어.’

딱히 위기감이 느껴지진 않아도 과정이 굉장히 번거로울 게 분명해서 지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3세트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공격적인 포지션을 버리고 저런 식으로 나온 이상 정면대결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어차피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건 나한테도 나쁜 일이 아니야.’

평소라면 몰라도 오늘은 목표로 하던 포인트가 모이는 날인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올 것이다.

지혁은 그때가 돼도 머레이가 지금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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