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39화 (239/241)

239화. 전승행진

US 오픈 결승전은 전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모은 채 시작되었다.

여러 나라들이 메인 방송으로 다루었지만 특히 지혁의 모국인 한국의 반응이 유독 뜨거웠다.

아무래도 이번 경기의 승패로 대기록을 달성하느냐, 마느냐가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네.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이지혁 선수와 조코비치. 최강의 선수가 과연 누구인지 결정되는 순간입니다.]

[서비스게임을 먼저 가져간 선수는 조코비치네요. 비록 빅 서버는 아니지만 서브 실력 자체는 무난한 수준이죠.]

[애초에 세계 랭킹 10위권 안의 선수라면 약점이랄 게 딱히 없는 게 정상입니다. 구멍이 있다면 그 자리를 몇 년 동안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실제로 치명적인 약점을 공략당해서 패배하는 건 하위권 선수들이 하는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오늘 같은 슈퍼 매치에서 나올 만한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결승전은 순수한 기량 싸움이 되겠네요. 저희에게는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아마 시청자분들도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지혁 선수와 조코비치는 테니스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선수들이거든요.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무결점이라는 별명이 어째서 나온 건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예요.]

탕!!! 탕!!! 탕!!! 탕!!!

해설들의 자신 있게 장담한 것처럼 선수들은 그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탑랭커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피지컬로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랠리를 계속 주고받은 것이다.

스트로크 하나, 하나가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탓에 시청자들은 경기가 빨리 감기를 하고 있다고 의심할 지경이었다.

물론 경기장에 관중들만 15,000명이 있고 실시간 중계까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그저 경기를 하는 지혁과 조코비치의 실력이 다른 탑랭커들과 격이 다를 뿐이었다.

[게임 조코비치 2-1.]

3게임을 마치고 벤치로 돌아가는 선수들.

지혁은 초반 경기를 복기하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코치들과 준비했던 선수 분석 자료와 전략이 먹힐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역시 괜히 원래 역사에서 페더러, 나달을 제치고 최강의 선수로 선정된 게 아니란 말이야. 가벼운 랠리만 하는데도 장난이 아니야.’

아직 초반이라 탐색전의 느낌이 약간 섞여 있는데 오히려 그랜드슬램에서 했던 모든 경기들보다 벅찬 기분이 들었다.

이것만 봐도 조코비치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의 선수인지 알 수 있었다.

완급 조절을 하면서 적당히 해도 어지간한 선수들을 그냥 제압한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지혁을 제외하면 상대 전적이 2위인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일단 힘으론 밀리진 않네. 이전 경기들을 생각하면 지구력도 거의 비슷한 수준일 테고.’

예전에는 피지컬과 기량 양쪽에서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지혁이 대등한 상대 전적을 유지하자 지혁이 타고난 경기 센스와 천재성으로 버틴다고 떠들었다.

진짜 내막은 살을 주고 벼를 친다는 육참골단의 각오로 찰나를 사용해서 강제로 승리를 가져온 것이지만.

그것도 마스터즈 같이 3세트 경기에서나 통했지 5세트를 하는 그랜드슬램에서는 작년만 해도 연전연패를 했었다.

특히 조코비치의 주무대이자 장기전에 특화된 하드 코트에선 더 심했고.

‘앞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계속 부딪칠 테니 이번 기회에 내 실력을 제대로 시험해보자. 정확한 전력을 파악하기엔 조코비치보다 나은 선수가 없으니까.’

지혁은 90초의 휴식 시간 동안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탑랭커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전력을 받아내는 조코비치에게 숨겨둔 실력을 전부 발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플레이어 레디.]

저벅저벅.

그렇게 체어 엠파이어의 목소리가 들리자 선수들은 코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쾅!!!

왕관 자세에서 전신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플랫 서브를 내려꽂는 지혁.

마음가짐이 달라져서인지 타구의 속도는 갑자기 10km 이상 빨라졌다.

물론 위력이 천지차이로 달라진 것은 라켓을 교체한 영향이 가장 컸다.

[피프틴 러브.]

굉음과 함께 T존을 강타한 서브는 유유히 에이스를 따냈다.

풋워크와 반사신경이 뛰어난 조코비치조차도 지혁의 회심 어린 공격을 곧바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조코비치는 지혁의 서브 실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생각한 건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관중석에서 구경하는 외부인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경기 당사자인 그에겐 몇 달 전과 너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쿵!!

[포티 러브.]

고속 서브와 한층 빨라진 스트로크로 여유롭게 포인트를 쌓아가는 지혁.

얼마 후, 지혁의 승리로 서비스게임이 끝나고 서브권이 교체되었다.

이때까지 브레이크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니 중요한 분기점은 바로 지금이었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상태가 가장 쌩쌩할 때 브레이크가 나온다는 것은 한쪽이 실력적으로 확실하게 우위에 섰다는 것이니 말이다.

탕!!

워낙 지혁이 괴물 같은 서브를 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코비치의 서브는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조코비치가 형편없는 서브를 가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상황은 모든 스포츠의 특성상 어떤 종목이라도 반드시 상대 평가로 돌아가기에 나오는 시선이었다.

일반적으로 선수가 얼마나 잘하더라도 경기에서 패배하면 의미가 대부분 퇴색되지 않은가.

[서티 올.]

‘오…. 내 생각보다 훨씬 잘 버티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서 충분히 페이스가 꼬일 법도 한데 여전히 코트 커버력이 철벽 같이 단단하다.

억지로 위닝샷을 한 번씩 따내고 있지만 전세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쯤에서 기세를 한 번 꺾어놓아 볼까. 아직 체력적으로 여유로우니까 찰나를 조금 사용하더라도 상관없을 거야.’

타다다다다! 탕!!

지혁이 속으로 마음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쓸만한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라면 실수를 할 확률이 절반 이상이라 정말 웬만하면 모험을 하지 않을 선택의 순간이었다.

쿵!!

[게임 리 3-2.]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네트 앞에서 기습적으로 포핸드 잭 나이프가 튀어나오자 조코비치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위닝샷을 허용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브레이크를 성공한 지혁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보내는 관중들.

지혁의 쟁쟁한 명성에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나오자 경기장은 흥분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들은 방금 같은 장면을 보기 위해 어렵게 US 오픈 결승전 티켓을 구했기 때문이다.

“와!! 어떻게 저 상황에서 저런 샷이 나오는 거지? 마치 다음 샷이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한 것처럼 보였어. 그게 아니라면 저기서 발리가 나올 수가 없잖아.”

“아니, 미리 움직인 건 아니야. 분명 라켓이 임팩트된 것과 동시에 출발했거든. 게다가 조코비치는 마지막 순간에 스트로크의 코스를 바꿀 능력이 충분하잖아. 만약 예측으로 나온 플레이였다면 오히려 포인트를 잃는 건 골든 보이였을 거야.”

“……그게 더 대단한 거 아니야?”

“그렇지. 엄청난 동체 시력하고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하면서도 밸런스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없다면 시도조차 못하는 짓이니까. 그래도 절반은 운에 맡긴 플레이일 거야.”

“하긴 저런 게 매번 가능한 게 이상하지.”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라 그럴까.

관중들은 지혁의 위닝샷을 아주 가끔 나오는 슈퍼 플레이로 취급했다.

오늘 경기에서 다시 재연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혁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똑같은 상황을 재연할 자신이 있었다.

더욱 빨라진 풋워크와 전반적으로 상승한 피지컬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

비록 지혁이 브레이크를 한 번 따냈지만 그 이후로 경기가 순탄하게 풀리는 일은 없었다.

조코비치가 위기감을 느끼고 경기에서 모든 전력을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창 1세트가 치열하게 흘러가자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오늘 같은 경기를 어딜 가서 경험하겠는가.

솔직히 지혁과 조코비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결이었다.

─ 이거지 ㅋㅋㅋ 페더러랑 한 것도 명경기였지만 진짜 최고는 역시 조코비치랑 붙어야 나오는 듯

─ 애초에 이지혁의 실력을 극한까지 끌어낼 만한 선수는 조코비치밖에 없음. 그나마 나달은 롤랑에서 밥값을 하는데 그 외의 대회에서는 아쉬운 면이 많잖아.

─ ㅇㅇ 수비는 빅4에서도 탑티어인데 스트로크 위력이 거기에 못 미침. 중요한 순간에 결정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큰 문제고.

─ 아니 나달이 공격력이 부족하다고?? 비교 대상이 이지혁이라 그렇지 얘도 ㅈ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임. 상대 자책이랑 위닝샷 비중 보면 절대 머레이 같은 디펜시브 베이스라이너 아님.

─ 지금 올라운더인 이지혁이 세계 랭킹 1위를 먹고 있어서 인식이 이상하게 변한 거지 ㅋㅋ 갑자기 무지성으로 네트 앞으로 튀어나와서 경기를 끝내버리잖아 ㅋㅋㅋㅋ

─ 이거 진짜 ㅇㅈ이다 얼마나 플레이 방식이 공격적인지 요즘은 페더러가 수비적으로 느껴지더라.

─ 어쨌든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밌어서 좋네. 언제 이 라인업이 다시 나올지 모르니까 지금 최대한 즐겨 놓아야겠다 ㅋㅋ

지혁은 5게임에서 처음으로 찰나를 꺼내고 이후로도 아주 가끔씩 사용했다.

그 덕분에 조코비치가 초인적인 경기력을 발휘했음에도 경기는 어느 한쪽이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유지되었다.

[게임 조코비치 4-5.]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흘러서 1세트의 마지막 부분까지 도달했다.

여기서 지혁이 서비스게임을 무사히 지킨다면 조코비치의 패배였다.

만약 브레이크가 성공한다면 듀스였고.

‘서브권을 가지고 있으니 방심만 하지 않으면 돼. 반항할 여지를 주지 않고 빠르게 끝내 버리자.’

쾅!!!

지혁은 볼 키즈에게 공을 전달받고 곧바로 경기를 시작했다.

괜히 시간을 끌어봐야 상대에게 전략을 생각할 시간만 생긴다.

그러니 확실하게 승리하려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극공으로 몰아쳐서 단기전으로 끌고 가야했다.

상대 실수를 유도하거나 빈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조코비치가 원하는 상황일 테니 말이다.

물론 지혁도 그런 상황에서 딱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더 잘하는 것을 두고 차선을 고를 이유는 없었다.

조코비치는 지혁의 고속 서브에 시작부터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워낙 위력적인 서브였기에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경기를 하는 선수가 조코비치라서 에이스를 당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 다른 탑랭커였다면 랠리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까.

제법 시간이 흐르고, 그동안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몇 번이나 나왔음에도 지혁의 서비스게임은 좀처럼 종료되지 않았다.

조코비치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고 억지로 경기를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스코어가 [포티 올]까지 만들어지자 관중석은 급격히 소란스러워졌다.

이러다가 1세트부터 타이브레이크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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