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이세계 드래곤 [17] 3.왕따 카이란?
지희와 카이란은 걸음을 옮기며 콘서트 장 쪽으로 향하자 서서히 사람들이 몰려들
기 시작했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대략 사람 수는 5000명 정도 가뿐히
넘을 정도였고, 장소는 이곳 바닷가의 행사장을 콘서트 장으로 바꾼 것이라 안은
비교적 넓은 편이라서 그런지 5000명 정도 들어와도 아직은 여유스러운 듯 싶었다.
콘서트 장 입구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입장을 하려고 차례를 기다리는 인
간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거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희와 카이란은 입구
를 거치며 뒷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입구에서 기다리는 마음이 없었기 때
문에 입구를 거쳐서 뒤쪽으로 향했던 것이고,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써 있는 문을
당당하게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콘서트 장 뒤쪽에는 엄청나게 바쁜 모습을 보였다. 콘서트 시작하기 몇분전이니...
당연히 바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판즈의 그녀들은 뒤에 있는 백댄서 사람들과 호흡
을 맞추며 연습을 보이고 있었고, 각자 여러 인간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하며 바
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쁜것과 전혀 상관없이 밖에서 방금 이곳으로 온 카이란과
지희는 느긋하게 이 광경을 구경하면서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을 흘끔 바라보았다.
역시나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도 여전히 존재했다. 바로 같은 색으로 맞춰
서 입은 인간들... 가수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응원하는 인간들... 바로 팬.클.
럽 아이들이 이곳에도 있었다.
"뭐야? 여기 있었어?"
언제 나타났는지 마리는 카이란의 뒷모습을 보며 말을 했다. 뒤에서 마리의 목소리
가 들리자 카이란은 뒤를 돌아보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모습과 허리를 짚은 마리
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찾았냐?"
"당연하지!"
"왜?"
이 한마디에 마리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그... 그건......!!!"
홍당무에다가 마리는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무언가 말하기 껄끄러운 이야기인
지 말을 더듬으며 입만 뻐끗뻐끗 거렸다.
'얼래? 왜 얼굴이 빨개져?'
홍당무가 되어버린 마리의 얼굴에 카이란은 의아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
았다. 그러자 마리의 얼굴을 더욱 붉어져 버렸고, 결국은 고개를 돌리며 카이란의
얼굴을 외면하며 뒤를 돌았다. 그리고 뒤에서는 인혜가 쿡쿡 거리며 소리 없이 웃
고 있었다.
"아니에요.. 그냥 찾았어요... 갑자기 없어지니까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 후훗..."
싱긋 웃으며 인혜는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했다. 그리고는 옆에 힐끔 마리의 얼굴
을 쳐다보고는 다시 웃었다.
"뭐.. 그냥 나갔다 왔지.. 여기 있어봐야 할 일도 없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나갔
다가 온 거야.. 여기서는 나의 일이 없으니 당연한 것 아냐?"
양손을 으쓱 하며 카이란은 인혜를 보며 말을 했다.
"그런가요.... 그런데 이쪽 여성분은.....?"
인혜는 뒤늦게 카이란 옆에서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인혜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카이란도 인혜말에 의해서 옆에서 가만히 있는 지희를 보았다.
"이쪽은 그전에 이곳에 왔었기 때문에 지희라고 하는..........엑?"
지희의 얼굴 표정을 보자 카이란은 짧은 비명을 내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왠지
그녀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로 네모네 졌고, 무슨 순정만화나 명량만화를
연상케 하는 얼굴을 하며 판즈의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왠지 눈물만 흘리면 완전
만화의 한 장면이었다.
"나... 가수 얼굴 이렇게 가까이 처음 봐! 와! 가수라는 것이 이렇게 생겼구나..."
"크헉!"
카이란은 지희의 말을 듣고는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설마.... 지희가 이런 모습
을 보일 줄은 그로써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와! 가수라는 것이 이렇게 생겼구나.. 역시 TV에서 보는 거랑 실물이랑 이렇게 차
이 나다니... 백성이 때문에 가수를 만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은 한적 있지만 이렇
게 가까이에서 본적은 처음이에요! 판즈 그룹이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 역시 실물이 너무 예쁘네요!"
예쁘다 라는 말에 귀가 확 트인 마리는 뒤를 돌아보고 있는 상태에서 무섭게 한바
퀴 돌면서 지희의 손을 잡고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말했다.
"예쁘죠! 우리 확실히 예쁜 것 맞죠! 이상하게 요즘들어 우리가 예쁘지 않다는 생
각을 하게 됐는데... 예쁜 것 확실하죠!?"
지희도 예쁜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마리역시 예쁜 것에 콤플
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인간이란 조금만 예쁘면 공주병이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마는 존재인가 보았다.
지희보다 더욱 반짝이는 눈동자로 마리가 지희를 빤히 쳐다보자 지희는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렸는지 뭔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며 카이란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았다
. 그리고 다시 마리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았고, 다시 카이란의 얼굴을 쳐다보며 무
언가 생각을 하는 얼굴로 하늘을 잠시 쳐다보고는.......
"하아....."
한숨을 내쉬며 지희는 마리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짤막하게 한마디했다.
"예쁘...... 네요...."
라는 단 한마디....만 건네 놓고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울컥하는 마리.
바락 지희에게 대들 듯 말했다.
"뭐... 뭐에요! 그 반응! 아까 까지만 해도 예쁘다고 했으면서 그 시덥찮은 반응은
뭔가요! 네! 그 반응 뭐에욧?!"
조금 전 만해도 예쁘다는 찬사를 보낼 때는 언제가 갑자기 돌변하는 지희의 모습에
마리는 기가 막히며 화까지 났다. 하지만 그녀로써는 이제 말대답을 해 주지 못했
다. 처음에는 자신의 한말이 정말이었지만... 나중에 카이란의 얼굴을 보니까 잊혀
졌던... 사미, 아리아, 민지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시덥찮은 반
응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다.
"뭐에요! 왜 말이 없어요! 정말 뭔가가 있군요! 역시 우리는 못생겼던 거야! 우앙!
역시 우리는 얼굴이 별로였던 거야!"
이제는 우는 연기를 보이며 마리는 한탄을 하듯 지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했다.
곤란하게 만드려고 했지만 지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마리는 더욱 우는 시늉을
보였다.
"우앙...! 역시 그랬던 거야! 우리는 못생겼던 거야! 이렇게 말대답이 없는가 보면
분명이 그랬던 거야! 우아앙!!"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창피하게 혼자서 연기하는 마리는 참으로
대단할 수밖에 없다. 역시 예전에 연극을 배워서인지 창피함을 잘 모르는 마리였다
. 마리의 우는 연기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계속해서 한탄을 하며 우는 연기를
계속 선보였다.
"우아앙!!! 우아아앙!!!"
"......."
"우아앙!!!! 우아아아아앙!!!!"
".........."
하지만 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치사하다 치사해! 사람이 울면 말리든 위로든 뭐든 해야 할 것 아냐! 치사하게 일
행이 아닌 척을 하는 것이야!"
마리는 말리는 사람이 없자 이마에 힘줄이 두 세 개 튀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바락
눈에 불똥을 튄 상태로 한쪽 가장자리로 옮긴 일행들을 쳐다보며 지금까지 무시한
인간들 인혜, 지희, 카이란에게 소리쳤다. 마리가 우는 연기를 했을 때부터 그들은
이미 마리를 무시한 채로 일행이 아닌 척으로 다른 한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자기들
끼리 화기애애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화가 난 마리는 식식거리며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오면서 화가 났다는 것을 강조
하는 얼굴을 짓고는 무섭게 그들을 째려보았다. 무거운 공기가 그들에게 엄습해 오
자 어색한 얼굴을 하며 웃고 있었다.
"아참! 나 판즈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요."
느닷없이 지희는 인혜, 마리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면서 그녀는 또다시 눈이
반짝 반짝거렸다. 반짝반짝 거리는 지희의 눈에 마리와 인혜는 무언가 불길한 생각
이 드는 것은 그녀들만의 착각이었을까?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쯤 지희는
반짝이는 눈동자를 하며 입을 열었다.
"연예인들은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고 하던데... 정말 인가요?"
크헉! 마리는 경악을 하는 표정을 지었고, 인혜는 그 자세로 굳어져 버렸다. 그리
고 카이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당황을 하며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만큼 지희의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런 채로 몇 초간 그들만의 침묵에 휩싸이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인간들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