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이세계 드래곤 [17] 4.왕따 카이란?
"저....저기... 우....우리도 같은 사... 사람인데... 다...당연히 화장실 같은 곳
은 가...가지요....."
그래도 인혜는 꿋꿋하게 미소까지 곁들이며 지희의 질문에 더듬는 목소리로 답을
해 주었다.
"그래요.... 흠.. 역시 같은 사람이었구나... TV에서 보면 꼭 연예인들은 X과 XX을
누지 않는 것 같은 얼굴이었던데... 역시 연예인도 사람이구나...."
거친말과 동시에 지희는 싱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예인의 대한 망상이 깨졌다. 누
구나 한번쯤은 연예인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꼭 연예인만큼은
보통 인간처럼 화장실을 가지 않는 망상을 대부분 가지고 있었고, 그 부분 중에 지
희가 그런 류의 속한 한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며 답
을 들었을 때는 지희도 연예인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지각했다. 역시 TV와 현실
과는 차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 사이에 이런 일이 있는 가운데..... 매니저는 두리번거리며 판즈의 그녀들을
찾았고, 이내 그들을 찾고서는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왔다.
"어이.. 이제 슬슬 시작할 시간이야... 이제 준비해야지..."
매니저가 다가와서 말을 건네자 인혜와 마리는 고개를 돌리며 매니저를 쳐다보았다
.
"네.. 알았어요...."
짤막하게 그 말만 하고는 다시 앞을 쳐다보며 무대쪽으로 시선을 옮겨서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카이란과 지희도 똑같이 관중석을 바라보았고, 역시나 사람수는 5000
명을 가뿐히 넘는 숫자를 보였다.
"좀 많이 왔군... 어때 잘 할 수 있겠어? 왠지 걱정이 되는데... 말야... 큭큭큭큭
큭..."
카이란은 마리를 쳐다보며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뭐야... 그 마지막 웃음소리의 의미는 뭐지? 왠지 하다가 코나 깨져라 라는 식으
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아... 뭐 아무 의미도 아냐... 너만의 착각이니 그런 눈빛 그만두라는.... 후후후
..."
"흐음..."
미심쩍 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마리를 보며 카이란은 능청스럽게 웃는 모
습을 보였다. 결국 마리는 더 이상 따지지를 못했다.
"자... 슬슬 가자 마리야... 시간됐다."
"응! 알았어!"
고개를 끄떡이며 마리는 인혜를 보았고, 무대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그녀는 먼저 무
대 쪽 입구에 멈춰 섰다. 마리의 모습을 확인한 인혜는 마리 뒤쪽으로 걸음을 옮기
지 않고 카이란을 쳐다보았다.
인혜의 시선을 느낀 카이란은 그녀를 쳐다보았고,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하게 웃
고 있는 표정을 보았다.
"무슨 할 말 있어?"
카이란이 싱긋 웃으며 앞에 있는 인혜에게 말하자 그녀는 짤막하게 고개를 끄떡였
고, 천천히 카이란의 귓가에서 속삭였다. 그리고 다시 그의 곁에 떨어지며 다시 환
하게 웃었고, 무언가 쑥스러운지 그녀의 양 볼에는 조그만 한 홍조를 띄었다.
속삭이는 인혜의 말을 들은 카이란은 그 뜻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지 두 눈이 커지
며 깜빡거리는 모습으로 인혜를 쳐다보기만 했다.
"가자 인혜야 거기에서 뭐하는 거야!?"
"아...알았어."
더듬으며 마리의 말에 인혜는 대답을 했고, 다시 활짝 웃으면서 그녀는 카이란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아까 마리가 말하려다가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져서 못 말한 거에요. 후훗.."
갈색머리를 휘날리며 인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카이란 앞을 지나쳤다. 그녀가 지
나가자 카이란의 코에서 그녀에게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고, 그것에
느끼며 카이란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인혜는 환하게 웃으며 한쪽 손으로 카이
란을 향해서 V자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무대장으로 뛰어갔다.
"화아아아아!"
무대장으로 뛰어가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들은 무대장에 올라가자
마자 앞에 대기하고 있는 마이크를 집으며 관중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판즈입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인사말을 건네자 또다시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대기하고 있는 백댄서들이 나서며 율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
들도 백댄서와 비슷한 춤을 추며 콘서트가 시작하는 종이 울렸다.
그녀들의 노래를 듣기 싫은 카이란은 그녀들이 무대쪽으로 가는 것만 보고는... 다
른 곳으로 몸을 옮기려고 했다. 인혜의 말이 신경 쓰였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
각하며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찰나... 반주가 어느정도 지나자 그녀들의 노래 음성
이 들려왔다.
"와! 생이다!"
먼저 놀란 것은 지희였다. 설마 댄스 가수가 라이브를 한다는 것은 정말로 놀랄 일
이었다.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자 카이란은 옮기려는 모습을 멈췄고, 시선을 그녀들
에게 향하며 그는 무대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의문이 풀렸듯이 그제서야 카이란은 바쁜 이유와 그녀들이 스튜디오 실로 자주 갔
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카이란은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부터 판즈의 노래를 좋아했
었고, 립싱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판즈의 노래를 싫어했었지..... 노래 차체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카이란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
고, 예전에 판즈를 좋아했을 때의 기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역시나 라이브로 해서인지 그녀들의 체력은 한계가 있었다
. 가끔 숨이 차서 한 박자 느린 템포도 있었고, 춤을 추는 것도 힘들어서 인지 춤
을 추면서 그만두기까지 했었다.
콘서트장의 열기는 조금씩 무르익었지만... 판즈의 그런 모습에 김이 빠지는 관중
들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왠지 현란하고 멋진 판즈의 춤을 보지 못해서 그러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카이란에게는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라이
브로 부르는 것과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해 주는 그녀들을 보며 카이란은 조그만
한 감동을 느낀 상태였다. 그리고 아까 인혜가 한 말이 생각났다.
'이 무대는 모두 백성군을 위한 무대에요... 오늘만큼은 관심 있게 봐주세요.'
자신의 무대라고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등을 돌리려고 한 자신
이었는데... 뜻밖에 그녀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자 카이란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간나면 스튜디오 실을 찾은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역량을 올리려고 한 것이었다.
그것도 모두 카이란의 고별무대를 위해서 이런 준비를 해온 것이고, 무심코 지나갔
던 카이란을 위해서 그녀들은 지금까지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판즈의 그녀들은 얼굴에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옷은 땀으로 젖어 있지 않은 곳
이 없었고, 꼭 물 한바가지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그녀들을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간혹 멘트로써 그녀들을 쉬게 만들었지만 몇 분 정도 쉰다고 모든 체력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채로 쉬면 근육이 풀리니.... 더욱 힘이 들고, 그녀들을
어려워지게 하는 것이 오히려 몇 분간의 휴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래서 댄스 가수는 라이브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노래를 하는 동시에 몸을 움직
인다는 것은 거의 무리에 가까웠다. 몸도 힘들고 목에 힘도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들은 웃고 싶어도 이제는 웃을만한 힘이 없었다. 역시 단시간으로 역량을 올리
는 것은 그녀들로 부족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힘이 빠져서 쓰러질 뻔할
때쯤... 그녀들의 몸에서 자동적으로 힘이 쏟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힘
없던 근육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껴졌다.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녀들로써는 어리둥절하기만 했지만.... 그래도 힘이 났기 때문에 오히려 무대위에
서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녀들이 힘이 난 이유는 바로 카이란의 마법 덕택이었다.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카이란은 마법으로 그녀들의 체력을 회복시켜 준 것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녀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들은 이렇게 목이 아프도록 노래를 부른 적은 오랜만이었지만... 노래녹음 할
때를 제외하고는 관중석 앞에서 라이브로 노래한 적은 처음이었다. 자신들의 실력
이 아직은 모자르고 역량도 부족해서 인지 많이 힘들었고, 틀렸지만 그런 것에 아
랑하지 않고 느낌만으로도 그녀들도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이제부터 자신들의 실
력을 키워서 라이브를 자주 해서 자신들의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은 그녀
들이었다.
"여러분.... 하아... 저희의 부족한 실력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아.... 하
아..."
노래가 끝나자 마리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멘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힘이든지 입에
서 거친 숨소리가 마이크로 전해서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의 숨소리였지
만 관중석에서는 상관없이 멘트가 시작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화아아아아아아!"
"여러분.... 이번 무대는 누군가 저희를 위해서 힘을 써주신 분을 위해서 이런 고
별의 무대를 만든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그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그 사람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이고 우리는 그런 고마움에 보답을 해
주는 것은 이런 고별의 무대 정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는 외부 사람과 같이 행동해서인지 힘든 점과 곤란한 점이
많이 있었지만 그리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란 처음부터 친해지
지 않는 것이잖아요."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힘든 일과 어려운 일.... 이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 사람은 잘 헤쳐 나가며 우리를 위해서 힘을 써주고 몸을 아끼지 않은 모습을 보
여주었지요.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싸우면서 정들어 진다고 하잖아요. 그
만큼 많이 싸우고 정이 든 만큼 우리는 그 사람과 아쉬움이 아주 많은 이별을 나눕
니다."
"그 사람이 우리를 위해 힘써준 것은 이런 무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우리
의 마음이 그 사람에게 잘 전해 졌으면 하는군요. 이별이 오면 만남도 있듯이 우리
는 이 콘서트의 마지막 곡 '이별... 만남... 그리고 행복' 이라는 노래로 이 콘서
트의 막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사랑하고... 모두모두 행복을 기원
하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에게도 언제나 행복만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 말끝에 또다시 환성이 터지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
들 뒤에는 어느새 가져왔는지 조금 높은 의자가 각각 한 개씩 놓여져 있었고, 의자
에 앉으며 간주에 맞추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서 그와 나는 맞지 않는 시간을 보내서 우리는 긴 헤어짐을
보였어.
헤어짐은 한순간, 모든 감정도 한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없앴지.
-언제나 하루하루 날들을 싸움으로 보내서 우리는 결국 헤어짐을 선택을 했지만 시
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작은 가슴에서 전해지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나봐.. 지난
날을 돌이키자... 아쉬움에 밀려 그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손가락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었지....
-하루 하루 세월이 흘러 지난 나의 사랑은 모두 녹아 흘러내리며 이제는 모두 추억
으로 되어 간직이 되었지. 이제는 새로운 사랑이 싹트기만 기다리며 운명 같은 나
날을 지새웠을 때 우연에 우연을 낳아서 새로운 사랑은 다시 만남으로 이어졌어.
-아.. 아... 그리움은 밀려들어 다시 사랑으로 싹트며 우리는 다시 손을 잡았지...
그 사람의 따뜻한 손길은 여전했고, 손길로써 나는 그 사람의 사랑의 느낌을 느낄
수가 있었지... 따뜻했던 그의 손..... 나는 두 눈을 감고 그의 손을 음미했네..
-괴롭고 힘든 과거는 모두 따뜻한 추억으로 변해 있었고, 우리는 그런 이별 덕분에
웃었지.
이제는 그의 한마디라 모두 사랑으로 느끼네... 한번 잡았던 그의 체온은 이제 나
의 숨결로 남아 있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행복만이 남아 있었네..
....
노래 한 구절 한 구절씩 그녀들은 번갈아 가면서 불렀고, 잔잔한 반주가 마지막으
로 이곳 콘서트 장을 메웠다. 반주가 끝나자 관중석에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잘 나
타내듯이 큰 소리로 이곳 콘서트 장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환호성을
질러댔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녀들은 허리를 숙이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 놓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무대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노래를 부르기 전의 멘트 때문에 그녀들의 얼굴은 심하게 붉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당사자인 카이란이 있었기 때문에 붉어져 있었고, 그런 그녀들을 잘 알고 있는 카
이란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입을 열었다.
"천만에.... 이 정도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해."
"푸웃... 그래? 고마워..."
미소를 지으며 마리는 카이란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인혜를 쳐다보
자 그녀 역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와! 그나저나 힘들지 않았어요? 춤에다가 노래까지 라이브로 불렀다면 체력이 엄
청 났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지희는 그녀들의 실력에 감탄을 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후훗..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아야지요.."
눈웃음을 지으며 인혜는 지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흐음.... 댄스가수가 라이브를 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어쩟든 대단했어요."
대단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지희는 감탄 어린 시선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
의 모습에 조금은 부끄러운지 인혜와 마리는 얼굴이 또다시 붉어지며 어쩔 줄 모르
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카이란의 고별무대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