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36화 (136/277)

(135) 이세계 드래곤 [17] 5.왕따 카이란?

관중석에도 무르익던 콘서트의 열기는 이제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 한두명이

떠나며 5000명 이상을 꽉 채우던 무대는 텅 빈 공터만 남아 있었고, 무대장에 있는

세트조차도 이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서운 판즈의 팬들을 헤치며 힘들게 호텔로 돌아왔었고, 이대로 헤

어지는 것이 아쉬울 것 같아서 지희도 그들과 같이 따라서 왔다. 어차피 카이란은

지희를 잘 알고 있고, 그녀가 따라와도 그리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지희가 따라온

다고 했을 때 기분 좋은 얼굴로 승낙했었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피곤하지 않은 몸이었지만... 카이란은 몸을 침대에 맡겼다.

푹신한 침대가 카이란의 몸을 편안하게 해주자 이대로 잠들어 버릴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카이란은 침대에 몸을 추스르며 들어온 인간을 쳐다보았다. 카이란 방에 들어온 사

람은 지희였고, 빼꼼히 얼굴먼저 내밀며 조심스럽게 카이란을 쳐다보았다.

"저기.. 안자?"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지희의 모습을 보며 카이란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안자... 그런데 왜?"

"그냥... 내일이면 너 돌아갈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얘기를 하고 싶은 것 뿐이야..

."

지희는 말을 하며 천천히 카이란 곁으로 걸음을 옮기며 옆에 앉았다.

"그래..."

"하아! 내일이면 너와 이별을 하는 구나.. 오늘 만나놓고 내일 헤어짐이라니... 왠

지 또다시 섭섭해지는 군..."

한숨을 쉬며 지희는 내일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지희는 아쉬운 감을 감추지 못했

다. 지희의 마음을 잘 알았는지 카이란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표정을 지었

다. 그리고 지희는 천천히 몸에 힘을 빼며 뒤로 벌러덩 누웠고, 침대가 푹신했기

때문에 몸이 위로 아래로 흔들렸다.

"그래도 기분은 좋아... 이렇게 헤어졌어도 다시 만났으니 언젠가는 또다시 만나는

것 아니겠어? 역시 사람이란 앞의 일을 모르는 것과, 그것의 재미로 사는 건가봐..

. 후훗.."

싱긋 웃는 모습의 지희를 보며 카이란은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지희는 가만히 전

장을 응시하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고, 그들만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지희는 갑

자기 몸을 일으키며 카이란 앞에 섰다. 카이란은 갑작스럽게 지희가 자신의 앞에

서자 갸웃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보았다.

"우리 여기 있지만 말고 밖으로 나가자. 오랜만은 아니지만 슬슬 저녁도 다되어 가

는데 저녁노을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그녀는 이곳에 카이란과 자신이 주로 좋아하는 곳인 바위산을 말하며 저녁노을을

구경하러 가자는 제의를 했다. 여기 있어봐야 잠밖에 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카이란은 선뜻 지희의 제의에 쉽게 동의했다.

"그래.. 가지. 오랜만은 아니지만.... 마침 저녁노을이 보고싶군."

카이란의 동의하는 말을 하자 지희는 싱긋 밝게 웃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카이란 앞

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카이란이 지희의 내민 손을 잡자 그녀는 카이란을 잡아 당

겼고, 그 힘을 이용해서 카이란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희는 천천히 카이

란의 옆에 나란히 섰고 자연스레 그의 팔에 자신을 팔을 집어넣으며 팔짱을 꼈다.

"가자."

지희는 밝은 목소리로 말을 짤막하게 내뱉고는 그들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

만이 좋아하는 바위산으로 향했고, 시간에 맞춰서 그들이 바위산에 도착했다. 바위

산에 도착하자마자 멋진 저녁노을이 펼쳐지며 그들은 때 마침 좋은 타이밍으로 감

상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저녁 노을을 멋이 있었고,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은

절로 감탄이 배어 나왔다.

시간은 어느덧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올라갔던 바위산을 내려갔고,

천천히 바닷가의 소리를 음미하며 걸어갔다. 저녁이라서 그런지 이제는 쌀쌀함이

많이 느껴졌지만 그리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지

만... 그것은 카이란의 생각일 뿐.... 지희는 쌀쌀함의 날씨가 조금 추운지 카이란

곁에서 미약하게 몸이 부르르 떨었고, 짧은 반 팔 쫄티를 입고 있어서 밀려오는 추

위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희는 카이란의 곁에 바짝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지금 카이란이 입고 있는 것은 횐 반팔 티에다가 체크 무의 난방을 입고 있는 상태

라 난방을 벗고 그 난방을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반팔 난방이었지만 그녀를 덮어주

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아... 고마워.."

지희는 카이란이 옷을 벗어서 자신에게 쓰여주자 얼굴에 작은 홍조를 띄며 고맙다

는 말을 건넸다.

"아니... 레이디가 추운데... 그것을 못본 체 하면 남자의 도리가 아니지..."

씩 웃어 보이며 카이란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카이란의 말에 지희는 픽 하

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그녀는 더욱 바짝 카이란의 곁에서 나란

히 걸었다. 어느덧 그들의 발길은 오늘 오후에 열었던 콘서트 무대를 했던 곳에 도

착했었다.

오후 때만으로도 엄청난 열기와 함성이 있었던 자리였는데... 지금은 텅 빈 공허만

있었다. 마치 오후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처럼 보이는 광경인 것 같았다. 무대의 모

습은 여전했지만 무대를 밝게 빛나게 해주는 조명과 시설이 없으니... 더 이상 이

곳은 콘서트 장이라고 볼 수 없었다.

카이란은 텅빈 콘서트 장을 보면서 그녀들이 이곳에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떠올랐

다. 힘이 들어서 땀으로 범벅을 한 그녀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카이란은 절로 웃음

이 나왔다. 웃음이 나올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자연스레 웃음이 피어

나왔다.

"뭐야? 왜 그렇게 실실 웃어?"

지희는 갑자기 웃는 카이란의 얼굴을 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냥.... 아까 인혜, 마리가 여기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이 생각나는 바람

에..."

"뭐야..? 그럼 웃을만한 일이 아니잖아. 어떻게 너를 위해서 그런 무대까지 마련해

준 아이들을 웃을 수 있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망정 ...."

판즈의 그녀들의 정성을 생각하지 않고 웃음으로 흘려보내니 지희는 마땅하지 못한

표정으로 카이란을 쏘아봤다.

"아니... 그게 아니야... 그냥.. 그럴만한 생각을 해서 그래..... 흠.."

그리고 카이란은 관중석 중앙으로 서며 무대 위를 올려보았다. 텅빈 무대였지만...

.. 카이란은 뭔가를 보고 있는 듯한 얼굴로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무대를 보니까... 아까 그녀들이 이곳에서 콘서트를 벌였을 때.... 나는

이곳에서 그녀들의 무대를 지켜보았다면 다른 사람들 같이 환호성을 질러대고 그랬

을까? 이상하게 조금 궁금하게 들더라고...."

"그래? 뭐... 모르지.. 그런데 아무래도 너의 성격을 봐서는 이상하게 환호성을 질

러될 성격은 아닌 것 같아.. 그냥 주위의 사람들 때문에 인상이나 팍팍 쓰고 있을

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아?"

지희는 싱긋 웃으며 카이란이 그곳서 판즈의 콘서트를 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

는 상상을 하며 말을 했다. 카이란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실소를 머금고는 말했다.

"훗.. 그럴수도..."

확실히 그럴 확률이 있자 카이란은 자신도 긍정했다.

"뭐야! 그러면 아까 우리의 공연을 봤을 거라면 처음과 똑같이 사고를 쳤을 거라는

거야!? 후후훗! 그러면 보면 알겠지!?"

"응?"

느닷없이 무대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 카이란과 지희는 놀란 얼굴로 무대

장 위쪽을 쳐다보았다. 다름 아닌 무대장 위쪽에는 판즈의 그녀들인 마리와 인혜가

서 있었고, 옆에는 그의 매니저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뭐야? 너희들이 어떻게 여기 왔어?"

"그 반응 무슨 뜻이야? 우리는 여기 오면 안 된다는 법 있어?"

허리에 양손을 짚으며 마리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카이란에게 말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카이란은 할말이 없어지자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굵었다.

"훗... 그냥.. 마지막 파티를 벌이려고 백성군을 불렀는데... 호텔 안에 없기에 우

리가 찾으러 나섰는데.. 마침 여기에 있는 것이잖아요."

"파티?"

"응! 파티. 너 모르는 거야!? 너 내일이면 우리와 작별이니까! 마지막에는 당연히

파티를 여는 것 당연한 것 아냐!? 설마 이렇게 싱겁게 헤어질 생각을 했던 것이었

어?"

"후후... 그렇군.. 내일이면 헤어지는 시간이었군... 왠지 시원섭섭한데...?"

눈웃음을 지으며 카이란은 그녀들에게 말했지만.... 왠지 그의 표정에는 시원했으

면 시원했지 섭섭한 표정은 눈곱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을 눈치챈 마리는 자

신이 가지고 있던 맥주캔을 들고는 그대로 카이란의 머리통으로 향해서 던지며 말

했다.

"헹! 멍충이! 시원섭섭 좋아하네! 표정이나 숨기고 그런 말해라!"

그녀의 맥주캔을 던진 것을 가볍게 손으로 낚아챈 카이란은 다시 싱긋 웃으며 그녀

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어디서 파티를 벌일 생각이지?"

파티라면 당연히 술과 음식이 널브러져 있는 곳을 말하는 곳! 카이란은 이런 시골

에 파티를 할 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했다.

"여기에서."

"엑?"

"뭘 그리 놀래? 파티라고 꼭 장소가 정해져 있어야해? 파티란 말이지 자고로 시원

한 맥주 캔과 그에 알맞은 새우깡의 음식만 있어도 파티라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소박한 파티지만... 그래도 재미만 있으면 되지 안 그래?"

싱긋 웃어 보이고는 마리는 말을 했다.

"쳇! 알았어? 그런데 어떻게 파티를 할 생각인데?"

마리는 카이란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싱긋 웃어 보이고는 옆에 있는 인혜를 쳐다보

았다. 그리고 매니저를 쳐다보았고, 고개를 끄떡이며 매니저는 카이란의 곁으로 오

며 준비했던 돗자리 한 개를 가지고서는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준비해온

봉투 한바가지를 한자리고 쏟았고, 여러 술과 과자들이 쏟아졌다. 지희와 카이란은

매니저의 행동의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은 파티가 아닌 왠지 술판을 벌이자

라는 식이었기 때문에... 궁금한 듯한 시선으로 매니저와 마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마리는 말했다.

"너희들과 우리들의 2차 콘서트 파티야."

"엑?"

"에?"

2차 콘서트라는 말에 카이란과 지희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마리와 인혜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대 뒤쪽에 준비해온 의자에 각각 앉고, 자신들이 가지고온 통기타 하나

를 들고 퉁기기 시작했다.

"아아...."

그제서야 카이란은 그녀들의 말한 의미를 알았고, 매니저가 깔았던 돗자리에 앉으

며 그녀들을 올려다보았다. 지희 역시 카이란의 옆에 나란히 앉으며 뒤에 맥주캔

하나를 집고서는 그것을 땄다. 그리고 그녀들은 통기타를 퉁퉁 튕기며 어느 정도

가타 음률이 잡혔는지 서로 눈짓으로 박자를 맞추고서는 고운 목소리고 노래를 부

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만은 작은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고운 목소리가 그녀들의 입에서 통하며 이곳 무대장을 모두 메웠다. 시원한 파도

소리도 그녀들의 박자에 맞추는 듯이 울려 퍼졌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그녀들의

목소리로 맞추는 것 같았다.

한동안 카이란과 지희는 그녀들의 목소리에 심취해서 노래에 음미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들리자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콘서트가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이어졌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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