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44화 (144/277)

143) 이세계 드래곤 [18] 1.첫사랑.

"크하하하하하핫!!! 오늘은 너닷!!"

어느 교실을 가도 변하지 않는 시끌시끌한 소리 가운데 더욱 시끄럽게 대소를 터트

리는 카이란은 누군가를 한명의 목덜미를 잡으며 소리 쳤다. 목덜미를 잡힌 그놈은

카이란의 같은 반 아이였고, 오늘 정말 재수 꽝이다 라는 얼굴로 자신의 대한 처함

에...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우엥! 나 돈 없어."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놈은 완전 10살 정도 먹은 어린아이의 흉내를 내듯 울먹

이면서 카이란에게 말했다.

"그런 말이 나에게 먹힐 리가 있냐!? 오늘 나의 점심은 네놈이니! 당장 가서 사와

랏!"

"우엥!"

씨알도 먹히지 않은 카이란에게 목덜미를 잡힌 그놈은 눈물을 흘리며 유유히 반 교

실을 빠져나갔다. 그놈이 빠져나가자 반 교실에서는 한숨을 내쉬며 모두 하나같이

'다행이다'라는 얼굴표정으로 웃었다. 불쌍하다는 동정의 눈빛은 추호도 없었고,

한 놈의 희생에 의해 다른 이들은 웃을 수 있는 현실적 사고법칙 같았다.

카이란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돈을 이용해서 점심을 해결하는가보면

아직 카이란은 모든 것이 원래상태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지만... 천만의 말씀,

그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녀들은 오늘 아침에 조회가 끝나자마자 카이란의 반에 와

서 오늘 점심을 싸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했었다.

이유는 늦잠을 자서 도시락 만들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락을

못 싸왔다고 했었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카이란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고

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먹여주는 모습은 조금 불만이 있었지만...

매점의 음식보다는 당연히 맛있는 그녀들의 음식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것

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떡이는 순간 카이란의 머릿속에 이런 말이 스쳐지나갔다.

'친구는 닮아 가는 구나.'

라는 말이..... 사미가 도시락을 못 싸왔다는 것은 늦잠을 자서 못 싸왔다고 하지

만... 아리아도 못 싸가지고 온 이유는 바로 사미와 똑같이 늦잠을 잤다는 것이었

다. 어떻게 둘다 똑같이 늦잠을 자는지.... 이것이야말로 말도 흔히 듣는 이론 하

나 중 '친구는 닮아간다' 라는 뜻을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또한 마법이 아닌 비과

학적 텔레파시가 통한다 라고 할 수도.....

그러한 연유로 그녀들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카이

란은 짧은 아쉬움을 나타내며 고개를 끄떡였지만..... 주위의 반 아이들은 머리에

번개 맞은 것도 모자라 초궁극 메테오를 한방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다.

'빌어먹을!!!!'

그리고 아이들은 이런 말이 마음속에서 각각 울려 퍼졌다. 사미와 아리아가 도시락

을 싸오지 않았다는 말은 즉! 카이란은 오늘 점심은 반 아이들의 갈구로 처리한다

는 뜻이었다. 1000-2000원이면 말도 하지 않겠지만.... 카이란의 배에는 식충이가

들어있는지... 5000원어치 정도 사와야 허기가 찬다는 것이다. 그러니 반 아이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은 당연했을 테고.... 오늘 이 운명에 반 아이들은 불

행을 맞이하는 한 아이가 누구일까 라는 생각에 잠기며 두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백성님!"

"백성님!!"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메아리가 치듯 카이란의 두 번째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두

여자, 말하지 않고, 척만 봐도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두여성은 협박을 해서 점

심식사 거리를 방금 해결한 카이란에게 달려왔다.

"죄송해요! 오늘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지 않았어도.. 영양가가 없지만.. 이렇게 매

점에서 준비를 해 가지고 왔어요."

"네! 저도 준비를 매점에 가서 사 가지고 왔어요!"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각자 그녀들의 손에는 빵과 우유와 기타 등등을 손에 들

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그녀들은 닮아간다를 초월해서 비과학적 텔레파

시가 통하는 것인가? 참고로 말하지만 그녀들은 반이 서로 다르다. 지금 그녀들이

카이란의 반에 왔을 때 앞문에는 사미가 왔었고, 뒷문에는 아리아가 왔었고, 도착

하자마자 카이란을 불렀었다.. 이것만 봐도 그녀들은 서로 말도 없이 매점에 달려

가서 먹을 것을 사왔다는 증거이다.

어쩟든 지금 방금 협박을 통해서 보낸 그놈이 나간 곳을 보며 카이란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녀들이 설마 이렇게 점심을 사 가지고 올지는 상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

에.... 그놈은 오늘 5000원어치의 먹을 것을 혼자 먹어야 하는 생각에 운도 지지리

도 없는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나가자. 오늘도 여전히 옥상이지?"

"헤헷.."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그녀들은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그

들은 사이좋게 교실을 빠져나오며 건물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나가고

몇분후에 카이란의 교실에서는 어느 놈이 욕지거리를 한 소리가 울려 퍼져서 그놈

은 당장 학생부 행으로 직행했다는 것과 엉덩이 100대 정도 맞았다는 전설이 생겨

났다. 역시나 운도 지지리도 없는 놈이었다.

"백성님 목이 메우실 테니... 이 우유도 드세요."

사미는 우유를 한 개를 집어서 카이란에게 그것을 줬다. 사미 말대로 목이 메웠는

지 카이란은 사미에게 받은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아! 고마워."

원 샷에 마셔버린 우유갑을 사미는 그것을 받으며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리고 또다

시 먹기 시작하는 카이란은 허기를 모두 채웠다. 허기를 채운 카이란은 벽에 등을

기댔고, 이것저것 카이란이 먹었던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그녀들이 보였다. 쓰레기

를 치운 그녀들을 보며 카이란은 엷은 미소가 아렸다.

'평화롭군....인가?'

카이란의 머릿속에는 이런 말이 떠올랐다. 많은 사건이 있는 뒤에는 꼭 평화라는

것은 꼭 돌아오는 법이었다.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식상이 나기 마련이었

지만... 이제 그것도 상관이 없었다. 그냥 이렇게 평화롭기만 했으면 바램이었다.

"아, 아리아양 내일 올 때 제것 재료 좀 부탁할게요. 그래야 내일 백성님 도시락을

쌀 수 있거든요."

"네. 그러죠. 있다가 하교시간 때 말하세요. 아! 차라리 같이 장보는 것이 어떨까

요? 그래야 서로 만드는 목적을 쉽게 알 수 있으니 서로 같은 맛을 나지 않은 음식

을 만들 수 있잖아요."

"아! 그렇네요.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좋겠네요. 그럼 있다가 하교시간 때 같이

장을 보러 갈까요?"

"좋아요."

빙긋 웃으며 아리아는 고개를 끄떡였다. 서로 이상한 말을 주고받으며 카이란을 궁

금하게 만들자 그는 그녀들을 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장을 보다니?"

그녀들은 옆에서 들려오는 카이란의 목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궁금해하고 있

는 카이란을 보며 그녀들은 엷은 웃음을 내뱉고는 말했다.

"후훗.. 당연히 내일 백성님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서 장을 보는 것이지요."

"장을 봐야 도시락을 만들 것 아니에요."

당연하듯 말하는 그녀들이었지만... 카이란이 궁금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손을 저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 그것은 나도 방금 들어서 아는데.. 왜 같이 장을 보지? 그리고 처음 아리

아에게 부탁해서 내일 올 때라는 것은 무슨 뜻이야?"

"아~"

그제야 카이란이 궁금하던 뜻을 알았는지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다시 카이란을 쳐다보며 사미가

말했다.

"그것은 말이지요... 후훗... 당연히 아리아양이 우리 집에 와서 백성님의 도시락

을 싸기 때문이지요."

"엥?"

"백성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날마다 사미양네 집에 가요. 그리고 사미양과

같이 언제나 백성님의 도시락을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거라고요. 그리고 저를 척

보면 모르겠어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아리아는 카이란의 도시락에 대해 말을 했다. 사미를 쳐다보고

있다가 카이란은 옆에 있는 아리아에게 눈길을 돌렸다. 팔짱을 끼고 있는 아리아의

모습이 보였고, 아름다운 얼굴이 살짝 찌푸린 표정을 보았다.

"아... 그렇군."

'척 보면 모른다'라는 말에 카이란은 아리아가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기억해 내었

다. 대부분 아리아는 과일과 채식쪽으로 도시락을 매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띠는 것은 육류쪽이라는 것이다.

육류쪽에 손을 댔다는 것은 즉 음식을 튀기고 볶으며 만들었다는 뜻. 그러니 그것

은 요리 기구가 없는 이상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아리아의 말뜻

을 쉽게 알아들었던 것이다.

지금의 아리아는 분명 집이 없다. 혼자서 식생활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태이지만 집

을 만들 돈이 없다. 집이 없다는 것은 요리기구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누군가에

게 빌리지 않은 한 절대로 육류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모두다 사미

네 집에서 만들어서 가지고 온다는 것을 쉽게 알았다.

"후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이란은 아리아의 말뜻을 알아듣고서는 어이없는 듯한 웃

음을 내뱉었다.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웃음소리는 사미와 아리아의 귓가에 가지

못했다.

'세상이 다르니 엘프들도 다르군.'

카이란은 문득 아리아의 모습을 보자 그녀가 엘프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평범한 인간 같았다. 원래 엘프들은 동물들의 음식은 잘 먹지 않는 열매나 과일로

먹고사는 종족이다. 당연히 작은 벌레나 동물들을 아끼는 존재라 짐승들을 죽이면

서까지 생존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과 자연의 생명을 아끼는 종족이기 때문에

... 자연속에서 피어나는 음식.. 과일이나 열매를 먹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활을 계속 하니 언제부턴가 그들은 육류쪽에는 손을 가지 않았고, 고기같은

음식을 보면 꺼림칙하게 여기며 뒤로하는 모습과 그런 음식을 먹는 인간들을 보면

불결한 인간이라는 식으로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 종족은 하나도 빠

짐없이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진 만큼 그들도 식생활 방식이 틀려져 있는 것인지... 꺼림칙하

게 여기던 육류쪽을 마음대로 만지는 엘프를 보니 카이란은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아리아뿐만 아니라 이곳의 엘프, 바실만 빼놓고 모두 먹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딩동.. 딩동..-

어느덧 예비종이 울렸다. 가을이 온다는 징조인지... 날씨가 쨍쨍해도 덥다는 기운

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알맞은 날씨에 몸이 느끼기에는 훈훈함이 있어서 인지

몸이 나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예비종이 울렸다는 것은 그 지겨운 수업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카이란은 그냥 이곳에서 낮잠을 자고 싶은 충동이 일으켰다.

"자~ 백성님 예비종을 쳤으니 슬슬 일어나서 교실로 향하죠."

사미는 한쪽 손으로 카이란의 팔을 잡으며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다른 한쪽의 손

은 쓰레기 봉지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모습이 조금 어정쩡 했다.

"자 일어나세요. 백.성.님."

눈웃음을 지으며 아리아도 사미의 반대쪽에서 카이란의 다른 한 손을 잡고서는 거

들었다. 쉬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권유로 쉬지도 못하는 것과, 무엇보다 땡댕이

는 금물이니.... 카이란은 몸이 나른하고 힘들어도 억지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가지... 아~ 졸렵구나."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카이란은 기지개를 켰다. 그러자 그녀들은 픽하고 웃음을 터

트리고서는 활짝 미소를 머금는 상태에서 카이란에게 바짝 붙어 팔에 팔짱을 각자

꼈다.

"자~ 가요."

그러며 그들은 옥상에서 반 교실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여전히 피눈물 흘리지 않

고서는 못 보는 광경으로 교실로 향했다. 교실로 가는 도중 주위에 피눈물을 흘리

는 사람들을 헤쳐나가며 그들은 퍼레이드를 하는 주인공들처럼 앞으로 향했다. 여

전히 피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은 많이 있었지만... 카이란 왕따 사건 뒤로 더욱 피

눈물을 흘리는 인간들이 많아졌다.

왕따를 당했을 때 카이란은 점심시간에도 언제나 혼자였다. 아리아와 사미가 오지

않으니 당연히 혼자였을 것이고, 하루 이틀이 아닌 11일 동안 혼자서 지새웠으니

점점 그것에 대해 과장된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었다.

그것의 영향덕분인지 사미의 팬클럽 아이들이나 기타 등등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이란이 혼자 있는 모습을 보이니 그들은 은근한

통쾌감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그녀들이 카이란을 찼다! 라는 소문에 쾌거를 이루듯

기뻐했다.

당연히 소문을 못들은 카이란이 아니기 때문에... 예전같았으면 잠자코 있을 카이

란이었지만... 주위에 그런 소리라도 들리는 날에는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간 카

이란의 모습이었다.

그때의 아이들은 카이란에게 맞으면서 까지도 행복감에 젖혀있을 정도로 기뻐했다.

하지만 소문이라는 것을 너무 믿으면 나중에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눈

물을 흘리는 것을 넘어서 가슴을 도려낼 정도로 절망감이 나타나기 마련. 소문을

너무 믿은 인간들은 며칠간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그럼 백성님 나중에 봐요."

"나중에 봐요."

-쪽, 쪽-

서로 양쪽 볼에 뽀뽀를 하며 그녀들은 수줍은 듯이 미소를 지으며 각자 교실로 향

했다. 카이란은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받아들였지만... 그때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호통을 치듯 책상에 머리를 수 십 번 박거나 피를 토하면서 쓰러지는 이들과... 손

톱에 벽을 긁으며 쓰러지는 이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을 만끽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을 더해주듯 카이란은 일부러 아이들에게 약올리듯이 헬쭉한 웃음을 아

이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더 많

은 아이들이 바닥에 쓰러지는 사태가 일어났고, 덕분에 양호실에는 실틈 없이 북새

통을 이루었다. 이런 재미도 예외로 쏠쏠하다고 느낀 카이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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