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이세계 드래곤 [18] 2.첫사랑.
"에엑! 그런게 있어?"
"아이! 참! 오빠는 학교에서 뭐하면서 지내는 거였어?"
"아니... 뭐하면서 지내는 것보다는... 하하하핫.. 맨날 잠만 자지 뭐.. 하하하하
하하하하!!"
"으이구... 하여튼 맨날 태평하게 지낸다니까...."
머쓱하게 웃는 카이란의 얼굴을 보며 민지는 불만스럽다는 얼굴로 표정을 찌푸렸다
. 카이란 옆에 있는 사미가 살짝 웃음을 내뱉고는 말했다.
"그래도 백성님은 좋겠어요. 다들 이런 날만 되면 굉장히 불안초조하면서 잠도 못
자는 사람이 많은데... 백성님은 불안초조도 아닌 오히려 그런 것까지 모르고 계시
다니.... 대단하다고 말을 해야 하나요?"
"맞아요 맞아요! 어떻게 오빠는 그런 것도 모르는지.. 지금 오빠의 모습을 보면 완
전히... 학교는 다른 사람들도 다니니까 오빠도 따라서 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라니까요. 그러니 맨날 바보라는 소리를 듣지."
사미의 말에 민지도 덩달아 맞다라는 식으로 박수까지 치며 말을 했다. 졸지에 바
보 취급을 당한 카이란은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완
전히 말발에서 졌다라기 보다는 그녀들의 말이 당연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사미와 민지만 카이란을 몰아붙이듯 말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옆에
있는 아리아는 가만히 웃으면서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요? 아리아 언니? 언니도 보면 우리 오빠 조금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
아요?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는지... 그쵸?"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는 아리아를 향해서 무기를 주듯 민지는 이야기의 흐름
을 아리아에게도 번지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아리아
도 민지의 말을 듣고서는 눈웃음을 지었다. 눈웃음을 짓는 아리아를 보며 민지는
재미없다는 식으로 얼굴을 돌리려는 찰나 아리아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네! 언니도 확실히 오빠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죠!? 그쵸! 맞죠? 어떻게 그런것
도 모르는지.. 정말 바보가 아닌 이상 힘들다니깐요?"
잠자코 있던 아리아가 한마디만 말하자 민지는 고개는 바람을 가르듯 아리아를 쳐
다보며 말을 주절거렸다.
'저게 내 동생 맞는지.... 으이구... 나를 저렇게 몰아붙이고 싶은지....'
민지의 행동에 카이란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과연 저게 오빠를 좋아하는 동생의
모습인지 카이란은 의심이 갈 정도로 황당했다. 하지만 민지가 그렇게 카이란을 몰
아붙이듯 말을 했지만... 아리아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말했다.
"아까부터 말을 끼지 못했는데... 도대체 중.간.고.사가 뭐에요?"
"크헉!!!"
더욱 바보라고 불릴만한 인간(엘프)은 바로 아리아였던가..... 천진난만한 미소 속
에 아리아는 이상한 말을 내자 사미와 아리아는 놀랬다는 얼굴로 입이 벌어져버렸
고,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보며 아리아는 또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까부터 중간고사가 뭔지 모른다고 해서 백성님이 지금 놀림 당하고 있는가 보면
은... 분명 중요한 것 같은데..... 그리고 보니 학교에서도 그런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헤헷.. 저도 잘 모르겠어요."
카이란만 제외하고는 모두 입이 쩍하고 벌어진 상태에서 굳어버렸다. 나이 18세의
엘프 아리아의 말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은 거기에서 중단되어버렸고, 사미와 민지
의 사이에 가을이라는 시기를 가르쳐 주듯이 낙엽하나가 휭하니 날아갔다.
중간고사다! 방학이 끝났으니 당연한 시기였다. 이것이야말로 행복 끝에 불행이 닥
쳐온다 라고 말을 해주듯 모든 학생들의 불행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이 시험이라는 것이지만... 이것은 즉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답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시험을 눈앞에 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공부 과제를 가지고 다니며 어디에서나 공
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나 공부에 미친 아이
들은 어느 때와 상관이 없는 광경이었지만... 시험 날짜라는 것이 무섭긴 무서운지
평소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앞에서 줄을 짓는 모습이 보이거나 간혹
비닐 봉다리에 문제집이 들어가 있는 것도 많이 보였다.
"헤에.. 중간고사라는 것이 무서운 건가?"
카이란은 주위를 둘러보며 중간고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게 여겼다. 평소
때보다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 광경이 보이니 카이란의 느낌으로서는 중간고사라는
것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것인가 라는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시험! 얼마나 무서운데! 그것을 잘 보면 칭찬을 얻는 것이겠지만! 못
보면 무서운 부모님의 사랑(?)의 매가 달려있는데 안 무서울 리가 있겠어! 결과라
는 것을 생각만해도 전신이 소름이 끼친다니까!"
"케켁! 그럼 부모님의 사랑(?)의 매 때문에 그렇게 필사적으로 공부를 한단 말이야
!?"
"아...아니.. 그건 아니지만........ 헤헷.. 나도 사실은 잘 몰라."
뒷머리를 긁으며 민지는 헤픈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 그렇지 라는 얼굴로 민지의
얼굴을 보며 카이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험이라는 것은 말이에요... 음... 자신의 능력을 보는 것이에요. 실력이 있어야
앞으로 사회에서 이사람의 평가를 쉽게 알 수 있게 만드는 제도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학생들이 미래의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 절차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앞
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 아주 중요한 것일 수도 있으니 열심히 하는 것이지
요."
사미가 싱긋 웃으며 시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자 주위에 있는 아리아, 민지, 카이
란은 대충 알아들었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군..."
또다시 주위를 흩어보며 단어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앞으로 걸어가는 인간들을 보
았다. 카이란은 시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곳 세계처럼 중간고사
라는 시험을 따로따로 불리는지는 모른 상태였다.
예전에 자신의 세계에서 살고 있을 때도 시험이라는 것을 거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1년에 한번밖에 하지 않는 시험이었다. 1년 동안 배운 것을 어
떻게 소화했는지를 보는 시험이랄까? 필기시험도 있지만... 카이란은 언제나 필기
시험은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정체를 가르쳐 주면서 협박을 해서 모든 것을
마스터했기 때문에.. 얼핏보면 카이란은 실기 시험도 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민지에게 시험이라고 말을 했으면 알아들었을 텐데... 애초에 '중간고사'
라고 그러니 카이란은 알아들을 수가 없던 것이었고, 그것 덕분에 바보 취급까지
당했던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중간고사라는 것을 언급했었지만... 카이란은 그때
그냥 그런가보다 라는 식으로 넘어간 상태라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았고, 무엇
보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옳았다.
그리고 아리아 역시 카이란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리아도 이곳 인간세계의
학교는 처음 다니고 있는 상태였다. 모두 책에서 배우거나 자신들의 같은 종족인
엘프들에게 배운 것이 다라서 학교에서 시험이 있다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또한
그녀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시험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알아들었겠지만... 중간
고사라는 말은 몰랐던 것이다.
"오빠도 열심히 공부해! 계속 놀지만 말고!"
"네... 네.. 알겠습니다요...."
비아냥거리듯 건성으로 대답하는 카이란의 모습에 민지는 입살을 찌푸렸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어느정도 앞으로 걸어가자 앞에는 버스 정류소가 보였다
. 버스 정류소 앞에 다다르자 사미와 아리아는 카이란의 팔짱을 풀며 앞으로 나섰
다.
"그럼.. 백성님 저희는 여기에서 헤어져야 겠네요."
"에엣? 왜요? 언니들 집에 가려면 아직 멀었잖아요. 왜 여기에서 헤어지려고 그래
요?"
놀란 눈으로 민지는 사미와 아리아를 번갈아 보았다. 거리를 보면 아직 한참을 가
야하는데... 사미와 아리아가 먼저 가겠다 라는 말을 하니 놀랄 만도 했다.
"미안 민지야. 오늘 사미양과 같이 내일 도시락 반찬거리와 쇼핑을 해서 뭐 좀 사
기로 했거든. 그래서 여기에서 버스를 타고 백화점으로 바로 갈 생각이라서...."
"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미안 민지야.. 그럼 백성님 내일 봐요."
손바닥으로 민지에게 사과를 보이며 사미와 아리아는 카이란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고서는 버스정류소 앞에 섰다. 그리고 때마침 버스가 정류소 앞에 섰고 그녀들
은 그 버스에 몸을 실었다.
"흐음... 오랜만에 오빠와 둘이 가야하네...."
"그래? 그런데 뭔가가 불만이 있다는 소리 같다."
민지는 카이란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고는 말했다.
"글세....... 왜 그렇게 안좋은 쪽으로 듣는 거지? 그렇게 들리면은 오빠가 너무
불경스러워서 그래."
"쳇! 어쩟든 집에나 가자고."
"응. 그러면 사미와 아리아 언니에게 미안하지만 오랜만에 오빠와 팔짱을 끼면서
걸어갈까? 예전에는 자주껴서 집에 갔는데.. 사미언니와 아리아 언니가 있는 뒤로
부터 잘 끼지 못했으니 오랜만에 끼면서 갈까?"
어느새 카이란 옆에 다가간 민지는 웃으면서 오빠와의 팔짱을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오랜만에 같이 집에 가는데... 팔짱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지
. 또한 브라더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 민지이니... 팔짱을 끼고 싶은 것은
당연하겠고... 하하핫!"
웃으면서 놀리듯이 말하는 카이란의 말에 발끈한 민지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뭐...뭐야! 내..내가 어째서 브라더 콤플렉스야!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도 마! 내
가 왜 오빠 같은 사람이 뭐 좋다고 그럼 콤플렉스에 걸려! 마..말도 안 되는 소리
작작 하라고! 이래봬도 나는 한 인기 하는 몸이니 착각하지 말라고! 괜히 오빠 곁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오빠가 심심할까봐 같이 있어주는 거라고!!"
하지만 찔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법. 지난번에도 이 말에 찔려서 말을 더듬었
는데...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인지 이번에도 말을 더듬거리며 애써 아니라고 부
인하기 시작했다.
"흐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는데... 민지야 이 오빠의 마음을 아니까
이 넓은 가슴에 안기려무나... 하하하핫!"
"허...헛소리하지마! 이 바보야! 안길 가슴이 없어서 내가 오빠의 가슴에 안길까?
우..웃기는 소리 하지도마! 그리고 말하는데! 나는 절대... 브...브라더 콤플렉스
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확실히 알아둬!"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카이란은 얼굴이 붉어져서 부인하기 시작하는 민지의 모습이 웃겼는지... 유쾌하게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민지도 카이란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왠지 놀림 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화악 얼굴이 더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서는 삐진 어투로 말을 내뱉
었다.
"몰라! 이 바보 오빠야! 흥이닷!!!!"
콧방귀를 뀌는 동시에 민지는 뒤를 돌아보며 혼자서 성큼성큼 집으로 향했다. 화가
났는지 아니면 창피를 당해서 그런지 민지의 얼굴 색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모
든 피가 민지의 얼굴에 쏠린 것 같이 귀와 목까지 빨개져 있었다. 그런 민지의 귀
여움에 카이란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가며 카이란은 민
지의 곁으로 갔다.
"민지야."
".........."
"흐음.. 화났나 보네..."
".............."
카이란은 민지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이 성큼성큼 앞으로만 걸어가기만 했고
, 살짝 양볼이 퉁퉁 부어 올라있나 보면 민지의 얼굴에는 삐져있다는 것을 잘 나타
내 주고 있었다.
"요! 귀여운 것!!!"
-부비적 부비적-
그래도 삐진 민지의 얼굴은 여전히 귀엽기 때문에... 민지가 화가 나 있어도 카이
란은 서슴없이 민지의 볼을 자신의 볼과 맞대면서 부비적거렸다.
"으..으악! 이 변태 오빠가!!"
변태를 보는 마냥 민지는 큰소리를 지르며 카이란과 떨어지려고 발악을 했다. 하지
만 카이란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발악을 쳐봐야 허공에서 발구르기 밖에
되지 않았다.
"헤헤헤! 화난 것 풀어지면 이 오빠가 놔주지! 안 그럼 부비적거리는 것 계속 할거
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 변태같이 부비적 거리지마!"
협박 비스름한 식으로 말하니 민지는 어쩔 수 없이 화를 풀 수밖에 없었다. 민지의
대답을 확실하게 들은 카이란은 흡족한 얼굴로 미소까지 흘리며 민지를 품속에서
놔주었다.
"헤헤헤.."
"우씽~"
짜증을 내듯 민지는 투덜거렸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지... 그것에 대
해서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카이란이 자신을 번쩍 들고 부비적거렸기 때문에 민지
는 흩트려진 옷을 바로 정리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도 민지의 얼굴 표정은 풀
리지가 않은 채로 있었고, 그것을 본 카이란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양손을 벌
리며 말했다.
"자~ 우리의 천사 민지양이 화가 풀리셨습니까?"
카이란은 양손을 벌린 상태에서 말하는 동시에 한손은 아랫배를 향했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듯 깍듯이 허리까지 숙이며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민지는 그런
카이란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푸...풋!!!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아이참 오빠도..."
"이제 풀렸냐..."
"참나.. 하여튼 오빠는.... 이상하다는 것 알아 줘야해..."
결국 삐졌다는 것을 낼 엄두도 못하고 그만 풀어져 버린 민지는 입가에 미소를 담
고 말을 했다.
"자 그럼 갈까요? 사랑스런 공주님?"
카이란은 한쪽 손을 구부린 채로 팔짱을 낄 수 있게 민지 옆에 내밀었다. 그리고
카이란은 활짝 웃음을 머금고는 말했다.
"그대의 손이 저의 팔에 낄 수 있는 영광을 주실 수 있습니까?"
"네.. 그러지요.. 후훗.. 그럼 잠시나마 실례를 무릅쓰고 그대의 팔을 빌리겠습니
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어줍잖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풋....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리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소, 길거리에서 엄청나게 대소를 터트리며 가는 사람
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며 꼭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듯했다. 그것을 느낀 민지는
얼굴이 붉어지며 웃음을 멈추었다. 그리고서는 수줍은 듯이 조심스럽게 카이란의
팔짱을 꼈다.
"그럼 가실까요? 공주님?"
"네..."
함박웃음을 띤 얼굴로 그들은 사이좋게 집으로 향했다. 누가 보면 팔불출 남매들이
라고 욕할줄 모르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