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52화 (152/277)

-하이!! 나야 나!-

카이란은 금방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수화기에 시끌시끌한 소리가 나는가 보면 밖

에서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밖이라 그녀의 목소리는 깨끗하지가 못한 소리였지만

금방 누구인지 알았고, 아까 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혜진이였다. 밖이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수화기에서 목소리가 마이크로 말하듯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긴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우리 집 전화번호를 알았냐?"

-얼래? 기쁘지 않는 모양이네?-

물론 기쁘기야 기쁘지... 민지의 엄청난 마수에 빠져나올 수가 있었는데... 라고 말

을 꺼내고 싶었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 말을 꾹 삼켰

다.

"아니.. 기쁘기보다는 조금 황당했을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

-흐음.... 너무한데.. 첫사랑의 상대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그런 것이나 물어보다니.

.. 너는 첫사랑의 취급을 그렇게 밖에 해주지 않냐? 최소한 기쁘다는 것을 나타내

줘야지...-

담담한 어투로 나가는 카이란의 반응에 혜진이는 툴툴거리며 약간 삐진 어투로 말을

했다.

"흐음.. 뭐.. 그렇게 기뻐할 일은 아닌 것은 당연하잖아? 아직 너에 대한 기억도 없

고 그러니.... 난 담담해 질 수밖에..."

-쳇! 어쩟든.. 일부러 전화 한 거야. 그런데 여전히 나에 대해 기억 못하냐? 내가

찬게 그렇게 충격적이라 기억까지 잊어버렸나? 흐음... 그런데.. 아직도 전화번호가

건제하구나.. 나는 그냥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인 너를 봐서 오랜만에 앨범을 보면서

호기심 삼아 전화 해 본 것이었는데.... 다행히 이사는 안 갔나 보내.-

중학교 앨범을 보면 뒤에 전화번호와 주소가 찍혀있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녀가 어떻

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눈치를 채며 말했다.

"앨범에서 우리 집 전화번호를 찍어 봤던 거군..."

-응. 그래.-

"그런데.. 무슨 볼일 있어?"

-아니... 별로.. 그냥 전화한번 해 봤다니까... 무슨 볼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라는

법 있니? 그런데 정말 너 X가지 만땅이다. 어떻게 너의 첫사랑인데.. 그런 말도 잘

도 하냐? 내가 이렇게 몸소 전화를 걸었으면 영광인 듯 모셔야지.. 그렇게 하다니..

너도 많이 컸다.-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혜진이의 말에 카이란은 발끈거리듯 한마디했다.

"시끄러...."

-쳇! 그냥 전화도 확인 할 겸 일부러 해 본 것 뿐이야.. 볼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야..-

"흠.... 그런데.. 말야.. 내가 깜빡 잊고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내가...

기억....."

카이란은 이때 혜진이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카이란은 말

을 다 잇지 못했다. 누군가가 멀리서 혜진이를 부르는 소리났기 때문에 혜진이는 카

이란의 말을 가로채며 먼저 말했다.

-미안.. 미안... 친구들이 나를 부른다.. 이따가 보자.. 그럼 안녕!!-

그렇게 말해놓고 혜진이는 카이란의 말도 듣지 않고 먼저 끊어버렸다.

"쩝...."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카이란은 자신이 들고 있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자신의 방

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가는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보니.. 그 녀석도 시험 아니었나? 인간들은 시험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시험 날에 저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흐음.. 뭐.. 상관없겠지....'

혜진이도 시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런 혜진이에 대해 조금 의

아하게 생각했다. 시험인데.. 저렇게 밖에서 놀고 있으니... 조금 이상할 만도 했지

만... 자신의 관심 밖의 내용이라 카이란은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지웠다

.

다시 방으로 올라가면 민지의 얼굴보기가 무섭긴 했지만... 어디 피신할 곳이 없기

때문에 카이란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딸깍-

방문을 열고 카이란은 문을 열었다.

"에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문을 열자마자 민지의 능글맞은 웃음이 카이란을 맞이했다. 사악한 웃음이 아닌 놀

리는 듯한 웃음으로 자신을 보자 카이란은 의아한 시선으로 민지를 보았다.

"뭐야... 그 웃음은?"

"에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궁금하게 여기며 민지를 보며 말을 했지만.. 여전히 민지는 이상한 웃음을 내뱉고는

카이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란은 순식간에 민지가 왜 그

런지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아앗!!!"

민지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인지 눈치를 챈 카이란은 두 눈이 커지며 큰 소리로 탄성

을 뱉었다.

"너...너! 그것! 프라이버시 침해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

프라이버시 침해.. 민지는 여전히 능글맞은 웃음만 보이고는 카이란의 말에 대답도

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이곳의 집은 예전에 말했지만... 부자다. 부유층의 집안이

다. 부유층이면 당연하게 자식들의 집 안은 말은 하지 않아도 최신식으로 도배를 한

곳이다. 그러면 기본은 뭐가 있겠는가? 당연히 TV는 기본, 미니 콤포넌트와 비디오,

덧붙여 DVD플레이어도 있다. 이런 비싼 것으로 도배를 한 곳인데.. 그 흔한 전화기

하나 없겠는가? 당연히 있다.

아까도 언급했듯.. 민지가 카이란을 가지고 새우꺾기를 했을 때 들려오는 전화기 소

리에 정적이 흐른 적이 있었다. 이것만 봐도 카이란의 방에는 전화기가 있다는 뜻인

데.. 카이란은 그때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만... 장작 자신의 방에

전화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던 것이다. 그리고 민지는 홧

김에 일부러 카이란의 방에서 전화를 받으며 프라이버시 침해를 거치고는 카이란이

올라올 때 능글맞은 웃음으로 맞이했던 것이다.

"헤헤헤헤헤헤헤헤... 오빠가.. 처~사~라~앙이 있었네.... 기억만 잊어먹지 않았다

면.. 꼬치꼬치 물고 싶었는데... 첫사랑이라니... 헤헤헤헤헤헤헤 오빠도 그런

비참한 기억이 있을 줄이야.. 아깝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오빠의 첫사랑이 있었

을 줄이야... 에헤헤헤헤.... 오빠가 말했던 연관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처

음부터 왜 과거를 물어봤는지 이상하게 여겼는데..... 첫사랑이라니...... 어쩐지

오빠가 순순히 말을 해 주지 않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설마 첫사랑이었을

줄이야....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

능글맞은 웃음과 얄팍한 눈웃음까지 합쳐서 말하는 민지를 향해 카이란은 할 말이

없었다. 역시 아까 마이크처럼 울리던 그 음향효과(?)는 민지가 수화기를 들고 있는

상태여서 그런 소리가 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사나이

의 꺼린 약점은 크나큰 쥐약인 법이다.

"첫~사~랑~ 아! 가슴 시린~ 첫사랑! 오빠가 기억만 있었다면 얼마나 가슴이 저릴까~

아~ 나의 사랑스런 첫사랑~ 그대는 나의 첫사랑이라 사랑하 첫~ 사~ 랑~!"

얄미운 말만 콕콕 내뱉고는 첫사랑에 대한 애절한 표정과 행동을 가지가지 지으며

카이란을 놀리듯 말을 했다. 역시 카이란의 예상대로 민지는 첫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자 카이란을 놀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밝혀내고 싶지 않은 첫사랑에 대해 민

지에게 모두 들켜버렸고, 재수 옴 붙게 새우꺾기까지 당한 불운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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