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53화 (153/277)

이세계 드레곤 [외전]

외전. 나의 꿈은.....

꿈이 있었다. 나의 꿈은 연예계에 데뷔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감동하고 유쾌하게 웃는 것이 나에게는 소박한 꿈이었다

. 나의 연기에 많은 이들이 같은 행복을 느끼면 얼마나 기쁠지 나는 그런 상상을 자

주 했다. 큰 꿈 작은 꿈이라는 것은 없다. 꿈이라는 것은 자신이 이루고 싶다는 것

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은

꿈이라고 해도 그것을 소중히 하고 이루고 말겠다 라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것이 앞

일에 대한 미래가 결정이 되어주는 것이다.

미래는 한가지가 아니다. 여러 가지로 나눠져 있는 것이 미래이다. 자신이 왼쪽으로

가면 외쪽으로 가는 쪽으로 미래가 바뀔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

는 미래가 바뀔 수가 있다. 무심코 내뱉은 그 한마디도 그의 미래는 좌우가 된다.

나의 꿈이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내 자신조차 나의 미래

는 예견할 수는 없고, 누구하나 나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미래는 곧 인생의 재미이

기도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미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뿌앙!-

한 대의 전철이 내 뒤로 지나갔다. 뒤에 지나갔는데도 맨 앞에 있어서 인지 나의 긴

머리가 크게 휘날리며 찰랑거리듯 서로가 서로를 부딪치며 흔들거렸다.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지하철이라 아래는 지하니 케케한 냄새까지 함께 나의 코는 먼지로 가

득 했으니... 좋을리는 없었다.

아직 러시아워시간대가 아니라 무척이나 한산하다. 전철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몇

명 내라고 몇 명만 타는 시간대라 손꼽아 샐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여유가 묻어나

는 가운데.. 문이 닫히려고 할 때 뛰어가서 억지로 타는 사람은 꼭 존재하는 법이다

. 왜 그리 바쁠까? 뭐가 그리 바쁠까? 3-4분도 기다리지도 못하는 중요한 약속이라

도 있는 것일까? 사람은 여유를 가져야 좋다고 하는데.. 왜 사람들은 그 3-4분을 기

다리지 못하는 여유가 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선배 이걸 꼭 해야 해요? 왠지 하기 싫은데.... 안 하면 안 되요?"

안색이 조금 파랗게 질린 채로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는 앞에 있는 무대포처럼 생기

기도 하고 어찌보면 폭삭 애늙은이 같이 생긴 사람에게 겁에 지린 표정으로 말을 했

다. 그러자 그 애늙은이 사람은 눈에 힘을 주며 그놈을 노려보고는 힘차게 말을 내

뱉었다.

"얌마! 깡이야! 깡! 남자가 말이야! 이것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무대 위에 서겠냐!?

앙!! 너는 왜 이곳에 들어왔냐! 들어와서 실천도 아닌 이론만 배우고 끝을 보고 싶

으냐? 사람은 연습 없이는 모든 것이 힘들다! 모두 이런 배짱과 깡이 없는 한 너는

영원히 오르지 못할 나무만 쳐다보게 될 뿐이다! 사람은 도전이 있어야 성공하는 법

이다! 알겠냐!"

인생살이 몇 년을 더 살았다는 듯이 뭐 좀 안다는 듯이 말하는 이 사람은 나보다 한

살 많은 고등학교 선배이다. 지금 나의 주위에는 나의 또래같은 아이들이 네명정도

있었고, 나보다 윗선배들도 몇 명 있었다. 아직 학교가 끝나지 않아서 교복을 입은

채로 우리들은 지하철에 타는 곳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땡땡이도 아

닌데.. 왠지 땡땡이 같았다.

지금 나를 제외한 아이들은 지금 안색이 모두 파랗게 되어 있었다. 두렵다기 보다는

... 무언가 걱정이 앞서는 아이들이 표정들이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는 표정으로 담

담하게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쿵쾅쿵쾅 심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차분했다. 이미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도 이런

것은 많이들은 얘기고, 나도 이 고난을 언젠가는 겪어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

문에 마음만큼은 차분했다. 어찌보면 나는 이것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서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는 흥분감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마리는 안 해도 되. 너는 예쁘니까.... 헤헤헤헤..."

애늙은이 선배가 나에게 실실 쪼개는 얼굴로 아첨을 하듯 말을 하자 주위의 아이들

은 편견이 심하다고 투덜투덜 거리는 모습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얼굴 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니요. 싫어요. 저도 이것 꼭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담담하게

선배의 얼굴을 무시했다. 괜히 기분만 더 나빠졌다. 순간 선배의 얼굴은 약간 아쉽

다는 듯한 얼굴을 지었지만 순식간에 그런 표정을 지우고 모두 앞에서 소리쳤다.

"그래? 어쩟든 모두들 준비 됐지!?!"

"예에....."

"......예........"

모두 각자 대답을 했지만.. 하나같이 힘있게 대답하는 놈은 없었다. 대답을 들은 선

배는 또다시 눈을 부릅뜨며 후배들에게 다시 한번 기합을 주듯 소리쳤다.

"이 자식들 오늘 기압 받고 싶어 환장했어!? 큰 소리로 대답 안 해!!?"

"네넷!!"

큰소리로 대답을 했지만... 자진으로 대답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큰소리

로 대답하는 아이들이었다.

-뿌앙!-

또 한 대의 전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 앞 쪽에 전철이 오고 있었다. 모

두들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고, 파랗게 질려 있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라는 것은 전 국민이 귀를 막고 다녀도 모두 익히 알고 있는 말

들일 것이다. 하지만 말만 그럴싸하게 만들기만 하고 모두들 실천을 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인간들의 행동이다. 자가용이 있는데.. 왜 '뭣하로 돈을 내고 움직이지'라는

생각과 약간이라도 덜 걸어가기 위해서 자신들의 자가용을 타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다. 결국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다른 것을 탈 의무가 없는 식으로

약간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대중교통이라는 것을 이용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이라는 것은 신속하고 편안하고 쾌적하게 쉽게 이동시키면서 사람들을 돕도

록 만들지만 때로는 연습상대가 될 수 있는 연습기구이다. 어떻게 연습상대가 되는

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 연습이라는 것은 모두 같은 것만은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 연습상대가 되는 이곳에 와서 연습을 하려고 준비중인 상태이다.

"자! 그럼 너부터 가라! 성공하면 사는 것이고 실패하면 죽은 것이랑 다름없다!!"

이상한 말을 내뱉으며 선배는 앞에 대기하고 있는 놈의 등을 딱 쳤다. 그놈도 이제

는 포기했는지 어차피 겪어야 하는 것 해보자라는 식으로 굳은 얼굴로 눈앞을 응시

했다. 그리고 전절의 문은 스스륵 하면서 열렸다.

"에잇! 난 람보닷! 두다다다다다다다닷!! 으윽.. 클럭... 에잇! 또 받아랏!! 투다다

다다다다닥!! 앗!! 적군이닷! 이런 후퇴닷!! 에잇! 이것도 마저 받아랏!! 투다다다

다다다닥!!! 으윽!! 빌어먹을!!! 난 그래도 불사신이닷!!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놈은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온갖 쇼를 다하면서 총을 쏘는 시늉과 총에 맞

아 쓰러지는 시늉을 하면서 그는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쇼를 보였다. 당

연히 사람들은 일제히 그놈에게 시선이 향했고, 웃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놈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여전히 연기에 몰두했다. 이것이 바로

연극부라면 당연히 거쳐야하는 전설 속에 알려진 람보게임이라는 철판깔기 게임이다

. 모두의 앞에 연기를 하려면 당연히 철판을 까는 연습과 긴장감을 덜해주는 연습을

해야하니 이것이야말로 닥 알맞은 연습이다. 그놈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우리들은

저 멀리 피신한 상태였다. 당연히 일행이 아닌 척 행동을 하고 있었다.

-뚜르르르르르르르-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그놈은 재빨리 구르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밖으로 향하려고 했

다.

"안 돼!!!"

하지만 처참한 비명과 함께 그놈은 타이밍을 못 맞춰서 그만 문과 함께 갇혀 버렸다

. 그리고 띠리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일행들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 보았다. 선

배의 한 말 중... 실패하면 죽는다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일순간이었다.

"후배여.... 너의 멋진 최후의 일생이었다. 너의 마지막 행동, 나의 머릿속에 각인

이 되었다. 부디 오래오래 기억해 두마...."

죽었다는 식으로 선배는 카톨릭 주교에서 자주 하는 십자가를 그리고는 두 손을 꼭

모았다. 선배뿐만 아니라 주의의 내 또래도 똑같은 행동을 보였고, 나 역시 똑같이

했다. 지금쯤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을 하자 진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녀석에 대한 애틋한 동정심이 와닫다. 왠지 그 전철은 나의 또래 한 명을 저승으

로 데려가는 저승행 열차를 보는 것 같았고, 아직도 그의 비명이 나의 귓가에 울리

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으로 봤지!? 저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거다! 저렇게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으면 시간에 맞춰서 나올 수 있도록! 알았나!?"

"네넷!!"

저렇게 되지 않으려고 모두들 성공을 하겠다는 결의라 서려 있었다. 나 역시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이런 게임을 한번 해 보고 싶다고 흥분을 한 상태이지만.. 실

패를 하면 나 역시 죽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니 실패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그래서 모두들 기합이 잔뜩 들어간 것 같았다.

역시 죽음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담력 시험을 마치고 우리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나도 당연히 그 람보게임이라

는 것을 했다. 묘하게 흥분했었지만.. 막상 해보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소극장 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들 있는

곳에 연기를 하니 지금 람보게임이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자 아무것도 아닌 느

낌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경험의 덕택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활동시간이라 우리는 학교를 빠져나왔던 것이다. 특별활동이 끝났으니 다시 돌

아오는 것은 당연했다. 각자 선배에게 작별인사를 해 놓고 나는 내 반으로 돌아가려

고 했다.

"마리야..."

뒤에나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가 누구인지 안다는 식

으로 나는 얼굴먼저 찌푸렸다.

"왜요?"

그리고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으며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애늙은이 선배가 아랑

거리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냥.. 하핫.. 혹시 시간 있어? 내가 맛있는 분식점에서 한턱 쏠게. 방과후에 괜찮

지?"

"없어요."

매정하게 딱 한마디만 내뱉고는 나는 바로 뒤를 돌아보면서 나의 교실로 향했다. 그

때 선배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래도 콧대 높은 계집이라고 욕이

라고 하고 있겠지? 뭐?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 나는 예쁘다. 공주병이라고

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다른 아이들보다 예쁘다. 긴 생머리에 티 하나 없

는 반지르르한 얼굴 피부. 어딜가도 손색없는 나의 얼굴이기 때문에 주위에 남자들

은 끊임없이 쫓아다닌다. 이것이 다 나의 꿈을 위한 가꿈이라는 결과다.

나의 꿈 때문에 그런다고 하지만 주위의 시선이나 남자들은 성가시도록 나에게 찍쩝

되는 일이 다반사다.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아니 없을 것이다.

남자친구는 나의 꿈에 방해만 될 뿐!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남자라는 것을 만들고 싶

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반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직 특별활동시간이 끝나지

가 않았는지 교실에는 몇 명 아이들이 오지 않은 상태였다. 가방을 달 챙길 무렵 그

때부터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윽고 특별활동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종이 울리자마자 몇 분 후에 선생님이 오셨고, 바로 종례가 시작되었다. 선

생님의 종례가 끝난 후 나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왔

다.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모두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

들의 장단에 맞춰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는 많이는 가지 않고, 교문 앞에서

두리번거리면서 누구를 찾았다.

"마리야!!"

고운 미성과 함께 청아한 목소리로 어느 여성이 마리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마리는

그녀가 누구인지 아는 듯이 반가운 얼굴을 하며 그녀를 맞이했다.

"얼래? 오늘은 네가 늦었네?"

"응. 종례가 좀 길어져서.... 미안."

조심스럽게 사과까지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한숨 어린 미소가 났다.

"이 바보야. 그거 때문에 미안해 할 것까지는 없잖아. 종례는 선생님 마음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그런가.. 미안..."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이름은 인혜라고 하는 나의 단짝 친구이다. 나와 다르게

언제나 차분하고 조용하게 말하는 그녀의 성격이다. 그리고 성격 이미지와 알맞게

그녀는 얼굴까지 미인이다.

"오늘도 바로 거기로 갈 생각이야?"

"응.. 아무래도 가봐야겠지.... 그래야 나의 꿈이 한발자국 다가설 것 아냐."

"하긴... 열심히 해. 너는 꼭 할 수 있을 거니."

웃으면서 말하는 인혜의 얼굴은 정말 천사가 따로 없었다. 성격도 천사인데.. 얼굴

까지 저렇게 고우니... 나는 정말 인혜가 좋았다.

"고마워. 헤헷.."

나의 말에 인혜는 또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여신의 미소를 보

는 것 같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혜는 얼굴이 예쁜 반면 남자아이들을 그렇게 따르

지 않는다. 너무 고리타분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가 보았다. 내

가 남자였다면 인혜를 잡을 텐데...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런데... 아직도 그 선배가 쫓아다녀?"

"당연하지! 얼마나 찍접 되던지.. 짜증이 절로 유발 시켰다니까! 주제를 알아야지!

망할 애늙은이 뚱땡이! 네 얼굴이나 보고 나에게 그런 얘기를 꺼내라!"

그 선배의 얼굴을 생각하니 멋대로 욕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최소한의 예의로 가

운데 손가락만 피고는 그 선배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손가락의 의미를 퍼부었다. 정

말 주제를 알아야지.. 쳇! 나도 엄연히 여자다. 아무리 나의 꿈 때문에 남자를 사귈

마음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밝힐 것은 밝히는 어쩔 수 없는 여자의 본능이다. 보

통 여자랑 다를 봐 없는 나도 본능적으로 외모를 따지는 나의 마음 때문에 그 선배

가 나에게 온다는 것 자체는 정말로 끔찍하게 싫었다.

"헤헤.. 하긴.. 네 성격으로 봐서는 그 선배 싫어할 만도 하지. 하지만 하는 행동은

귀엽지 않아? 난 그런 선배의 귀여운 행동이 마음에 들던데."

그 말에 나는 똥씹은 얼굴로 멍하니 인혜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시에 굳어졌다.

"저..절대 귀엽지 않아! 역겨우면 역겨웠지!!!"

정말 인혜도 알다가도 모르는 성격 같았다. 그 선배의 얼굴이 귀엽다니! 절대 그렇

지 않아!!

"그래...? 후훗..."

웃음을 지으며 인혜는 대충 마리의 말에 수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선배에 대한 이미지는 굽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잘하면 인혜가 그 애늙고

뚱뚱한 역겨운 선배쪽으로 빠질 염려가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인혜는 내가 지켜

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혜야 넌 내가 지킨다!

"자! 그럼 나 먼저 갈게. 그럼 내일 봐."

손을 흔들며 먼저 가는 인혜를 바라보며 나도 똑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인혜는

자신의 시야에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는 손을 계속해서 흔들면서 뒷걸음으로

가고 있었고, 결국 인혜는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쿡쿡쿡...."

나는 인혜의 모습에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다시 손을 흔들면서 인혜

가 보이지 않을 때가지 나도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나는 앞에 보이는 전철역 안으

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서서히 몰리기 시작했다. 슬슬 러시아워시

간대라는 것을 예고를 하는 듯 했다.

-뿌아아앙!-

전철이 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앉아 있던 벤치에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뒤쪽

으로 줄을 서면서 전철을 탔다. 내가 가는 곳은 그리 멀지 않다. 전철타고 10분 정

도만 가고 도보로 10분 정도만 더 걸으면 목적지가 도착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간이 러시아워 때라도.. 나에게는 그리 상관이 없었다.

10분 정도 가다나 나의 목적지가 나오자 나는 전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10분 정

도 걸었다. 생각과 몸이 따로 놀아도 될 정도로 나에게는 익숙한 길이라 멋대로 몸

이 움직이는 것 같이 나는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동시에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안에는 미남 미녀들이 많이 있는 곳이

었다. 사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 레오타드 복장을 입은 사람이 더 많았다.

지금 이곳은 연기자 지망생이 자주 오는 연기 학원이다. 조금 유명한 연기 학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다니고 있는 곳이다. TV에서 보면 가끔 엑스트라 보조

출연을 해 주는 곳이 이곳이고, 유명한 연예인도 이곳에 거쳤다는 곳이기 때문에 많

은 사람들이 이곳 학원에 다닌다. 그중 나 역시도 그것 때문에 이 학원을 선택했다.

물론 이 학원을 다닌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의한 것이지 얼굴이 예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

었다. 미모는 당연히 TV에 나오려면 카메라에 어느정도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외모

를 키우는 것이지 그 이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외모를 중요시 가꾸며 키운

것이었다.

"연기라는 것은 표정을 살리는 거에요. 대본을 보고 그 대사에 직접 안으로 들어가

내가 그 대본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어서 연기를 하는 것이에요. 그냥 글을 읽으면

그것은 연기가 아닌 소리내면서 읽는 것 뿐이에요. 연기는 자신의 자아를 버리고 대

본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는 거에요. 슬프고 기쁘고 그런 것을 느껴보세요. 정해

진 표정대로 움직이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움직이세요. 표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움

직이는 것이 아니에요."

글쎄.. 이론은 나도 빠삭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잘 안되니 이런 연습을 하는 것 아

니겠어! 이론만 아무리 빠삭하게 외우면 뭐해!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선

생이 이리저리 말을 해도 잘 안 되는 것이 연기이니 나는 생각 따로 표정 따로 움직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늘 열심히 연습 또 연습을 했다.

그래야 언젠가는 꼭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니...

"수고하셨습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 달리 지금 나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그만큼 나는 연기가 재미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에 표정

만큼은 언제나 발랄하다.

"아! 마리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나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부른 사람은 이곳에 연기

학원 선생님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너 혹시 조연역할 할 생각 없는지 물어보려고. 이번에 어떤 감독이 영화를

찍는데.. 18살 정도 되고 귀엽고 예쁜 외모에 조금 생기 발랄한 여고생을 찾는다고

해서 딱 너 정도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야."

그 말에 나는 두 눈이 번쩍였다.

"다..당연히 할게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두 손을 꼭 붙잡고 나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승낙의 표시와 기쁨의 표시를

둘 다 나타내며 큰소리로 말을 했다. 선생님도 그런 나의 태도에 어리버리한지 어색

한 눈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그래.. 그럼.. 내가 내일 그 감독에게 전화해 둘 테니 너는 아침에 이곳으로

와. 그리고 부모님께 말해서 내일 학교는 나가지 말고. 알았지?"

"넷! 알겠습니다."

"후훗..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네! 그럼 수고하세요!!"

큰소리로 그렇게 인사를 해 놓고 나의 지친 몸은 금방 회복이 되어버렸는지 순식간

에 학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얏호!!"

붕! 날아갈 것 같았다! 이렇게 기쁜 적은 처음이었다. 드디어 연예계에 한발자국 다

가섰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기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말도 잘 나

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갔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나는

내일에 대한 두근거림에 흥분을 한 상태이니 나의 시야에는 뭐라도 들어올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드디어 다음 날이 찾아 왔다. 아침 일찍 학교에 들르자마자 나는 부

모님께 허락을 맡은 결석계를 가지고 교장실을 찾아 선생님께 드리고는 다시 학교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갖다드리는 것도 있었지만 마음이 조금 찜찜하다는 생각에

먼저 결석계를 갖다드렸다. 그리고 바로 전철을 타고 학원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10

분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흥분감으로 인해서 나는 오늘 한숨도 자

지 못했다. 그 날 하루는 한시간이 꼭 10시간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학원으로 뛰어갔다. 아직 시간은 8시가 약간 안된 시간이

다. 너무 빨리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선생님이 빨리 오라고 했

으니까 나는 서슴없이 계단에 올라가며 학원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을 것 같자.. 나는 저절로 목소리가 작아졌다. 하지만 조용한 적막 속에서

나의 목소리는 이곳 학원을 모두 채울 수 있을 정도라서 누가 있으면 확실히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아무도 없네...."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불안감이

치솟는다고나 할까? 어제 선생님이 말한 것이 혹시 꿈은 아닐까 라는 허탈감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근처 널브러져 있는 슬리퍼를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각자의 개인 슬리퍼가 있지만... 어차피 아침에는 아무도 오지 않으

니 주위에 있는 것 아무거나 신어버렸다.

"이렇게 넓었구나...."

새삼스레 학원에 있는 무대가 이렇게 넓은지 처음 알았다. 언제나 사람들이 이곳을

빽빽하게 채우는 것만 봐서 그런지... 나의 시야에는 무대 장이 굉장히 좁아 보였는

데... 이렇게 혼자 서 있으니 정말로 넓었다.

"어머! 벌써 왔네."

깜짝 놀라는 듯한 어느 여자의 말이 뒤에서 들리자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선

생님이었다. 선생님이 오자 어제 일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자 나는 반가움

에 큰소리로 내뱉었다.

"선생님!!"

나의 큰소리에 의해서 선생님은 화들짝 놀랬나 보았다.

"아니.. 얘기 무슨 내가 오는 것이 그렇게 반갑다고 큰소리를 쳐? 심장이 다 쿵쾅거

린다."

"에...아... 죄..죄송해요.... 헤헤헤.."

배시시 웃으며 나는 선생님에게 사과를 했다.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이깟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에 이렇게 반가움을 나타내다니.....

"내가 너무 늦었지? 어쩟든 빨리 가자. 10시부터 촬영 시작한다고 하니... 빨리 가

봐야겠지?"

"네."

나는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면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선생님의 개인 자동차

를 탔고, 조수석에는 내가 탔다. 안전벨트를 매고 선생님은 차에 시동을 걸고는 어

디론가 출발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차가 조금 막혔다. 간선도로는 물론이고 일반도

로까지 빽빽하게 막혀 있자...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라는 말을 기울여 듣는 인

간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긴.. 나도 선생님의 개인 자동차를 타

고 다니는데...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리지... 어제 밤에

너무 설레어서 잠을 못 잤더니.. 지금 이렇게 졸리기 시작하네... 큰일이다.. 조수

석에 탈 때는 잠을 자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밖에는 빽빽하게 막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안에는 포근한 기운에다가 차는 덜컹거리

지도 않고 가만히 한 자세에서 앉아있으니 나의 정신 기운은 모두 꿈나라로 도망을

가는 것 같았다. 꿈나라로 가려는 의식을 붙잡으며 나는 눈을 어떻게 해서든 부릅뜨

려고 노력을 했다.

"다 왔다."

"으음...."

깜빡 졸았나 보았다. 이런... 안 자려고 했었는데... 괜스레 선생님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훗.... 마음이 들떠서 어제 자지 못했나 보네."

"네.. 헤헷..."

선생님은 나의 기분을 눈치 챘는지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웃으면서 나는

수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선생님은 내가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자 피식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어쩟든 내리자. 감독님에게 너를 소개시켜줘야 하니까."

"네넷!"

잠이 확 달아났다. 감독님을 만난다는 것은 즉 나의 재능에 시험을 본다는 뜻이기도

하니.. 긴장감이 나의 온몸을 휘감았다. 조연이긴 하지만 진짜 카메라 앞에서 연기

를 해야 하니 그것만으로 흥분이 절로 났다.

이곳 근처에 촬영이 있을 거라는 것을 잘 나타내듯 그러지 않아도 막히는 도로에 더

욱 꽉꽉 막히는 복잡한 도로가 되어버렸다. 큰 대로에서 촬영이 있는지 촬영기구들

이나 장비같은 조명 시스템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촬영 관계자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촬영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한참 촬

영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선생님은 어느 중년의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네며 천천히 다가

갔다. 각진 얼굴에 뭉뚝한 코가 가장 눈에 띠었고, 부드러운 눈에 니트모자를 쓰고

있는 상태라 대머리인지 아닌지는 잘 몰랐다. 종합적으로 보면.. 뭐... 어디서나 흔

히 볼 수 있는 아저씨의 인상이랄까? 그냥 평범한 아저씨 같았다. 내 눈에는....

"오! 왔는가 김선생! 어때 내가 부탁한 아이는...?"

"네.. 데리고 왔어요. 이 아이예요. 마리야!"

선생님이 나를 부르자 나는 감독의 얼굴은 그만 보고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

은 눈웃음을 치며 이쪽으로 오라는 신호를 주자 나는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감독이랑 처음 만나니 나는 평상시대로 활기차게 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긴장+흥분

으로 인해 더더욱 그렇고....

"음........"

감독은 유심히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카메라 발이 잘 받는지 확인하는 것이겠

지... 난 그냥 멍하니 차렷!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감독은 유심히 나를 쳐다보며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턱 끝을 만지작거렸다.

"음.. 카메라 발은 좋군."

당연히 카메라 발이야 갈고 딱은 이 미모인데.. 안 받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역시

나도 한 미모 한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실력은 지금 볼 수도 없고.... 그냥 김선생을 믿고 이 아이를 쓰도록 하지... 이름

이 마리라고 했던가?"

"네넷! 노마리라고 합니다!"

"그래.. 마리야.. 이 대본을 읽고 대충 상상해서 연습을 해라.

나는 마음속에 뛸 듯이 기뻐했다. 감독은 나에게 대본을 건네주었다. 흥분된 느낌으

로 나는 그것을 받았고, 한장 한장 그것을 넘기며 천천히 읽어보았다. 대사를 읽자

나는 대사 속에 인물이 되어서 나만의 상상에 의해서 연기를 시작했다.

"자! 레디! 액션!!"

감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내가 맡은 역에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카메라를

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하지만 재미 쪽에 더 치중이 되었다.

힘든 것보다는 나는 연기하는 것이 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몇 번 NG를 내긴 냈

지만 짜증같은 것은 내지 않고 더욱 최선을 다했다. 요 며칠 간 나는 이 영화 때문

에 연기에 몰두를 했다. 정말 기분 최고였다!

이것이 나의 연기생활 첫발이 될지 몰랐다는 기대감이 부풀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현실은.. 냉혹한 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네! 정말요! 고맙습니다! 감독님!!"

난 스테이크를 자르다 말고 감독의 말에 자리에 벌떡 일어나면서 허리를 조아리며

감사하다는 행동을 지었다. 지금 이곳이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나는 서

슴없이 그런 행동을 지었다. 엄숙해야할 레스토랑에서 그런 짓을 하자 사람들의 시

선이 느꼈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그런 것 따위 느낌도 오지 않았다.

"허허.. 괜찮아.. 다 마리가 잘한 덕분인걸...."

"아니에요.. 모두 감독님이 잘 리드해주신 덕분이죠. 저는 그냥 감독님이 따라한 것

밖에 없는 걸요."

"허허.. 고맙다.. 우선 내가 너를 위해 어느 프로덕션 사무소 알아봐 줄 테니.. 그

리 알고.. 너는 내 다음 영화에 들어갈 대본이나 연습해 두라고.. 알았지?"

"네!!"

또다시 큰소리로 내뱉은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정말 뛸 듯이 기뻐했으니.....

하지만 나는 그때 눈치를 채지 못했었다. 너무 기쁨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쉬운 것 조차 눈치를 못 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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