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54화 (154/277)

-퍽!!-

나는 주먹을 움푹 쥐고 무섭게 감독의 턱을 후려치고는 그대로 그곳에 빠져나왔다.

제길 열받았다! 열 받아서 지금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너무나 분했는지 나의 구

술같은 눈동자에서 눈물까지 나오려고 했다. 그 정도로 화가 났었다. 이렇게 분한

적은 세상에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오고 싶지 않은 욕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렸다. 나는 힘없이 거리 속을 헤집고 다

녔다. 8시라 지금 하늘은 이미 검게 물들여 있었다. 아름답던 도시의 야경도 나에게

는 세상에 대한 더러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밤하늘이 왜이리 쌀쌀한

지 나는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그 레스토랑에서 겉옷을 놔두고 와서 나는 지금 얇

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다가는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젠장!! 젠장.... 젠장.....'

"제기랄....."

마음속에 욕을 되뇌다가 멋대로 입에서 욕이 나왔다. 걸어가는 도중 그 자리에 멈춰

섰고, 풀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리고 결국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이런 나

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보았지만....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이제 모든 것을......

"마리야!!?"

주저앉아 울먹이는 나에게 누군가가 당황감에 있는 목소리로 불렀다. 나는 그 자세

에서 얼굴만 들었고, 나를 부른 장본인을 보았다.

"인혜야....."

인혜였다. 나의 단 하나밖에 없는 인혜였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자 인혜는 당황감

에 물들여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무시한 채 인혜는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인혜가 다가오자 더욱 분한 마음이 내 가슴에 울분으로 적셔주었고, 그대로 나는 인

혜의 가슴속에 파묻히며 더욱 흐느끼게 울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앙!!"

인혜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더욱 끌어안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젠장!! 빌어먹을!!! 내가 그놈의 인간을!!! 나가 뒈져라! 빙신!! 이 바보같은 새끼

야!!"

나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큰소리로 외치며 정의의 가운데 손가락을 크게 벌리며 어느

빌어먹을 놈에게 욕을 퍼부었다. 어느 정도 울어서 인지는 나는 다시 예전의 기운을

약간이나마 되찾을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하소연하듯 그 인간에게 욕을 해주고 있

었다.

"후훗.. 이제야 마리답네..."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인혜를 보며 나는 다시 자리에 풀썩 앉았다. 지금 우리는

어느 벤치에 앉아있었다. 공원이랄 것도 아닌 일반 거리에 흔히 볼 수 있는 벤치였

고, 눈앞에는 버스 정류소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욕지거리를 하고 있는 나도 무

슨 베짱인지.... 역시 연극을 하는 사람다웠다. 또한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술까

지 마셨으니 뭐든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내 주위에는 지금 맥주캔 5-6개는 나뒹군 상

태이다. 인혜는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모르지만.... 손에 맥주캔이 집어져 있는 가

보면 안 먹는 것은 아닌가 보았다.

"죽어랏!! 죽어랏!!! 병신아!!!!!"

사람들은 흘끔 이곳을 보면서 나를 보고는 킥킥 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그런 시선

상관없이 욕을 계속 했다. 인혜는 그런 나의 모습이 보기 좋은지 눈웃음을 지으며

이곳 시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나만 바라보았다. 다행히 인혜를 만나기에

다행이지.. 만약 인혜를 못 만났으면.. 나는 거리를 방황하고 다녔을 것이다. 역시

인혜가 있어서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었어? 처음이었어.. 너의 그런 모습...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거였어?"

인혜는 처음으로 마리의 우는 모습을 보자 정말 의아했고, 궁금하게 여겨졌다. 언제

나 발랄하던 아이가 그렇게 가슴속에 파묻혀서 우니 그녀는 왜 그런 모습을 모였는

지 궁금하게 여겨졌다.

"하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설명을 못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를 다시 생각한다

면 어디에서 스트레스 해소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냥.. 그 감독 때문에 그래... 그 감독이 처음에는 나를 정말 들뜨게 만들었었어.

.. 나를 아는 프로덕션 쪽에 계약을 채결해 주겠다고 말을 했었거든... 그것도 모자

라 그 감독 다음 작품에 주인공으로 해주겠다고 했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말로 기뻐했지... 프로덕션에 계약을 한다는 것도 고마운데... 다음 영화 작품 주

인공까지 해준다고 하니.. 당연히 나는 기뻐했지.... 이것은 즉... 나에게 꿈을 이

루어진 것이랑 다름없었으니까...."

"그렇지... 너의 꿈은 언제나 탤런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잖아."

인혜는 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나는 말을 계속 이었다.

"하지만.. 다음이 황당하더라... 그 남자가 나에게 뭘 내밀었는지 알아?"

의문형으로 바뀌자 인혜는 모른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호텔방 키야....."

"엑!!?"

역시 인혜도 놀랬다. 인혜의 반응에 나는 피식 웃었다.

"황당하게 호텔 키를 나에게 주자 나는 그것을 물었지... 이게 뭐냐고 그랬더니..

그 남자가 하는 말이.. '뭘 그리 놀래? 순진한 척 하기는.... 알건 다 알면서 이제

와서 빼지 말라고 하더군... 그럼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공짜일줄 알았나 보지?'라

고 말을 하더군... 정말 황당해서... 그때 나는 뭔가 한방 맞은 얼굴을 했었어....

처음이었어.. 이런 말은 TV에서나 영화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지만.. 막상 이런 것

이 나에게 닥치니까 할 말이 없더라.... 어쩟든 그래서 나는 벌떡 일어나면서 그것

을 거절했는데.. 그 감독 다음 말이 가간이었어.... '쳇! 이제와서 빼네... 얘가..

참나... 연기도 쥐뿔이도 못하는 년이 얼굴만 반반해서 좀 키워줄까 했더니만... 참

나.. 야 이년아.. 네 연기 정말 쓰레기라는 것 알아? 나뿐만 아니고 아마 다른 사람

들도 다 공감 할거다. 나밖에 너 못 키워줄걸. 그러니 네년이 연예계에 성공하려면

알아서 하라고...' 그 말에 나 미쳐버렸다. 그리고 당연히 그 남자에게 주먹 한방

갈기고 이렇게 거리에 나오게 된거야... 헤헷.... 젠장!! 이렇게까지 나는 성공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냥.. 나의 재능에 인정받아서 하고 싶었다고.... 젠장!! 젠장!!!"

인혜에게 설명을 하자 또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뭐!? 내 연기가 쓰레기라고? 젠

장!! 빌어먹을....

"....그랬구나...."

인혜는 내가 어떤 느낌이었다는 것을 잘 아는지 침울해 져있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인혜의 그런 눈빛을 보자 나는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

다.

"하아.. 어쩟든.. 이제 됐어... 그리고 그 망할!! 그 감독새끼한테 내 능력으로 이

런 자리에 올라왔다는 것을 보라는 듯이 성공하고 말 테니까!!! 크하하하하하하하하

하!!! 난 꼭 성공할꺼라고!!!"

또다시 벌떡 일어서며 아주 큰소리로 나는 힘차게 웃었다.

-짝짝짝짝짝짝짝!!-

"좋아요.. 좋아요.. 성공이라는 것은 좋지요... 좋아요.. 좋아요.."

누군가가 박수를 치는 동시에 성공이란 좋다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일반 외모에 눈

은 좀 작은 사람좋게 생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리는 그런 외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감독!!! 죽어랏!!"

"엑!!!?"

-퍽!!-

나는 그대로 이단 날아차기로 그 남자의 면상을 차주었다. 그 남자는.... 감독과 비

슷하게 뭉뚝한 코를 가진 남자였던 것이다. 감독만큼은 큰 코는 아니었지만... 술의

기운의 의해서 감독의 얼굴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 술이란 좋지 않았다.

"아야 아야...."

그 남자는 아픈 코를 어루어 만지며 양쪽 콧구멍에 휴지를 각각 끼었다. 느닷없이

날벼락에 의해서 정말 할말 없게 만드는 광경이었지만... 이것보다는 앞에 있는 마

리의 행동에 더욱 기가 막혔다.

"왜 재수 없게 당신은 뭉뚝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거야? 재수 없게 쓰리.... 쳇!!"

그것이 가지고 싶어서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잘 알지만... 난 술기운의

의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얘가 조금 취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결국 인혜가 모든 것을 뒤집어 쓴 마냥 나대신 사과하기에 바뻣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핫.. 뭐.. 그럴 수도 있잖아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허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는 인혜의 행동에 매니저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마리의

뻔뻔한 행동보다는 성의가 지나치게 사과하는 것이 오히려 당혹감에 빠질 수가 있다

. 역시 인혜도 어찌 보면 못 말리는 성격 소유자 같다.

"하하하핫... 괘....괜찮습니다.. 다만.. 제가 볼 일이 있어서 접근했던 것뿐이니까

요... 그러니 수상하게 볼 수 있어서 맞은 것 일 수도 있으니.. 그렇게 개의치 마세

요."

"네... 그런데 무슨 볼 일이....?"

"하하핫... 그냥 이런 사람입니다..."

그 남자는 자신의 마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인혜

가 그 명함을 받았고 나와 인혜와 함께 그것을 보았다.

"영상..... 기획 프로덕션?"

인혜는 나와 똑같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무슨 뜻이냐는 식으로 인혜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나의 두 눈에서는 불이 번쩍였다.

"오옷!! 당신 마음에 들었어! 그래! 좋아! 좋다고!! 그래! 내가 마음에 든다는 거군

! 좋아좋아!! 그래서 뭐를 원하는 거지!? 본론부터 말하라고!"

프로덕션이라는 말에 나는 술이 확 깨버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친근하게 웃음까지

흘리면서 나는 그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본론부터 말하라는 말을 꺼냈다. 당연

히 이것은 말로만 듣던!! 거리의 스카웃!! 이로써 나는 연기를 할 수 있고, 당당하

게 성공까지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정말 나에게는 더없이 찾아오는 기회였다.

"응.. 가수를 찾고 있어서.."

-퍽!!-

나는 절로 어퍼컷이 작렬했다.

"뭐...뭐야!!?"

그 사람은 어퍼컷 맞은 것이 황당한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흐윽.. 역시.. 난 안 되.... 어째서 나의 운명은 이렇게 가혹할까? 흑흑... 어째

이런 미소녀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시나이까? 흑! 신이시여......."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나는 이 나의 운명에 한탄을 했다. 어째서 이렇게 어긋

나는지... 난 탤런트가 되고 싶지..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인혜는

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싶었지만... 저렇게 연기까지 보이니 황당함 때문에 어

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죄..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인연이 맞지 않네요... 제 친구는 탤런트가 되는 것

이 꿈이라서요.... 그것 때문에 연기 학원까지 다니던 아이였거든요..."

"그래요.. 흐음.. 그렇군요... 저는 지금 두분이 너무 예쁘기에.. 우리 사무실에서

찾는 이미지라... 스카웃 하려고 했었는데.... 가수랑 탤런트랑 비슷한데.. 마음을

바꿀 의향은 없으신가요?"

약간은 아쉬운지.. 그 남자는 다시 한번 고려해 보라고 설득을 했다. 하지만 나의

몸은 움직일 줄 몰랐고, 인혜도 나의 행동이 아무런 이상도 없자... 고개를 설래설

래 저었다. 그 남자는 아쉽다는 듯이 자리에 일어났다.

"그래요... 해요... 뭐든시 시켜줘요.... 크하하하하하하하하!! 해요!! 합시다!! 오

늘 가수든 뭐든 아무거나 시켜줘요!! 인혜야 할 수 있지! 우리는 할 수 있어! 그냥

하자! 연기자 그런 것 다 필요 없어!! 그냥 깡으로 하자고!! 나 주제 무슨 탤런트야

!! 탤런트는!! 그냥 깡이야!! 나가자 나가자고!! 인혜야 우리 잘 해보자고!!!"

"엣?? 마...마리야.. 나..난 그런 것 할 마음이....."

같이 하자는 나의 말에 인혜는 두 눈이 커지며 양손을 설래설래 저었지만... 나는

그런 인혜의 어깨를 짚으며 진지한 얼굴로 한마디했다.

"나를 혼자 놔두지마."

"에엣.....?"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리는 또다시 두 눈이 커졌다. 결국 마리는 나의 그 한마디 때

문에 거절을 하지 못했다.

"오옷! 그럼 하실 의향이 생긴 건가요? 역시 화끈하군요.. 이런 화끈함이 있어야 당

연히 뜰거에요.. 그것은 제가 장담하니... 염려 푹 놓으세요.. 하하하핫!!"

너털한 웃음을 내뱉은 그남자....

"그렇지요. 우리는 잘 될것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리고 나는 시원스럽게 크게 웃었다. 마리는 아무 말 못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어

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때 나는 나사가 크게 하나 빠져 있었고, 엎친데 덮쳐서 술

기운까지 있었으니 제정신이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다음날 정신을 차리니.. 어쩌다

난 그 프로덕션과 계약을 한 상태였다. 그것도 인혜까지 끌어들인 상태에다가.....

어찌보면... 다른 사람으로 볼 때는 억수로 운이 좋은 기연을 만난 것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순전히 술에 의한 거였다.

"하아... 꼭 해야하나...."

"어쩔 수 없잖아... 요 몇 달간 연습을 했는데..... 그 연습한 것 때문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겠지... 하아... 아직도 나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나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아직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어

릴 때 꿈꿔오던 것이니... 쉽게 잊혀질 리가 없는 나의 꿈이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때만은 생각하자고... 우리

의 데뷔 무대니까..."

"그래.."

우리는 판즈라는 듀엣 가수로 데뷔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계약을 채결했을 때부

터 우리는 요1년 간 열심히 발성연습과 앨범작업에 몰두했다. 첫 데뷔 무대인 만큼

잘해야 하지만... 여전히 나의 한쪽 마음 구석에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

함성소리가 들리는 가 보면 아무래도 노래가 끝난 가 보았다. 처음 연기를 했을 때

와는 기분이 다르게 차분했다. 아니..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인지 긴장

감이라는 것은 눈곱만치도 없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하아...."

또다시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왜 나오는 지 모르는 나의 한숨은 많은 근심이 있어

보였다. 그 근심을 아는지 인혜는 한숨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실장님이나 사장님에게 탤런트로 데뷔 해달라고

졸라봐. 그때는 안됐었지만.. 지금은 될지 누가 알아?"

"그럴까....?"

"그래.. 한번 해봐. 해 줄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우리는 거기까지만 얘기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바로 우리들의 차례가 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무대 뒤쪽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

와 함께 우리들은 무대위로 뛰쳐나갔다.

-와아아아아!!-

함성소리가 들렸지만.. 그리 크지는 않았다. 신인이니 우리를 반기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이다. 아쉽긴 했지만.. 나라도 그럴 것이니.... 어쩔 수 없는 현실.

현실이야 어쩟던 우리는 늘상 연습을 해온 데로 율동을 추기 시작했다. 어차피 우리

가 직접 부르는 것이 아닌 립싱크이기 때문에 박자에 맞춰서 몸만 흔들면 그만이다.

정말 가수라는 것은 몸만 튼튼하면 가능한 직업이구나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솔

직히 이렇게만 한다면... 누가 못하겠는가... 얼굴만 받쳐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 가수이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가수라는 직책이 못마땅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노래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머리에 구슬땀이 맺었지만... 그

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빨리 이곳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역시 나

에게는 가수라는 직업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윽고 노래가 끝났고, 우

리들은 율동을 멈출 수가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삐익!!! 와아!!!-

노래가 끝나자마자 엄청난 함성소리가 나의 귀에 강타했다. 귀가 멍할 정도였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날 정도로 대 함성이었다. 또한 여기저기 휘파람 소리도 섞여 나왔

다. 이것이 무슨 일인지 나에게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이 많은 찬사가 나에게 오

는 것인가? 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환호를 하는 것인가? 뭔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왠지 하늘로 붕 뜨는 것 같이 나의 몸은

가벼워졌다.

"이...인혜야.. 나 이상하게 떨려...."

"응.. 나도 그래... 처음이야.. 나도.. 이런 느낌은.... 정말 기분이 좋아!"

"응... 나도..."

우리는 서로 감격을 하며 어쩔 줄 몰랐다. 서로가 이런 느낌을 처음 겪어 보는데 어

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연기를 했을 때 보다 더욱 멋

진 느낌이었다. 정말 최고였다!!!

"아무래도.... 나 다시 생각해 봐야 겠어......"

추억이라는 새롭다. 겪은 일 같지도 않은데.. 그것이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상

하게 얼굴이 붉게 물들이는 일이 추억이다. 추억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

다.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는 추억과 사물로 인한 추억, 괴로운 추억등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도 모두 추억거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추억이라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은 모든 것의 이치이다. 기억이 없다면 그것은 추억이고 볼 수 없고, 눈으로 보

는 재미로 밖에 되지 않는다.

"흐음...."

한숨을 내쉬며 카이란은 눈앞에 있는 앨범을 한 장 넘겼다. 거치지 않은 추억이긴

하지만.. 카이란은 예전에 백성이가 찍어놓은 앨범을 하나하나 보고 있었다. 당연히

기억이 없기 때문에... 거의 의미 없이 보는 것이랑 마찬가지라... 카이란은 이 사

진을 보고 뭐가 뭔지 모르는 것이 투성이다. 하다 못해 백성이라는 인간의 과거라도

알면 재미라도 있을 것일 텐데....

"흠.. 역시 재미없어.. 괜히 봤나.... 하암..."

카이란은 하품이 나와버렸다. 지루했기 때문이다. 카이란은 몸을 뒤척이며 가슴에

파묻힌 베개를 더욱 끌어 당겼다. 등을 위로한 채 침대에서 누운 자세였기 때문에

베개는 필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일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과거 앨범을 보고있자니.. 왠지 카이란도 과거의 기억이 났다. 특히 헤즐링 때

가 기억이 가장 각인이 되었다. 대부분 엄마에게 맞은 일이 일상생활의 다반사였지

만... 그때 카이란도 만만치 않은 문제아였기 때문에 행동한 만큼 맞은 것은 당연했

다.

레어에서 불장난하다가 맞은 기억과, 먹을 것 가지고 놀았다고 해서 맞은 기억, 엄

마 귀중품에 손댔다고 맞았고, 마법놀이 하다가 레어 망가트릴 뻔해서 맞았고, 인간

들의 세계에서 명검이라고 알려진 검을 장난감 가지고 놀 듯이 사용하다가 부러뜨려

서 맞은 여러 가지의 맞은 기억이 많은 카이란이었다. 많이 맞았기 때문에 맞은 만

큼 새록새록 기억이 모두 각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분풀이로 자식을 패는 경우는 어디 있는지.....'

......이것이 정말 황당했다. 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 자신이 잘못해서 맞은 것까

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분풀이로 맞은 것은 카이란으로써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부분만큼은 카이란도 과연 친자식이 맞는지 의심을 샀던 부분이다. 친자식인데도 분

풀이로 때린다는 것은.. 이곳세계에서 흔히 말하는 아동학대였다.

'설마.. 난 아동학대를 받았다는 것인가!!'

크헉! 그런 것이었다니! 라는 식으로 카이란은 경악을 머금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곳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학대. 부모가 자식을 쓸데없이 때리는 아동학대가

이곳 세계에서는 지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헤즐링 시절 때 그런 것을 당했다

는 것을 알고는... 서서히 카이란은 왜 맞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쩐지... 나를 아껴주는 모습은 한번도 없었어....'

느낌상 카이란은 엄마에게 한번도 사랑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제는 드

래곤 엄마에게 대해 회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확실한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상관하지 않고 순전히 카이란의 생각이다. 불효자식 카이란의 표본이다.

'하지만.. 제일 심하게 맞았던 것이 가출 사건 때문이었지.....'

헤츨링은 성년이 되지 않으면 부모 레어 밖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드래곤들만의

전통이 있다. 드래곤들은 헤츨링이 불상사를 당하면 그에 대한 엄한 앙갚음이 있다.

그것은 대륙 전체가 불바다가 된다고 보면 된다. 카이란이 가출을 했다는 것은...

즉.... 인간세계에 놀러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래곤들은 과잉보호가 심한 건지 아

니면... 전통을 지켜내려는 발악인지 몰라도... 가출 사건만 나면 그 족 전체가 발

칵 뒤집혀 진다. 하지만... 레드족이 가출했으면... 그 가출했다는 것은 다른 종족

에게 비밀로 한다. 왜냐?

쪽팔리니까.

더더말고 이게 다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닌 단 한마디로 이유는 그것 하

나뿐이다. 같은 종족 고룡에게 아이를 왜 그 따위로 키웠냐라는 식으로 몇 마디만

들으면 되지만... 다른 종족에게 이 사실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레드족 전체는 놀

림감이 되어 버린다.

그러지 않아도 맨날 엄마에게 맞으면서 살은 카이란인데.. 가출해서 돌아온다면 어

떻게 될 것인가는 쉽게 상상을 하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다행히 송장 되지

않았다는 것에 카이란은 다행이라고 여겼으니....

'결국 엄마도 나를 포기하고.. 400년 만에 나의 레어를 내어줬지....'

그렇다. 포기했다. 그때 카이란의 부모는 카이란의 심한 가출의 의해서 포기를 하고

그만.. 레어를 내주었다. 이것은 드래곤의 전통을 무산히 깨트린 것뿐만 아니라..

드래곤 전 종족에게 욕을 먹겠다 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만큼 카이란은 지독한

드래곤이었다. 역사상 가장 말 안 듣는 드래곤이라고 자부해도 괜찮을 듯 싶다.

'그리고 보니..................'

카이란은 무언가를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며 뒤로 누웠고,

배게는 머리맡에 옮겨놓고 그것을 베었다. 천장을 응시하며 여전히 똑같은 표정으로

카이란은 가만히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가출을 했었지...?'

막상 카이란은 가출을 왜 그렇게 한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망각이 없는 존재가

모든 것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막상.. 가출을 왜 그렇게 자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처음 가출을 했을 때는 기억이 나는데...... 흐음.. 뒤에 부분이 잘 기억이 안 나

네..."

처음 가출을 했을 때는 엄마에 대한 반항적인 마음으로 가출을 시도했다. 몇 번 엄

마의 분풀이로 맞으니 카이란도 슬슬 한계가 왔었기 때문에 가출을 시도한 것이다.

그때 가출은 성공했다. 하지만.... 며칠도 가지 못해서 카이란은 엄마에게 걸려버렸

고, 그 날이 죽도록 맞아본 첫날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몇 번 가출을 했던 기억은 나지만... 이상하게 중간단계의 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 가출해서 돌아왔을 때 엄마가 레어를 내 준 기억까지

있다. 그런데.. 중간단계가 기억이 나지 않다니....

"흐음... 그냥.. 별 볼일 없는 기억이었나? 기억이 안 나는가보면....."

드래곤은 망각이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영원히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고.. 별 볼이 없다는 식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은 하지 않는 두뇌를 가지고 있다. 인간도 이것을 기억해야지 라는 식으로

기억을 하면 잘 안 잊어버리겠지만... 몇 년이 지나면 가물가물해지는 것이 인간의

두뇌다. 드래곤은 그런 가물가물해 지는 기억은 없는 것뿐이다.

다시 몸을 뒤척이며 카이란은 옆에 앨범이 놓여져 있는 것에 눈을 돌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앨범을 보며 카이란은 왠지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카이란은

몸을 일으켜 새우며 흩어져 있는 앨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빠..."

역시나 NO노크다. 이제 민지의 행동에는 거의 평상시화가 되었으니.. 이제와서 뭐라

고 말한다면 카이란만 바보 되는 꼴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이란도 거기에 대해 신경

끄기로 했다.

"어. 왜?"

"백성님!!!"

민지에게 자신의 방에 들어온 이유를 물어보기도 무섭게 사미가 나타나서 카이란을

와락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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