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구르르르르르-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란!! 예전부터 대대로 내려와져서 운이 있으면 수석 합격도
했다던 전설적인 연필 구르기!! 하지만.. 카이란은 연필이 없기 때문에 샤프로 구
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어떻게 샤프 구르기를 하냐고? 훗.. 그
런 것 쉽다. 카이란에게는 인간의 눈이 아닌 드래곤 눈이다. 빠른 움직임도 다 보
이는 카이란의 눈에 그깟 샤프 몇바퀴 돌아가는 것 못보겠는가? 샤프의 옆꽂이를
빼고 그것을 돌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떻게 몇 바퀴가 돌아가는지 아냐고? 후
후후후.... 샤프의 상표는 폼이 아니다. 그러니 쉽다.
다만 유의사항이라면... 객관식만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주관식을 죽었다 깨어나도
풀지 못하는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40분 정도 있어야 하는 문제풀이를 10분으
로 단축할 수 있는 위력이 있다. 단... 정답을 다 맞추려면 액운이 굉장히 높아야
하는 법이다. 아마도 63빌딩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려 살아남을 정도의 운이 있어야
한다. 물론 다 맞추려면 그 정도 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카이란은 대충 구르기를 사용해서 찍어버리고 난 뒤 그냥 엎어졌다. 아직 시험시작
한지 10분이 조금 넘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용히 겉잠이나 청하기 시작했다.
-딩동... 딩동...-
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선생님은 각자의 답안지를 챙기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겉잠을 청했기 때문에 카이란은 종이 울리는 소리에도 쉽게 일어났다.
"흐으음!!"
기지개를 키며 카이란은 겉잠을 청에서 나른해진 몸을 풀어주었다. 아직 시험은 4
일이나 더 남았다. 카이란에게는 학교가 빨리 끝나서 좋기는 좋지만.. 막상 집에
돌아가도 할 일이 없다. 어찌보면 집에 있는 것보다는 학교에 있는 것이 카이란에
게는 더 좋을 듯 했다.
"야! 나 이것 틀렸어.. 아.. 젠장!"
"뭐야 이것 4번이었어!!? 빌어먹을 나 모르고 2번이라고 찍었는데..."
"끄아아악!! 계산을 잘못해서 답이 25인데.. 모르고 20이라고 적었다!! 5점 짜리
주관식 문제였는데!!"
"이거 푸는데 너무 어렵지 않았냐? 나 이거 푸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아.. 이것
때문에 시간만 무척이나 잡아먹었다니까..."
종이 치지자마 무섭게 아이들은 자신의 시험지를 가지고 다른 아이들것과 비교하면
서 답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채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윗부분들은 소위 앞에
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대화였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절망감이 담겨 있는 목소
리와 이런 문제를 낸 선생에 대한 노기가 담긴 말이 들렸다.
"야! 야! 너 이거 어떻게 풀었냐? 젠장.. 나 80%는 모두 찍었다. 객관식은 물론 다
백지다. 빌어먹을."
"말도 마라.. 나도 너랑 비슷하다. C8 어떻게 풀라고 그러는지.. 젠장! 하여튼 우
리들의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러게 말이야.. 빌어먹을 수학 선생! 엿먹어랏! 우리의 내신을 깎아먹기 위해 발
악을 해라 발악을!! 가다가 코나 깨져라!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야!!"
수학선생이 65살의 노인이다. 소위 뒷자리 아이들은 수학선생에 대한 화를 내지 자
신들의 실력에 대한 반성은 눈꼽만치도 없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간혹 이런 아이들
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에헤! 난 거의 모두 풀었지롱! 바보같은 놈들.. 그것 하나 풀지도 못하고 말이야.
.. 쿠헤헤헤헤헤"
맞고싶어 안달한 놈.
-퍽퍽퍽퍽퍽퍽-
당연히 다굴 맞는 소리이다. 이런 소리를 들었는데.. 가만히 있는 다는 것이 이상
할 것이니... 이러는 아이가 있는 반면.... 어느 한쪽에서는 이런 실랑이가 벌어지
는 소리가 있다.
"얌마! 웃기지마! 이게 무슨 3번이야! 지랄하지마라! 죽는다!"
"jo까 너야말로 개 같은 sound나 하지마! 이게 무슨 3번이야! 모르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내가 풀어보니 이것 2번이야 새끼야!"
"이 새끼가 친구 말 졸라 안 듣네! 얌마 개 엿 가락지 같은 소리하지 마라.. 너야
말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 새꺄!!"
"이 18쉐리가! 죽고 싶어! 내가 2번이라면 2번인거야!"
"이런 dog쉑! 웃기고 지랄 염병하지마!"
아~ 아~ 친구의 우정이 문제 풀이 하나 때문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이야
말로 우정파괴 시험이다. 저렇게 자신의 답이 맞다고 하면서 싸우고 있지만... 장
작 그 문제의 답은 1번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자신의 답이 맞다고 싸우는 놈들이 있었고, 이것 때문에 우정 싸움이 많이
일어난 아이들도 몇몇이 있었다.
어쩟든 저마다 아이들은 서로 시험지를 보면서 답을 확인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
다. 자신의 공부한 만큼 성과의 결과를 빨리 알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두려운
미래에 대한 결과를 빨리라도 알아서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덜 하고 싶은 것인지 아
이들은 시험 끝나고 하는 행동은 꼭 답 맞추기였다.
-딩동... 딩동-
그리고 다음 시험에 대한 종이 울렸다.
"하암!! 끝났다..."
시험이 끝났다는 기지개와 함께 하품을 하며 카이란은 어깨에 가방을 들쳐 맸다.
그리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왔고, 문앞에는 두명의 미녀 아리아 사미가 그를 맞이
했다.
"시험 잘 보셨어요?"
"아니.. 그냥 다 찍고 자버렸어."
사미가 이번 시험에 대해서 물어보자 카이란은 솔직 담백하게 사실대로 있는 말을
줄여서 말을 했다. 이번 시험은 거의 계산식 문제만 봤기 때문에 카이란에게는 무
리가 있었다. 그래서 카이란의 최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샤프(?)구르기를 사용해
서 대충 찍는 거였다.
"그러는 너희들은 잘 봤고?"
그리 궁금하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카이란은 반문을 해보았다.
"흐음.. 저도 그렇게 잘 보지는 않았어요.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사미양은 잘 보지 않았다는 것에 그쳤네요... 저는 백성님과 똑같이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사미는 잘 보지 않았다로 끝을 맺었고, 아리아는 카이란과 똑같이 찍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 아리아도 카이란과 마찬가지의 상태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시험이라는 것은 잘 본다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행여나 카이란 같이 그녀도 샤
프 굴리기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다른 과목보다는 확실히 수학이 어렵긴
어려운지... 모두들 시험을 못 봤다는 말로 결론을 지었다.
"어머!? 사미야..."
짤막하게 놀랜 말투로 사미를 부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며 사미를 부른 장본인을 보았다.
"얼래 언니."
혜미였다. 간만에 등장한 사미의 친언니인 혜미가 사미를 부른 것이었다.
"아.. 선배.. 오랜만이네요."
"후훗.. 그렇네요..... 잘 지냈었나요?"
"네.. 당연히 별 탈 없이 잘 지냈지요..."
"후훗.. 그렇네요..."
그렇게 말하며 혜미는 입가에 올려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사미와 다르
게 여전히 혜미는 웃는 얼굴이 예뻤다. 이 미소야말로 진정한 천사의 미소이라. 그
리고 혜미는 옆에 있는 아리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아리아양.. 잘 지냈지요?"
"네.. 잘지냈어요."
그리고 서로 빙긋 웃으며 인사는 종결되었다.
"모두들 오늘 시험 잘 보았나요? 저는 오늘 수학 시험 하나 틀리고 모두 다 맞았는
데.. 여러분들은....?"
".................."
".................."
혜미의 말에 아무도 그의 말을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예쁜 것과 성격 좋은
것도 모자라 그녀는 공부까지 잘했다. 혹시... 스포츠도 잘하는 만능소녀 아닐까?
그들은 발걸음을 옮기며 민지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교문 앞 나무까지 닿았다.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서는 민지가 그들을 기다렸다.
"아.. 오빠...."
민지는 그들을 발견하고는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에? 혜미 언니? 와! 언니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후훗.. 그래요.. 민지양.. 오랜만이네요... 저는 잘 지냈어요.. 민지양이야 말로
잘 지냈죠?"
"당연히 저야 멀쩡하죠! 헤헷..."
"후훗.. 여전하군요.. 민지양은..."
그렇게 대충 인사를 끝내놓고 그들은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미녀4명에 남자 한명.
.. 누가 보면 정말 부러울만한 그림이다. 그것도 교내에 최고 미녀들만 있는 사미
와 아리아, 혜미까지 있으니 부러움이 없다는 것이 이상할 만도 했다. 많은 남정네
들이 부럽다는 얼굴로 카이란의 얼굴을 쏘아보았지만... 교문 밖으로 다가설 때쯤
그들을 보고 또한 나가자마자 흘끔흘끔 어디론가 누구를 보는 얼굴이 많이 보였다.
남자들이 나갈 때마다 그러한 모습을 보이니 이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그들이 그러는 이유를 찾았다.
"얼래?"
카이란은 눈썹이 실룩거리며 놀란감이 담긴 말투를 내뱉었다. 카이란에게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보였기 때문이다.
"얏호! 백성아! 안녕!"
바로 백성이의 첫사랑 혜진이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혜진이가 나타나자 카이란은 놀란감이 약간 감돌았다. 혜진이가 카이란을
친하듯이 부르자 그러지 않아도 시선을 끌고 있는 그의 일행들이었는데... 혜진이까
지 나서서 그를 부르니 주위의 남정네들은 각자 얼굴에 노기를 띤 표정으로 카이란
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제길! 또 저녀석이야!"
"저런 녀석 뭐가 잘생겼다고 모두 저런 남자에게 미인들은 달라붙는지..."
"우엥! 나 예쁘여자와 같이 있고 싶어."
"한 명만 나에게 주오!!"
분노와 부러움과 질투를 모두 한껏 받고 있는 카이란. 이상하게 혜진이가 있는 곳에
서는 카이란은 언제나 스타가 되듯 모든 시선을 듬뿍 받았다. 그래봐야 눈 하나 깜
짝 안 할 카이란이지만.... 누가 봐도 부러울 만한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얼래? 내가 여기로 오니까 왠지 싫은 눈치다."
카이란의 표정에는 전혀 반가움의 기색이 없자 혜진이는 의아하다는 얼굴과 왠지 자
존심 상한 느낌마저 돌았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냐?"
그 말에 혜진이는 입살을 찌푸렸다.
"쳇! 역시 그렇군... 이거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 이렇게 이 몸이 몸소 왔는데
반가워 해주질 못할망정... 그런 표정이라니...."
어찌보면.. 이 여자는 공주병 중증이다. 자신이 왔다는 것이 엄청나게 대단하다는
것을 착각하고 있으니... 하긴.. 얼굴만 보면.. 확실히 예쁘니까..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카이란에게는 주위의 있는 여자가 모두 혜진이
보다 더 나은 얼굴이니.. 그리 감흥도 없다.
"어떻게 왔긴.. 그냥 네가 어제 여기에 다닌다고 해서 이쪽으로 와 본 것 뿐이야...
그런데 네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다 누구야? 아까부터 너 주위에 서성이고 있던데..
. 왜 집에 가지 않고 너하고 같이 있냐? 설마 저렇게 예쁜데.. 같은 일행일리는 없
을 테고..."
혜진은 뒤늦게 카이란의 일행들을 보고는 사미와 아리아, 혜미, 민지에 대해 궁금하
다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궁금하다는 표정보다는 자신보다 예쁘다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비교가 되니 걸리적거린다는 표정이 오히려 더 근접했다. 그리
고 이쯤 되면 언제나 끼여드는 이가 한 명 있다.
"잠깐! 백성님 이 건방지고 오만한 이 천한 여자는 누구죠!?"
끼여드는 이는 바로 사미! 사미가 끼여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이상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캐릭(?)의 앞에서 사미가 무조건 끼여들어야 하는 이 소설의
기본 패턴이다. 그리고 건방지고 오만한 천한 여자? 흐음.. 어찌보면 딱 들여 맞는
이미지이다. 사미는 느닷없이 혜진이가 나타나서 바락 카이란에게 그렇게 말을 하자
혜진이의 고운 이마에는 미간이 꿈틀거리는 동시에 한쪽 눈썹이 씰룩거리며 이마 가
장자리에서 굵은 힘줄이 생겨났다.
"자..잠깐 건방지고 오만하고 천한 여자!? 말 다했나요? 어떻게 사람을 처음 보자마
자 그렇게 예의 없게 말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뭔가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혜진의 말에 사미는 우습게 아는 듯이 간만에 트레이드마크 웃음을 선사했다. 아무
리 들어도 엄청난 웃음소리와 엄청난 폐활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미의
광대한 웃음소리에 혜진이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보통 여자라면 사미의 웃음
소리에 뒤로 물러서지 않는 여자가 없었는데... 역시나... 혜진이는 보통여자였다.
사미는 웃음소리를 뚝 끊고 얄궂은 미소를 보이며 카이란의 한쪽 팔에 팔짱을 끼었
다.
"저로 말 할 것 같으면.. 하늘같은 백성님을 사모하고 있는 예쁘고 아름다운 아리따
운 아가씨입니다. 그리고 백성님과 나와 앞으로 미래를 같이하는 연분이 있는 사이
랄까요?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 당신 같은 미천하고 오만하고 건방진 사
람이 백성님 근처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군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또다시 웃음을 보이며 사미는 한쪽 손을 치켜올렸다. 사미가 웃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구경하고 있는 아리아와 민지는 둘이 이런 얘기가 오고 갔다.
"역시.. 시비조가 있는 말투였어.. 사미 언니.. 역시 말싸움을 즐기는 성격 소유자
였어."
"응.. 그런가봐.. 아무래도 사미양은... 즐기려고 시비를 거는 것 같아. 판즈의 마
리와도 처음 만날 때도 이랬는데... 역시 새로운 여자가 등장하자마자 시비조로 나
가는 걸 보면.. 역시 즐기는 거야..."
"설마 말싸움이 취미일까요?"
"아마도....."
그렇게 말을 주고받고 자신들의 의견이랑 일치하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그들
을 쳐다보았다.
"흐음... 그.......럼 백성이와 연인 사이라는 뜻인가요?"
"그렇지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 그러니 당신은 미천한 것이라고 한 것이에요!"
이쯤되면 혜진이는 사미의 말에 화를 내야 하겠지만... 예상과 다르게 혜진이는 무
언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잠시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
개를 돌려서 사미가 아닌 카이란을 쳐다보며 말했다.
"백성아 돈 많냐?"
"엑!?"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혜진이의 느닷없이 돈 많냐라는 말에 카이란은 물론이
고 주위의 다른 여성들조차 그 의미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혜진이를 쳐다보았다. 그
리고 혜진이는 계속해서 카이란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이 무슨 수로 저런 미인을 건지겠냐? 당연히 돈이 많으니
저 미인이 따라다니는 것 아니겠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런 것은 나쁜 짓
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돈으로 잠시간 살 수 있는 거지만.. 나중에 약 효과가 떨어
지면 모두 너한테 떨어져 나간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만두는 것이
좋을걸."
나쁜 아이 타이르는 듯한 어투로 혜진은 카이란을 빤히 쳐다보며 말을 했다. 뭐...
뭣이!! 요것이!! 사람을 모독해도 정도가 있지!! 혜진이의 말에 카이란은 기가 막히
다는 얼굴로 반박을 하려고 입을 열라고 그랬지만... 사미가 더 빨랐다.
"뭐라고욧!! 아니 우리 백성님을 뭐로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얼굴도 별로인
미천한 사람이 감히 백성님을 그렇게 모독을 하다니!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하는군
요!"
"맞아요! 너무 하는군요. 우리 백성님은 돈도 많고 집도 부자지만... 그런 짓을 하
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니 사과를 하셨으면 하는군요."
사미에 이어 아리아까지 나섰다. 그런 말을 들으니 그녀들은 화날 만도 했다. 그런
데.. 돈은 많고 집도 부자라는 말이 이상하게 거슬린 것은 카이란 만의 느낌일까?
왠지 병 주고 약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아리아는 카이란의 집안을 보고!!? 설
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후후후후.. 모두들 그렇게 말해놓고 나중에 뒤에서 호박씨 까는 사람이라는 것 다
알아요. 귀신은 속여도 저는 못 속이니 이제 그만두는 것이 좋을 걸요. 이래뵈도 당
신 같은 사람들도 많이 봐온 몸이니까 말이에요."
여전히 혜진은 사과할 마음이 없는지 오히려 조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말을 했다.
그러니 사미와 아리아의 표정은 노기로 인해 점점 굳어졌다.
"뭐라고욧!! 정말 못 봐주겠군요! 내가 당신인줄 아시나요? 당신이야말로 백성님에
게 찍접 되지 않았으면 하는군요! 그렇게 말해 놓고 괜히 백성님의 마음을 사로잡으
려는 속셈일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것에 넘어가지 않는 백성님이겠지만! 그래
도 예방을 하듯 백성님 근처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군요!!"
"맞아요! 사미양 말대로 괜히 백성님 근처에 오지 말았으면 해요! 괜히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 질 수 있으니까요!"
"흐음... 역시 당신들 돈줄이 떨어질까봐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거군요.. 이거 점점
본색을 들어내는군."
"뭐.....뭐라고요!!"
사미와 아리아는 혜진이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듯 앞 이빨을 드러내면서 점점 분위
기는 고조되었다.
"아앗! 어디서 많이 봤다고 했지만... 혜진이라는 언니였구나! 어쩐지 낮이 익다고
생각했었는데!!"
"...................."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방금 생각났다는 말투로 소리를 친 주인공은 바로 민지
였다. 민지는 손가락을 혜진이를 가리킨 상태로 그렇게 말을 했고, 모두 민지에게
시선이 쏠렸다. 정말 어이없는 민지의 말에 사미와 아리아는 맥이 풀려버렸고, 분위
기로 인해 심상치 않던 공기는 어느덧 모두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흠... 이제 그만하도록 하죠. 사미도 이제 그만하고, 아리아양도 이제 그만 했으면
하는군요."
분위기가 다시 좋게 돌아오자 혜미는 중간에 나서서 웃는 미소로 말을 했다.
"그리고 그쪽도요.. 누구인지 모르지만... 너무 심한 것 같네요. 사람은 외모만으로
도 따라다니지 않는 답니다. 물론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사람은 사람
과 만나서 서로 마음이 맞는 다면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이 사
람의 마음입니다. 눈으로 사람을 고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으로 고르는 사람
도 있는 법이랍니다. 관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나쁜 법이랍니다. 그것은 즉
인격을 모독하는 죄가 될 테니까요. 그러니 그쪽은 백성군의 인격을 모독한 것뿐만
아니라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모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상태입니
다. 첫 인상은 누구나 외모로 보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인 반응이겠지만 그 반응이
너무 지나치게 들어내면 사람은 진실을 보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짐작대로의 행동으
로 삐뚤어 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뱉어내야 할 말이 있고 입 밖으로 뱉어내지 말아
야 기본 예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습니다.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겠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본다면 무척
이나 기분이 상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말입니다. 그만큼 조심성이 필요로 하는 것
이 인간의 언어이지요. 그러니... 앞으로 조금 자중해 주셨으면 하네요...."
"..............."
혜진이는 아무 말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이 상황에 할 말이 있으면 그녀는 정말
뻔뻔함에 극치를 넘은 사람일 것이다. 혜미는 혜진이가 아무 말 없자 다시 빙긋 웃
으며 혜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 정도로 끝낼까요? 다혈질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끝낼 만도 하잖아요. 그
리고 사미 너도 말을 좀 가려서 했으면 해. 처음 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실례잖니."
"아...알았어...."
혜미의 질책에 사미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투덜투덜 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물론
처음에 사미의 말이 잘못이 있었으니 혜미는 정중하게 그것을 질책해준 것뿐이다.
"이제 분위기도 다시 안정이 되었으니까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군요... 후훗..
."
역시 혜미는 말주변도 좋았다. 혜미의 말에 아리아와 민지는 납득한다는 얼굴로 고
개를 끄떡였다.
"흠... 어쩔 수 없군요. 우선 사과를 해야 겠네요. 미안하군요. 그리고 백성이게도
미안. 이제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