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 웅성..-
시끄러운 소리들.. 차 소리들... 카이란의 귀에서는 이런 소리가 전부였다. 인간들
이 뭐라고 그러는 소리는 모두 웅성웅성 왁자지껄 같은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인
간의 소리와 차소리, 기계음같은 모든 소리가 뭉치면 왜 저런 소리가 들리는지 참으
로 신기하다. 따로따로 소리가 나지 않고 모두 알아들을 수 없는 웅한 소리밖에 들
리지 않으니 귀가 이상하지 않다면 정상적인 소리이지만 신기한 것은 신기하다. 그
나마 가까이에 있는 인간들의 소리는 들리지만 그것도 가까이에서 이 인간을 쳐다보
며 무슨 말을 할까라는 생각을 해야 들리지... 보통 같았으면 그 인간이 말 중.. 딱
한 단어만 들린다.
'흐음.... 저 인간의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는군... 그리고 저 인간은 약간만 들리
고... 정말 쓸데없는 말 밖에 하지 않는 인간들이군... 누가 예쁘고 누가 귀엽다라
고 하면 뭐해! 실천을 해야지 실천을! 정말 인간들이란 바보 같군....'
카이란은 이런 저런 이상한 생각과 멀리 있는 인간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혜진
이 뒤를 따라다녔다. 정말.. 누가 바보인지 참으로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도 왜 카이란은 혜진이를 따라다니는지..... 정말 바보 같았
다. 쉽게 생각만 하면 왜 자신이 이곳에 있고, 왜 혜진이를 따라다녀야 하는지를 자
각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장작 카이란은 그런 이상한 생각만 하지.. 왜 혜진이를
따라다니는지는 자각 못하는 것 같았다.
말없이 걸은지 몇 십 분이 지났다. 계속 그들은 같은 자리에만 빙빙 돌고 있는 중이
다. 지금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모른다. 누군가가 이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으면
카이란은 영락없이 변태로 찍힐 수 있다. 누가 봐도 혜진이는 얼굴이 예쁘니 남자들
이 끊임없이 쫓아다닐거라는 예상을 하게될 얼굴이다. 그런 얼굴인데... 계속해서
뒤에 이상한 남자가 쫓아다닌다면 그것을 뭐라고 부르겠는가!? 바로 스토커나 변태
로 찍혀버린다! 그러니 지금 카이란은 변태로 오인할 수 있는 확률이 무척이나 높았
고, 누가 지금까지 이 상황을 보고 있다면 분명 정의의 사도니 어쩌니 해서 혜진이
를 구해준다는 이상한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인식했는지 카이란은 슬슬 짜증을 내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렇게 돌아다니니 한심함도 모자라 왜 자신이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황당했다. 카
이란은 이것에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혜진이를 향해 뭐라고 하려고 했다.
"저기말야......"
하지만.. 카이란은 뭐라고 하려는 순간 혜진이가 더욱 입을 빨리 열었다. 덕분에 카
이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린 얼굴에서 혜진이를 보았다.
".........."
혜진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카이란만 바라보았다. 묘한 침묵과 함께 거리에는 웅성
웅성거리는 시끄러운 소리만 가득했다. 무슨 할말이 있는 얼굴인데..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어색한 침묵이자 카이란은 또다시 얼굴을 찌푸렸
다. 하지만 카이란이 얼굴을 찌푸리자마자 혜진은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우리 배고프다. 뭐 좀 먹으로 가자."
"........"
느닷없이 활짝 웃으며 혜진이는 카이란에게 다가오며 말을 했고, 이 광경에 카이란
은 갑자기 할 말을 잊어버렸다. 정말 웃기는 여자였다!
"야... 너 굉장히 싸움을 잘하더라... 정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싸움을 잘 하냐? 예
전에는 그냥.. 왕따처럼 생겼고, 완전히 범생같은 너였는데... 언제 그런 싸움을 배
웠냐? 그리고 그때는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 사람의 뼈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부
러뜨리는지...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 참나..."
"..........."
놀랍고, 대단하고, 잔인하다고 하면서 한숨을 내쉬는, 알 수 없는 교묘한 어투로 말
하는 혜진이의 얼굴을 보며 카이란은 심기가 언짢은 얼굴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
고, 손에 들고 있는 햄버거를 한 입 물어버렸다.
지금 여기는 패스트푸드점 안이다. 혜진이가 배가 고프다고 말을 했을 때 그들은 자
리를 옮기며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안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패스트푸드점이라
면 햄버거집밖에 없었기 때문에 햄버거를 시키며 그들은 지금 2층 창가쪽에서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리 쉽게 이겼냐? 진철이는 복싱을 배워서 웬만해선 아무한테도 지
지 않았는데.. 또한 전국 복싱대회에서 준우승 한 놈이라 분명 나는 네가 실컷 맞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를 보여서 정말 놀랬다니까... 그리고 너 힘 정말 쌔더라
. 진철이를 한번에 번쩍 드는 그 모습.. 정말 놀랄 놀자였다니까. 예전에는 뼈만 있
던 놈이 어떻게 그런 괴물 같은 힘을 키웠냐? 싸움은 언제 배웠고? 싸움을 배웠다면
나에게 호신술 정도는 가르쳐 줘. 그래야 나도 위급할 상황에 대처를 하지."
정말 쫑알쫑알.. 말도 잘하는 혜진. 하지만.. 카이란은 여전히 아무 말 하지 않고
앞에 있는 후라이드 감자 한 개를 잡으며 케첩을 찍고는 입 속으로 넣었다.
"얼래 왜 아무 말 안 해?
아무런 대답과 말하지 않는 카이란을 향해 혜진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그의 모습
에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말야... 어떻게 내 앞에서 그런 말도 잘 꺼내냐? 그리고 내가 그런 말까지 했는
데 어떻게 나를 볼 생각도 다하고?"
정말 이 여자는 무슨 낯짝으로 카이란을 다시 찾아왔는지 의아했다. 그것도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상관 않겠지만... 그때 일을 주제로 쫑알쫑알 거리니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 쓰게 되는 혜진이의 말이었다.
혜진은 그때 그 말을 생각하는지 잠깐 위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카이란의 얼굴을 보
며 말했다.
"그냥.. 놀 상대가 없어서... 그런 것 뿐이야. 나와 놀아줄 상대가 필요한데... 마
땅한 상대는 없고 그러니 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몸소 찾아와 준 것
뿐이야. 그리고 네가 그런 말을 했다고해서 내가 꼭 얼굴을 안 보인다는 보장은 없
잖아? 꼭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너 얼굴 보지 말라는 법이 있냐."
역시 이 여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슨 생각으로 사는 여자인지 속을 뜯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당연히 그런 말을 들었으면 그 놈을 생각하면서 욕을
갈궈줘야 정상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잘도 하는지.... 어찌보면 혜진은 바보같이
단순하면서도 무서운 여자인 것 같았다.
"설마 그때 그 말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생겼냐? 그러면 사과해. 내가 모두 받아 줄
수 있으니까."
혜진이는 그때 카이란이 험하게 말한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준다는 얼굴로 헬쭉한
미소를 지었다.
"웃기는 소리하지도 마라... 사과같은 것은 바라지도 마라."
카이란의 말에 혜진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칫! 너무 하다는 생각 안 드냐? 이런 연약한 소녀에게 그런 비수를 꼽았으면서 사
과하나 하지 않다니 쳇!! 쳇!!"
그런 연약한 소녀가 어떻게 카이란 얼굴을 볼 생각을 다하는지 정말..... 그리고 요
즘 연약한 소녀는 모두 이렇게 철면피가 묻어나 있던가? 만약 모두 이런다면 요즘
연약한 소녀 다 죽었다!
"시끄러.. 잔말말고 이거나 먹어."
시큰한 소리와 함께 카이란은 후라이드 감자를 하나 집고는 그것을 입에 먹으려고
했다.
-덥석-
하지만 혜진이는 카이란의 손을 낚아채며 잡고 있는 후라이드를 덥썩 물어서 먹어버
렸다.
"끄악! 너..너 뭐 하는 짓이야!!?"
카이란은 손가락까지 물렸기 때문에 그만 비명과 함께 화를 내는 표정으로 혜진이에
게 말을 했다. 하지만 혜진이는 싱긋 웃으며 딱 한마디만 뱉어냈다.
"헤헷! 그냥!"
헤헷! 그냥? 허헛! 정말 어처구니없는 혜진이의 행동에 카이란은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이 여자가 손가지 물었으면서 그냥이라니!! 카이란은 표독스런 얼굴로
혜진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혜진은 그런 얼굴을 무시한 채 눈앞에 있는 후라이드
를 한 개 집으며 케첩과 입속에 넣으려고 했다.
-꽉!-
음향효과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리만 들어도 상황은 어
떤지 쉽게 짐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했다. 쉽게쉽게 말하자면 혜진이가 카이란
의 손을 가로채서 후라이드를 먹었지만.. 이번에 반대로 카이란이 혜진이의 손을 가
로채서 후라이드를 먹은 광경이다.
"아야야야야! 뭐.. 뭐야! 왜 내 손을 물어!!?"
효과음이 달랐기 때문에 혜진은 손을 흔들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정확히 카이란이 이빨자국이 찍혀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정말 무진장
아팠나 보았다.
"그냥?"
하지만.. 카이란은 복수했다는 식으로 싱긋 미소를 지으며 딱 한마디만 내뱉었다.
그리고 손으로 V자를 지으며 더욱 얄팍한 미소까지 지었다. 혜진은 황당함보다는 카
이란이 자신과 똑같은 행동으로 복수를 했다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천천히
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똑같은 복수를 다짐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읽은 카이란은 가소롭다는 표정과 함께 웃으면서 말했다.
"헤헤! 내가 똑같은 것에 2번 통할 줄 아는 어리석은 놈으로 보이는가 보지!?"
바보가 아닌 이상 2번 통하지 않는다 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 혜진
이는 그렇게 말하는 카이란을 뻔히 쳐다보며 기회를 노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
지만 빈틈이 없어서인지 혜진은 금방 공격태세를 버리며 눈앞에 후라이드를 응시하
며 먹기 시작했다.
"흠.. 포기냐? 큭큭.. 당연히 그래야지... 감히 나에게 덤빌 생각을 하다니.. 넌 아
직 멀었다."
카이란은 웃었다. 이겼다는 통쾌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란은 이긴자 만의 미소
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후라이드를 집었다.
-번쩍!-
혜진은 기회를 잡았다는 얼굴로 눈빛이 번쩍거렸다. 그리고......
-꽈악!!-
아까보다 강도가 쌘 효과음과 함께 카이란의 손에는 낙인이 찍힌 듯이 이빨자국이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나 쌔게 물었는지 카이란의 검지와 엄지는 붉게 물들여 있었
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껴지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이것이!!"
할 말이 있을 리가 있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뒤늦게 화를 낸다면 카이란은
바보가 되는 꼴이니.. 할 말이 없다. 이번에 혜진이가 이겼다는 얼굴로 V자를 지었
다. 전세 역전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만끽했다.
"칫... 그래 네가 이겼다. 이겼어.. 쳇이다!"
"후훗.. 이제야 패배를 인정하는 군.. 좋아. 좋아. 이제 그만하자고."
그러며 그녀는 안심을 하며 후라이드에 한 개를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카이란은 이
것이 기회다 라는 얼굴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그녀의 손을 낚아채는 동시
네 물어버리려고 했다.
-휘익!-
하지만..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가볍게 손을 피하며 공격하는 카이란의 손
아귀에 빠져나왔다.
"에헤! 안됐네요.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알았나 보지? 후후훗.. 애석하지만..
나는 바보가 아니라서 말이야..."
"쳇... 그래.. 이제 안 한다 안 해!"
역시나..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는지 카이란은 쉽게 그만두며 후라이드 한 개
를 입 속으로 넣었다. 혜진은 카이란이 이제 안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도 자신
이 잡고 있는 후라이드를 입 속에 넣으며 먹었다. 그리고 이제는 끝났는지 서로 아
무렇지 않게 후라이드를 집으며 먹으려고 했다.
-콱! 콱!-
콱콱? 정확히 2번이나 소리가 났다.
"끄악!"
"아앗!"
그리고 정확히 2명의 비명 소리가 났다.
"뭐..뭐야! 넌 왜 공격을 하는 거야! 이번 공격권은 나에게 있는 것 아니었어!? 치
사하게 2번이나 공격하려고 하다니!!"
"호호호호! 전쟁에서 너는 그런 룰을 정하냐? 그리고 너에게는 이상하게 1번으로는
족하지 않아서 말이지. 최소한 3번이상은 이겨줘야 겠더라고!"
"오호! 그렇게 나왔다 이 말이지! 그럼 너 오늘 이 후라이드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걸!"
그렇게 그들은 후라이드 전쟁이 일어났다. 이것이야말로 서로 먹히고 먹히는 전쟁!
카이란과 혜진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후라이드를 먹고 먹히는 전쟁을 계속 벌였다.
하지만 먹을 걸 가지고 싸우는 그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것도 그거지만... 장작 중요한 것은 주위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카이란과 혜진이 서로 그런 어이없는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주위에 있는 인
간들은 모두 돌이 되었다는 것을! 그들이야 서로 먹히고 먹히는 싸움을 벌이겠지만.
.. 주위의 눈에는 서로 사이좋게 '자기야 아~ 해~' 라는 감미롭고 닭살의 극치의 장
면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모두 닭살과 함께 굳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여담
으로 그 후라이드를 다 처리하는데는 무려 1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너 오늘 시험 끝났지?"
혜진이의 말. 패스트푸드점을 나온 그들은 또다시 의미 없는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
었다.
"응. 아쉽게.... 끝났다."
혜진의 말에 카이란은 가볍게 대꾸했다. 그러자 혜진은 카이란의 말에 조금 의아하
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가 아쉬운데? 대부분 불행 끝 행복시작이라 모두 지겨운 시험이 끝났다라고 하는
것이 정상인데.. 너는 뭐가 아쉽다고 하냐?"
맞는 말씀! 모두 시험이라는 것은 어렵고! 힘들고! 잘 못 보면 부모님의 사랑의 매
가 기다리고! 잘 보겠다는 정신적인 피로감! 같은 확실히 어디를 보나 힘들게 하는
것이 시험이다. 그런데 카이란에게는 아쉽다니... 혜진이는 그런 카이란의 말에 궁
금함이 묻어났다.
"당연한 것 아냐? 시험이란 당연히 생각해서 푸는 것 밖에 없잖아. 가끔 계산식 문
제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어쨌든 대부분 그런 것 밖에 없으니 다 풀면 자면 되
는 것이 시험이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무조건 3교시에 끝난 다는 것! 이 이유 하나
만으로도 정말 좋은 시험인데.. 벌써 끝나다니.. 흑... 이로써 나에게는 행복 끝 불
행시작이 닥쳐오는 구나."
카이란은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감고는 눈물을 흘렸다. 정말 그에게는 이제부터 불
행이 찾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본 혜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흘리며 말
했다.
"너 공부 포기냐? 너 말야 완전 양아치 꼴이다. 예전에는 참으로 공부 잘하는 백성
이었는데.. 언제 저렇게 공부 포기한 양아치가 됐는지.. 쯧쯧.. 불쌍한 우리의 백성
이..."
혜진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양아치로 돌변한 카이란에 대해 유감이라는 표시를
했다. 그 말에 카이란은 눈을 부릅뜨며 반박했다.
"포기라니! 누가 그런 소릴! 이래봐도 기억력 하나는 짱이기 때문에 시험은 자신 있
는 이 몸이시다! 크하하하하핫! 아마 25등 안은 확실하니까 그런 잡소리는 집어치우
도록!! 크하하하하하하하핫!!"
광오하게 웃는 카이란의 모습에 혜진은 약간은 부럽다는 느낌이 스쳤다. 저렇게 마
음놓고 시험에 대한 결과만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혜진이는 부럽다는 느낌이 들자 순간 쓴웃음을 지었다.
"야.. 그런데...."
"응?"
카이란의 할말이 있다는 음성이 혜진은 약간 놀란 얼굴로 순간적으로 대꾸를 했다.
그걸 읽은 카이란은 약간 의아한 듯 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뭘 그리 놀래? 흠... 어쨌든 넌 오늘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지? 너는 분명
나보다 시험이 3일이나 빨리 시작했잖아. 그러면 너는 정상 수업 아니야? "
그렇다. 혜진이네 학교는 카이란네 학교보다 시험이 빨리 시작했기 때문에 마지막날
시험 날에는 분명 정상적인 수업이다. 그렇다고 오늘은 토요일도 아니기 때문에 혜
진이가 학교는 4시정도 되야 끝나는 시간대다. 그런데 아까 그녀는 카이란네 학교
정문 앞에서 민지하고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뭔가가 이상했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냥 한번 물어보았다.
"그..그것은..."
허를 찔렀는지 순간 혜진이는 카이란의 질문에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뜸들이는 모습
을 보였다.
"그....그냥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때...땡땡이 쳤어."
그녀는 얼버무린 듯이 대답을 해 버렸다. 하지만 땡땡이는 맞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
다고 볼 수는 없었다. 혜진의 얼굴에는 우수가 가득했다. 이 얼굴만 봐도 그녀는 무
슨 사정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는 격이었다.
"............"
왠지 그녀는 카이란 얼굴이 보기가 힘들었다. 왠지 자신만의 이익 때문에 그를 붙잡
은 느낌 이 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 못 할 사정은 아니다. 다만 말하기가 싫은 것
뿐이다.
혜진은 시험을 정말로 싫어한다. 불행 끝 행복시작이라는 농담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싫어한다. 시험이 있으면 언제나 괴롭다. 언제나 시험에 대한 결과만
나오면 언제나 부모님의 핍박이 시작되는 것이랑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녀는 점점
시험에 대한 결과를 생각하면 몸이 오한이 들 듯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땡
땡이를 친 유력한 이유는 바로 오늘이 결과물이 나오는 날짜였다. 바로 시험 성적표
를 받았기 때문이다.
싫었다. 싫었다. 집에 가기가 두려웠다. 반 등수 14등... 그리 나쁜 점수는 받지 않
았다. 하지만.. 집에 가면 분명 나무라면서 핍박을 주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
녀에는 집에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성적표를 받자마자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려고
학교를 땡땡이 쳐버렸던 것이다.
땡땡이를 쳤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그녀였다. 무작정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오늘 하루만큼은 그녀도 재미있게 지내고 싶었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
내고 싶은 것과 오늘은 시험이라는 것을 잊고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혜진이는 카이
란이 생각났던 것이고, 때마침 카이란은 시험 기간,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그야말로 딱 알맞은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혜진이는 카이란을 이용하려고 같이 있
었다고 볼 수 있었다. 꼬치꼬치 묻는다면 그녀는 사실대로 말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러면 카이란은 분명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 좋겠다. 땡땡이도 많이 쳐서..."
하지만 카이란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는 그냥 대충 넘겨버렸다. 굳이 깊게 물어볼
궁금증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럴러니 하면서 대충 넘겼다. 하지만 땡땡이를 칠 수
있는 혜진이가 부럽다는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 어디 갈꺼야?"
밥도 먹었으니.. 이제 마땅히 보낼 곳이 없었다. 무작위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제
지루했기 때문에 어디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카이란은 혜진이에게 말을 했다.
그 말에 혜진이는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꼬치꼬치 물어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 준 안
도감이 있었기 때문일까? 여전히 그녀를 어둡게하는 우수가 껴있지만.. 조금은 사라
진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상시의 혜진이 얼굴로 돌
아오며 그녀는 활짝 웃고는 말했다.
"그냥 아무 곳이나 맡겨두라고!"
윙크를 하며 혜진이는 카이란은 한쪽 팔을 잡고서는 그를 이끌었다.
저녁이 다되어가려는 시각. 시간으로 따지면 지금 6시 36분을 가리키고 있는 중이었
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그저 영화보고 차 마시고 밥 먹은 것
밖에 없는데 정말 금세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
6시36분이니 지금의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은 분주하게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그리
고 이 거리뿐만 아니라 온 거리가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빵빵거리는
시끄러운 차도들 정말 이 시간대만큼은 거의 극악이라고 자부해도 될만한 모습이다.
퇴근시간과 약속시간을 대부분 이런 시간대이니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모습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너무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빨리 가고 싶어도 빨리 못 가는 이 답답함. 그리고 누군가가 툭툭 어깨를 건드리는
짜증. 사람들이 많은 곳은 이런 것 때문에 귀찮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들의
맛에 산다고는 하지만.. 모두는 그렇지 않다. 카이란은 이런데... 앞에 있는 혜진은
그리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냥 평상시의 얼굴로 거리를 보고만 있었고,
이런 곳을 자주 다녀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너 말야...."
"응?"
사람들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는 도중 혜진이는 조심스럽게 카이란을 부르는 소리가
나자 그는 혜진이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음.. .......너 말야... 정말이야....? 그... 기억.... 상실에 걸렸다는 것이.....
?"
혜진은 낮은 어조와 조심스러운 어투로 어렵사리 말을 했다. 카이란의 얼굴을 힐끔
힐끔 쳐다보며 말을 하는가보면 그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뭘 그리
눈치를 보는지.... 카이란은 혜진이의 그런 행동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음... 맞아. 기억이 없어. 아무것도."
카이란은 혜진이의 말에 수궁을 하면서 쉽게 말을 내뱉었다. 자신에게 겪은 일이 아
니라 약간은 떨떠름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확실히 그렇게 먹히고 있으니... 어
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그래...? 흐음... 기억이 없다라... 그럼 너와 나의 있었던 그 일을 잘 모르겠구나
."
"그렇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예전에 내가 어떻게 너에게 고백을 했지? 난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하거든. 가르쳐 줘봐."
"에!?"
카이란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지금까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혜진이에게 말을 했
다. 그러자 혜진이는 약간은 놀랐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순식간에 부드럽게 웃으며
엷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나.... 그리 재미없을 텐데.. 괜스레 너만 가슴 아플걸."
"괜찮아. 이미 기억도 잊어버렸는데.. 아플 리가 없지. 그리고 뭐든 이야기에는 첫
사랑이 걸려있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잖아. 그러니 왠지 재미있겠다 싶어서 말야. 후
후후후."
카이란은 남의 얘기를 듣는 마냥 눈이 반짝반짝 거리며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혜진이가 들려주는 백성이의 얘깃거리를 기대한다는 얼굴이었다.
혜진은 조금 황당한 눈으로 카이란의 빙긋 웃는 얼굴을 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웃으
며 재미있는 얘기를 기대한다는 얼굴을 하는지 약간의 의아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뭐.. 기억 상실이니까.. 그렇겠지... 성격도 변할 정도였으니까...'
기억 상실이니까 그럴러니 생각을 한 혜진이였다. 확실히 기억이 없고 성격까지 예
전과 절실히 다르니 그럴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 재미있지는 않아. 장작 그 본인이 왜 나를 좋아했는지를 모르니까.. 나는 그
첫사랑의 이야기를 끝에만 알고 있는 꼴이라고 말 할 수 있어서.. 재미있지는 않을
거야. 아무리 중학교 2학년에 너와 같은 반이라고 했어도... 나는 너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고, 그리 친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네가 나를 왜 좋아했는지는 몰라.
그냥 무작정 고백 받는 격이었으니까. 그러니.. 재미없을 것이고, 첫사랑의 얘기는
처음부터가 재미있지 끝만 알면은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얼래? 그리고 보니 그렇네. 카이란은 혜진이의 말에 일리가 있자 살짝 얼굴을 찡그
리며 오른쪽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확실히 혜진이는 백성이에게 고백 받은 것 밖에
없다. 같은 반이라고 해봐야 그냥 아는 사이 정도 밖에 없다. 그러니 장작 중요한
것은 백성이의 과거이지 혜진이의 과거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에이.. 그렇군... 그래도 괜찮으니.. 어떻게 고백해서 찼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궁금하니까 가르쳐 줘."
내용도 중요하지만.. 장작 카이란이 제일 궁금했던 것은.. 혜진이가 어떻게 백성이
를 찼냐 라는 것이다. 따귀를 때렸을 것인가? 아니면 주제를 알라! 라고 엄하게 꾸
짖는 듯이 화를 낼 것인지가 더욱 궁금했었다.
"음... 그래? 그거야 뭐 쉽지.. 그때 네가 느닷없이 나를 좋아한다는 말과 함께 사
귀자라고 고백을 했었어... 그때 그렇게 느닷없이 고백을 받으니까 조금 황당하더라
... 어쨌든 그리고 그냥.. 너는 내 타입이 아냐! 라고 하면서 거절했었어."
살짝 어색하게 웃으며 혜진은 말을 했다. 아무래도 고백했던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니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나 보았다.
"그리고?"
"그리고? 뭐가 그리고야? 당연히 집에 갔지."
"에엑!"
카이란은 허무하고 이상한 결말에 그만 짧은 비명을 질렀다. 뭔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고 허무한 결말로 끝을 맺었다는 것이 정말 황당했다.
"서..설마! 네가 그렇게 끝내줬단 말야!? 분명 어디를 분지르거나 따귀를 때린다거
나 주제를 알아라! 고 하면서 상당히 화낼 것 같은데... 너 거짓말이지! 사실을 말
해! 괜히 거짓말하지 말고!"
"........."
기가 막혔다. 어떻게 저런 말을 내뱉는지.. 아무리 궁금해서 그런 것을 물어봤다고
는 하지만.. 어떻게 자기가 있었던 일을 그렇게 고약한 쪽으로만 생각하는지... 정
말 본인이 맞는지 의심이 났다.
"너 말야... 정말 백성이 맞냐?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냐? 내가 그리 싸가지 없
게 보이냐! 이래봐도 난 왕 순진한 천사표라고!"
"........."
이번에 카이란이 말이 없었고, 얼굴만 구겼다. 그의 얼굴에는 더위먹은 마냥 얼굴이
축 늘어나며 바로 혜진이의 말에 부정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 재수 없는 표정은!?"
"아니 아무것도."
"왠지 무시당한 느낌이 드는데...."
"........."
카이란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당연히 무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카이란은 담담히
혜진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던 것이다.
"흐음... 그런데 이제 슬슬 돌아갈 때 되지 않았냐?"
시각은 6시 반이 넘은 상태. 착한 어린이가 아닌 이상 더 돌아다녀도 될 시간이지만
카이란은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혜진은 벌컥 놀란 얼굴로 카이란
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왜....왜? 벌써 집에 가야해?"
"뭘 그리 놀래?"
놀라는 혜진이의 얼굴 때문에 카이란은 의아한 듯한 얼굴로 말을 했다. 그러자 혜진
이는 당황을 하며 애써 변명했다.
"아...아니.. 그..그냥.. 그런데.. 왜 벌서 집에 가려고 해?"
"그냥... 늦은 것보다는.. 이제 할 일이 없잖아. 거리를 구경하면서 무작정 돌아다
니는 것은 이제 지겹거든. 아무리 재미있는 거리와 할 것이 많은 거리라고는 하지만
... 모든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슬슬 지겨운 감이 나에게는 돌아서 말이야..."
시험 끝나자마자 혜진이를 만났기 때문에 그들은 만난지 꽤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오후 3시쯤에 만났더라면 아직 한창은 더 돌아다녀도 될 시간이었지만... 아침에 만
났기 때문에 이제는 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카이란도
질렸기 때문에 이제 그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흐음.. 그래서 결론은 할 일 없으니 집에 가자 라는 것이군."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혜진은 한숨을 쉬었다. 내심 다행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한숨이었다.
"참나. 할 일이 없다니! 염려 푹 붙들어 매셔. 내가 알아서 리드해서 갈 테니까. 시
간은 없데! 할 일은 많다! 라는 말도 모르냐! 그러니 염려마."
입 꼬리를 올리며 혜진은 리드를 하면서 갈 곳이 많다는 식으로 자신 있게 말을 했
다. 그런 혜진이의 모습이 내심 불안하기만 하는 것은 카이란만의 느낌? 아니면 착
각? 어쨌든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카이란은 군말은 하지 않았다. 집에
가봐야 할 일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군말하지 않고 혜진이가 이끄는 곳
으로 향했다.
또다시 시간은 많이 지나갔다. 혜진이는 카이란을 이끌고 계속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 제법 쌀쌀한 날씨에 해는 벌써 노을 빛과 함께 어둠이 드리워지려고 하니 왠지 춥
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벌벌 떨 정도의 추위는 아니고.. 느낌만 그렇다는 것
이다.
거리는 온통 술집으로 돌변해 져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지금 있는 거리는 젊
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거리라 온통 술집으로 가자는 분위기였다. 왜 저
녁만 되면 이런 거리는 술집거리들을 연상케 하는지 모르겠다. 저녁에는 술 파티를
위한 시간대였나? 너도나도 술을 먹으로 가자는 말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았고, 무엇
보다 저녁에는 할 일이 없어서 모두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술을 먹는 것 같았다.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일을 하겠지만... 그것이 아닌 인간들은... 집에 가도 할 일
없이 지내는 것보다는 나와서 술 먹는 것이 더 속편한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헤이! 예쁜데 우리랑 같이 놀지 않을래!?"
"맞아.. 우리가 화끈하게 놀아줄게. 어때?"
이것은 뭔 소리? 옆에 있는 카이란을 무시하게 말하는 이들은 거리의 헌팅맨들... 2
명의 양아치 복장을 한 놈들이 혜진이에게 추근거렸다. 카이란과 혜진이가 나란히
서서 걸어가고 있는데.. 이것들은 카이란을 무시한 채 혜진이에게 말을 하자 그의
미간은 주름이 잡혔다.
"이놈들이 죽고 싶어 환장했나...?"
카이란은 앞 이빨을 들어내며 무섭게 그들을 노려보며 음산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
러자 그들은 거만하게 카이란을 빤히 쳐다보더니만 피식 웃더니만....
"이봐 예쁜이 우리랑 같이 놀자니까.. 우리가 화끈하게 놀아줄테니까 저딴 자식과
떨어지라고... 어때? 우리랑 갈래?"
"그래.. 그래.. 우리랑 가자. 내가 잘 리드해 줄 테니까. 가자.. 가자.."
카이란을 무시했다. 헌팅맨들은 다시 활짝 웃으면서 혜진이에게 사근사근한 어투로
추근대기 시작했다.
"..............."
카이란의 얼굴은 거의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감히 드래곤을 무시하다니..!! 카
이란은 분노의 기운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카이란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
가며 주먹을 꽉 쥐며 손을 봐주려고 했다.
"됐어! 꺼져 임마들아! 너희보다는 이쪽이 더 좋으니까. 그냥 가라! 좋은 말 할 때.
그리고 너희와 놀 바에는 그냥 내가 집에 가고 마니까.. 그러니 그냥 가라."
이것은 또 무슨 말? 이런 삭막한 말을 하는 인간은 혜진이였다. 어째 이런 인간들
많이 상대해본 말투라는 느낌이 들은 혜진이었고, 왠지 저 대사는 어쩐지 지희를 생
각나게 했다. 혜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놈들을 무시하고는 카이란의 팔을 이끌고
헌팅맨들에게서 빠져나왔다. 그 헌팅맨들은 혜진이의 그런 말을 들었는데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고 입맛만 다신 채 다른 여성을 물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깐 잠깐.. 나 잠시 저놈들 손을 봐줘야 직성이 풀리겠다. 아! 짜증.. 내가 왜 저
런 인간들에게 무시를 당해야 하지!? 빌어먹을! 잠시만 기다려봐."
카이란은 그들 뼈를 몇 개 부러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느낌이 들자 혜진이가 잡고 있
는 팔을 떼려고 했다.
"안 돼! 그냥 가자. 너 지난번 진철이와 비슷하게 사람을 팰 생각이지!? 안 돼! 내
가 안 돼! 그냥 가자!"
혜진이는 그때 진철이와 싸울 때를 생각하며 더욱 카이란의 팔을 붙잡고는 완강히
말렸다. 혜진이는 피와 살을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의 뼈가 분
지르고 피가 터지는 그런 광경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이란을 가지 않게 했다.
"싫어! 젠장! 내가 왜 저딴 자식들에게 무시를 당해야 하지! 저런 별 볼일 없는 인
간에게?"
어지간히 무시당한 것이 화가 났는지 카이란은 어떻게 해서든 그 헌팅맨들을 손봐주
려고 하자 혜진은 애써 미소까지 흘리며 그를 잘 타일렀다.
"참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잖아. 그리고 이런 일 한 두 번도 있는 일 아니
고, 무엇보다 이곳은 이런 일이 거의 다반사니까 그렇게 화를 내지마."
역시 얼굴이 예쁘니 저렇게 헌팅을 하자는 인간들이 많았나 보았다. 이런 일이 다반
사라고 하니.. 그녀도 이곳을 몇 번 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쳇... 알았어. 젠장..."
혜진은 카이란의 대답을 듣고 난 후 그제서야 안심을 했다. 이곳의 거리는 젊은 사
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자 일명 불량아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곳의
거리에는 헌팅은 기본이다. 혜진은 이곳말고도 여러 곳에서 헌팅을 당해본 경험자이
기 때문에 이제는 '헌팅 왔냐!? 그럼 싫다! 꺼져라!' 라는 식으로 가볍게 누르는 법
을 터득했기 때문에 쉽게 거절하는 방법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는 거야? 한창 간 것 같은데..."
한참을 걸었기 때문에 이제는 해가 완전히 저버렸다. 완전한 밤이 되었는데도 아직
목적지를 도착 못하자 카이란은 눈살을 찌푸리며 혜진이에게 말을 했다.
"다 왔어. 바로 저기야..."
다왔다고 하니.. 카이란은 또다시 걸었다. 그리고 혜진은 빙긋 웃으면서 카이란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바로 여기야."
"에엣! 여기라고!?"
"응."
카이란은 놀랬다. 설마 혜진이가 말한 곳이 이런 곳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상상도 하지 않았었지만 설마 이런 곳을 찾을지는 몰랐다. 카이란은 눈앞에 있
는 건물을 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4층 정도의 건물이지만... 장작 중요한 것은 건
물의 크기가 아닌 그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곳이 중요했다.
불이 번쩍이며 전기세 많이 나갈 것 같은 간판들이 화려하게 빛을 비추고 있는 곳이
었고, 그곳 입구에는 검은 양복이 입은 인간들 몇 명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대부분 남자끼리만 가거나 여자끼리 가는 모습만 보였다. 간혹 커플이 들
어가거나 단체로 가는 것이 보였긴 했지만.. 거의 남자끼리 들어가고 여자끼리 들어
갔다. 대부분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고, 많으면 20대 중반 적으면 10대 후반정도 보
이는 인간들이었다.
그렇게 근처에 이곳의 광경을 보고 있을 때 어느 검은 양복 입은 인간이 활짝 웃으
면서 혜진이게 다가왔고, 20대가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한 이곳은..........
"어서옵쇼! 몇 분이십니까?"
"2명이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2사람 내려갑니다. 자리 안내해드리세요."
나이트 클럽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