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70화 (170/277)

외전. 행복이란....

[그래 혜진아..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꼭 1등을 해라!]

아빠의 말.. 그땐 난 어렸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난 칭찬이라는 것을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응! 알았어! 아빠! 꼭 다음 번에 1등을 할게!]

다음 번에는 꼭 1등을 해서 더욱 좋은 칭찬을 받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래야 좋

고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야! 우리 혜진이지!]

그리고 엄마의 칭찬.

[알았어! 난 할 수 있어! 꼭 1등을!!]

[하하하하.. 우리 혜진이 아빠 닮아 똑똑하구나.]

[아이참.. 여보.. 혜진이는 나를 닮아서 똑똑한 거에요.]

[아니.. 무슨 소리를 혜진이는 나를 닮은 거야.]

[아니요.. 저를 닮았어요.]

[아이참.. 저는 엄마 아빠 모두 닮았어요. 그러니 싸우지 마요.]

[하하하하.. 그런가? 우리 혜진이 너무 똑똑한걸..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

화목한 가정... 난 이때가 가장 저주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너무 기분 좋

은 추억이자 후 때의 나에게는 괴로운 추억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부

모님이 나를 칭찬만 해 주시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난 부모님의 하시

는 말씀을 모두 이루어 드리려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그래야만 난 칭찬을 한 몸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은 크나큰 나의 운명에 시달림을 받을 거

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운명은 한순간에 정해져 있던 것인가? 아니면 여러 갈래의 운명이 나의 행동의 결

과를 보며 이끄는 것인가? 뭐든 알고 싶으니.. 난 그 운명의 대하 한탄을 내뱉고

싶을 정도다. 어찌하여 인간은 이렇게 변할 수 있지? 인간은 그런 변질 적인 동물

이었던가? 왜 인간에게는 정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욕심에 욕심을 낳는 것인지

... 궁금하기만 했다.

인간은 지기 싫어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위를 좋아하지, 아래는 좋아하지 않는

이기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그런 이기적인 것에 때문에 난 나의 운명에 저주를 퍼

붓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나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언제가 그런 기분은 아니지

만.. 오늘 같은 성적표 받은 날에는 거의 최악의 날이라는 것과 내생에 제일 싫은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아... 집에 가기 싫다.."

내 나이 15살... 한창 사춘기를 만끽할 세대라고 불리고 있는 나이 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 하나 느낄 여유조차 없는 일상생활에 시달림을 받는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 인생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15살인 주제 인생 다 살은 것처럼 말

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지만 느낌상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혜진아!"

사춘기를 갓 벗어난 목소리. 어줍잖은 톤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자 나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인지 아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은 왠지

아무라도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웃

는 표정을 잘 지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친구이기 때문에 난 어색하게라도

미소를 지으며 마주보았다.

"어... 승환이구나..."

나를 부른 사람은 남자친구이자 소꿉 친구로 통하는 이는 '박승환'이라고 하는 남

자다. 남자친구라고 해 봐야 사귀는 사이도 아닌 그저 그런 친구로 통하는 사이다

. 소꼽친구이니.. 서로 연예감정이 없다. 승환이는 잘 모르겠지만....

"응! 나 오늘 시험 등수 10등 올랐다! 하하하! 나 너무 기뻐!"

승환이는 나를 보자마자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는 얼굴로 나에게 얼굴을 데밀며 말

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난 화사하게 웃으며 축하해 줬다. 나야 어떻든 축하해줄

일이기 때문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래? 축하해."

"응! 고마워!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승환이는 크게 웃었다. 나의 기분은 그리 상관이 없다는 식인지 그렇게 웃으니 나

는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난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축하해줄

일이라도 그렇지 저렇게 되놓고 좋아하니.. 화가 안 나면 난 감정을 느끼는데 비

정상이고 인간도 아닐 것이다. 인간이란 자고로 이성과 사고가 존재하는 동물이니

까...

"하하하하...하......하........하... 앗! 미...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는 느닷없이 웃다말고 나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눈치가 빠르군... 정

말 한심해서야 이제 눈치를 채냐!! 난 이제 눈치를 챈 승환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았다. 그러자 그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사과를 하기 시작

했다.

"정말 미안해.. 네 기분도 모르고 그렇게 날뛰었으니.... 미안.. 정말 미안해!!"

"아니 괜찮아. 확실히 축하해줄 일이니까.. 그러니 됐어."

물론 거짓이다. 아~ 기분 최악이다. 그렇지 않아도 안 좋았던 기분 더 좋지 않아진

것 같다. 누군 성적이 올라가지 않아서 집에 가기 싫을 정도인데... 누군 성적이

올랐다고 저렇게 방방 뜨다니... 정말 세상 살맛 나지 않는다.

"그.. 그런데 넌 시험 잘 봤었어?"

"8등 떨어졌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승환이의 질문에 나는 솔직 담백하게 가볍게 답해 줬다. 그

말에 놀라는 승환이...

"헉! 어.... 어떻게 그런 일이...."

뭘 그리 놀래는지 승환이를 보면 가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이라니.. 당연한 것 아냐? 시험을 잘 못 봤으니 그런 결과가 있는 것 뿐

이야. 그러니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런 말 하니 더 기분이 안 좋아지네... 아.. 점점 집에 가기 싫어진다.

"그...그렇구나... 열심히 하지 그랬어.

크윽! 이제는 이것이 불난 집에 선풍기 질을 다 하고 있네. 울컥한 마음이 한쪽 가

장자리부터 점점 게이지를 상승시켰다.

"흥! 그래! 잘났다! 난 언제나 집중력이 모자라서 시험도 못 보는 바보야! 너하고

달라서 언제나 뒤에서 놀고 있는 아이지. 나랑 논다면 너도 분명히 바보가 될 테

니 나와 안 노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그렇게 알고 나 먼저 가버린다. 그럼 빠

이빠이..."

손을 설래 설래 흔들며 난 유유히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흥!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결국 네가 말하는 것이 겨우 그거냐! 쳇! 하여튼 위로라는 것을 모르는 바

보라니까!

"혜진아!!"

승환이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난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 상황을 본다면 나에게 위

로의 말이라도 할 줄 알았다. 이런 전개일수록 당연하다고 나의 마음속에 여겨 있

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위로라는 말을 들으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그것은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잘 가.."

"............"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승환이. 그 말에 의해 난 한동안 정신이 멍한 상태로 되

어야만 했다.

"푸하하하하핫!! 역시 혜진이는 재미있어. 설마 저런 표정을 지을 줄은... 하하하

하하핫.."

크게 웃으며 승환이는 배를 잡았다. 저 것이 나를 놀렸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꼴이

라 내 고운 미간에는 양쪽 힘에 의해서 살이 뭉치고 있었고, 눈에는 가스렌즈를

킬 때의 스파크가 일으켰다. 그리고 점화!

"흥!! 그래 갈 꺼다! 잘먹고 잘 살아라!!"

쳇! 감히 이 몸에게 그런 식으로 놀리다니! 승환이도 많이 컸구나! 흥이닷!! 난

화가 난 채로 뒤를 돌아서 성큼 성큼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갔다.

"앗! 미안 혜진아... 같이 가!! 혜진아..."

그리고 승환이는 사과를 하는 동시에 나에게 뛰어왔다.

"자~ 그럼... 내일 봐."

내일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승환이는 그렇게 인사를 건네 놓고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하얀색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도 왼쪽에 있는 아파트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씩 밟을 때마다 난 점점 뒤를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

다. 집에 가면 이제는 어떤 말을 들을지 상상이 갔기 때문이다. 어느덧 집 앞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어깨는 자연적으로 힘이 빠졌고, 한숨까지 나와버렸다.

"하아... 우선 들어가야겠지..."

-딸깍..-

우선 열쇠로 문을 따서 은색 손잡이를 잡고 그것을 왼쪽으로 돌려서 문을 열었다.

아파트마다 열쇠로 문을 잠그는 것은 기본 수칙이다. 도둑이 들어올 확률은 극히

소수지만... 설마 우리 집을 털겠어.. 라는 발상을 가지고 있다가는 나중에 큰코다

치는 격이 될 수 있다.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다녀왔습니다."

다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도로 집안에는

적막이 가득했기 때문에 엄마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오셨다.

"그래 왔구나.. 그럼 성적표를 엄마에게 보여다오. 오늘 엄마 친구에게 전화 와서

알았으니까.. 괜히 거짓말 할 생각 말아라."

쌀쌀한 말투. 그 말투만으로도 왠지 오한먼저 일으켰다. 그렇다고 전화를 한 사람

은 도대체 누구야? 그렇게 자식 자랑을 하고 싶은 건지... 확실한지 아니면.. 거

짓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엄마가 시험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 난

할 말없이 가방 속에 있는 시험 성적표를 보여드렸다.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을 쳤다. 엄마의 싸늘하게 변해 가는 표정에 의해서 난 움푹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겠지.. 자그마치 8등이라는 등수가 떨어졌는데...

표정이 변해가지 않는 다면 앞에 있는 사람은 우리 엄마가 아닐 거다.

"이, 이게 뭐지...? 내 눈이 착각을 하지 않는 다면 38등이라는 등수로 보이지

않을 건데... 이게 뭐지?"

뭐긴.. 뭐에요.. 제 등수죠... 후.. 38등이라..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못 본 성적.

다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우리 반에는 학급 인원수가 54명이라는 것이다.

"넌 뭐 하는 아이야!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을 수가 있지! 그렇게 공부하라고 했

으면 공부해야 할 것 아냐! 넌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옆집에 있는 이씨 아줌마

네는 반 등수 10등 안으로 들었다고 하는데.. 넌 38등이 뭐니! 38등이! 너 이때까

지 뭔 짓을 한거야? 공부하긴 한 거야?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니!!"

시작한다.. 엄마의 잔소리가...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점에 짜증이

밀려왔다. 도대체 왜 옆집 아줌마나 윗집 아줌마를 들먹이는 거야! 난 나라고! 그

사람과 비교 당할 이유는 없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하라고!!

난 방에 뛰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몸이 말이 안 듣는지.. 그저

꼼짝없이 엄마의 잔소리를 다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난 이렇게 되었

지... 제길... 나오고 싶지 않은 욕도 나오니.. 할말이 없어진다. 차라리 밖에서

시간을 때우고 올걸 그랬나? 괜히 빨리 와서 후회만 밀려왔다.

"빨리 들어가서 공부나 해! 2주 후에 있는 시험 어떻게 될지 기대 할 테니까!!

너 알아서 해!!!"

그런 정보통은 다 어디서 들었는지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겨우 잔소리를

끝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제 모든 것이 끝이다 라는 생각밖에 없는 상태였다

. 난 한쪽 가방을 왼손으로 든 다음 바로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왼쪽 구석에

자리 잡혀 있는 침대 위에 책가방을 던져버리고는 침대 위에 엎드렸다.

"흑... 흑..."

나오고 싶지 않았는데.. 나오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 맑은 두 눈에서는 한줄

기 굵은 눈물이 침대 커버를 적셨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난 집중력이 없다. 그렇다고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닌 보통 평범한 여자애에 불과하다. 그런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 집에서는 맨 날 나보고 공부나 해서 반 등수 1등이 아닌 전교 1등을 원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난 공부에는 취미가 없다. 예전에야 공부에 재미를 붙였지

만 지금은 이제 공부란 싫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한창 사춘기

라면 그런 것을 즐길 수 있는 나이인데도 왜 집에서는 그렇게 해주지 않는지 화가

난다.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물은 그리 많이 흘리지 않아서 붉게 물들여 있지는 않

았다. 그리고 책상을 응시했다. 여러 가지 참고서나 문제집들이 널브러져 있는 나

의 책상, 손도 안된 문제집도 없는데도.. 난 성적이 높지 않은 보통보다 그 이하의

성적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는 상태. 난 공부를 할 때 1시간 이상 집중 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리고 한번 푼 문제는 다시는 보지 않는

다. 이것만으로도 문제가 있긴 있지만.. 나에게는 그것도 최선의 방법이다. 고릴

라나 원숭이도 의자에 앉는 것도 할 수 있듯이 딱 그것이 나의 모습이다.

-2주 후-

어느덧 2주가 지나서야 시험이 찾아왔다. 공부는 물론이고 복습도 하지 않은 상태

하다못해 약간이라도 배운 것 해야 하는 것 정상인데... 점점 가면 갈수록 나에게

는 집중력은 모이지 못하고 점점 분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시험을 보았다.

"하아... 망쳤다.."

한숨을 내쉬며.. 시험점수를 보았다. 어디를 보나.. 최악의 점수. 난 책상에 엎

어졌다. 집에 돌아가기 싫었다. 끄아아아아악!! 도대체 왜 이렇게 좋은 점수가 나

오지 않냐고!! 어떻게 연필 구르기에도 나에게는 인연이 없는 거야!! 연필 구르기

를 했다는 것도 한심했지만... 모르는 문제는 당연히 연필 구르기가 최선의 방법

이었다고!!

"...하하...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절망이란 언제나 느껴보는 것이지만.. 매번 그것을 느낄 때마다

새롭다고 느껴진다. 흐구... 힘이 없다.

"어머.. 혜진아.. 어디 아파?"

짤막하게 놀라며 나를 걱정하는 이가 있자.. 난 고개만 올려서 나에게 말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아.. 선희구나... 헤헤.. 아무 것도 아냐.. 그저.. 시험 점수 때문에 한탄을 한

것 뿐이야."

같은 반 친구 김선희라는 친구다. 얼굴은 그리 예쁘지 않은 보통 평범한 얼굴에다

가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내 친구다.

"그래? 하여튼.... 너도 시험 점수가 어지간히 못 봤나 보구나."

"응.. 그래.. 시험 점수가 최악이지.."

"후훗.. 그래도 너도 시험점수가 중요한 것은 잘 알고 있나 보내..? 언제나 네

얼굴은 웃고 있어서 시험이라는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 같지 않았는데.."

"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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