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71화 (171/277)

할 말이 없어지자 난 어설픈 헛웃음을 내뱉었다.

"맞아! 맞아! 의외다! 혜진이가 시험 점수 때문에 저렇게 기가 죽어있다니!! 이것

은 하늘에 대한 이변이야! 이변!!"

느닷없이 나타나서 말하는 이는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아진이라는 친구다.

"하하.. 선아야.."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것! 그래!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다같

이 노래방이나 가자고!! 내가 오늘 신나게 너를 위해 놀아 줄 테니까!!"

왜 갑자기 거기에서 그런 것이 나오는지 의아했지만.. 내 느낌상 아진이의 행동을

보면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게 무엇인지 대충 예상이 스

쳤다.

"그래.. 오늘은 누가 오는데... 갑작스럽게 노래방이야?"

"엑!!???"

뜨끔했는지 아진이는 놀란 어투로 짤막하게 내뱉었다.

"후후후후후후... 역시 혜진이.. 눈치 한번 빠르구나! 오늘 저쪽에 있는 송곡 고등

학교 오빠들을 나오게 만들었거든. 하하하하.. 그러니 괜찮지...?"

그럴 줄 알았다. 아진이는 나의 눈치와 선희의 눈치를 번갈아 보면서 반응을 살펴

보았다.

"하여튼.. 너도 어지간하구나.. 그 남자 밝힘증... 뭐.. 어쨌든 난 찬성이야. 혜진

이 넌?"

선희는 찬성을 의지를 보이자 아진이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가자."

"우하하하하! 그래 잘 결정했어! 오늘 뽀샤지게 놀아보자고!! 특히 혜진이 넌 예

쁘니까.. 남자들이 잘 따를 거야. 그러니 네가 잘 해야 한다고! 그래야 그 오빠들

을 뜯어먹을수 있거든. 알았지!?"

뭐야! 결국은 나를 이용해 먹으려고 그런 것이냐!? 하여튼.. 아진이 이 녀석 알아

줘야 한다니까... 확실히 다른 아이들의 비해 내 미모는 빠지지 않는다. 하필.. 사

춘기에서 겪는 것 중 하나가 유일하게 미모였다. 유난히 얼굴은 보통 여자아이보

다 예쁘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미 난 공주병 초기를 겪는 중이었다.

"좋아!! 혜진이도 신경 쓰게 했던 시험에 대한 것을 잊어버리고! 우리 실컷 놀아보

자고!!"

"하..하...하..하.."

아진이는 왼손으로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오른손은 교실 천장을 가리키며 외쳤

다. 그런 아진이의 말에 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렇다.. 난 모두에게 속이고 있었다. 아무도 나의 집안에 과한 것에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나 자신도 모른 상태다. 그저.. 숨기고 싶은 마음인 정도이고, 왠

지 말하기도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믿지 못하면.. 그것은 신례를 잃은 것

과 배신을 하는 것이랑 다름없는 짓이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집에서 잔소리만

듣고 싶지.. 밖에서는 시험에 관한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래?"

수업이 시작하고 있는 도중.. 나의 책 상 밑에는 종이쪼가리 같은 것이 만져지자

난 조금 의아한 말투가 나왔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자 푸른색으로 예쁘게 잘 되어

있는 편지를 볼 수 있었다.

"뭐지....?"

의아한 말투였지만.. 난 이것이 뭔지 쉽게 눈치를 챘다. 이 정도를 모른다면.. 난

바보일 것이다. 결투장이나.. 분명 연예편지겠지? 하지만.. 결투장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자부한다. 왜냐? 나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은 없으니까.

"흐음.... 어쩐지.. 요즘 뒤통수가 따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나에게 추파를 던지

는 사내가 있을 줄이야..."

한쪽 팔로 얼굴을 기대며 난 편지봉투를 흔들었다. 이런 행동을 본다면.. 전혀 기

쁘지 않는 모습이겠지만.. 솔직히 기쁘다. 물론 그 남자의 얼굴을 모르지만.. 이

런 것을 받았다는 자체가 기쁘다는 느낌이다.

"음.. 한번 뜯어봐서 읽어볼까?"

아직도 뜯지도 않은 상태이니 난 그것을 뜯어보았다. 겉에도 푸른색인 봉투였는데

.. 안에도 푸른색이 편지지였다. 글씨는 그리 잘 쓰지 못한 글씨라.. 딱 남자가 썼

다는 것을 가르쳐 주니.. 확실히 결투장은 아닌가 보다.

"흐음.. 그대를 좋아합니다.. 오후에.. 학교 뒷마당.. 나무에 나와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라.."

완전 상투적인 문구라.. 난 아무런 느낌도 받을 수가 없었다. 요즘 시대 러브레터

를 보낸다는 것도 이상하게 여기는 시대인데.. 그것에 더한 완전 오리지널... 문구

라.... 하하하.. 할말없군.

"어쩟든 가봐야 하나..."

이것이 가장 문제. 가볼 것이냐? 바람을 맞힐 것이냐? 흐음.. 고민되는 군.

"뭐.. 만나기는 해 봐야겠지?"

결론은 만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 받아본 편지였지만.. 이상하게 두근거리지

도 않는다. 너무 상투적인 문구라서 그런 것인가?

어쩟든 이런 저런 생각을 집어치우고는 난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그 사람이 불러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애초에 난 누구와 사귈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그

말을 거절해 버리고는 다시 나의 교실로 가버렸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그 애는

우리반 남자아이였고, 이백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애였다. 의외로 같은 반 남자

아이이자 조금 얼떨떨한 느낌도 있었고, 조금 미안한 감도 돌았다. 앞으로 반년

동안(2학기 초입니다.) 얼굴을 같이 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리 상관이 없었지

만.. 저쪽 백성이에게는 조금 껄끄러운 생각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저렇게 눈이 띄자 않은 아이이니.. 그리 상관도 없겠지 라는 생각을 했

다.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눈에 뛰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어느덧 수업이 끝나버렸다.

"자 가자..."

아진이가 나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선희가 다가오고 있었

고, 난 피식 웃고는 한쪽 어깨에 가방을 짊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시험을 잊어버릴

정도로 한바탕 실컷 논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

다.

[뭐하는 짓이니!! 이게...... 이게!! 뭐냐고!! 아빠 할 말이 없어졌다!!]

[너 같은 딸!! 정말 보기 싫구나!!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아빠는 너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는데.. 정말 실망이구나!!]

[넌 지금까지 공부한 거긴 한 거니!!? 공부를 하라고 했으면 했어야 하는 것 아냐

!! 어떻게 부모의 기대를 이렇게 저버릴 수가 있는 거니!!?]

[앞으로 우리 부모라고 말하지도 말아라!!]

-띵딩딩딩 띵딩딩딩-

"얏호! 집에 가자 혜진아..."

"응..."

아진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떡였다. 우연인지 아니면 우리는 헤어질 수 없는 끈이

라도 엮여 있는지.. 아진아와 선희는 나와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되어버렸다. 새로

운 학교라 적응하기가 힘들 거라는 예상이 들었는데.. 의외로 같은 반까지 되어버

리니.. 그런 걱정은 싹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되니 엄청 기뻤다.

"야.. 어제 그 오빠 봤냐? 진짜 잘생겼더라...."

"응.. 나도 봤어.. 하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영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냐?"

"아.. 그 코가 뭉뚝한 그 오빠!! 말도 마라 졸라 재수 없어서 내가 닭살까지 다 일

으키더라!! 그리고 흘끔 나를 한번 쳐다보는데.. 빨리 그곳에 벗어나고 싶을 정도

였다니까!! 그 멋진 오빠만 아니었다면 난 바로 정강이를 차 버렸을 거야."

"후훗.. 알아 알아.. 나도 그 오빠가 계속 너를 보았던 것 봤어. 흑심을 품고 있

었던데.... 한번 사겨보지?"

"야야..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져서 세상이 망할 수 있을 정도의 말을 쉽게 내

뱉지 마라. 만약.. 그 오빠와 사귄다면.. 난 바로 목매달고 바로 자살 할거다."

"후훗.. 그래도 모르지.. 네가 어떻게 되어서 그 오빠를 좋아해서 사귈 수도 있잖

아? 세상일은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지? 안 그래?"

"야야... 그런 말을 하는 네가 그 오빠와 사귀지 그래? 그 오빠를 보면.. 여자면

모두 OK할 것 같은데 말이야..."

일상적인 여자아이들의 얘기 거리들... 이때만 해도.. 나에게는 계속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란 변화무쌍이 되기 마련.... 친했던 친구들도.. 떠나가기

마련... 그때 일만 아니었다면.. 여전히 이랬을까?

-반년 후 2학기 시작하고 1달 후.-

시간이란 참 빨리도 지나간다. 고등학교가 된지 며칠 되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어느덧 2학기가 시작되었다니.... 성적은 여전히 중학교 때와 비슷했기 때문에 집

에서는 핍박은 여전했다. 하지만.. 점점 그런 것도 익숙해져서인지 이제 그리 괴

롭다는 생각이 안들 정도였다. 예전에는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이제는 담담하다

고 해야 하나.. 아님 눈물샘이 말랐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 정도였다.

"하아.. 또다시 2주 후에 시험이란 말인가? 정말 하기 싫군. 시험이라니..."

난 시험을 제일 저주한다. 시험이란.. 나에게는 꼭 절망이라는 단어를 심어주는

악의 화신 같기도 하다. 아무리 내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핍박받

는 생활 속에 시험을 좋아할 리가 없다. 젠장!! 빌어먹을!!! 욕이나 해주자.

"여어.. 혹시 혜진이 아닌가요...?"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조심스럽게 부르자 난 뒤를 돌아보았다. 3명의 건장

한 사내가 내 시야에 보이자... 난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여기서부터.. 난 내

인생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아... 안녕하세요."

예전에 한번 만나봤던 그 남자들였으니까.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남자들이다. 그것

도 아진이와 선희와 같이 만난 오빠들이었다. 그것도 잘생긴 오빠 한명과 예전에

아진이를 힐끔힐끔 훑어보는 그 뭉뚝한 코를 가진 오빠들이었다. 남은 한명은 보통

이라.. 뺀 것이다. 어째 이렇게 보면.. 세상의 모든 미(美)를 보는 것 같은 착각

이 들었다. 미남, 보통, 추남이니.. 어찌보면.. 맞는 것이니까.

"어디 가는 거니? 우리 지금 신나게 놀 생각인데.. 따라 올 생각 없니?"

잘생긴 오빠가 웃으면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하자.. 난 그때 시험이라는 단어를 잊

고 싶었기 때문에 흔쾌 받아들였다.

"네! 좋아요! 마침 저도 심심했던 참인데..."

"그래? 잘됐네. 그럼 우선 가볼까?"

잘생긴 오빠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

오빠 옆에 서서 졸래졸래 따라다녔다. 그리고 술집에 가서 가볍게 술을 마시고..

노래방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난 집에 돌아간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놀아버렸다.

"자.. 여기서 오늘 신나게 뛰어 놀아볼까?"

"엑!!?"

잘생긴 오빠가 가리킨 곳은 나이트장이었다. 그것도 만18세가 들어가지 못하는 그

런 엄청난(?) 장소였다. 그런 장소이기 때문에 난 그만 두눈이 커지며 놀란 얼굴이

되어버렸다.

"뭘 그리 놀래? 이런데 한번도 안 가봤겠지? 오늘 이 오빠가 세상구경 시켜준답시

고.. 멋진 걸 보여주지!"

난 이때 멋진 것이 그런 의미인지 몰랐었다. 그저.. 신나게 흔들고 논다는 것인

줄 알았다. 만약.. 그런 것을 알았다면 쉽게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

면 알면서도 난 일부러 피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난 현실을 벗어나고픈 충동밖에

없었으니까....

"오..오빠.. 이런 것 해도 되요?"

"괜찮아.. 당연하지... 이것은 사회에 대한 더럽고 추악한 것을 모두 삼켜버리는 약이라고! 그러니 괜찮아."

그 말에 난 쉽게 넘어갔다. 오빠가 사용한 것은.. 일종의 쾌락을 일삼는 약... 마

약(痲藥)이었다. 처음 그것을 맞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눈앞

에 조금 돈다는 정도였으니 왜 인간들은 이것을 무서워하는지 몰랐다. 마약은 현

세계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은 거짓 증언인 것 같이 나에게는 아무런 느낌을 자아

낼 수가 없었다.

"이거를 집에 가서 해봐. 스피드의 S라는 것인데 아주 느낌이 좋을 거야. 그리고

너 같은 공부하는 학생이 한번 하면.. 너 시험 성적 쑥쑥 오를걸? 그러니.. 한번

먹어봐. 그냥.. 커피에다가 이것을 섞어서 마시면 그만이야."

잘생긴 오빠는 새끼손가락의 반정도 길이의 작은 통을 주면서 그렇게 말해놓고 유

유히 사라졌다. 난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하얀통이라 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

히 보니.. 위에 뚜껑이 있자 그것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손바닥에 떨어 뜨

려보자.. 작은 알약이 여러개 나왔다. 왠지 감기약 같이 생긴 알약이었다.

"흠.. 한번 해 볼까?"

근처에 자동 판매기를 찾았다. 지금 당장 어떤 효과가 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로 떨어지지 않는 거리에서 난 자동 판매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음.. 뜨

거운 커피가 팔지 않은 일반 캔으로만 파는 판매기라.... 조금 망설였다.

"뭐.. 상관없겠지..."

뜨거운 거나.. 차가운 거나. 그리 상관없을 것 같아서.. 차가운 캔커피 한 개를 뽑

았다. 잘 녹지는 않겠지만.. 잘게 부서뜨려서 녹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리고 잘생긴 오빠에게 받은 스피드 S라는 것을 섞어 마셨다.

"오옷!!"

놀랍다! 확실히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온 몸에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이

느낌!! 대단하다!! 이대로라면 시험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난 집으로 곧장 향했다. 그리고 쉽게 공부에만 몰두 할 수 있었다.

"와! 혜진이 시험 잘 봤네!"

"오옷! 혜진이가 23등? 놀랬는걸!?"

난 미소를 지었다. 내심 다행이라는 미소였다. 선희와 아진이는 그런 미소의 의미

를 모르겠지만.. 상관없었다. 무려 23등이라고 23등 기쁘지 않다면 난 바보라고!!

난 집에 돌아가도 안심이 됐다. 단번에 등수가 10등 이상이나 올랐으니... 부모님

의 칭찬을 해 주시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점점 그 약에 의존하면서 잔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

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이게 뭐니!? 겨우 23등이니!!?"

"23등이면 개나 소나 다 하는 등수다! 이게 뭐냐고!! 너 공부하긴 한 거니!!?"

"이번에 좀 열심히 해서 엄마는 좀 성적을 기대했더니만.. 정말 실망만 나오는 구

나! 어떻게 이런 점수를 봐놓고 떳떳하게 보일 수 있는지... 내가 못살아!!"

"이거 정말 창피해서 밖에 말하지도 못하겠다! 당장 올라가서 공부나 해!!"

뭐지!? 분명 23등이나 했잖아! 그것도 10등 이상이나 올렸단 말야! 왜.. 왜 칭찬을

해주지 않냐고!? 너무하잖아!!! 난 어깨에 힘이 빠지며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것도 자식이라고... 으그... 겨우 거의 3류라고 하는 예문고등학교에서도 저 정

도 성적이라니...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를 보냈다면.. 오히려 창피만 당할 뻔했군.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말에 난 울컥했다. 눈물이 쏟아질 것 만 같았지만 애써 꾹 참으며 침대에 얼굴을

파묻히며 흐느꼈다. 그리고 난 언제부턴가 공부를 한다면.. 그 약을 사용하는 버릇

이 생겨버렸다. 중독은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공부에만 몰두 할 수 있을 정도로의

소량만 사용했다.

약은 공짜였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그 나이트만 간다면.. 약은

그냥 준다. 그것은 시가가 엄청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비싼 것을 그냥

하니.. 나에게는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에 그것을 많이 얻어와서 집에서 공부용으

로 사용했다.

"야야.. 우리 여기에서 놀자..."

"엑!!? 어떻게 여기에서 논다는 거야? 나 그만한 돈 없어!"

"맞아.. 혜진아.. 우리에게는 그런 돈 없으니까.. 그냥 다른 곳이나 가자.. 그리

고 이런 곳은 우리가 가는 곳이 아니잖아."

난 친구 아진이와 선희이를 데리고 나이트 장을 데리고 갔다. 아진이와 선희는 나

이트장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자 난 피식 미소를

지으며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흔들고는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나만 따라오라고.. 알았지?"

"하지만... 그래도 비싸잖아."

음.. 양주만 시키지 않는 다면 6만원 선에 끝낼 수 있지만.. 우리에게 6만원이라는

거금은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진이와 선희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난 그런 그녀들을 보며.. 살짝 한숨 어린 미소를 짓고는 아진이와 선희의 팔을 억

지로 끌고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야..야..."

"혜..혜진아..."

뒤늦게 그녀들은 저지했지만.. 이마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아진이와 선희는 고개

를 푹 수그리며 곁눈으로 흘끔 나이트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처음이라서 그런지 아

진이와 선희는 이곳 광경에 신기한 듯 쳐다보는 표정을 지었다.

"야..야.... 확실히 이런 곳에 와도 되는 거야? 난 무섭다고...."

선희가 나의 웃을 잡으며 걱정이 가득 담긴 말을 하자.. 난 또다시 피식 미소를 지

었다.

"괜찮다니까. 다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

그렇게 말해놓고 난 자주가는 그 룸(Room)쪽으로 향했다. 맨 날 창문이 커텐으로

가려져 있는 이상한 룸이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뭔 짓

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밀폐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무언가

부정한 짓을 하기에는 딱이다.

-끼익...-

문을 여는 마찰음... 음악 소리의 의해서 들리지 않지만.. 꼭 나의 소리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여기에 앉아봐.. 내가 뭐 좀 시키고 올게."

"정말로 괜찮은 거야?"

내가 다시 룸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뒤에서 선희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의외로 얘네들이 겁쟁이네.. 처음이니 어쩔 수 없는 건가?

"괜찮아.. 괜찮아.. 금방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난 그렇게 말해놓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언제나 다크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

을 찾고는 몇 개의 안주와 술을 주문했고, 다시 룸 쪽으로 돌아왔다. 술을 시키는

것도.. 거의 돈을 받지도 않기 때문에 조금 푸짐하게 시켰다. 물론 나에게는 양주

는 싫기 때문에 그것은 빼버렸다. 이런 짓을 한다면..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

기도 했지만.... 그런 꿍꿍이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난 그대로 즐기자는 식으로

무작정 와버렸다.

"야.. 우리도 나가서... 춤추러 가자! 여기에 왔는데.. 그냥 구경하고 갈 생각은

아니겠지?"

여기가지 억지로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그냥 구경했다가 가는 것은 완전히 놀이

공원에 와서 아무것도 타지 않고 그냥 가는 것과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난 그

녀들을 제촉해 봤다.

"응.. 나가보자.. 그런데 나.. 춤 못 추는데...?"

"맞아.. 나 춤에 자신 없어."

역시... 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애초에 춤에 관심도 없었고, 이곳에 오

는 것도 처음인데.. 춤을 잘 출 리가 없다.

"괜찮아.. 여기에서.. 막춤을 춰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곳이야.. 그러니.. 그

냥.. 너희들 마음대로만 춰도 된다고!"

"좋아! 혜진이 난 너만 믿는다!! 그럼 나가보자고!!"

"그래야 아진이 답네! 그래 나가자."

우리들은 다시 룸 밖을 나가면서 스테이지 장으로 향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만의 춤을 추면서 재미를 느꼈다. 처음이라서

몇 번 손동작을 했지만.. 의외로 아진이와 선희는 쉽게 온몸 운동을 하는 춤을 추

기 시작했다.

아직.. 7시밖에 안된 시간이라.. 무척이나 나이트장은 한산했다. 자리도 반도 못

채운 상태였고, 스테이지 장 정면에 있는 DJ이도 없는 상태이다. 그저.. 음악만

틀어놓고.. 사람들이 마음대로 추라고 가만히 놔둔 상태다.

아마도 한 10시정도가 되서야.. 이곳은 한창 무르익을 시간일 것이다. 한 20분이

지나자... 시간이 블루스 음이나 흘러나왔다. 춤도 잘 못 추는 우리들에게 블루스

는 춘다면.... 우리는 프로다. 그것도 많이 와본 프로!! 그리고 무엇보다.. 난 동

성끼리 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아.. 힘들다..."

구슬린 땀을 훔치며.. 아진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하하.. 나도 힘들어.. 그런데.. 굉장히 신났어. 그렇지 않았어?"

선희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은지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한바탕 실컷 춤을 춰서인

지 이곳에 대한 경계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우리들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얼마만큼 지난지 모르지만.. 어느덧 테이블에는 맥주병 10병정도가 나뒹군 상태였

다. 그리고 서서히 취기가 돌 정도로 와버렸다. 하지만.. 아진이와 선희는 나의

모습에 의해서 술이 확 깨버린 사태가 와버렸다. 그리고 우리들은 운명의 갈래로

접어들었다.

"야...야.. 혜진아... 그..그건..."

"너.....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안 그만둬!!"

"괜찮아. 괜찮아. 이거 해도 괜찮은거야.. 너희들도 한번 해봐. 기분 좋아진다고."

난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는 환각제를 그녀들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아진이와 선

희는 벌떡 일어서며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만둬! 이건 마약이잖아!! 잘못하다가는 몸이 망가진다고!!"

"맞아.. 그러니 그런 것 그만둬!!"

아진이와 선희의 완강히 하지 말라고 강요했지만 나는 그런 것을 듣지도 않았다.

난 그때 왜 그것을 했는지 나 자신도 모른다. 그저.. 술에 취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아니면.. 버릇으로 인해서 한 것일까? 아니면.. 어느덧 난 마약이 없으면.

. 살지 못할 정도로 되어버렸던 것일까? 후회를 한다면 이미 늦었다.

그날 이후.. 난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친한 친구는 모두 한순간에 날아 가버렸던

것이다. 아진이와 선희는 나를 보는 것을 꺼려하는 눈치를 보였고, 점점 나를 뒤

로하게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난 이미 2학년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아진이와 선희와는 떨어져서 서로 다른 반이 되어버렸다.

우리들의 우정은 이렇게 쉽게 결말이 나버렸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나 자신

조차 모르니... 울고 싶어도 이제는 울지도 못했다. 영원히 난 현실에 못 벗어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반복되는 일상생활과.. 혼자서 공부하고 혼자서 집에

는 외로움... 유일하게 승환이가 나를 지켜주고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후였다.

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쾌락이라는 단어 앞에 주저앉아 현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주위를 둘러보니.. 내 주위에는 문제아 집단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 시대에 공존할 수 없는 것에 공존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후회를 한다면... 이미 늦었으니... 난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 마약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겼고, 주위에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당연

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난 여전히 부모님의 핍박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당

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고 느꼈다

.

행복이란.. 이런 것이었나? 자신만 만족하게 여기는 것이 행복이었나? 지금의 나로

서는 이런 것이 행복이라고 느꼈다.

--------------------------------------------------------------------------

안냐세요.

오랜만입니다.

너무 놓았군요.

즐거운 명절을 보내셨는지요? 저는 돈 뺐기고 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많이 타와셨겠죠...^^

이거 올리고 공지도 올릴테니.. 많이 봐주세요.

멜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답멜이 없더라도 양해해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문의나 멜은[email protected] 입니다.

그럼 언제나 좋은 하루 보내세요~

[email protect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