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이세계 드래곤 [19] 39.악마의 유혹.
오늘은 토요일! 토요일이면 뭐니뭐니 해도 내일은 학교가지 않는 날!! 조금 천박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학교를 가지 않는 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기다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씨 좋은 토요일에 어디를 나가지 않는 다면 그것은
풀장에 놀러와서 수영을 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사미 네 말대로 오늘은 어디를 나가볼까? 있다가 집에 들리자마자 나가기
로 하자"
카이란도 쨍쨍한 날씨에 집에만 있기 싫은지 사미의 제안대로 나가기로 마음을 먹고
말을 했다.
"네! 백성님!!"
사미는 기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사미야... 언니도 가면 안 될까나...?"
"으헥!!"
"으헤헥!!"
느닷없이 불쑥 나타난 엄청난 미소녀 혜미의 등장에 사미, 아리아, 민지, 카이란 모
두 놀라버렸다.
"어머.. 놀랬나요? 후훗.."
혜미는 눈웃음을 치며 입가에 손을 가려서 웃었다. 역시나 혜미는 웃는 모습이 너무
나 잘 어울린 여자였다.
"당연하지!! 왜 언니답지 않게 살금살금 기어서 오는 거야!!?"
확실히 이런 짓(?)은 혜미답지 않은 행동이자 사미는 그녀에게 바락 대꾸했다.
"흐음.. 그렇지만... 아까부터 불렀었는데.. 대답이 없어서... 요 앞까지 다오니 백
성군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서 그렇게 말했었어."
아무래도 카이란의 뜻 모를 말에 모두 얼어버렸을 때의 일인 것 같자 사미와 아리아
와 민지는 그 말에 오른쪽 볼을 긁었다.
"어머? 내가 가면 안되니? 그러면 할 수 없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혜미는 뒤를 돌아서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자 민지는 재빨
리 혜미의 팔짱을 끼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당연히 언니까지 합세한다면 좋지요. 피크닉이나 어디를 놀러
갈 때는 뭐든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그래요? 민지양이 그렇게 말해준다니 고맙네요."
카이란 옆에 있는 사미가 나서서 말했다.
"뭐.. 확실히 민지 말대로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언니가 간다면.. 우리는 환
영이야."
"고마워 사미야.."
"그러면.. 빨리 집에 가서 준비를 하고 올까?"
하교 길에 피크닉을 즐길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각자 집에 들려서 준비할 것은 준비
하는 것을 좋다. 준비해봐야.. 옷 갈아입는 것밖에 없겠지만.... 어찌보면 굳이 집
에 들릴 필요도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사미와 선배는 집에 들렸다가 우리 집에 오면 되겠네. 그리고 나와 민지는 먼저 집
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빨리 오도록 해."
그렇게 말해놓고 각자 자신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집은 서로 다른 곳이
니 각자 헤어진 방향은 달랐다. 사미와 아리아는 매일 카이란네 집을 거의 빠짐 없
이 들렸기 때문에 하교 길은 언제나 같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럼 나중에 봐요."
조금 후에 본다는 기약을 해 놓고 그들은 그렇게 짧은 헤어짐을 가졌고, 조금후면
피크닉이라는 즐거운 산책을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
했다.
그녀들이 카이란네 집을 찾은 시각은 한 3시간이 지났을 무렵이다. 교복을 벗도 평
범한 사복차림으로 이제부터 그들은 바깥 나들이를 시작하려고 했다.
"다 좋은데... 저 차는 뭐야? 기분 좋게 가는 것 다 망쳐버린 느낌이 나잖아. 그냥
우리들끼리 조용히 가고 싶은데.. 저런 것이 있다면 걸리적거리잖아..."
하지만.. 초반부터 초를 치는 한 광경에 카이란은 힘이 빠져버렸다. 애초에 그들은
범상치 않는 집안이라 나가는 것은 심상치 않게, 문밖을 나가자마자 검은 색 고급
자동차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것도 한 대면 말을 하지 않지만.. 자그마치 4
대니 황당을 금치 못해 힘이 빠질 정도였다. 5명이 놀러 가는데 무슨 차가 4대가 필
요한지..
"어쩔 수 없잖아요. 단순히 피크닉 가기에는 우리들의 차림새가 그런 걸요."
사미의 말에 카이란은 그녀들의 차림새를 보았다. 무엇을 챙길 것이 많은지.. 그녀
들의 손에는 조금 큰 바구니가 2개정도 있었고, 바닥에 깔고 앉는 돗자리가 한 개
있었다. 그리고 기타 등등 자질구리 한 것이 몇 개 걸쳐 있었다. 이런 채로 나간다
면.. 어디 나들이 가는 것치고는 너무 요란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차가 4대는 너무하니까.. 우리들이 탈 것 1대하고 나머지는 돌려보내."
"네! 알았어요. 백성군..."
딱 잘라 말한 카이란의 말에 대답은 사미가 아닌 혜미가 했다. 혜미는 웃으면서 고
개를 끄떡이며 카이란 말대로 순순히 자동차 3대를 돌려보냈다. 혜미가 대답하니 뭔
가 이상했지만 아마도 저 나머지 3대는 분명 혜미를 호위를 해 주러 온 놈들 일거라
는 생각에 카이란은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호
위라니.. 사미는 카이란과 만난 뒤로부터 저런 자동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카이란을 신용한다는 의미가 있었고, 위험이 생기면 카이란이 구해줄거라
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혜미는 저것들을 왜 데려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혜미도 카이란의 실력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저도 잘 몰랐어요. 그저 밖으로 나가니까.. 어느새 준비하고 따라 왔었네요."
웃으면서 혜미는 카이란이 궁금해하고 있는 것을 답변해 주었다.
"아.. 그랬나요? 하여튼..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놈들...... 엑!? 어떻게 제
가 저것들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말을 하
자 카이란은 그만 놀라버렸다.
"후훗.. 얼굴에 다 써있었어요. 그러니 쉽게 눈치를 챘죠."
그런 것이었나? 카이란은 자신의 얼굴이 그렇게 써져 있다는 말에 표정관리가 허술
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찌 다른 쪽으로 들어보면.. 단순하다는 것을 말하는 말과 비
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혜미가 말하는 것은 전혀 악의가 없었다.
"그럼 슬슬 가볼까?"
"응!!"
"네!"
"가요!!"
"후훗..."
각자의 대답을 들은 카이란은 대기해 놓은 차를 타고 출발했다. 일반 승용차에 어떻
게 6사람(운전수 포함)이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본다면..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라
고 말을 하겠다.
"화~ 좋다..."
화사한 날씨와 함께 맑은 공기까지 들이마시니 이야말로 최고가 따로 없을 정도의
상쾌함이 느껴졌다.
"나오니 좋기는 좋군."
"그렇죠? 나오길 잘했죠?"
그들은 정작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와서 규모가 큰 대공원으로 놀러왔다. 중앙에 강
이 있는 큰 공원이라 양쪽에는 아스팔트로 길을 만들었고, 그 길을 화려하게 비쳐주
는 가로수들이 길을 따라 쭉 뻗어 있었다. 그리고 외각 바깥쪽은 소규모로 울창한
나무들이 종류별로 심어져 있었고, 시기가 가을이라 나무들의 잎사귀는 붉게 물들어
있어서 한껏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그중 카이란의 일행들은 강가 쪽 아스팔트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사미와 아리아, 혜
미, 민지는 모두 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소녀들이라 모든 인간들에게 시선을 끌었
다. 이 정도만으로도 이런 엄청난 시선을 받는데 만약.. 검은 정장차림에 떡대같은
놈들까지 있다면 어떤 시선을 받을지 물 보듯 뻔했었다.
여자로 인해서 여러 인간들의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은 카이란에게 나쁘다는 생각보
다는 오히려 흐뭇해할 정도이기에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이것이 아닌 검은 정장에
떡대 같은 놈들이 자신의 뒤에 몇 십 명이 달라붙어서 졸졸 딸라 다니는 그러한 광
경의 시선을 받는 것은 무척이나 싫었다.
"사람이 많네요..."
혜미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네.. 그렇네요. 아무래도 좋은 날씨인 만큼 사람들도 많이 왔겠죠."
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나 좋다는 것은 그들만 느낀 것이 아니라서 공원 안에는 사람
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가족들끼리 피크닉 온 사람들이거나 연인들끼리 오붓한 시간
을 보내기 위해서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인간들을 구경하는 것이 옳다고 할 정도였다.
"어 오빠.. 저 사람 그때 그 오빠 아냐?"
손가락으로 어느 한 남자를 가리키며 민지는 저번에 자신들의 뒤를 따라다녔던 그때
그 남자를 기억하면서 카이란에게 말을 했다.
"아... 그렇군..."
카이란은 민지가 가리킨 그곳을 쳐다보자 혜진이를 좋아하는 남자 승환이가 있는 것
이 보였다. 그리고 카이란은 승환이에게 다가가며 그를 불렀다.
"여어..."
"얼래...?"
승환이는 뒤를 돌아보며 뒤에서 자신을 부른 카이란을 보고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었
다.
"잘 지내는가 보군..."
"뭐.. 그야.. 며칠 안 지났으니.. 잘 지내겠지..? 설마 이 며칠동안 무슨 일 있으라
고..."
겨우 1주 약간 지났는데.. 무슨 일이 있겠냐는 식으로 승환이는 피식 웃었다. 카이
란도 피식 웃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승환이는 카이란
의 모습에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왜? 누구를 찾는 거야?"
물론 찾는 사람은 딱 한사람...
"응.. 혜진이는 어딧어? 같이 온 것 아냐? 그녀와 같이 바람 쐬러 온 것 아니었어?"
"그, 그게..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말이야..."
"응? 무슨 소리야?"
"그것이.. 나도 잘 몰라.. 그냥.. 4일전에 혜진이를 만났었는데.. 이상하게.. 갑자
기 나에게 화를 내면서 가버렸어. 그때 왜 화가 났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
무래도 며칠 후면 시험이라 앞으로의 일이 초조하기만 한지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나
봐. 그래서.. 그때 내가 그녀에게 신경에 거슬릴 만한 말을 한 것 같아서 나도 혜진
이를 만나지 못했어."
열없이 웃으면서 승환이는 윗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카이란에게는 그런 승환
이의 표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초조하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설마?'
무언가 혜진이의 행동이 어떤지 짐작 가자.. 카이란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했는데... 혜진이가 화를 냈는데..?"
웃음기가 사라진 카이란의 얼굴을 보자 승환이는 의아한 얼굴이 되었지만 그다 말한
것에 대답을 해 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냥 평상시와 같게 사이좋게 일상적인 얘기를 주고받는
도중.. 갑자기 길에 멈춰 서더니... 귀를 틀어막더라.. 그래서 왜 그러냐고 질문했
는데.. 혜진이는 그때 묵묵부답이었고, 한 5분동안 그렇게 있었어. 그런데.. 무언가
놀란 얼굴 마냥.. 혜진이가 나를 쳐다보고는 느닷없이 나에게 화를 낸 것뿐이었어.
난 아무 말 하지 않고, 괜찮냐는 말 밖에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역시!!!'
카이란은 자신이 짐작했던 것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너는 그냥 혜진이를 그대로 방치했단 말이야?"
"아무래도 자동적으로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어쩔 수
가 없었어."
-퍼억!!!-
그 말과 끝나는 동시에 카이란은 주먹으로 승환이의 북부를 꽂았다. 그러자 승환이
의 몸은 앞으로 굽혀졌다. 그리고 카이란은 몸을 빙글 돌려 왼쪽 다리로 승환이의
턱을 날려주었다.
-퍽!!-
먼지를 휘날리며 승환이는 3미터 정도 나뒹굴었다. 이 광경에 사미와 혜미를 제외하
고는 아리아와 민지는 물론이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놀라는 얼굴로 카이란과 승환이
를 번갈아 보았다. 사미와 혜미는 승환이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카이란과 똑같은 짐
작을 했기 때문에 카이란의 다음 행동에 그리 놀람이 없었다. 미리 예견을 하고 있
는 듯한 표정이었다.(무서운 자매.)
지나가는 행인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카이란의 일행들과 쓰러져 있는 승환이를
보며 웅성거렸다. 싸움이 난 것 같은 광경이니 인간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이 멍청한 놈아!! 네놈이 그러고도 혜진이를 좋아한다고 그러냐? 내가 미리 경고하
지 하지 않았어?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이 병신 같은 놈아!!"
"....무, 무슨.. 마, 말이야....?"
쓰러진 채로 승환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을 했다.
"진정 모르겠다는 거냐? 혜진이가 왜 그런 반응이 있는지를!!? 난 그래도 네놈이 혜
진이를 잘 지켜줄 줄 알았다. 지금 혜진이가 네놈같이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 그게.. 무..슨..?"
카이란의 큰소리에 불길한 기운이 휩싸이자 등골까지 저려졌다.
"이 바보같은 놈!! 여전히.."
"잠깐만요.. 백성군.. 그만 진정하세요... 그렇게 흥분을 하면.. 저쪽은 말뜻을 못
알아들을 것 아녀요? 그러니.. 진정하고.. 저에게 맡기세요."
큰소리를 내뱉는 카이란에게 혜미가 그의 입을 막으면서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러자 카이란은 그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눈웃음을
지으며 혜미도 고개를 끄떡이고 쓰러져 있는 승환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승환이
앞에서 무릎만 쭈그려 앉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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