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87화 (187/277)

(192) 이세계 드래곤 [19] 41.악마의 유혹.

그 날 이후 승환이와 혜진이는 언제나 달라붙어 있었다. 기쁠 때와 좋을 때와 슬플

때.. 그리고 아주 힘들 때.. 이 모든 것을 같이 느끼면서 누가 뭐라고 할 정도로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다녔다. 또한 그 둘은 어느 정도 사이가 근접한 관계를 보였

고, 꼭 사랑하는 연인사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승환이는 혜진이를 지켜주기 위해서 굉장한 노력을 가했다. 몸에서 마약을 갈망하

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발랄하게 활동하는 것을 선택했고, 마음 것 움직여서

몸이 마약이라는 것을 원하지 않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쉽게 사라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서.. 혜진이도 이만저만의 고생

이 아니었다. 길 가다가 밀가루 같은 것을 보면.. 한동안 멍한 눈이 되어서 가만히

있거나,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환각, 환청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몸이 무거워지는 현상의 의해서 쓰러질 것 만 같은 고생을 몇 십 번

겪어야 했다.

다행히 승환이가 곁에 있어줘서 혜진이는 어렵게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때 승환이

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다음 날이 돼서는.. 마약을 찾으러 발벗고 나설 수도

있는 상황까지 올 뻔했다.

마약의 후유증이란 그런 것이다. 단순히 환각이나 환청, 초조, 불안.. 이런 것의

의해서 중독자들은 이런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 마약을 스스로 찾는다. 그리고

고통 뒤에 오는 쾌락은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자 죽어도 여한이 없는 최고의

선사라 그 쾌락을 다시는 잊지 못해 더더욱 마약에 손을 떼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온다.

혜진이는 그 단계까지 올 뻔했고, 다행히 카이란과 승환이의 만남의 의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두 사람이 같이 있

을 경우다. 학교에 같이 가고 같이 올 수 있지만.. 학교 안에서의 시간과, 같이 살

지 않은 한 무조건 떨어져야 하는 야심한 시각인, 취침시간만큼은 혜진이 스스로

그 고통을 참아야 했다.

"하아.. 하아..."

거침 숨을 몰아쉬며 혜진이는 침대에 웅그린 채로 누우면서 벌벌 떨고 있었다. 지

금 혜진이 귓가에는 벌레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리기 시작하자 불안한 마

음에 의해서 공포심이 자극되었다.

"시, 싫어...."

벌벌 떨며 더욱 바짝 혜진이는 몸을 웅크렸다. 옆에 승환이라도 있었다면.. 이 정

도로 무서움이 없을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지는 몰랐다.

"승환아.. 승환아..."

뭄을 웅크리며 혜진이는 계속 승환이의 이름을 되뇌었다. 혼자 있는 밤이면 언제나

이래왔듯, 무서움은 점점 심해졌다. 그래서인지 밤만 되면 환각, 환청 증상에 의해

서 괴로움에 떨다가 잠이 들으니 아침이 되면 개운하지 않고, 피곤만 더 쌓인 날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언제나 승환이가 곁에 있어주니 없던

힘이 생겨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승환이가 있을 경우이다. 그가 없으면 자신은

괴로움에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래? 안색이 점점 나빠지는데...."

걱정 어린 승환이의 말에 혜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요즘 잠을 좀 설치고 있거든..."

그 말에 승환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았으면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파왔다. 그 얼굴 그대로 나타내는 승환

이의 표정에 혜진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걱정하지마.. 그렇다고 다시 약을 할 마음은 없을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은 너무나도 불안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계속 걱정하게 만들 수는 없어서.. 그렇게 내뱉은 것이

다. 하지만.. 역시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무서웠다.

생각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본능으로 약을 원해서 부엌에 있는 설탕을 먹는 자신

을 발견할 때면 깊은 절망감에 빠졌었다. 이런 채로 무서움을 떨어야 하는지.. 이

런 채로 계속 괴로워해야 하는지.. 빨리 이런 고통에 해방감을 찾고 싶었다.

해방감을 얻기 위해서 차라리 혜진이는 다시 마약을 찾으러 갈까? 라는 생각을 해

서라도 이런 고통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절대로 행동은 하지 않

았으나 언제부터 그 의지가 점점 약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

어 머릿속에 승환이를 생각해서 다시 세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은 며칠뿐.. 점점 심해지는 증상 앞에서 혜진이는 무엇이 진짜고 무엇

이 환상인지 구별조차 힘들어 졌고, 덕분에 신경에 영향에 생겨 어느덧 그녀의 사

고 회로까지 이상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싫어! 싫단말야!! 이제 이런 것! 정말 싫어!!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거

야!!? 난 이런 고통 싫단말야!!"

"혜, 혜진아.. 안 돼. 이제 나와의 약속이 있었잖아! 같이 극복하기로.. 그러니..

그런 생각하지마."

같이 극복하기로 했으면서 혜진이는 신경질을 내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소리치

기 시작했다. 승환이는 난감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같이 공원을 찾았는데... 느닷

없이 혜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싫어! 싫어!! 나 좀 내버려둬!! 이제 싫어! 싫다고!! 승환아 돈 좀 줘! 돈 좀!!

지금 그 나이트는 망했지만 다른 곳에서 분명히 구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 나

좀 살려주는 셈치고 돈 좀 줘!!"

무슨 이유 때문이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금단의 현상에 의해서 더 이상 목마름을

참지 못해 의지가 끊겨버린 것 같았다. 며칠 전부터 이상한 증세를 보이더니만..

결국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자 승환이의 가슴을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안돼! 혜진아! 그런 생각하지 말란말이야!!"

"싫어!! 싫단말야!! 괴로워!! 괴롭다고!!"

-짝!!-

승환이는 거세게 혜진이의 뺨을 후려쳤다.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괜찮을거야! 괜찮을거라고!!!"

가냘프게 떨고 있는 혜진이의 양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녀는 눈의 초점

이 흔들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것이지? 내가 왜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이지... 흑... 왜.

.. 왜...?"

그녀는 이상했던 정신을 다시금 정신차리고 지금까지 했던 말에 대해 좌절감에 눈

물을 글썽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질꺼야.. 지금 네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그러니 반드시

괜찮아 질꺼야."

승환이는 혜진을 꼭 안아주었다. 가슴속에 파묻힌 혜진이는 굵은 눈물의 의해서 자

신의 옷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흑....."

"괜찮아.. 괜찮아..."

그녀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승환이는 혜진이를 위로해주었다. 승환이도 눈물

이 나올 것만 같았다. 좋아하는 여성이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자신은 장작 그

'위로'라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 암담했다. 도대체 어떻게 도와줘야 하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고, 막막했다.

점점 그녀의 증상은 나날로 좋아지지 않고,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증

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혜진이의 굳은 의지밖에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의지는 점점 꺾여지고 있었다. 그러니 저런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 뱉은 것이다

. 그리고 앞으로도 저런 증상이 많이 생길 위험이 있자 승환이는 단단히 마음을 먹

어야만 할 것 같았다.

쉽사리 혜진이 주위에 악마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의 굳은 의지는 어느덧 고무줄

처럼 느슨하게 되어버려서 오히려 더욱 활기를 띄는 것 같이 그녀는 그 정도로 상

태가 악화되었고, 주위에는 이제 믿을 만한 것들이 없다고 할 정도로 증세는 심각

성을 달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믿는 승환이 조차 이제는 어디론가 가버릴 것 만 같

은 생각과, 자신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는 그런 무서운 생각이 계속해서 혜진이 머

릿속에 돌았다.

그럴 리가 없겠다고 생각했건만 환청에 의한 그 소리는 너무나도 뇌리에 박혀 있자

불길한 마음은 쉽게 떼어놓지 못했기 때문에 혜진이는 천천히 그것을 믿기 시작할

정도였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은 지금부터 시작되어버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늦은 저녁시간에 난데없이 전화벨 소리가 거실에 들리자 의아한 생각이 승환이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전화 올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혜진이가 아닐까라는 생각

에 하던 공부를 멈추고는 재빨리 마루로 뛰쳐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물론 잠들어

계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잠을 깨지 않게 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었다.

"네.. 여보세요.."

평상시대로 전화를 받았지만..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내용에 의해서 승환

이는 수화기를 '쾅'하고 내려놓고는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늦은 저녁의 쌀쌀한 기운은 승환이의 몸을 차갑게 적셔주었지만 그런 것을 느낄 겨

를은 없었다. 오로지 그 전화의 내용만이 그의 머릿속에서만 빙글 빙글 돌뿐이었다

.

'얘.. 스, 승환이니... 이런 밤늦은 시각에 미안하구나.. 나 혜진이 엄만데.. 혜진

이가.. 이상한 증상을 보여서 말이지... 얘가 왜 이러니? 너를 찾고 무엇을 달라고

한다... 혹시 왜 그런지 아니..?'

이 말만 듣고는 승환이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바로 혜진

이네로 가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 우려했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나올지는

몰랐다. 환청, 환각, 초조, 불안 이 모든 마약에 의한 금단증상의 의해 그녀는 결

국 다시 한번 폭발을 해 버렸고, 지금쯤 아마도 마약을 달라고 소리치고 있을 것이

라는 것을 승환이는 짐작 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혜진이와의 집 거리는 5분 정도의 거리지만 전 속력으로 뛰어왔기 때문에 거침 숨

소리가 승환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숨을 고르고 승환이는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평범한 초인종 소리가 난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

"승환이구나.. 미안하다.. 밤늦게 전화를 해서.."

승환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약간 미안한 감으로 말하는 혜진이 어머니였지만 승환이

는 신경을 쓰지 않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혜진이는요...?"

지금 자신이 온 것은 혜진이 때문이었다. 긴박한 상황처럼 승환이는 혜진이 어머니

에게 물어보자마자 마루쪽에서는 혜진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싫어! 싫다고요!! 왜그러는 거에요!! 나좀 내버려둬요!! 제발요!! 아악!!!!!! 제

발!!!!!!!!! 그리고 제발 약 좀 줘요!! 약을!!"

승환이는 두 눈이 커졌다. 혜진이의 상태는 거의 정신 이상자 같은 행동이었다. 승

환이는 놀람과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혜진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다가 저렇게 되었죠?"

"글세..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냥.. 공부 좀 하라고 말을 한 것뿐인데.. 갑자

기... 저런 행동을 보이니..."

혜진이 어머니는 약간 무안한 얼굴로 얼버무리는 듯이 말을 했다. 승환이는 왜 저

렇게 됐는지 쉽게 눈치를 채자 앞에 있는 혜진이 부모님에 대해 화가 나려고 했다.

"그래.. 승환아.. 혜진이가 왜 저런지 알고 있냐? 갑자기 저러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막하구나."

옆에 계시는 혜진이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하자, 승환이는 그런 말투로

말하는 혜진이 아버지가 가증스럽다는 생각에 오한이 저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은 없었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지금은 혜진이가 더 걱정이자 승환

이는 결심을 선 채로 그녀의 부모님에게 말했다.

"......혜, 혜진이는.. 혜진이는.... 지금....... 혀, 현...재............ 약을

원하고 있어요.. 그것도 독성이 강한 약이요... 혜진이는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것에 손을 대버려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렸어요. 그 원하는 약은... 약은요..

........."

젠장!! 이렇게 말을 해야 하다니... 승환이는 깊은 절망감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 마약이에요.. 그리고 지금 이 증상은.... 마약을 한 후유증인.. 금단의

증상이고요..."

"하!!"

"노, 농담이지...?"

믿지 못한다는 얼굴로 헛기침을 내뱉는 혜진이 아버지. 그리고 말도 안된다는 말투

로 말하는 혜진이 어머니. 승환이는 두 눈을 감고 인상을 찡그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믿지 못할 만도 했다. 자신의 자식들이 마약 중독자라니

! 이것은 마른하늘에 번개가 머리를 강타해 새 하얗게 만들만도 한 충격적인 발언

이었다.

"우, 우리 애.. 저런 짓을 할 리는 없잖아?"

왜 없어요!! 당연히 있다고요!!

"거짓말이지? 무슨 이유 때문에 저런 짓을 하겠어?"

차라리 거짓말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승환이였다. 이런 말도 안되고 현

실같지 않는 현실은 무척이나 싫었고! 인정하기 싫었다.

".........."

침묵을 유지한다는 것은 즉 그 말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혜

진이 아버지는 승환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울화가 치밀며 말했다.

"바보 같은 딸내미 같으니라고!! 괘씸하기는!! 내가 자식 헛 키웠구나!! 이런 못난

년!! 하라는 공부도 하지 않는 년이!! 세상에 없어져야 할 것을 손을 대다니!! 이

런 괘씸한!!!"

그 말에 울컥하는 승환이는 바로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혜진이의 소리에 의해서 그

만둘 수밖에 없었다.

"왜!! 제발!! 나 좀 놔줘요!! 왜..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아악!! 벌레

가!! 벌레가 내 팔에.. 벌레가 기어올라오고 있어!! 떼어 줘!! 떼어 줘!!!"

증상은 심각하게 발전됐다. 이미 환각인지 진짜인지 구별을 할 수 없는 사고에 의

해서 혜진이는 팔에 달라붙었다고 생각하는 벌레를 마구 떼려고 했다. 하지만.. 있

지도 않는 벌레를 떼어내는 행동의 의해서 스스로 자신의 팔에 상처만 내자 재빨리

승환이는 혜진이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혜진이의 두 팔을 붙잡으면서 혜진이의 행동을 막자.. 그녀는 승환이의 얼굴을 쳐

다보았다.

"스, 승환이...?"

"응.. 나야.. 정신차리라고..."

조금은 정신을 차린 것 같이 말을 하자 승환이는 비로써 안심이 들었다. 그리고 잡

았던 두 팔을 놔주었다.

하지만..

이때 왜 자신이 그 팔을 놨는지 후회가 되어버렸다.

그때 두 팔만 잡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원망스러운 적은 없었다.

"그래.. 승환이구나... 나.. 또.. 이상한 말을 지껄여 버렸어...."

"지금은 괜찮아.. 그러니.. 이제 됐어..."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 같아 안심을 했기 때문에 승환이는 혜진이의 행동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었다.

"나 말야.. 점점 자신이 없어..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자신도 없고, 너무나

힘들어서 이제는 싫어... 너도 내가 싫지?"

"아니.. 그렇지 않아!! 아직도 너를 좋아해!! 그러니 내가 언제나 곁에 있어 도와

줄테니!! 너도 힘내!!"

도움.. 그저 자신은 그녀 곁에 있어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 그것이 과연 도움이라

고 말 할 수 있을까?

"고마워.. 하지만.. 난 이제 지쳤어.. 너도 이제 지쳤을거라고 생각해.. 아니.. 지

쳤을 거야.. 그래서 이제는 점점 나를 멀리할 생각이지? 그리고..... 충분히 즐겼

으니까 나를 쓰레기 버리듯이 버릴거라는 것을 알아!! 그러니.. 난 이제 너를 믿지

못하겠어! 내가 모를 줄 알아!! 가버릴테면 가버려!! 빨리 가란말야!! 내가 너의

마음을 모를 줄 알아!! 난 싫어.. 버림받는 것도 싫지만.. 쓰레기처럼 버려지기는

더 싫어!!"

이게 무슨 소리!!? 승환이는 혜진이의 말뜻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리둥절하고 있을 사이 혜진이는 천천히 뒤로 물러서는 것을 뒤늦게 알아 차렸다.

"무, 무슨 소리야!!? 혜진아!!!"

"난 이제 싫어.. 이런 고통..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 이런 채로 있을

바엔... 차라리.... 차라리......"

어느덧 혜진이는 베란다 난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슬픈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혜진이의 표정을 본 순간.. 지금 그녀가 무엇을 할 예정인지 눈에 스쳤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슬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죽는 것이 나아...."

"안 돼!! 혜진아!!! 제발 그만둬!! 제발!!"

승환이는 크게 이름을 외치며 그녀의 손을 붙잡으려고 했다. 뒤늦게 혜진이 부모님

도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재빨리 그녀를 말리러 나섰다.

"미안.. 승환아.. 그리고... 나도 너를 좋아해.."

"안 돼!!!"

승환이의 처절한 외침과 함께 혜진이는 난간 위로 올라가 편안하게 뒤로 넘어지듯

자신의 몸을 떨어뜨렸다. 승환이는 팔을 벌리며 혜진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손가락만 살짝 스칠 뿐 편안한 얼굴로 아래로 떨어지는 광경이 느릿하게 보였다.

승환이는 온몸이 얼어붙은 듯이 꿈쩍하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현실이었다. 이런 것은

꿈일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빌어먹을 현실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승환이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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